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둘째 주는 'SNG는 끝났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배신당한 시간이었다.
변명 좀 해보자. 구글 플레이 전체 게임 순위는 물론이고, 시뮬레이션 게임 분야의 인기 게임이나 매출 순위에서 신작 SNG가 사라진 것이 꽤 된 일 아니던가. 게다가 지난 분기에 야심차게 출시한 몇몇 게임이 부진했으니 그런 생각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놀러와 마이홈 for kakao>(이하 '마이홈')의 흥행과 롱런 가능성은 이해당사자 뿐 아니라 SNG라는 장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게임이다.
사실 SNG란 큰 변화가 없는 장르 중 하나다. 시간 심은 데 콩 나고 돈 심은 데 팥 나는 게임. 유저가 키워야 하는 것이 섬이든 레스토랑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인기를 끄는 게임은 따로 있으니, 정말로 신기할 노릇. 개발사 슈퍼노바일레븐은 정식 론칭 전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SNG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는 장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도대체 <마이홈>이 어떤 게임이길래 유저들은 '노예홈'이라고 자조하면서도 게임을 계속 하는 걸까? 디스이즈게임이 지난 9일 론칭한 신작 SNG 게임 <마이홈>을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공방의 하루
주인공은 어느 숲 속 마을에서 편지를 받는다. 사라진 주인공의 스승 대신 마을 공방을 이어받아 감사제를 도와달라는 부탁이다. 그렇게 동물 주민들이 사는 숲 속 마을에 온 주인공. 평화롭고 아름다운 숲 속에서, 운치 있는 공방을 가꾸며 주인공은 하루하루 즐겁게...
그런데 바쁘다!
▲물건도 만들고 집도 꾸미고. 바쁘다, 바빠!
전나무를 심고 베어 원목을 마련하고, 그 원목을 막대기나 판자로 다듬고, 밀을 재료로 하는 새끼줄과 함께 조합해 가구를 하나 만든다. 이 가구를 재료로 해서 더 상위의 가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마음은 급하고 할 일은 많다. 아차, 손님들 대접할 음식도 없다. 수확하고, 제작하고, 요리하고 친구 의뢰나 공방도 구경하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가버린다.
SNG라면 느긋하게 수확을 기다리고, 그걸 팔아 돈을 마련해 부지를 꾸민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작이 추가된 <마이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유용하게 쓰이는 재료인 밀은 수확 시간이 빠른 대신 필요량이 아주 많다. 16레벨 즈음에서야 시간이 오래 필요한 재료들이 등장하지만 전나무나 밀만큼 대량으로 필요한 종류는 아니다.
여기에 랜덤으로 필드에 나타나는 블루베리, 덩쿨 등의 귀한 재료도 생각하면... 심고 거두는 것만으로도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거기에 친구 집에 들러서 하트도 수거하고 음식도 먹어야 하고, 열심히 물건도 만들고 경제 활동도 해야 한다. 심고 수확하기, 물건 만들고 모으기, 예쁘고 귀여운 NPC 구경하기, 내 캐릭터 꾸미기, 친구 만들고 의뢰 주고받기.
과거 SNG에서 나온 콘텐츠들을 모두 집대성한 수준이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
# 인테리어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데코도와 복잡도
의자, 책상, 러그 등 공방 안에 놓을 수 있는 가구에는 데코 점수가 있다. 좋은 아이템일수록 데코 점수도 높다. 이렇게 쌓은 데코 점수는 밭을 늘리거나 생산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사용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가구는 데코 점수를 올려주고 생산에 필요한 모든 시설과 가축은 데코 점수를 깎는다.
데코 점수가 0이 되면 더이상 생산 시설을 놓지 못하고 나무도 심을 수 없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투자를 해서 미리 데코 점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마이홈>에서 인테리어를 강제하는 방식이다.
"의자만 방에 가득 채우면 쉽겠네!" 쉽게 들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복잡도가 존재한다. 같은 가구만 나열해서 점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들어간 개념으로, 일정 공간에 가구가 얼마나 들어찼는지 체크하는 기준이다. 복잡도가 100%가 되면 가구를 놓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이었던 인테리어가 <마이홈>에서는 게임 플레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퍼즐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인테리어까지 게임화한 것은 근래 SNG에서 보기 드문 시도다. 효율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한편으로, 또 너무 많은 가구를 놓아서는 안 된다. 주어진 여건 내에서 이리저리 짜맞추어 인테리어를 고안하는 것이 게임의 주요 재미 중 하나.
▲복잡도 체크할 때 편한 플랫 모드. 섬세하게 공방을 꾸밀 수 있도록 다양한 모드를 지원한다.
그러나 복잡도가 어떤 기준으로 매겨지는지, 또 유저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 같은 인테리어라도 필드가 넓은 고레벨 유저는 복잡도가 낮게 나오고, 필드가 좁은 저레벨 유저는 복잡도가 높게 잡힌다. 그래서 "집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초보 유저들이 난관에 부딪히는 첫 번째 장벽이 되곤 한다.
또 생산 시설이 데코 점수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게임 내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 역시 아쉬운 점 중 하나다. 그나마 상점에서 구입하는 작업대나 나무, 가축은 마이너스 데코 점수로 표시된다. 하지만 알아보기 힘들 뿐더러 단숨에 이해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인테리어를 게임 안으로 끌어들여 퍼즐처럼 만들었다면, 규칙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배고픈 냐오가 유저들에게 미움받는 이유는? 너무 빡빡한 진입장벽
열심히 모은 재료로 동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과 요리를 만들어주면, 동물들의 신뢰도 얻고 경험도 쌓고 돈도 벌고... 라는 것이 게임 내 설명이지만 <마이홈>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우리의 공방은 늘 금전적으로 허덕이게 되고, 퀘스트만 따라가서는 돈을 벌기가 무척 힘들다. 느긋느긋한 SNG는 아니라는 거다.
모든 게임에 진행이 더딘 시점이 있지만 <마이홈>은 그 시점이 일찍 찾아온다. 유저들은 보통 13레벨부터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하루 이틀만 열심히 해도 13레벨까지는 순식간에 갈 수 있다. 이 시점부터 물건의 제작 난도는 어려워지는데, 골드 보상은 적다.
제작 과정도 힘들어진다. 물건을 만들려면 골드가 필요하다. 제작비가 5골드가 드는 아이템을 만든다고 치자. 한 개를 만들면 5골드가 소모되니 10개를 한 번에 만들면 50골드겠군? 틀린 계산이다. 한 개를 만들면 5골드가 들지만 두 개는 12골드, 세 개는 19골드라는 식으로 '부가제작세'가 들다보니 제작하면 할수록 재료는 물론 골드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레벨이 낮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한 초중반 유저들은 데코도와 복잡도, 골드 수급 삼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 이거 뭐야, 몰라 무서워. 이 아이가 커서 10m 자이언트 냥이가 되어주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다.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레벨을 높여 부지를 넓힌다. 그런데 퀘스트를 통한 레벨업이 무척 힘들다.
두 번째, 가판대를 통한 유저 시장에 뛰어든다. 수요가 높은 재료를 집중적으로 생산하여 시세에 맞춰 내다파는 방법으로, 골드를 마련하기에는 솔직히 이만한 방법이 없다. 다만 이 과정이 지루하고, 유저들의 수요도 시시각각 변화하기에 초보가 정보 없이 큰 돈을 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행착오를 거친 뒤 게임 진행에 필요한 골드를 마련할 무렵엔 위기 또한 지나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젬(현금)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 결국 세 방법 모두 유저가 기획 의도와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진행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느긋하고 자유로운 SNG 문법에 익숙한 유저들은 여기서 적잖이 당황하게 되며, 결국 공략을 미리 습득하지 않으면 매우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이렇다보니 게임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라이트 게이머의 경우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게 점점 피곤하고 돈도 없어지고 해결책은 안 보이는" 괴현상에 질릴 수 있다. 요구 사양도 대단히 높은 게임이 아닌가. 이렇게까지 게임이 빡빡할 필요가 있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 42x10=754? 튜토리얼에서 여러 개 만들면 돈이 더 든다고는 했지만... 경험치는 그대로 10대.
# 그런데도 사랑스럽다. 미래가 기대되는 <마이홈>
그런데도 많은 유저들이 자조하는 한편으로 팬아트와 만화를 올리고, 단톡방을 농협 채팅방으로 바꾸고 있다. 매출 순위도 높다. 이러니저라니 해도 즐기고 있는 사람은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째서 정식 론칭한지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이 신작 게임의 유저는 오래된 온라인게임 유저처럼 행동하는가? <마이홈>의 어떤 점이 이토록 깊은 애착을 느끼게 하는가?
우선 눈에 보이는 부분이 대단히 아름답다. 사소한 가구부터 배경, 작물, 동물과 NPC, 플레이어 캐릭터까지 모든 부분이 튀는 것 없이 조화롭다. 편안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들은 눈을 깜빡이고, 버둥거리고, 부지런히 노동하며 온갖 표정을 짓는다. 핸드폰 안에서 꼬물꼬물 생동하는 화면은 움직이는 동화책을 보는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분위기 속에서 내 캐릭터는 성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만들어간다. 밖에선 소와 양을 키우고 작물을 심는다. 공방 안에는 직접 만든 가구를 놓고, 인테리어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고심하며 만족스러운 화면을 직접 만들어낸다.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화면은 유저의 노력으로 더 아름다워지고, 유저의 작품도 게임 세계에 조화롭게 녹아든다. 열심히 공방을 키우고 있다면 카메라 전경 모드로 스크린샷을 찍어보라. 몰입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 나와 함께 성장하는 동화 속 풍경
세로 화면에 맞춰진 인터페이스 역시 훌륭하다. 특히 제작 화면에서 필요한 재료와 현황을 보여주는 U자 화면은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만약 게임이 가로 화면이었다면 U자 인터페이스가 지금만큼 쉽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방이 좌우로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확장되는 것도 아주 영리하고 효율적인 선택이다.
유저 간의 관계를 극대화하는 의뢰 게시판이나 시장, 타임라인 기능도 분명 장점이지만, 이 부분을 칭찬하는 것은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 의도는 분명 좋았으나 현재까지는 의도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저 간 교류로 얻는 '하트'의 사용처도 곧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재미있게 될 만한 토대를 미리 마련했다'고 마무리하려 한다.
최적화를 포함해 몇 가지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게임이다. 몰입도 높고, 간편하고 보기도 좋고 친구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명확한 게임이기에 많은 유저가 문제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리라.
'노예홈'에 담긴 유저의 복잡한 감정을 읽어줬으면 한다. 오랜만에 만난 신작 SNG, 그것도 아주 잘 만든 게임이 사소한 단점 몇 가지를 모른 척 안고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들의 집이 좀 더 아름다워지기를,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놀러와 마이홈>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