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슈팅게임은 비주류에 속한다. 수동으로 직접 적의 공격을 세밀하게 피하는 것이 특징인 장르 특성상 자동사냥 중심의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많은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드래곤플라이트>가 성공한 게임으로 꼽히지만 그 외에는 크게 기억나는 게임이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이번에 리뷰할 <드래곤히어로즈>는 <아이러브커피>, <쉽팜인슈가랜드> 등의 게임을 제작한 파티게임즈에서 제작한 슈팅 RPG다. 필자는 평소 <정령의 날개>, <엘브리사> 등의 모바일 슈팅게임을 즐기는 유저이다. 이런 유저의 입장에서 볼 때 <드래곤히어로즈>는 슈팅게임의 허들을 낮추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허들을 낮추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 “슈팅게임, 어려운 거 아니야?” 태그 시스템으로 허들을 낮춘 <드래곤 히어로즈>
<드래곤히어로즈>의 진행방식은 고전게임인 <갤러그>에서처럼 몹들을 다같이 나타나면 정리한 후 다음 몹들이 나오는 웨이브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 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틈이 존재하는 것이다.
탄막으로부터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에 유저는 더욱 쉽게 <드래곤히어로즈>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는 스테이지를 짧게 만드는 것 보다는 재미있고 무한히 이어지는 것 보다는 쉬운 방식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개발사의 의도로 보인다.
전투 내에서도 허들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드래곤히어로즈>에서는 자신의 데려 온 영웅 3명과 친구의 영웅 1명을 데리고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이 중 리더 영웅 먼저 출발하고 전투 도중 태그를 하게 되면 선택한 영웅이 등장하면서 고유의 태그 스킬을 시전한다.
주로 필드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광역기를 가지고 있어서 태그 스킬을 사용하면 다음 웨이브로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또한 태그 시 순간적으로 무적 상태가 되고 영웅마다 개별적인 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적의 탄막이 쏟아져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진입장벽을 낮춘 RPG식 육성. 노가다의 고통도 그대로
시원스러운 전투와 달리 육성 방식은 답답함이 느껴진다. 과도한 반복 플레이의 강요 때문이다.
<드래곤히어로즈>는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등급제(별)를 채택했다. 뽑기와 클리어 보상을 통해서 영웅을 얻은 뒤에 강화하고 진화시키는 방식이다. 한 팀에 3명의 영웅을 데려가야 하고, 던전마다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영웅을 키워야 하는 건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필수이다.
영웅의 육성 말고도 룬 시스템도 존재한다. 영웅 마다 공격룬 3개와 방어룬 4개를 장착할 수 있으며, 동일한 속성의 공격룬이나 방어룬을 장착하게 되면 효과가 발동하는 방식이다. 룬 역시 강화하면 다음 단계의 룬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유저는 원하는 영웅을 얻더라도 룬 육성을 위해 한 번 더 ‘노가다’를 하게 된다.
반복 플레이 중심의 육성방식은 최근 모바일게임에서 필수 공식과도 같다. 보다 오래도록 게임을 즐기게 만들기 위함인데, 유저들은 보다 쉽고 빠른 성장을 위해 ‘자동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드래곤히어로즈>의 경우 AI가 똑똑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필자는 원하는 보상을 얻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할 때에도 수동 조작을 해야만 했다. 설상 가상으로 아이템 드롭 확률도 낮아 반복 플레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했다.
실제로 필자는 레어영웅인 ‘렉시온’을 얻기 위해 7-10 스테이지를 200번이 넘게 클리어 했지만 결국 얻지 못하였다. 희귀하기 때문에 ‘레어’영웅이라지만, 노가다 속에서 생긴 스트레스는 보상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풀지 못할 것이다.
낮은 확률과 힘든 반복 작업은 유저를 지치게 만들어서 결국 게임에서 손을 때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물론 일정 수준 성장을 통해 나중에는 클리어하는데 1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 200회를 모두 수동 조작한 것은 아니지만, 반복한다는 거 자체로도 유저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충분하다.
다만 진화에서는 참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등급의 MAX 레벨, +5강화 영웅 둘을 합성을 하게 되면 유저는 랜덤으로 등장한 다음 등급의 두 명의 영웅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루비 결제를 통해서 한 명의 영웅을 더 볼 수 있다. 이는 원하지 않은 영웅을 뽑았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 유저는 빠르게 콘텐츠를 소모하고 쉽게 지친다
<드래곤히어로즈>는 일반 스토리 던전 외에도 육성을 위한 경험치, 골드, 요일, 진화 던전이 존재한다. 보스전과 무한던전에서는 다른 유저들과 스탯이나 실력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이처럼 <드래곤히어로즈>는 육성을 통해 경쟁하는 시스템을 슈팅게임에 접목했다. 영웅과 룬을 육성한 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시스템은 유저를 게임에 푹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경쟁에서 도태되는 순간 쉽게 지치게 되는 양날의 검인 시스템이다.
특히 자동 플레이가 보편화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AI가 좋지 않은 <드래곤히어로즈>는 노가다에 지칠 가능성이 크다. 소탕권이라고 하는 원클릭으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만 소탕권은 3시간에 1개밖에 충전되지 않고 던전 보상으로 밖에 얻지 못한다. 결국은 직접 ‘노가다’를 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노가다’ 없는 RPG는 없지만 지나친 노가다는 유저를 지치게 만든다.
열심히 키운 뒤에도 문제이다. 무한던전과 보스전을 빼놓고서는 자신의 강함을 알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통해서 느끼는 것일 뿐, 클리어하면서 성취감을 얻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에 따른 차등적인 보상이 지급되기 때문에 유저는 경쟁 속에서 쉽게 지치게 되고 결국은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
경쟁에 따른 보상. 얻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 스트레스는 높아진다.
<드래곤히어로즈>는 오픈 초기에 구글플레이 피쳐드에 오르며 한자리 수 순위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구글플레이 무료게임 인기 순위 109위에 위치하고 있다.(6월 3일 기준) 필자와 같이 많은 유저들이 노가다에 지쳐서 그만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드래곤히어로즈>가 흘러가는 또 다른 게임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인기게임이 될지는 앞으로의 대처에 달려있다. 유저들의 반응을 빠르게 피드백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
과도한 반복 플레이 때문에 사라진 슈팅 본연의 재미를 살리고,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한 단계씩 클리어하는 쾌감을 주는 콘텐츠가 내놓는다면 슈팅게임을 기대했던 유저들이 되돌아 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