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시리아…. 전쟁으로 얼룩졌던 2014년, 한 전쟁 게임이 출시됩니다. 멋진 헤드샷도, 화려한 멀티킬도 없는 전쟁 게임입니다. 당신이 겪을 수 있는 것은 구역질 날 정도로 처절한 생존뿐입니다. 민간인의 시각으로 전쟁을 그린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의 이야기입니다.
D+1 내전이 우리 도시까지 번졌다. 폭격에 도시도, 집도, 수도와 전기도 망가졌다. 나도, 친구들도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D+4 어젯밤, 파블이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해왔다. 사흘 만에 음식을 먹었다.
D+7 약탈자들이 집을 습격했다. 식량 빼앗기는 건 막았지만, 파블이 다쳤다.
D+15 약이 떨어졌다. 파블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날은 추워지고 있다.
D+18 약탈 당했다. 내일을 날 식량도, 땔감도 없다. 브루노도 다쳤다. 이제 멀쩡한 것은 나 뿐이다.
D+19 칼을 챙겨 근처 노부부 집으로 향했다. 음식과 약, 땔감을 얻었다. 칼에는 피가 묻었다. 파블은 나를 비난한다.
D+24 파블의 상태가 안 좋다. 몸은 나았지만, 그 때 일로 아직도 우울해한다.
D+26 파블이 목을 맸다. 그걸 본 브루노도 상태가 나빠졌다. 미칠 것 같다. 빌어먹을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
이것은 2014년 출시된 인디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에서 겪은 일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이 게임에 다른 전쟁 게임 같은 화려한 액션은 없습니다. 다른 생존 게임처럼 캐릭터가 성장하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내전 중인 도시에 고립된 민간인입니다. 성장은커녕,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도 버거운….
당신은 이 모든 것이 결핍된 도시에서 쓰레기통이나 잔해, 혹은 시체 등을 뒤지며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얻어야 합니다. 전쟁 게임, 생존 게임이면 으레 등장하는 위험하고 강력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폭격으로 집을 잃은 노숙자, 병든 아내를 보살피는 할아버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거리로 나선 아이들.
당신이 상대하고 경쟁하는 사람들은 당신처럼 갑자기 전쟁터에 내던져진 민간인입니다.
게임은 당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이 도시에서,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습니까?"
아사 직전인 동료들에게 빈 손으로 돌아갈 때, 눈 앞에 통조림을 얻고 기뻐하는 노숙자가 보인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저격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도심, 처음 보는 사람이 다친 동료를 같이 옮겨 달라고 부탁하면 단신은 어떤 대답을 하실 건가요?
게임은 정답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 선택한 결과를 담담히 보여줄 뿐입니다.
당신은 친인을 잃고 오열하는 사람을 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비참한 현실에 정신이 무너진 사람을 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온정이 동료나 상대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든 간에 되돌릴 순 없습니다.
게임은 이 결과를 보여주며 당신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너의 선택은 이런 결과를 감수할 정도로 가치 있었니?"
게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허용 받을 수 있는가?"
"전쟁 휩쓸렸을 뿐인 우리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가?"
부자들이 전쟁을 선언하면 죽는 자들은 가난한 자들이다.
- 장 폴 사르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