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신작 AOS <하이퍼유니버스>가 지난 13일, 5일 간의 알파테스트를 끝마쳤습니다. <하이퍼유니버스>는 횡스크롤 AOS라는 국내에는 생소한 장르의 게임입니다. 이번 알파테스트에서는 하나의 전장과 24명의 영웅만 공개하며 횡스크롤 AOS 전투라는 게임의 기초만 테스트했죠.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난 5일 간의 감상을 간단히 표현하면 '알파테스트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였습니다. 적어도 게임이 검증하고자 한 전투의 재미는 확실하게 보여줬죠. 처음에는 횡스크롤답지 않은(?) 갑갑한 조작감이 어색했지만, 이내 그 제한된 조작과 시야가 만드는 전투에 빠져들었습니다. 5일간 체험한 <하이퍼유니버스>를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하이퍼유니버스> 홍보 영상
■ <리그 오브 레전드> + <사이퍼즈> + 횡스크롤?
<하이퍼유니버스>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상하∙좌우 2축의 횡스크롤 시점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유저는 복층으로 구성된 횡스크롤 전장에서 펼쳐지는 4:4 팀 대전에 참가해야 하죠.
이번 알파테스트에서는 7층으로 이뤄진 ‘드래곤의 둥지’ 전장 하나만 공개되었습니다. 가운데 층인 1층에는 미니언이 오가고 포탑과 본진이 배치된 ‘라인’ 개념이고, 이외의 층은 유용한 소비 아이템을 떨구는 중립 몬스터가 서식하는 일종의 ‘정글’ 개념이죠.
일반적으로 초반에는 라인과 정글로 흩어지고, 정글이 한차례 정리된 뒤부터는 라인을 중심으로 ‘한타’가 일어나는 식의 양상을 보여줬습니다. 쉽게 말해 <LOL>을 간략화 해 횡스크롤로 보여준 셈이죠.
캐릭터의 성장은 <LOL>보단 사이퍼즈에 가깝습니다. 캐릭터가 성장하면 스킬은 알아서 성장합니다. 유저가 선택하는 것은 장비 업그레이드 순서뿐이죠. 유저는 게임 전 미리 사용할 장비를 세팅하고, 경기 중 얻은 골드로 세팅한 장비만 강화하면 됩니다. 강화는 전장 어디서든지 가능하고요. 덕분에 본진을 오갈 필요 없이 빠른 진행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장비는 최고 단계 업그레이드 시 특수 효과가 발생합니다. 캐릭터 전용 장비는 해당 캐릭터의 스킬을 강화하기도 하고, 일반 장비라도 ‘상대 기본 공격 피해 20% 감소’ 등 무시못할 효과를 가지고 있죠. 때문에 정해진 장비 세팅으로 게임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중반부의 양상은 제법 다양한 편입니다. 더군다나 게임 중 상대의 장비 세팅과 업그레이드 상황을 볼 수 있기에 전략적인 선택도 필요하고요.
■ 극단적인 시야가 만드는 난전
<하이퍼유니버스>의 특징인 '횡스크롤' 시점은 액션보다는 전략을 위해 선택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게임의 액션은 여타 횡스크롤 액션에 비하면 갑갑한 편입니다. 기본 회피기라고 할 수 있는 대쉬는 5초의 쿨타임을 가지고 캐릭터들의 기본 이동속도도 빠르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이나 스킬 등에 의해 캐릭터 움직임이 변하는 AOS의 특성 때문이죠.
오히려 강조된 것은 (복층 구조라는) 제한된 전장과 시야가 주는 수싸움과 난전이었습니다. <하이퍼유니버스> 전장의 가장 큰 특징은 극도로 제한된 시야입니다. 복층으로 구성된 전장은 자신이 위치한 층 외에는 아무것도 유저에게 보여주지 않죠.
어찌 보면 <LOL>의 수풀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이퍼유니버스>는 시야 확보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호막이나 회복포션 등 다른 유용한 장신구를 포기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해당 층에 올라(혹은 내려)가야만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정보의 제한성은 더욱 큰 편이죠.
그리고 이것은 다른 AOS보다 더 적극적인 난입과 난전을 이끕니다. 정글을 도는 유저들은 미니언이나 라이너 덕에 라인 상황을 파악하기 쉬운 반면, 라인에서는 양 팀의 정글러가 가까이 있지 않는 이상 정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하이퍼유니버스>는 라인이 하나 뿐이어서 이곳만 장악하면 높은 확률로 승리할 수 있는 게임. 또한 라인과 인접한 2층과 지하 1층은 라인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무려 16개나 되죠. 자연히 승리를 위해(혹은 KDA를 위해) 정글러의 난입이 수시로 일어나고, 이를 막기 위한 수싸움도 치열해집니다.
때문에 정글 몬스터가 한차례 정리되는 순간부터(때로는 지하1층과 2층 정글 몬스터만 정리돼도) 끊임없이 난전이 벌어집니다. 정글러가 수시로 2층에서 내리 꽂히고 지하에서 머리를 내밀며 아군 라이너와 타워를 노립니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아군 정글러 또한 난입하는 난전과 한타가 벌어지죠. 더군다나 <하이퍼유니버스>는 비전투 시 체력 회복속도도 빨라 전투와 전투 사이의 간격도 짧습니다. 전투가 끊임없이 일어나기 딱 좋은 구조죠.
덕분에 다소 갑갑한 캐릭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게임의 속도감이 급속도로 올라갔습니다. 수시로 일어나는 난전이 전황을 역동적으로 바꾼 덕이죠. 이렇게 정신 없는 라인전이 끝나면 캐릭터와 아이템의 성장으로 갑갑한 조작감도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혹은 익숙해지거나) 게임의 구성으로 전술성도 높이고 장르의 약점도 잘 보완한 셈이죠.
■ 컨트롤보다는 진형과 합! 제한된 기동이 만드는 팀워크
라인전이 재미있었던 것은 난전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전황 변화뿐만 아니라, ‘한타’의 짜릿함이 다른 게임보다 컸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이퍼유니버스>는 상하∙좌우 2개 축만 존재하는 횡스크롤 게임입니다. 상하 이동은 사다리나 점프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좌우 2방향 이동만 가능한 셈이죠. 움직임 자체는 동서남북(?)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다른 AOS보다 더 제한적입니다.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것은 곧 범위 스킬의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하이퍼유니버스>는 거의 모든 공격이 범위형입니다. 원거리 캐릭터든 근거리 캐릭터든 간에 사정거리 안에 있는 적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공격범위가 화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역기나 군중제어기도 흔합니다. 양 팀이 제대로 맞붙기 시작하면 누구든 순식간에 녹는 구조죠.
때문에 한타가 벌어졌을 때 스킬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정말 큽니다. 아예 궁극기로 범위형 군중제어기를 가지고 있는 ‘손오공’ 같은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스킬이 광역기인 ‘아이샤’나 ‘이그니시아’, 심지어 일반공격 위주의 원거리 캐릭터인 ‘셀린느’나 ‘미셀’ 도 자리를 어떻게 잡았느냐에 따라 한타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핵무기(?)를 쥐어준 덕에,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렇게 내가(?) 한타를 좌우한다는 느낌에서 재미를 느꼈죠.
그렇다고 <하이퍼유니버스>가 단순히 강력한 스킬을 꽃아 넣으면 끝나는 게임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양 팀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자연히 아군과의 시너지를 고려하며 진입시간을 재고, 일부 캐릭터가 떨어져 상대 주력 캐릭터를 노리는 등의 전략전술이 더 중요해지죠. 움직임이 제한적인 횡스크롤이기 때문에, 다른 게임보다 더 상대의 스킬을 무의미하게 소모시키거나 끊어버리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스트 이틀째부터는 상대의 주요 캐릭터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키거나 처치할 수 있는 암살자형 캐릭터가 주목 받았습니다. 테스트 중에는 이 덕에 3:4 상황의 한타를 이긴 적도 있었죠. 상대는 탱커와 서포터, 딜러가 모두 갖춰진 구성이었지만, 너무 모여 진입한 탓에 아군 암살자가 상대의 서포터와 딜러를 한꺼번에 처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다소 극단적인 스킬 구성이 팀워크를 더욱 강조한 셈입니다.
■ 빠르고 긴박한 라인전, 그리고 느슨하고 지루한 마무리?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러한 긴박하고 잦은 전투의 재미가 게임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포탑과 사다리를 사이에 두고 온갖 상황이 벌어졌던 라인전과 달리, 본진을 사이에 둔 종반부 전투는 전투 양상도 단조로웠고 템포도 갑자기 느슨해졌습니다.
다른 AOS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하이퍼유니버스>에스는 이것이 특히 심했습니다. 이것은 라인전의 빠른 템포와 비교돼 한참 달아 오르던 재미를 식혔고요. ‘층’을 통해 다양한 그림이 그려졌던 라인전과 달리, 본진은 부활(겸 회복) 거점과 포탑 밖에 없어 전황 자체가 단조롭게 그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포탑이 있는 1층에서만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에 본진 싸움은 무조건 한타 밖에 일어나지 않죠.
여기서 양 팀 모두 요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방어팀은 한타에서 져 본진 싸움까지 밀리기 떄문에 포탑 사정거리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려 합니다. 공격팀은 만약 본진 한타에서 질 경우 긴 부활시간 때문에 역전이 일어날 수 있어 상대 본진으로 잘 들어가지 않으려 하죠.
방어팀은 상대의 화력이 무서워 포탑 사정거리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고, 공격팀은 상대에게 역전을 내주기 싫어 미니언만 기다리며 역시 포탑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라인전 시기만 하더라도 상하좌우를 종횡무진하며 수시로 전투가 일어났는데, 정작 승패가 확실해지는 시점이 되자 지루한 대치전만 계속 일어나는 셈이죠.
물론 게임도 이를 막기 위해 공략하긴 어렵지만 공략만 한다면 무적 포션이나 공성전차 등 위협적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몬스터를 전장에 배치했습니다. 허나 문제는 해당 몬스터를 잡을 때의 위험이 너무 커, 어떤 팀도 어지간히 캐릭터가 크지 않은 이상 이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해당 몬스터들은 체력과 공격력이 높아 게임 최후반부(드래곤의 경우, 보통 플레이 타임 15분 이상)가 아닌 이상 깜짝 사냥이 불가능합니다. 공격팀 입장에서는 그 전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며 해당 몬스터를 잡느니 상대 본진 앞에 진을 치는 것이 이득입니다. 방어팀 입장에서는 공격팀이 코 앞에서 움직이지 않으니 이를 막기 바쁘고요.
굳히기, 혹은 역전의 변수로 만든 몬스터가 너무 강해(혹은 그 강함에 비해 보상이 너무 짜) 일어난 일입니다.
■ 알파테스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
마지막에 아쉬운 소리를 하긴 했지만, <하이퍼유니버스>는 알파테스트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의 게임입니다. 게임의 빠른 템포와 <사이퍼즈>식 캐릭터 성장은 초보자나 AOS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춰줬죠.
그렇다고 이를 위해 AOS 특유의 전략성을 버린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횡스크롤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시야를 이용해 유저들에게 끊임없이 상대의 수를 읽고 깨부술 것을 권합니다. 여기에 극단적인 밸런스의 스킬로 손맛과 빠른 전투라는 2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죠. 만약 이러한 전투가 경기 끝까지 지속되었다면 100점 만점도 아깝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던 본진 전투의 문제는 물론, 일부 캐릭터의 밸런스나 불명확한 정보 전달 등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허나 아직 알파테스트 단계 게임임에도 보여준 탄탄한 기본기는 이런 자잘한 아쉬움을 가려주더군요. 다음 테스트 때는 티 하나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