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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왜 떴을까?] 때깔부터 손맛까지, 신선함 빼고 다 갖춘 게임. 드래곤라자 모바일

안정빈(한낮) 2016-02-19 18:28:35

'이래저래 시끄럽다' 

 

요즘 <드래곤라자 모바일>에 대한 평가다. 여기에는 좋은 뜻과 나쁜 뜻이 다 들어있다. 지난주 출시된 <드래곤라자 모바일>은 원작을 이름만으로도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평범했던 시스템과 오픈 초반의 연이은 점검 등으로 불만을 사고 있다. 화제도, 불만도 많은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성적이 재미있다. 19일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드래곤라자 모바일>의 매출순위는 13위. TV광고 같은 대규모 마케팅을 시작하지 않았고, 매출순위 20위권 안이 단순한 광고로만 순위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운 '철옹성'이라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매우 순조로운 출발이다.

 

불평과 불만도 많은 편인데 성적은 좋다. 이유가 뭘까? 디스이즈게임에서 논란의 게임, <드래곤라자 모바일>이 뜨고 있는 이유를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게임인 만큼 체험기 역시 <드래곤라자>를 읽은 독자들을 위주로 작성됐습니다. 원작의 인물이나 지명이 체험기에 별도의 설명 없이 등장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 <드래곤라자 모바일> 성분함유량

 

도탑전기 방식의 뻔한 시스템 (중국산) 30%

원작 드래곤라자의 스토리 (국산) 25%

예상치 못했던 손맛 (국산) 22%

기대보다 나은 때깔 (국산) 20%

위화감과 만족감을 아슬아슬 오가는 일러스트 (국산) 3%

 

요약평: ​이제는 우리 입맛에도 낯익은 중국산 시스템이 다수 검출되나 액션(특히 PVP)과 때깔이 기대이상으로 넉넉하게 포함됐다. 포장지에 크게 적혀 있던 드래곤라자의 원작요소는 정작 게임을 벗겨보면 눈에 띄지 않아 속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 곳곳에 은근히 배어있어 딱히 태클을 걸기는 어려운 묘한 느낌을 준다.

 


내 상상 속 후치와도 조금은 다른 듯 하지만 주인공 보정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일단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 기본정보. 드래곤라자만의 '특별함'은 잊어라

 

불만부터 짚고 넘어가자. <드래곤라자 모바일>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도탑전기>에서 발전한 중국 모바일 RPG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 던전을 클리어해서 정예 던전 입장조건을 맞추고, 정예 던전에서 동료의 조각(!)을 모은다. 다시 던전에서 모은 아이템으로 동료를 강화한다. 이하 반복.

 

중간중간 투기장, 아비스 동굴, 광산, 대미궁 등의 콘텐츠가 있지만 결국은 동료를 모으고 강화하는 과정을 좀 더 빠르게 돕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모든 성장은 캐릭터에 맞춰져 있고, 스토리는 정예 던전에 한해서만 진행된다.

 


이 화면만 봐도 '아, 이런 게임이구나'하는 소리가 나올 유저가 많을 거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이런 게임'에 썩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거다.

 

솔직히 말해서 <드래곤라자 모바일>은 드래곤라자의 '열렬한 팬층'을 겨냥한 게임이 아니다. 길시언 이름석자만 봐도 황야를 질주하는 황소부터 수다쟁이 마법검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유저들에게 적합한 팬게임이 아니란 뜻이다. 아래 <드래곤라자> 마니아를 자청하는 모 기자의 멘트를 보자.

 

다X롱 (게임 전문기자 겸 드래곤라자 마니아. 31세)

아니, 일단 이 장면에서는 필드부터가 밤이 나와야 하는데 낮이잖아요. 그리고 아프나이델이 사실 소설에서 사용하는 화염마법은 제대로 된 게 거의 없어요. 차라리 뼈다귀라도 던지는 편이 현실적이죠. 그리고 또 길시언의 황소는 어떻고요. 이루릴이 운석마법을 쓰는 거나, 가죽바지를 입지 않은 건 물론이고...(이하 생략)

 

...이 되겠다. 뒤에서도 다시 설명하겠지만 원작의 구현보다는 게임의 재미에 더 많은 초점을 맞췄고, 딱히 <드래곤라자>가 아니어도 크게 상관없었을 게임 방식을 채택했다. <드래곤라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특별한 게임, 지금까지의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게임을 바란 유저라면 실망하기 쉬운 방식이다. 지금까지 쏟아지는 악평의 대부분도 이런 실망감에서 나온 것이고.

 

그런데 이 게임 예상보다 성적이 좋다. 어째서일까?

 

골수팬의 입장에서야 실망할 것들 투성이지만...

 

■ [왜 떴을까?] 100% 살리지 못해도 차고 넘치는 세계관과 스토리

 

게임방식이 특별한 건 아니지만 <드래곤라자 모바일>은 대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원작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게임에는 원작의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스토리는 원작의 대사를 아예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각 인물마다 큼직한 이미지들을 추가해서 스토리에 쉽게 몰입하도록 유도했다.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콘텐츠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샌슨과 후치 일행이 초반에 도착한 도시인 레너스에서 트롤을 처치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트롤이 보스로 등장하고, 이후 레너스 영주에게 투기장 소유권을 뺏는 장면에서는 실제 게임에서도 투기장이 개방된다.

 

바이서스임펠에서 샌슨과 길시언이 대련하는 장면에서는 길시언을 보스로 하는 던전이 열리고, 등장하는 맵이나 적도 해당 스토리에 어울리게 배치된다. 예를 들어 세이크리드랜드 스토리가 나오는 곳에서는 모든 지형이 어두컴컴한 폐허이며, 적은 늑대 위주로 배치된다. 실제로 해당 스토리에서 가장 먼저 저주를 받아 되살아나는 몬스터는 늑대들이다.

 

게임 내에 <드래곤라자>를 최대한 녹여내기 위해 정말 애를 쓴 느낌.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팬 입장에서야 '고작 그거냐'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리고 원래는 세이크리드랜드에서 안 보여야 할 그림자가 보이는 등 허점도 많지만) 원작을 1~2번 읽어본 수준, 혹은 이름만 아는 정도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원작의 스토리와 대사가 워낙 주옥 같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도 몰입감이 만만치 않고,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원작의 스토리를 다시 한 번 읽는 느낌으로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아이템 파밍을 위해 세분화된 일반던전에서는 아예 스토리를 빼버리고, 모든 스토리를 정예던전에만 집어 넣었기 때문에 이야기도 차근차근 레벨에 맞춰 진행된다.

 

다른 건 둘째치고 그냥 모바일게임 스토리가 <드래곤라자>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게임진행도 거기에 최대한 맞췄다고. 어지간한 모바일 RPG와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이다.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대사를 읽게 된다. 모바일 RPG에서 대사를 읽는다고!

  

■ 왜 떴을까? 전혀, 정말, 진짜로 생각도 못한 PVP의 재미

 

그래픽과 액션의 완성도도 '기대이상'으로 높다. 솔직히 정말로 예상도 못했던 부분인데, 누군가 기자에게 <드래곤라자 모바일>의 장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건 '원작'이 아닌 PVP일 정도다. 

 

<드래곤라자 모바일>의 PVP는 실시간 동기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PVP는 던전과 마찬가지로 3인의 파티를 꾸릴 수 있으며, 원하는 타이밍에 교대가 가능하다. 대신 3명 중 한 명만 죽여도 승리가 인정된다.

 

<드래곤라자 모바일>의 스킬 중에는 적을 띄우거나 눕히고, 이동을 멈추는 등의 각종 행동방해 스킬들이 많다. 여기에 방패로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막으면 순간적으로 적을 기절시킬 수 있고, 스킬과 스킬을 이을 수도 있어서, PVP에서는 어지간한 격투게임 뺨치는 공방전이 이어진다.

 


카운터를 치면 치명타도 증가한다. 각종 버프와 타이밍을 재는 요소들이 산적해있다.

 

원거리 견제를 통해 체력을 줄여두고, 교대 후 버프를 받고 들어온 파티원으로 스킬을 몰아쳐서 순식간에 상대를 처치하거나, 반대로 상대가 교대하기를 노려서 시전시간이 큰 스킬을 맞추는 등 각양각색의 응용도 가능하다. 당연히 이에 따른 공략도 많다.

 

캐릭터마다 일반공격과 스킬의 판정이 다르고, 공격에 따른 상성이나 연속기가 들어가는 조건, 심지어 스킬 상성에 따른 카운터 캐릭터까지 설정돼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인터넷 환경이 나쁘지도 않은 상황에서 레벨이 7이나 낮은 상대에게 오직 컨트롤로 패한 경험도 있을 정도. 모바일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PVP 조작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투기장은 물론이고 인공지능으로 구성된 적팀을 연달아 처치하는 아비스 동굴처럼 자신의 컨트롤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뒀다. 던전에서도 각종 연속기를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보스전 정도는 알아서 수동전투를 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인터넷이나 서버환경이 불안정할 때 정도를 제외하면 전투에서만큼은 정말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누차 말하지만 정말 예상 못했던 재미다. 어지간한 모바일 액션RPG보다 뛰어나다. 보는 맛이나 손맛이나

 

■ 왜 떴을까? 의외로 게임과 궁합이 잘 맞는 원작 캐릭터의 매력

 

캐릭터가 가진 매력도 잘 살렸다. 일단 원작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넘치는데다가, 모든 스토리를 일러스트와 함께 대사로만 풀어주다 보니 자연히 캐릭터의 행동에 시선이 집중된다. 플레이에서도 (일부 스킬을 빼면) 캐릭터마다 특징에 맞춘 스킬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다.

 

예를 들어 샌슨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에 집중한 스킬구성을 선보인다. 테페리의 사제인 사만다는 랜덤한 동료의 스킬 하나를 불러오는 스킬을 갖고 있고, 마법검을 사용하는 길시언은 특이하게도 물리방어에 공격은 마법속성을 띈 지능캐릭터다.

 

통통 튀는 캐릭터의 개성은 자신이 집중적으로 육성할 캐릭터를 선택하고, 던전을 돌며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하는 게임의 구조와도 잘 맞물린다. 생각해보라. 같은 마법 캐릭터라도 이루릴을 얻기 위해 던전을 반복하는 것과, 이름 모를 엘프A를 위해 던전을 반복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반응이 좋을 지를.

 


(어차피 후반가면 잘 쓰지도 않을) 용병A를 주는 것과 샌슨을 주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다.
 

 

■ 결론 

 

비판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 단순히 시스템만 놓고 본다면 사실 <드래곤라자 모바일>만의 큰 매력은 없다.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너무 흔한 <도탑전기>의 발전판이고, 잘 만든 액션과 그래픽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그런 수준은 아니다. 원작이 원작인 만큼 고유한 무언가를 기대했던 유저라면 가장 크게 실망했을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누군가 필자에게 지금 시장에서 <드래곤라자>를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드래곤라자 모바일> 이상 가는 해답을 줄 자신은 없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새로운 방식의 모바일게임을 만들어야 할 테니까.

 

그리고 (도전의식이 없다는 비판을 제외한다면) <드래곤라자 모바일>은 장르가 가진 한계 내에서 원작의 요소를 최대한 녹여냈다. 여기에 게임의 그래픽과 연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액션과 조작에도 큰 비중을 둠으로써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과 차이를 두는 데도 성공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본문에서 설명한 장점들 대부분은 결국 '생각보다 원작에 잘 맞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도탑전기> 방식의 중국 모바일게임의 시스템이 익숙한 유저에게는 그래픽과 액션으로 어필을, <HIT>나 <레이븐> 등의 국산 모바일게임의 그래픽과 액션이 익숙한 유저에게는 시스템으로 어필을 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드래곤라자 모바일>의 걱정거리 역시 원작이 가진 한계다. 기본적으로 <드래곤라자 모바일>처럼 다양한 콘텐츠에서 캐릭터를 수집하는 게임은 일단 캐릭터의 종류가 다양해야 하지만 원작에 나오는 인물 자체가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

 

지금까지 구현된 캐릭터는 오리지널 캐릭터까지 포함해서 총 21명. 여기에 헨드레이크나 페어리퀸 등등을 포함하더라도 최소 100여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른 모바일RPG 같은 캐릭터 볼륨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결국 원작과 예상보다 뛰어났던 손맛이라는 장점이 남아있는 사이에 <드래곤라자 모바일>에서 내세우는 핵심 콘텐츠인 길드전으로 유저들을 얼마나 이끌어나갈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성공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듯하다.

 

길드전의 모습. 의외로 전략이 많이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