지난 4월, 닉네임 ‘이꾸욧’이라는 아이디의 사용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만들고 있는 모바일 게임의 이름을 추천해 달라는 글을 남긴다. 당시 이 사용자는 코믹하면서도 임팩트 있고 직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이름을 유저들에게 부탁한다.
‘뽀식이네 감자탕’, ‘학생 이것좀 해봐’ 등 온갖 기상천외한 게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헤드비온느라는 유저가 이 게임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바로 <중년기사 김봉식>. 뭔가 중년의 냄새가 나면서도 친근한 그런 이미지가 느껴진다. 결국 유저들의 추천으로 게임명이 결정된다.
마프 게임즈가 개발한 <중년기사 김봉식>은 중년의 백수 김봉식이 우연히 발견한 멋진 투구를 썼으나 빠지지 않자 이참에 용사가 되기로 결심, 때마침 근처에 발견한 던전을 탐험하며 시작된다. 타이틀 선정부터 드래곤의 목소리, 버튼 사운드 제작까지 많은 것을 웃긴대학과 함께한 그 게임, 디스이즈게임이 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김봉식도 내친김에 용사가 됐는데… 내친김에 김봉식 도와보지 뭐
몇 시간 플레이를 하다 보면 김봉식이 되어 던전을 탐험한다기 보다는 김봉식이 많은 골드를 모으고 무기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무래도 직접 조작하지 않아서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두 가지를 동시에 제공했다면 게임을 즐기는데 다소 무리가 있었을 수도 있다. 퀘스트 수락 및 진행의 쿨타임, 장비 관리에 캐릭터 조작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하는 것은 다소 무리니까. 적절한 분업화라고나 할까.
게임 화면의 2/3를 차지하는 비중답게 유저가 조작하는 것은 무기와 보물/스킬 관리 등이 있다. 간단하지만 의외로 관리할 것이 많다.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골드가 벌리지 않아 나름 플레이를 계속 하게 만드는 몰입감이 있다.
간혹가다가 퀘스트와 장비에 집중한 나머지 김봉식의 활약을 지켜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김봉식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화면만 보다가는 지루해질 수 있다. 골드를 모으는데 집중하고, 전투는 틈틈이 보면 된다. 간혹가다가 많은 도움이 될 것들을 알려주기도 하니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퀘스트는 쥐를 잡는 것부터 멧돼지, 물건 찾기, 그리고 마계정벌, 우주 정복 등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많이 들여다 보는 공간이며 조작 역시 많이 하게 되는 부분이다.퀘스트는 돈이 모일 수록 점점 더 높은 보상의 퀘스트를 획득, 수행할 수 있다.
화면을 통해 여러 가지 항목이 보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동시에 여러 개의 퀘스트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퀘스트 진행부터 완료 시 재진행 등을 조작한다. 각 퀘스트는 저마다 쿨타임을 가지고 있어 모든 퀘스트가 동시에 완료,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완료 시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화면을 보고 완료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많은 퀘스트를 일일이 수락하고 완료하면서 재시작을 해야 한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게임 내 자동 시스템은 김봉식의 전투만 되는 것이 아니다. 유저의 퀘스트도 자동 수락, 진행이 된다. 단, 퀘스트를 개방, 업그레이드 하는 것보다 많은 골드가 들어간다. 계속 관리를 하면서 돈을 벌겠다 하는 유저는 직접 하면 되고, 자동이 좋다면 자동 퀘스트를 구매하면 된다.
물론 모든 퀘스트를 최고 레벨로 올리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효율적인 성장을 하기 힘들어진다. 환생을 하고 던전을 반복해서 돌다 보면 골드가 쌓이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므로 짧은 쿨타임과 긴 쿨타임의 주요 퀘스트를 적절히 섞어서 자동 퀘스트를 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무기와 버프 효과 강화, 적절한 투자는 필수
<중년기사 김봉식>에서는 퀘스트 뿐 아니라 장비관리도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어차피 죽지 않는데 장비를 관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물론 사망은 하지 않는다. 다만, 적을 처치하고 던전을 넘어가는 시간이 걸린다. 적을 처치하면 골드와 열쇠, 그리고 보석을 얻을 수 있는데 여전히 초반 무기인 나뭇가지로 싸운다면 오히려 게임을 진행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적절한 강화는 필수다.
각 무기는 최대 레벨5까지 상승하면 다음 무기를 구매할 수 있다. 초반 버프 효과가 덜 됐을 때는 좋은 등급의 무기를 사용하기 어럽지만 버프 효과가 점점 중첩되면 자체 능력이 강화되므로 좋은 무기를 구입할 기회가 높아진다. 강력한 무기 구입도 좋지만 어차피 중요한 것은 버프다. 무기는 어디까지나 열쇠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무기’ 탭이 김봉식의 장비를 책임진다면, 보물 탭은 김봉식의 능력치 및 환생을 담당한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김봉식이 몹을 잡을 때마다 일정 확률로 열쇠를 얻게 되는데, 이를 모아 퀘스트 보상 증가, 공격력, 치명타, 퀘스트 소요시간 감소 등 다양한 버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열쇠가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환생하면 남는 것은 버프 효과밖에 없다. 모이는 대로 필요한 항목에 과감히 투자하자.
환생은 일종의 게임을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는 수단이라고 보면 된다. 단어 자체로 모든 것이 초기화되어 다시 1층부터 시작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올라간 층수에 따라 열쇠 보상도 얻고 이를 버프 효과에 투자하면 된다. 무기나 퀘스트 등이 초기화되기는 하나 누적 강화된 버프 효과 덕에 환생을 하면 훨씬 플레이가 쉬워진다.
환생을 통한 반복 플레이로 구성된 게임을 즐겼던 유저라면 잘 알겠지만 게임의 강력한 무기나 성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환생의 반복이 필요하다. 골드가 쌓이고 좋은 무기를 얻는 것을 보며 환생이 아쉬울 수 도 있으나 어차피 버프 효과 외에는 모두 증발된다. 적절한 시점에 환생을 해서 보상으로 얻은 열쇠로 버프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을 수 있다.
■ 엄청난 힌트와 잡담이 무한 반복되는 김봉식의 대사
유저가 직접 김봉식을 조작하는 재미는 없지만 던전을 탐험하는 김봉식의 깨알 같은 모습들은 나름 재미를 느끼게 한다.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된 전투 모습은 횡으로 이동하는 것부터 전투, 타격 표시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잘 표현했다. 보석을 통해 펫을 얻게 되면 펫 역시 김봉식의 뒤에서 묵묵히 타격 지원을 한다.
전투를 벌이면서 내뱉는 김봉식의 대사도 압권. ‘물로 만든 고양이는? 물로켓!’이나 ‘아이유는 뉘집아이유?’와 같은 적절한 라임의 언어개그부터 ‘머리가 커서 투구가 벗겨지지 않아’와 같은 쉴새없는 잡담이 거의 5초마나 한 번씩 계속 바뀐다. 게다가 ‘좋은 것을 알려주지’라며 알려주는 단어들은 게임 내 코드를 입력하면 보석이나 골드를 얻을 수 있기도 한다. 단순 전투 모습만 보였더라면 다소 지루했을 부분을 바꿔놓은 점에 있어서 꽤 괜찮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중년전사 김봉식>은 현재 구글 플레이 50위권에 있지만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5월 말 경에는 iOS 버전도 검수에 들어가 곧 있으면 앱스토어에서도 게임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향후 펫 추가, 여러 형태의 특수 던전을 통해 유저 간 경쟁 요소 도입 등 다양한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어서 김봉식에 대한 유저의 도울 거리(?)는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엄청난 언어유희(?), 그리고 가끔 알려주는 '좋은 것'. 김봉식의 전투는 지켜볼 만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