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X파일, 물리액션을 앞세운 MORPG <애스커>가 28일 2차 CBT를 끝마쳤다. 나흘 간 진행된 이번 CBT는 1차 CBT에 지적 받은 액션성의 개선, 그리고 게임의 후반부 콘텐츠와 서브 콘텐츠를 검증 받기 위한 자리였다.
나흘 간 체험한 애스커를 간단히 평하자면 ‘데뷔전의 부진을 씻고 다시 한번 몸을 만든 권투 선수’와 같았다. 첫 CBT에 지적 받았던 기초적인 단점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반년 간 절치부심한 만큼 기본기는 놀랄 만큼 나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초체력’과는 별개로, 아직도 <애스커>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얕거나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애스커> 2차 CBT의 감상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애스커>는 ‘중세시대 X파일’과 ‘물리액션’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MORPG다. 게임 자체는 일반적인 MORPG의 액션에 <마비노기 영웅전> 식 일반공격 조합을 더한 방식이다. 유저는 마우스 좌우버튼을 조합해 유연하게 평타 콤보를 만들어갈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자신이 습득한 스킬 또한 퀵슬롯에 배치해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은 이러한 기본적인 틀 위에 파편 하나하나에 대미지가 부여되거나 상대의 공격을 머리카락 하나 차이로 피할 수 있는 정밀한 물리엔진, 그리고 각양각색의 오컬트 소재를 조합한 음울한 이야기를 무기로 내세웠다.
허나 지난해 10월 있었던 첫 CBT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콘셉트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채 기본기에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액션 그 자체였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는 액션을 강조했지만, 너무도 가벼운 타격감, 그리고 속도감을 발목 잡는 슈퍼아머 일색의 몬스터 구성 때문에 기본기부터 다시 갖춰야 한다는 평을 받았다.
■ 카운터 공격의 짜릿한 손맛! 액션의 기본기를 다지다
그리고 24일 시작된 2차 CBT. 게임의 기본기는 놀랄 만큼 단단해졌다. 액션의 기본기 하나만은 이전 CBT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대표적인 것이 타격감이다. 종이인형을 베는 것 같았던 1차 CBT의 타격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캐릭터의 역경직은 더욱 커졌고 피격음 또한 저음부를 강화해 무게감이 잔뜩 살렸다. 덕분에 허공을 베는 것만 같았던 템페스트(구 어쌔신)의 쌍검은 드디어 무언가를 베기 시작했고 애초에 대검을 다뤘던 소울브레이커(구 검투사)의 공격은 더더욱 묵직해졌다.
2차 CBT에 추가된 ‘카운터’ 시스템은 게임의 타격감을 더욱 강조했다. 상대가 액션을 취할 때 아군의 공격이 적중되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카운터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서도 자주 쓰이는 장치다.
허나 애스커의 카운터 시스템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시스템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연출이다. 게임은 카운터 공격이 적중될 때마다 일반 피해 표시의 2배는 될법한 주황색 숫자를 화면에 띄운다. 가뜩이나 카운터 공격 자체의 위력도 강한데 표시까지 강렬하니 타격감이 남달랐다. 역경직이나 사운드 자체는 일반 공격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순전히 피해량 폰트 하나가 만든 타격감이었다.
더군다나 <애스커>는 기획 상 중간 보스 이상의 몬스터에게 공격 전 긴 딜레이를 줘 카운터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게임. 카운터를 쓸 기회도 곳곳에서 주어졌다. 특히 보스가 필살기를 날리기 전, 연타 스킬로 카운터 이펙트를 우수숫 뽑아내는 것은 2차 CBT 액션의 백미였다.
템페스트는 오늘도 타격감 이펙트 하나만 보고 보스 앞에서 빙글빙글 회전 다단베기를 돈다.
■ 탈진과 정교한 판정이 만들어낸 능동적인 액션
던전의 구성도 변화된 액션에 맞춰 개편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반 몬스터 구간이다. 과거 <애스커>의 일반 몬스터 구간은 한마디로 길고 지루했다. 이동해야 할 거리도 길었고 상대해야 할 몬스터도 많았다. 더군다나 탈진은 일부 보스에게만 있던 시절, 유저가 어찌 할 수 없는 슈퍼아머 몬스터가 일반 몬스터 구간에서 수시로 쏟아지며 액션의 템포까지 늦췄다. 일부 던전은 보스보다 슈퍼아머 몬스터가 더 무서울 지경이었다.
허나 2차 CBT에서는 이런 단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단 일반 몬스터 구간의 플레이 타임 자체를 5분 내외로 간소화되었다. 그러면서 일반 몬스터 구간에 폭발 화약통이나 증원 같은 이전에 있던 장치는 물론, 신기전이나 잠복, 부활 저지 등의 다양한 장치가 추가돼 전투 양상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1차 CBT 후반부의 가장 큰 짜증요소였던 수많은 슈퍼아머 몬스터를 대거 줄였다. 참고로 이번 테스트는 카운터나 탈진 등 슈퍼아머 몬스터를 공략하기 유리한 시스템이 대거 추가된 빌드. 적절히 줄어든 슈퍼아머 몬스터는 이러한 시스템과 시너지를 이뤄 전투의 재미를 더했다.
치고 빠지기 일색이었던 보스전도 바뀌었다.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은 ‘탈진’ 시스템의 확대다. 탈진은 지속적인 공격으로 그로기 수치를 쌓아 보스를 무력화시키는 시스템이다. 보스전에서 유저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추가된 시스템이었지만 지난 CBT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일단 탈진 시스템이 적용된 보스도 소수였던데다, 깎아야 할 그로기 수치도 크고 수치 자체도 유저에게 표시되지 않아 탈진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허나 2차 CBT에서는 초반 몇몇 보스를 제외한 모든 보스에게 탈진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이와 함께 그로기 수치도 눈에 보이도록 변경되었다. 여기에 새로 추가된 카운터 시스템까지 더해지자 보스전 플레이가 자연히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재미가 극대화된 것은 거대 보스와의 전투였다. 거대 보스는 유저 캐릭터보다 덩치가 커 공격범위도 넓고 공격력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큰 동작 때문에 빈틈을 노리기도 수월하기 때문에 상대가 공격할 때에 빈틈을 파고들어 카운터를 먹이거나 그로기 게이지를 쌓기 용이했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상대의 위협적인 공격을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피해 공격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스릴’을 만들었다.
보더라인 서쪽 던전의 보스 ‘인간성벽’
보더라인 서쪽 던전의 ‘인간성벽’이 대표적이었다. 인간성벽은 2페이즈 돌입 시, 그 거대한 몸집을 이용해 땅을 기고 구르며 유저를 공격한다. 워낙 덩치도 큰데다가 이를 이용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대니 처음에는 공략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오히려 어설프게 주위를 맴돌다 인간성벽이 기습적으로 휘두른 팔에 나가 떨어지기 일쑤다.
허나 조금만 유심히 상대를 살피면 의외로 곳곳에 빈틈이 엿보인다. 항상 팔로 상체를 지탱하기 때문에 의외로 복부에 치고 갈 구석이 많고, 몸통 자체에 요철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섬세하게 움직이면 인간성벽이 내 위에서 구르더라도 피해 없이 걸어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상대에게 깔리기 십상인 몸통 코앞까지 접근해야 한다는 위협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고 몸통에 바짝 붙어 때리기 시작하면 평범한(?) 공략으로는 맛 볼 수 없는 스릴이 펼쳐진다. 그 거대한 바위덩이에 언제 깔릴지 모른 채, 상대의 팔과 몸통이 만들어내는 빈 공간을 오가며 보스의 약점을 찌른다는 재미가….
■ 그래서 뭐가 인상적이었더라? 너무도 단조로운 후반 전투
허나 이러한 전투의 재미는 오래하지 못했다. <애스커>의 던전 디자인 자체가 20레벨 중반부부터 급속도로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후 유저를 기다리는 것은 게임의 특색을 보여주긴커녕, 평범한(?) MORPG의 전투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후반부 콘텐츠였다.
초반 던전과 후반 던전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장치’였다. 애스커의 초반 전투는 일반 몬스터 구간이나 보스전 구간을 막론하고 다양한 장치를 보여줬다. 어떤 던전이든 전장 곳곳에는 폭발 화약통이나 냉기 드럼통(?), 투석기 등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젝트가 배치되어 있었다.
보스전 또한 벽 뒤에 신기전이 숨겨진 ‘베너머스 드라코’나 부위파괴로 다리를 깨부숴야 하는 ‘인간성벽’ 등 다양한 장치가 적용되어 있었다. 일부 던전은 장치 추가에 급급한 나머지 ‘이게 여기 왜 있지?’라는 의문을 주긴 했지만, 장치 자체가 만드는 선택지나 연출만은 만족스러웠다.
허나 후반부 던전에서는 점점 이런 장치가 사라졌다. 일반 몬스터 구간은 몬스터와 몬스터, 또 몬스터만이 계속 나왔다. 일부 스테이지에서는 간혹 독장판 등의 장치가 나타나긴 했지만, 유저가 직접 움직여 상대를 몰아 처치한다는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이전 던전이 장치 사용 여부에 대한 선택지, 그리고 그로 인한 연출의 차이를 보여줬다면, 후반부 던전은 단순히 ‘장애물을 피해 상대를 죽여라’라는 외길만 주어진 셈이었다.
후반부 보스전은 상태가 조금 더 심각했다. 초∙중반부 부위파괴나 오브젝트 활용 등의 요소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것과는 반대로, 후반부 보스전은 탈진 이상의 기믹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마녀 사냥터 이후 한동안 계속되는 ‘마녀’ 시리즈였다. 보스전 대부분이 별다른 장치도, 특징도 없는데다가 보스 또한 다른 보스에 비해 작아 빈틈을 파고 들어 카운터나 탈진을 시도한다는 <애스커> 특유의 재미도 줄어들었다. 이런 던전이 몇 개씩 계속됐다.
물론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보스는 맵 곳곳에 섬광탄 비슷한 것을 설치해 유저를 방해하고 어떤 보스는 전장 일부를 부숴 유저를 독장판에 빠트렸다. 허나 문제는 이러한 장치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치에 굳이 대처하지 않아도 상대를 쓰러트리는데 별로 영향 없으니 사람들은 자연히 그동안 해왔던 대로 보스를 공략했다. 그리고 이러한 ‘평범한’ 보스전의 반복은 액션에 대한 지루함으로 이어졌다. 기본기는 탄탄했지만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추가된 피격 캔슬이나 강화된 부위파괴도 이러한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부위파괴 시스템은 적용 보스 자체는 늘었지만, 부위파괴로 봉쇄되거나 추가되는 패턴이 큰 의미가 없는 탓에 잊혀졌다. 특정 패턴 시 집중공격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피격 캔슬’ 시스템도 너무도 짧은 발동 시간 때문에 큰 의미를 보여주진 못했다. 적어도 프레임을 읽을 줄 모르는 대다수의 유저들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2차 CBT는 당초 <애스커>가 내세웠던 물리액션을 온전히 구현하지 못한 버전. 여기에 새로 추가된 액션 요소까지 별다른 은상을 남기지 못한 채 평범한 보스전만 반복되니 액션에 대한 흥미가 급속도로 식었다.
■ ‘X파일’은커녕 드라마도 없다! 끊어지는 흐름, 버려지는 소재
그렇다면 게임이 또다른 특징으로 내세운 '중세시대 X파일'이라는 콘셉트는 어땠을까? 일단 스토리의 초반 몰입도 만큼은 최근 공개된 게임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애스커>의 주인공은 마녀로 모함 받아 화형 당할 죄수다. 게임은 튜토리얼을 통해 이러한 유저의 신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화형장에는 이미 목숨을 잃은 마녀(혹은 마녀 용의자)가 가득하고, 가까스로 탈출한 주인공도 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블랙쉽’이라는 수상쩍은 단체에 가입하게 된다. 게임은 이후에도 계속 오컬트나 음모론에서나 나올법한 소재를 보여주며 ‘중세시대 X파일’이라는 분위기를 이어간다.
허나 이러한 몰입도가 오래가진 못했다. 공들인 튜토리얼과 달리, 실제 게임은 이야기 전달에 대해선 관심을 아예 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컷인 등 연출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다. 유저가 보지 못한 장면을 NPC가 같이 본 것처럼 이야기하고 중요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흘려 보냈다. 본편이 시작되자, 그리고 뒤로 갈수록 이야기 서술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종지기 오드’와 ‘마녀 제이’의 이야기다. 종지기 오드는 게임 초반,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비밀의 세계에 접어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마녀 제이는 후반부 주인공이 그간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인물이다. 두 인물 모두 이야기 상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행동이 게임에서 부각되거나 강조되는 일은 없었다.
종지기 오드는 첫 등장을 제외하면 아예 퀘스트 지문으로만 행적이 설명되고, 마녀 제이의 비장함은 단순히 던전 안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작은 말풍선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전부다. 상황이 이러니 아무리 주인공이 오드의 정체에 혼란스러워하고 제이가 맞이한 결과에 분노하더라도 유저는 이에 공감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장식물처럼 쓰고 잊혀지는 오컬트 소재도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을 더하는 요소다. 페스트가 휩쓴 자리에 등장한 정체 불명의 광석, 당시 기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변사체, 필라델피아 실험을 연상시키는 비정상적인 범선의 등장, 페이스 허거를 닮은 ‘천사의 욕망’ 등등. <애스커>에서는 고대부터 근대를 아우르는 오컬트 소재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문제는 이 중 대부분이 스토리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잠깐 퀘스트를 장식(?)하고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흑사병’이나 ‘하늘빛’ 등 이후 이야기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는 소재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재들은 한 번 얼굴(?)을 비친 후 별 조화도, 여운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이렇게 의미 없이 사라지는 소재들이 많아지다 보니 처음에는 흥미롭게 읽던 텍스트도 점점 눈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X파일’이라는 콘셉트를 꾸며주던 소재가 오히려 유저의 몰입을 방해한 셈이다.
■ 강해지고 싶으면 낚시하세요? 강요되는 ‘서브’ 콘텐츠
액션과 스토리가 가능성과 아쉬움을 함께 남겼다면, 개편된 성장 시스템은 2차 CBT 콘텐츠 중 유일하게 실망 만을 안겨줬다.
원인은 새로 추가된 장비 제작 시스템이다. 장비는 <애스커>의 성장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애스커>는 게임 특성 상 유저가 얻는 스킬의 수가 적고, 레벨이 오를수록 스킬 성장이나 변화의 속도도 극도로 둔화된다. 때문에 장비는 유저가 가장 쉽게, 그리고 빨리 체감할 수 있는 ‘강함’이다.
<애스커> 2차 CBT는 캐릭터의 일반-마법-희귀 3등급 장비 중 희귀 이상의 아이템을 무조건 제작해서 얻도록 기획되었다. 여기에 자기 직업용 마법 장비를 얻을 확률이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점에서 파는 일반 장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비를 제작해야만 하는 방식이다. 아마 던전에서 제료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해, 조금만 발품 팔면 누구나 좋은 장비를 얻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문제는 실제로 그 발품의 정도가 결코 적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일부 재료를 얻는 경로가 문제였다. <애스커>의 제작 시스템은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 외에도 낚시나 결투 등 서브 콘텐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소재를 함께 요구한다. 이런 소재는 대부분 하나같이 ‘극악’의 획득 확률을 자랑한다. 그리고 까다로운 재료 요구는 희귀한 장비를 얻기 위한 추가 요소가 아니라, 특정 부위 장비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일차적으로 ‘득템’의 재미가 사라졌다. 보스전에서 가장 기뻤던 것은 파란색 재료를 얻는 것이 아니라 녹색 자기 직업 장비를 얻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기쁜 것은 낚시에서 희귀한 재료 물고기 한 마리를 낚은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를 위해서 수십 분 물가에 서서 낚시찌만 바라봐야 했음은 물론이다. 액션 MORPG인데도 좋은 장비를 위해 액션이 아닌 것들이 강요되는 셈이었다.
그리고 이는 성장의 둔화로 이어졌다. 사라진 득템의 재미, 좋은 장비를 위해 반강제적으로 해야하는 ‘서브’ 콘텐츠, 그리고 필요한 재료의 낮은 드롭 확률까지.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 성장의 재미 자체를 떨어뜨렸다.
■ 드디어 링 위에 바로 선 <애스커>, 이제는 이길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
반년 만에 돌아온 애스커는 여러모로 1차 CBT의 피드백을 강하게 의식한 모습이었다. 첫 테스트에서 지적받은 액션과 던전 플레이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허공을 베는 듯한 타격감도 사라졌고 초반 던전 구성도 짜임새 있어졌다. 여기에 강화된 탈진이나 새로 추가된 카운터 시스템까지 더해졌다. 지난 CBT가 게임의 기초 체력조차 부실해 보였다면, 적어도 2차 CBT에서는 기초 체력 하나만은 단단히 보강한 모습이었다.
허나 앞으로 링 위에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까에 대한 답은 아직도 보이지 못했다. 각종 오브젝트와 액션 기믹을 활용한 던전 플레이도 중반 이후 스스로 손을 놓아 버렸고 이 과정에서 의미있는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중세시대 X파일’이라는 흥미로운 콘셉트도 이를 설득력있는 이야기, 혹은 자신만의 분위기로 승화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나에겐 <애스커>가 아직 ‘나쁘진 않지만 꼭 이것을 할 이유는 없는 MORPG’로만 느껴졌다. 링 위에서 서서 버틸 체력은 만들어 왔지만, 다른 경쟁자들과 싸워 이길 기술과 파워는 보여주지 못한 탓이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네오위즈 CRS가 지난 반년 간 게임을 몰라볼 정도로 다듬었다는 것이다. 반년 간 기본기 하나만은 충분히 다듬은만큼, 아직 다 구현 못한 <애스커>만의 액션과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갖춰진다면 평범한 MORPG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내세우는 작품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링 위에 바로 선 모습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작들을 때려 눕힐 수 있는 힘과 기술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