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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닌텐도의 과감한 도전! '슈퍼마리오 런' 체험기

안정빈(한낮) 2016-12-16 18:56:41

시대가 흘러도, 플랫폼이 바뀌어도, <슈퍼마리오>의 클래스는 영원했다. 닌텐도의 '사실상' 첫 모바일게임 <슈퍼마리오 런>이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를 휩쓸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의 주요 국가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고, 총 62개국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대단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게임 내 과금모델은 9.99달러짜리 스테이지 추가 하나뿐. 다른 모든 건 유저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서 얻어야 한다. 대신 스마트폰에 맞춘 한 손 플레이와 1분이라는 시간 제한 속에서도 <슈퍼마리오>의 고유한 재미를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터치 하나로 재탄생 한 슈퍼마리오

 

<슈퍼마리오 런>에서 유저에게 필요한 조작은 '터치' 하나뿐이다. 스테이지를 시작하면 화면 속 마리오가 자동으로 앞을 향해 달려간다. 유저가 화면을 터치하면 위로 '점프'한다. 이게 전부다.

 

조작은 점프 하나지만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건 많다. 타이밍에 맞춰 점프를 뛰어 적을 밟을 수도 있고, 장애물에 오를 수도 있고, 벽에 매달릴 수도 있다. 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다시 점프해서 반대편 벽으로 몸을 날릴 수도 있다. 만약 두 벽이 가깝다면 연달아 벽을 박차며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 모두가 터치 하나로 가능한 조작이다.

 

여기에 <슈퍼마리오 런>의 스테이지 목표는 단순한 길찾기 수준에서 끝날 수도 있는 게임을 '점프'를 적극 활용하는 퀴즈게임으로 바꿔 놓는다. 

 

<슈퍼마리오 런>은 기본적으로 제한 시간 이내에 스테이지를 돌파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게임의 진짜 목표는 단순한 스테이지 돌파가 아니라 '시간 내에 스테이지 곳곳에 위치한 5개의 스페셜 코인을 모두 모은 후 클리어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페셜 코인은 보통은 쉽게 갈 수 없는 위치에만 골라서 놓여있다. 그래서 유저는 어떻게 하면 앞으로만 달려나가는 성질 급한 마리오와 점프 만으로 저 동전들을 모두 얻을 수 있을 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벽을 박차고 숨겨진 길로 올라가는 건 기본이고, 마리오의 이동방향을 최대한 반대로 돌리기 위해 벽을 박찬 후 체공을 유지한다거나, 오히려 점프를 짧게 끊어서 올라갈 길을 놓쳐야 하는 등 정말 각양각색의 방식들이 숨어있다.

 

이 모든 고민의 과정 중에도 마리오는 끊임없이 앞으로 달려가고, 스테이지의 제한 시간은 정해 있다. 심지어 코인은 무조건 1번에 5개를 모두 모아야 한다. 스테이지를 일단 클리어하고 나면 반복을 통해 스페셜코인의 위치를 찾고, 스페셜코인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완벽하게 수행할 때까지 반복하는 구조다.

 

그래서 <슈퍼마리오 런>은 특별히 스태미너도, 성장도 없지만 꾸준히 반복할 동기를 준다. 스페셜 코인을 한 끝 차이로 놓쳤을 때, 공략은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의 안타까움도 기본이다.

 


 

 

# 24개의 '쉽게 끝나지 않는' 스테이지

 

<슈퍼마리오 런>의 월드는 총 6개. 월드마다 스테이지가 4개씩 있으니 총 스테이지는 24개다. 숫자만 보면 적어 보이지만 모든 코인을 모으려면 꾸준한 반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스테이지의 활용 방법도 독특하다. 특정 스테이지에서 스페셜 코인 5개를 모으는데 성공하면 해당 스테이지에서 퍼플 코인 5개를 모으는 두 번째 난이도가 열린다. 그리고 이를 다시 클리어하면 이번에는 블랙 코인 5개를 모으는 세 번째 난이도가 시작된다. 같은 스테이지를 총 3번에 걸쳐 '완주'해야 하는 셈이다.

 

스페셜 코인의 위치는 점점 어려운 곳으로 옮겨가지만 스테이지의 기본적인 지형은 바뀌지 않는다. 덕분에 유저 입장에서는 일단 쉬운 난이도에서 눈에 익은 스테이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테이지의 구성도 점프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각 스테이지에는 점프를 쉴 새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툭하면 복층 구조나 박차고 올라갈 수 있는 벽, 좁은 통로 등이 등장하고, 점프를 위한 발판이나 잠시 멈춰 서서 앞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정지판 등도 추가됐다. 점프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경로로 스테이지를 '모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치들이다.

 

가장 신선한 것은 게임오버 방식인데, 적에게 닿거나 바닥에 떨어지면 곧바로 죽는 기존 <슈퍼마리오> 시리즈와 달리 <슈퍼마리오 런>에서는 지정된 횟수만큼 비누방울에 올라 구조 받을 수 있다. 비누방울은 그대로 타고 있으면 스테이지의 뒤로 흘러가기 때문에 원하는 지점까지 스테이지를 돌리는 효과도 있다. 

 

마리오가 앞으로만 달리는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뒤로 돌리는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특정 구간에서는 비누방울로 원하는 위치까지 스테이지를 돌려서 스페셜 코인을 얻는 방법도 있을 정도. 물론 스테이지를 돌린 만큼 제한 시간은 더 촉박해진다.

 

세밀한 조작이 쉽지 않은 모바일게임의 특성에 맞춰 '죽음'의 스트레스도 줄이면서, 적당한 패널티와 함께 일종의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준 셈이다.

 


 

 

# 마을을 성장시켜서 새로운 캐릭터를 얻는다

 

모바일에 맞춘 적당한 성장도 즐거움이다. <슈퍼마리오 런>에서는 스페셜 코인을 모두 모을 때마다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티켓은 랠리에 들어가 다른 유저들과 경쟁을 치르는데 사용된다.

 

랠리는 다른 유저들이 남긴 '기록'과 경쟁하는 비동기 PVP 콘텐츠다. 스테이지를 달리며 제한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코인을 얻은 쪽이 승리하고, 이기면 색깔별 토드를 모아서 자신의 마을에 각종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건축물은 나무나 파이프 등 단순한 감상용 건축물부터, 시간마다 보너스 티켓을 제공하는 보너스 하우스. 새로운 캐릭터를 사용하게 해주는 각 캐릭터별 하우스 등 다양하게 마련돼있다. 참고로 각 캐릭터는 체공시간이나 점프력, 속도 등에서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결국 스테이지를 반복하며 코인과 티켓을 모으고, 다시 랠리에서 이겨 토드를 모아서 새로운 건물을 짓고, 그렇게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 더 어려운 스페셜 코인 확보에 도전하는 게 <슈퍼마리오 런>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 모바일에 맞춰 오히려 '줄인' 닌텐도의 도전

 

닌텐도의 스마트폰 도전은 많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았다. <슈퍼마리오>를 비롯해서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 등 최고의 IP를 잔뜩 보유한 건 맞지만, 그 경험을 스마트폰이라는 제한된 조작 속에서도 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기존 게임을 옮기는 게 아니냐'는 의견과 '그걸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하지만 닌텐도는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스마트폰에 맞춘 '새로운 슈퍼마리오'를 만들어냈다. 조작은 오히려 터치 하나로 더 단순하게 바꿨고, 점프 하나로 <슈퍼마리오>의 재미를 구현했다.

 

최근의 모바일게임들처럼 PC온라인게임에 버금가는 콘텐츠와 그래픽으로 무장하지도 않았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스테이지 클리어와 랠리가 전부지만 그 두 가지만으로도 '게임으로서' 충분한 재미를 준다. 진득한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라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슈퍼마리오>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생각날 때마다 즐기기로는 충분히 괜찮은 게임이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더라. <슈퍼마리오 런>을 보며 지금의 닌텐도에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