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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큰 재미를 준 대신 암도 안겨줬다, 문명 온라인 체험기

협동 플레이의 재미만은 최상급, 하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넘쳐났다

전승목(아퀼) 2015-07-22 10:03:05

대략 반년만에 파이널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로 돌아온 <문명 온라인>. 이제 오픈 베타 테스트(OBT)도 머지 않은 듯 하네요. 이번에 플레이해본 결과 여전히 협동하는 재미는 뛰어나서 흡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느낀 재미는 1, 2차 CBT 때부터 존재했던 것이고요. 이전 CBT에서 지적받은 문제점은 딱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조악한 지도, 아직도 불안정한 클라이언트, 아직 보장되지 않은 반복 플레이의 재미... 재미있게 즐기긴 했는데 막상 끝내고 보니 우려가 더 깊어지네요. /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


관련기사: (포토) 상륙작전과 스파이 활동으로 문화 승리! 문명 온라인 후기


 

■ 지도를 새로 그리고 국운을 뒤바꾼다,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협동 플레이  

 

먼저 <문명 온라인>이 어떤 게임인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문명 온라인>은 한 국가의 구성원이 되어 자기 문명의 승리에 기여해야 하는 MMORPG입니다. 이 때문에 PvP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평화 시기에는 건설을 하고, 공방전 시기에는 열심히 상대 문명 도시를 공략해야 하죠. 

 

세션제를 도입한 게임이기도 하고요. CBT에서는 며칠 남짓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승부를 겨루고 세션이 끝나면 캐릭터 레벨, 각 문명 영토와 기술수준을 초기화했습니다. 

 

한 판 동안 올렸던 레벨이 그 다음 판에 이어지지 않는 AOS 장르 게임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유사하다고 보면 돼요. 다만 그 한 판이 20~40분씩 걸리는 게 아니라 며칠씩 걸린다는 게 다르지만요.

 

 마음에 드시는 이쁜이 문명을 선택해 도시를 건설하고 전쟁에 참여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협동 플레이입니다. 다른 MMORPG는 파티원끼리 협력해서 거대 몬스터를 잡거나 공성전 승리를 거둘 수 있어도, 게임 속 세계를 완전히 뜯어고치기는 어렵죠. 하지만 <문명 온라인>은 다릅니다. 

 

사람들끼리 모여 망치질을 시작하면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거대한 도시가 뚝딱 지어집니다. 수십 명이 같이 출진해 상대방 도시를 자기 문명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흔적도 없이 파괴하기도 합니다. 유저들의 협력 플레이에 따라 시시각각 월드맵이 변화하고 각 문명 별 국경선이 새로 그려지는 셈이죠.

 

협력 플레이로 문명의 발전 수준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특정 시간대에 등장하는 NPC를 처치하거나 희귀 오브젝트를 발견하면 기술 수준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창칼을 들고 말 타고 다니는 시대를 뛰어넘어 소총으로 무장하고 탱크를 타고 다니는 시대가 펼쳐지죠. 

 

한 마디로 협동 플레이의 규모 하나만큼은 발군이라 할만한 게임입니다. "MMORPG라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실시간 전략 게임(RTS)의 유닛이 되어 한 나라의 전쟁사와 발전사를 체험하는 듯한 게임"이라며 소감을 밝히는 유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요. 

 

수십 명의 유저가 협력해 불가사의 건물 '대보은사'를 짓는 모습

 

 

■ 얼마나 재미있나? 협동 플레이의 재미'만' 따지면 최상급

 

그럼 이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냐고 묻는 분이 계실 텐데요. 재미있습니다. 사람들끼리 협동해서 엄청난 위업을 달성하는 재미만큼은 지금껏 나온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최상급이라 하고 싶네요. 사람들끼리 협력해서 국경선을 바꾸고 거대 도시를 짓는 역동적인 변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요.

 

특히 '대첩'이라 부를만한 상황에 참여하면 재미를 넘어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협동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파이널 CBT 4일차에 일어난 '마시리아 공방전'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죠. 

 

<문명 온라인>의 재미를 확실하게 보여준 사례, 17일 마시리아 공방전 종군 영상


 

 

'마시리아 공방전'은 이집트가 로마의 후방 도시를 공격하면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집트는 전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문화 승리'를 거두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 불가사의 7개부터 확보해야 하는데, 당시 이집트는 문화 불가사의를 4개만 가지고 있었죠. 

 

로마는 문화 불가사의를 3개 가지고 있었습니다. 1개 차이라서 얼마든지 따라잡힐 수 있었죠. 그래서 이집트 유저들은 로마의 문화 불가사의를 빼앗아 문화 승리 발판을 마련하자고 결정했죠.

 

 파이널 CBT의 대첩으로 꼽히는 사건. 마시리아 공방전.

 

- 전투병 팀: 열기구를 타고 바다를 건너 문화 불가사의 '루브르'가 있는 로마 후방 도시 마시리아를 공격. 문화 불가사의를 4개에서 5개로 늘리고 로마 문명을 혼란에 빠뜨리는 역할을 맡음

 

- 탐험가 팀: 비행선, 탱크를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을 얻기 위해 필드 탐색. 전투조가 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음  

 

- 건축가 팀: 로마 문명이 마시리아를 신경쓰는 틈을 타서 문화 불가사의를 동시다발적으로 건설. 문화 불가사의 7개를 건설하라는 문화 승리 조건을 완성하는 역할

 

자세한 사항은 마시리아 공방전 종군 영상을 참조해주세요. 과정은 다음과 같아요. 

 

(1) 마시리아 상륙군이 루브르 박물관을 빼앗아 로마군의 시선을 분산 

 

(2) 로마군 탱크가 쳐들어올 즈음 탐험가팀이 비행선 '채플린' 기술을 발견 

 

(3) 마시리아 상륙군이 채플린으로 응전하는 동안 건축가들이 불가사의 건설 준비를 끝냄 

 

(4) 건축가들이 10분만에 불가사의 건설해 루브르를 포기해도 문화승리를 할 기반을 만들어줌

 

(5) 덕분에 상륙군은 로마군에게 전멸당할 상황을 모면하고 무사귀환, 본진 수비에 가담할 수 있었음.  

 

 마시리아에서는 공중 유닛과 기갑 유닛이 격돌해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그야말로 전투 팀, 탐험 팀, 건축 팀의 환상적인 팀워크가 발휘된 셈이죠. 전투 담당은 로마가 본토의 이집트 건축가들을 견제하지 못하도록 막고, 탐험 팀은 비행선 기술을 발견해 전투 담당을 구해주고, 건축 팀은 불가사의를 모두 지어서 전투 담당이 사지에서 빠져나올 명분을 제공해줬으니 말입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문명 온라인>에 푹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광범위하고 역동적인 협력 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은 몇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마시리아 공방전을 '인생 게임'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건축가들이 완공한 불가사의. 덕분에 전투 담당인원은 마시리아에서 철수해 전멸 위기를 넘겼습니다. 

 

 

■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훈훈한 분위기가 일품  

 

<문명 온라인>의 재미를 하나 더 꼽자면 너무나도 훈훈한 분위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자기 문명이 잘 돼야 자신이 더 많은 돈, 더 많은 희귀 자원,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보니 같은 문명 유저끼리 똘똘 뭉쳐 협력하게 되거든요. 

 

거기다 세션이 끝나면 가지고 있는 돈과 장비가 없어지는 시스템 때문인지 사람들이 물욕을 보이지 않아요. '어차피 없어질 거 아까워하지 말고 딴 사람 도와 문명 승리를 이룩하자'고 생각하고 명품 무기를 단 돈 1골드에 팔거나, 공성병기를 여러 대 소환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초기화되니 돈 벌 필요 있나? 좋은 제작 장비를 싸게 팔아 우리 문명을 부강하게 만들자!"

 

인심이 야박한 게임을 하다가 <문명 온라인>을 접하면 감동을 받을 정도에요. 특히 파티원의 스펙과 클래스를 가려 파티원을 뽑고 미달한 사람은 강퇴하는 게임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면 더욱 더 감동할 겁니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는 스케일이 큰 협동 플레이 못지 않게 <문명 온라인>의 핵심 재미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아니, 핵심 재미 한 가지만 꼽으라 하면 이걸 꼽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훈훈한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협동 플레이가 이뤄지니 말입니다. 

 

 돈 없는 유저에게 기갑 유닛을 나눠주고 원정에 나서는 모습. 정이 살아있는 게임입니다.

 

 

■ 산업 시대를 더해 보다 치열한 전쟁을 구현 

 

파이널 CBT 버전은 산업시대를  추가해 1, 2차 CBT보다 더 치열한 전쟁을 경험하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나무로 된 '다빈치 탱크'와 열기구, 구형 화승총을 썼는데 산업시대부터는 본격적인 탱크와 돌격 소총을 쓰게 되는 변화가 생기거든요.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전선 돌파를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됐어요. 탱크야 자동 포탑에게 맞아봤자 흠집만 나는 정도라, 여러 대가 달려들면 포탑 따위 가볍게 분쇄하고 시청을 파괴해 도시를 점령할 수 있거든요. 이 시대가 오면 방어용 시설에 의존하는 전술이 무용지물이 되고, 사람들끼리 팀을 이뤄 기동전을 펼쳐 적을 찾고 막아서야 합니다. 그만큼 전쟁이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진행되니 더 재미가 있더군요. 

 

 공중 유닛, 기갑 유닛이 발달해 적 방어 시설 눈치를 안 보고 능동적으로 싸울 수 있었습니다.

 

 

■ 재미는 확실하지만 체감하기 어렵다, 초보자의 적응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게임 시스템

 

지금까지 게임 장점을 열심히 칭찬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기사에 부정적인 제목을 붙였는지 의문을 보일 분이 계실 듯 하네요. 이유는 간단해요.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 받을 요소가 많거든요.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암에 걸릴 것 같은' 단점들이 수두룩합니다.

 

일단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점부터 설명드리죠. 이건 <문명 온라인>이란 게임이 워낙 특이해서 그런 점도 있습니다만, 초보자들에게 게임을 하는 법을 너무 단편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커서요. 

 

일단 개발사는 가이드 퀘스트를  부여해서 초보자가 게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하는데요. 누구나 알 법한 팁만 잔뜩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스킷 병은 화승총을 들어야 하니 화승총을 들어보세요'라는 퀘스트가 대표적인 예죠. 

 

퀘스트든 도움말이든 뭘 참조해도 단편적인 정보만 얻습니다. 이걸 응용해서 뭘 할 수 있는지 감이 안 잡히니 게임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요.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만 줘서는 초보자가 게임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초보자가 원하는 건 결국 게임의 요소들을 조합하고 활용해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내는 것이거든요. 차라리 '머스킷 병은 총검술 콤보로 적을 잠시 무력화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 취약하더라'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하는 퀘스트를 줬다면 좀 더 나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시로 머스킷 병만 들었는데, 그외에도 단편적인 정보만 주고 그 정보로 유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까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각 유저들은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죠. 퀘스트도 그렇고 도움말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디테일이 부족하니 유저가 게임을 어렵게 여길 수밖에 없달까요.

 

물론 맨땅에 헤딩해서 배우면 세션 하나 끝날 때쯤 다 터득하긴 합니다. 그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흥미를 잃는 초보자가 많다는 것이 문제죠. 1차 CBT 때부터 지적받은 문제인데 아직 해결이 안 돼서 안타깝네요. 

 

 

■ 직업은 다양한데 밸런스가 안 맞아 선택폭이 좁다

 

<문명 온라인>은 시대 별로 다양한 직업이 존재합니다. 한 시대 별로 3개 이상의 전투 병과가 주어지고 채집, 무기와 방어구 제작, 건축 분야의 전문가 직업이 하나씩 주어지죠. 또한 시대마다 직업 특성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CBT 버전인데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수는 ​다른 MMORPG와는 비교하지도 못할 정도로 다양하죠. 덤으로 레벨 10까지만 올리면 만렙을 달성하고 다른 직업으로 자유롭게 전직 가능한데다 주직업과 부직업을 동시에 활용하기도 해서 직업 다양성은 높아 보입니다.

 

직업은 많은데 할만한 것만 추리면 얼마 남지 않습니다.

 

허나 그 다양한 직업 중 쓸만한, 많이 선택되는 직업은 극히 한정돼 있습니다. 일단 원거리 캐릭터의 일점사가 워낙 강해 근접전 직업을 활용하기 정말 까다롭고요. 생산직 중 건축은 돈과 경험치를 많이 벌 수 있어서 제작직이 너무 험난하기 그지없습니다. 

 

자기 문명을 위해 명품 무기를 싸게 팔 필요가 있어서 제작품을 팔아서 돈을 벌기 어렵고요. 더군다나 가장 좋다는 '거장' 등급 무기를 만들려면 상당히 많은 재료를 투입해 실패를 겪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돈 벌려면 전투가 유리하고 명성을 벌려면 건축이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산업시대부터는 제작직이 만드는 무기나 방어구의 성능보다 탈것(기갑유닛, 공중유닛)의 수가 승리에 더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션 후반에는 제작직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문제도 발견됐어요. 

 

 전투직은 전초기지의 야만족만 정리해도 시간 당 수십만은 법니다. 허나 제작직은 별로 돈이 안 돼서...

 

쉽게 말해 근접전 캐릭터, 제작 캐릭터 밸런스가 안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망치질 온라인', '원거리 캐릭터가 깡패인 게임'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유저가 적지 않았어요. 이 유저들은 '이득을 볼 수 있는 직업이 너무 뚜렷해서 이것저것 키우는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일리있는 말이라 생각해요.

 

아직 CBT니까 아직 직업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을 수 있고 이해하라 하면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1차 CBT부터 꾸준히 제기됐는데 아직 이렇다 할만한 변화가 생기지 않아서요. 이 때문에 선택할만한 직업 폭이 좁다는 문제가 오래오래 갈까 불안해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 최악에 가까운 길 찾기시스템

 

<문명 온라인>만큼 지도, 혹은 길 찾기 시스템이 필요한 게임도 없을 것입니다.  이곳저곳 많이 이동해야 하는데다, 유저들이 도시를 직접 건설하는지라 편의시설 위치가 도시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 헤매기 딱 좋거든요. 

 

하지만 월드맵과 미니맵 기능은 다른 온라인 게임과 비교해도 역대 최악이라 할만한 수준입니다. 일단 이동하기 편리한 평탄한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월드맵에서 전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산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월드맵만으로 분지 안에 있는 도시를 공격할 때 애를 먹었고요. 

 

이는 불편한 정도를 넘어서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됐습니다. 당장 건너편 도시에 탱크를 끌고 가야 하는데 산이 가로막고 있어 빙빙 도는 사태가 터지거나 그랬거든요. 직접 정찰해서 지형을 확인하는 데에 은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지라, 도움 안 되는 월드맵이 아주 원망스러웠습니다. 부실한 지도가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전쟁의 재미를 깎아내는 셈이죠.

 

월드맵 보고 평지인 줄 알고 가봤더니 웬 산이 있더라. 흔한 이야기입니다. 



지도에 산 위치는 보여주긴 한데 얼마나 큰지 어디로 넘어야 하는지는 감이 안 잡혀요. 산을 우회해서 갈 수 있는 길 같은 건 당연히 표시도 안 해줍니다. 
 

미니맵은 너무 작고요. 아무리 크기를 조절해도 중간 크기만한 도시의 전체 모습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어떠한 편의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 감시탑 등의 건물을 미니맵에 일일이 표시해주는지라, 유저가 방문하고 싶어하는 편의시설이 어디있는지 헷갈리게 만들어요. 

 

물론 차고, 병영, 기차역 등의 편의시설을 쉽게 찾는 필터 기능이 있긴 합니다. 필터로 필요한 건물을 찾으면 그 건물 아이콘을 크게 표시해주는 방식이죠. 허나 아이콘 색이 연해서 다른 건물 아이콘이나 배경색과 섞여 찾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황토색으로 표시되는 차고가 특히 그렇습니다. 

 

황토색 아이콘이 나타내는 차량 위치. 다른 건물 아이콘과 섞이면 영 안 보이더군요.

 

 

■ 계속 튕기는 클라이언트, 수많은 버그가 불안감을 안기다 

 

파이널 CBT를 시행했다는 것은 곧 OBT를 하겠다는 뜻인데, 그런 거 치고는 아직 불안정한 점이 많습니다. 권장 사양을 뛰어넘는 PC로 플레이해도 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게임이 다운되는 경우가 많아요. 

 

 

<문명 온라인> 권장사양. 하지만 8GB램을 설치해도 메모리 부족으로 다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그냥 다운되는 거라면 살짝 짜증내고 넘어갈 수 있지만... 만약 20만 골드가 넘어서는 기갑 유닛을 탔을 때 다운되면 머리 아파집니다. 이 유닛들은 60초 동안 주인이 타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자기 캐릭터가 재접속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와서 타고 가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여기다 아주아주 중요한 전투에 참여하는 도중에 게임이 다운되는 현상까지 겹치면…. 화가 나서 머리가 핑 돌아버릴 정도입니다. 이런 일을 당하면 마우스를 내팽개치고 딴 게임이나 하러 가야겠다는 충동이 들더군요. 

 

 탱크를 탈 때 가장 무서운 건? 튕김 현상이죠. 

 

최종 테스트라는데 게임 룰을 위협하는 버그가 보여서 많은 유저들이 우려를 보였습니다. 정상적으로 플레이한다면 도시 2개를 짓지 못하는 협소한 지역에 도시 2개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거든요. 

 

이게 왜 룰을 위협하냐면 문화 승리 비율을 쉽게 올릴 수 있어서입니다. 문화 승리 조건이 불가사의 7개 보유하는 것과 전체 도시 중 문화 도시 비율을 70% 이상 높이는 것이 있는데요. 이중 후자가 달성하기 쉽지 않아요. 승리 조건을 충족할 무렵은 거의 대부분의 영토를 개척해서 문화 도시를 추가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한 지역에 도시 2개를 짓는 버그를 사용하면? 영토를 확장하는 노력을 안 들이고도 문화 승리 조건을 달성할 수 있죠.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시행하는 테스트가 CBT라고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우려를 살 만한 요소는 CBT 때부터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듭니다. 

 

아무리 CBT라도 한 지역에 도시 2개 짓는 건 바로 고치는 게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서 빨리 지적을 못한 점은 저도 후회가 되네요.   

 

버그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괴한 상황도 보였습니다. 이 게임은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월드맵 서쪽 끝에 있는 바다로 계속 가면 월드맵 동쪽 끝 바다로 튀어나오더군요. 문제는 이때 로딩랙이 걸려 탈것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이 일어나면 캐릭터는 원해에 빠지는데, 원해 항해가 가능한 배는 보통 항구에서만 소환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탈것을 소환하지 못해 100% 익사하게 됩니다. 의도로 이랬다면 경고 메시지는 넣어주는 게 맞고, 버그라면 고쳐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외에도 목격한 버그, 버그인지 의도인지 몰라도 기괴한 장면은 몇 되지만... 다 적기에는 여백이 부족해 이만 끊겠습니다.   

 

버그인지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괴한 현상 모음

 

  

■ 누군가 심술을 부리면 망가지기 쉬운 게임 시스템

 

소위 말하는 '트롤링', 남을 화나게 하는 행위를 고의적으로 하는 걸 하고 도리어 즐기는 행위가 전체 문명 유저들에게 불쾌감을 주기 쉽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예를 들자면 문화 도시 비율이 69%에 도달해 곧 승리 조건을 채울 수 있을 듯 한데, 누군가 군사 도시를 짓고 도망가버리는 사례가 대표적이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세션이 끝나기까지 몇날 몇밤이고 고생한 유저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버립니다.

 

그밖에 가는 길이 복잡한 도시를 공격하러 갈 때, 누군가가 길잡이를 하겠다고 자기 차에 태우고는 주변을 뺑뺑 돌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소한 트롤링도 종종 보였고요. 이런 건 명확하고 편리한 길 찾기 시스템을 도입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시스템에 맹점이 있어서 생긴 문제죠. 

 

그나마 금방 종료되는 CBT라서 트롤링에 영원히 고통받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이대로 간다면 OBT 때 악마나 생각할 법한 트롤링 사례가 쉴새없이 터져 정이 떨어질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들더군요. 

 

이런 상황에 누가 심술을 부려 군사 도시를 지으면, 그 문명 사람들 전체가 멘탈 붕괴를 겪겠죠.

 

 

■ <문명 온라인>의 근간을 뒤흔들지도 모를 부캐릭터 난입 문제

 

자 그럼 마지막으로, 제가 20일 작성한 <문명 온라인> 기행기 때문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문제를 평가하고자 합니다. 기행기 때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쓰고 이집트 문명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해서 가치 판단을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제대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18일 1차 공방전 이집트 유저가 문화 승리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 문명 캐릭터를 만든 뒤 군사 도시만 골라 파괴한 일이 생겼습니다. 저 또한 거기에 참여했고요. 

 

제약은 있긴 했는데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계정에 부캐릭터를 만들어 주캐릭터의 문명이 아닌 다른 문명에 잠입하려 하면 본캐릭터를 사용 못하도록 패널티를 주는데, 그거야 새 계정을 만들어 캐릭터를 만들면 제약을 안 받거든요.

 

부캐릭터로 다른 문명에 들어가면 본캐릭터를 사용  못하게 하는 패널티가 있지만... 부계정으로 캐릭터를 만들면 패널티를 안 받죠.

 

여하튼 이집트 유저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유를 캐거나 전초기지에서 야만족을 소환해 돈을 버는 등의 방법과 기갑 유닛과 그걸 살 돈을 중국 유저분에게 지원받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저 또한 그게 가능한가 싶어서 한 중국 유저분을 찾아갔는데 흔쾌히 기갑 유닛을 보급해주시더군요. 

 

명백하게 중국 유저분들께 죄송한 짓을 한 거죠. <문명 온라인> 새로운 문제점을 OBT 이전에 발견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 하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호기심이 들어 중국에 잠입한 유저들 사이에 끼여들어갔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거든요. 

 

어쨌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중국 유저분들을 만난 결과,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행위가 장기적으로 <문명 온라인>의 재미를 해칠 가능성이 높겠다는 우려가 든 탓이었죠. 

 


무슨 일이 일어나나 살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중국으로 갔다가, 호의를 베푸는 중국 유저분들을 만나고 '아차' 싶었습니다. 제 행동이 게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겠다고 깨달아서요.

 

앞서 게임을 칭찬하는 대목에서 말했듯이, <문명 온라인>은 어지간한 온라인 게임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같은 문명 사람이라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문명 부흥을 원할 테고, 남이 잘 되면 나 또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주변 사람을 열심히 돕는 분위기가 펴져 있으니까요. 

 

이 재미는 <문명 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이라 봅니다. 이런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고, 나아가 각박한 세상과는 영 딴판인 분위기에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보니까요. 

 

하지만 자기 문명 사람이 어쩌면 타문명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저 사람이 탈것을 달라고 요청하는데 다른 뜻이 있다면? 저 사람이 제작해서 물건 나눠줄 테니 재료를 달라고 요청하는데 재료만 받고 잠적을 해버린다면? 

 

좀 더 극단적인 가정을 한다면 이런 일도 가능하겠죠. 타문명 사람이 자기 문명 안에 들어와 아군 위치 정보를 타문명에게 넘겨주거나, 문화 승리를 하기 직전에 군사 도시를 지어 훼방을 놓는 등등 말입니다. 

 

타 문명 부캐릭터 때문에 자기 문명 사람을 신뢰 못하게 된다면 협동 플레이를 마음껏 즐기기 어려워질 겁니다. <문명 온라인>의 최대 장점이 무너져 버리죠.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을 신뢰하고 도와주기 어려워집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초보자가 문명 채팅창에 인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들기 전에 '저 사람 혹시 타문명 사람 부캐릭터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되고, 필요 물자를 다른 사람에게 선뜻 나눠주기 어렵게 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죠. 

 

이렇게 되면 기존 유저는 남을 의심하느라 협동 플레이를 마음껏 하지 못하게 되고, 초보 유저는 도움을 받기 어려워 힘겨운 처지에 빠질 겁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면 게임에 정나미가 떨어져 이탈하는 유저들이 나오겠죠. 

 

타문명 유저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초보자에게 장비를 나눠줄 수 있을까요?

 

이게 <문명> 시리즈처럼 스파이 기능을 정식으로 지원하고 그걸 잡는 경찰 역할을 만들었다면 우려를 안 했을 겁니다. 스파이 역할을 하는 사람을 견제할 수단이 확실히 존재하니까요. 또한 <문명 5> 팬으로서 충실한 원작 재현이라며 지지했을지도요. 

 

하지만 부캐릭터를 만들어 다른 문명에 진입하는 행위는 좀 다릅니다. 유효한 견제 수단이 없어요. 심증이 가는 사람을 첩자라고 몰아붙이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못 받게 따돌리거나, 자신 또한 다른 문명에 캐릭터를 만들어 자기 문명 안에 있는 사람들을 견제해야 하는데.... 

 

사실상 견제 수단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겁니다.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가능성도 크고요. 후방에 숨어들어간 첩자를 잡겠다고 다른 문명에 캐릭터를 만들어두면, 첩자가 있는 곳까지 가기도 전에 자기 문명 사람들에게 저지당할 공산이 높죠. 

 

타문명 부캐릭터가 지가 문명 안에서 작전을 걸 경우, 이를 저지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문제가 OBT 때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개발사가 확실히 입장을 발표하고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빨리 조치를 취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발견하면서 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중국 유저분들께 사과드리고 싶고요. 또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도록 호의를 베풀어주신 중국 유저분, 제게 기갑 유닛을 선뜻 내주신 분께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생길지도 모를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지적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 결론: 재미는 확실하게 보여줬지만 불안한 마음을 안겨준 파이널 CBT

  

그럼 정리해보겠습니다. <문명 온라인>은 어지간한 게임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스케일이 큰 협동 플레이를 실현했고, 협동 플레이의 이득을 보장해 같은 문명 사람들끼리 협동할 동기를 확실하게 제공해줬습니다. 

 

여기에 세션제 특유의 초기화 시스템을 도입해 사람들이 물욕에 집착할 계기를 없애버렸습니다. 덕분에 유저들끼리 물심양면으로 주변 유저를 돕는 아주 훈훈한 분위기가 퍼져 유쾌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라 하면, 마시리아 공방전까지는 이제까지 해본 플레이 경험 중 가장 재미있었어요.  아마 마시리아 공방전만큼은 잊지 못할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런 재미있는 상황이 CBT 때 하루에 한 두번씩 꼭 일어난 덕분에 <문명 온라인> OBT에 기대를 걸게 됐습니다. 

 

 마시리아 공방전은 인생 게임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 하기에는 불안 요소가 많아요. 초보자가 재미를 느끼기에는 여전히 게임이 난해하고, 길찾기를 비롯해 유저에게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보장하는 기반이 너무 부실합니다. 또한 이번 CBT로 같은 문명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흔들만한 문제를 발견한 만큼, 우려가 더 깊어진 것이 사실이고요. 

 

무엇보다 우려는 갈수록 더 많아지는데 아직 이 게임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심히 신경쓰이고요. 바로 '한 세션만 즐기지 않고 오래오래 반복해서 플레이할 수 있냐'는 문제입니다.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어요. 유저들끼리 총력을 동원해 온갖 전략을 내놓는 게임이라 다양한 경험을 하는 재미로 할만하지만, 아직은 정성들여 육성해서 효과를 볼만한 직업이 원거리과 건설직으로 한정돼 보여서요. 이것저것 골라 전직하는 재미가 없으면 <문명 온라인>에 질리는 시기가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승리와 패배의 기로 사이에서 겪는 희망 고문을 몇 번이고 반복 경험하면 심신이 피로질 거 같네요.

 

그리고 시간은 둘째치고 엄청나게 집중해서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인데다, 자기 문명이 위기에 빠지면 20~30분의 노력도 아니고 사흘밤낮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부담감이 너무 심하고요.

 

누군가가 "너 OBT 때 리뷰 맡을 거냐"고 일감을 주면 기쁜 마음으로 하겠는데, 그냥 유저로서 플레이하기에는 글쎄요. 이번 파이널 CBT 때 심신이 '하얗게 불타도록' 플레이하다보니 지쳤는지라... 좀 망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OBT에는 <문명 온라인>의 강점을 지켜주면서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요소를 다 해결해줬으면 좋겠어요. 최적화 문제, 어뷰징, 버그, 그리고 OBT 때는 정말로 여러 번 세션을 반복 플레이해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OBT에는 반복 플레이의 재미와 안정적인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