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접어들어 온라인 FPS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이제 국내 FPS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총성이 난무하는 치열한 전장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난 게임성을 선보이지 못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겠죠.
최근 YNK게임즈가 개발한 <스팅>이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치열한 전장에 합류했습니다. ‘<하프라이프2>의 소스엔진을 사용했다’, ‘북한군이 등장한다’ 등등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거리로 떠오른 게임이기도 한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어땠는지 궁금하신 분 많으시죠?
개인적으로 원래 ‘쓴 소리 대마왕’이라서 좋은 이야기는 잘 못합니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스팅>을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느낀 점들을 쌉싸름하게 풀어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 소스엔진 사용한 <스팅>, 효과를 보고 있나?
<스팅>은 익히 알려진대로 소스엔진을 사용했습니다. <하프라이프2>를 해보신 분이라면 소스엔진의 그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그래픽에 대해서 잘 기억하고 있을 텐데요, <스팅>은 과연 어땠을까요? 일단 아래의 스크린샷들을 살펴보시죠.
가까이에서 봤을 때 캐릭터 복장의 질감이 잘 드러나 보였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한국, 북한, 러시아, 미국의 4가지 캐릭터들이 있었으며 각각 복장의 차이가 뚜렷해서 구분이 쉽게 되었습니다. 가까이서 볼 때 의복의 세세한 부분까지 잘 표현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과 북한, 러시아, 미국의 4개국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상당히 뭉개진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멀티 플레이를 위해서 퀄리티를 희생했다고 생각되지만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실제로도 게임 플레이 도중에 캐릭터 표현의 품질이 낮아 보였기 때문에 저와 같은 불만을 호소하는 테스터들이 많았습니다. 소스엔진의 화려한 그래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의상이 모두 뭉개져서 보입니다.
다만, 배경을 비롯한 다른 그래픽 효과들은 만족할 만 했습니다. 맵 디자인도 그렇게 흉볼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벽에 총을 쐈을 때 남는 탄흔 표현은 꽤 현실적이었으며, 피가 튀기는 효과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총기 격발시에 광원 효과 또한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HDR 효과에는 눈이 부시더군요. 어두컴컴한 지하철의 플랫폼에 있는 타일들이 마치 불이라도 붙은 듯 빛을 내는 것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인 느낌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풀 옵션과 최하 옵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옵션들을 건드려보았지만 그다지 썩 나아졌다거나 나빠지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사양 문제를 고려한 나머지 그래픽을 너무 하향 평준화한 것이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특히 앞서도 말했듯이, 게임내 등장하는 물체들이 조금만 멀리서 보면 텍스쳐가 뭉개지는 듯 보이는 현상과 함께 소스 엔진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차후 테스트에서는 이런 점들이 수정되기를 바랍니다.
■ 남북이 손을 잡긴 해야겠는데 어떻게?
<스팅>은 게임 사상 최초 남북이 군사협력 한다는 소재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클로즈 베타테스트 단계라서 그랬을까요?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그런 배경 설정과 게임의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테스트 기간 동안 <스팅>은 3가지 게임 모드를 선보였습니다. 팀 데스매치와 폭파미션, 개인전이 그것인데요, 사실 이 게임 모드에서 남북이 등장할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기존 게임들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팀 데스매치와 개인전은 그저 킬 수만 많이 올리면 되는 방식입니다. 폭파 미션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많이 본 방식 그대로였습니다. 그렇다면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 마련해 둔 것일까요?
게임을 시작할 때 화면에 보여주는 간략한 맵의 배경 이야기는 이제 족합니다. 다른 게임들도 그런 방식을 많이 쓰고 있으니까요.
북한군 캐릭터같이 보이나요?
혹시, ‘북한 캐릭터와 한국 캐릭터가 함께 팀을 이루어 총을 쏴대잖아’라고 대꾸하는 분이 있다면 제 우둔한 머리를 탓하겠습니다만, 아마 그렇게 말하시는 분은 없으시리라 믿습니다. 상대 팀에도 똑 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건 ‘뭐’ 한반도에 있는 두 정부가 모두 내전을 벌인다는 설정은 아니겠지요. 그 와중에 서로 침략과 방어를 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어쨌든 수없이 많은 보도자료를 통해 입이 닳도록 칭찬했던 ‘남북’의 협력은 게임 속에서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뭘까요? 우리 모두는 한마디로 ‘파닥파닥’대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런 이유로 테스트 기간 내내 <스팅>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레드오션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무수한 FPS 게임들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죠.
지금 <스팅>은 매우 뛰어난 컨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어떻게 협력을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으로 게이머들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 나름 박진감 넘치는 전투
팀 데스매치를 비롯해서 개인전, 폭파미션 등을 즐기면서 느꼈던 점은 게임 플레이의 회전이 상당히 빠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팅>의 캐릭터 움직임은 너무 빠르다고 지적 받고 있는데요, 의외로 이것이 마치 <퀘이크>의 빠른 플레이를 연상케 하더군요.
캐릭터가 맵을 상당히 빨리 돌아다니기 때문에 적과 만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짧았습니다. 테스트 기간 동안 제공된 맵이 그렇게 작은 크기가 아니었음에도 리스폰 후 곧 적을 마주하게 되었을 정도입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보통의 FPS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끼게 되는 ‘다음에는 복수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에라 모르겠다. 돌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MMORPG에서 캐릭터가 죽었을 때 받게되는 패널티가 경험치의 하락이라면 FPS는 즐길 시간의 감소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스팅>에서는 리스폰도 대단히 빠르고 전투에 걸리는 시간도 짧았기 때문에 그다지 손해 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킬 수와 같은 것에 연연하기 보다는 전투 그 자체에 많이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총이 상당히 잘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조준점을 정확히 맞추면 거의 대부분 맞는 수준입니다. 스나이퍼를 사용하는 테스터들은 줌을 사용하지 않고도 모니터에 조준선만 그려놓으면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소스 엔진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하복 엔진의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이동 시에도 총알이 그렇게 많이 튀거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 좀더 저돌적인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플레이 내내 게다리와 깡총깡총 뛰기를 구사하며 돌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가만히 앉아서 적이 오기를 기다리는 플레이어는 별로 없었습니다
■ 역시 아직은 클로즈 베타테스트 中
역시 테스트 중이라서 그런지 버그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전을 플레이 하고 있을 때는 어이가 없어서 웃기도 했습니다. 리스폰이 맵의 여러 곳에서 비슷한 비율로 이루어지지 않고 특정장소에 집중되었기 때문인데요, 상당히 우스운 상황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리스폰 이후 앞에 다른 플레이어가 있길래 총을 쏴서 잡았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다른 사람이 리스폰 되어서 저를 쏩니다. 그 사람이 저와 싸우고 있는 도중에 옆에서 또 한 사람이 리스폰 됩니다. 얼마 후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 대충 분위기가 어떤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 방안에 4명이 리스폰 되어서 누가 누구를 쏴야할 지도 모르겠더군요.
적군과 아군이 뒤엉켜 총 주고받기 놀이를….
종종 인터페이스가 보이지 않는 문제도 있었으며, 적을 공격했는데도 쓰러지지 않는 ‘불사신 모드’도 자주 발동했습니다. 그럴 경우 모두 한 장소에 모여 총을 주고 받으며 놀았습니다. -_-;;
<스팅> 역시 다른 게임들처럼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 중 좋은 인터넷 환경을 가진 PC를 서버로 활용하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으나 간혹 렉이 있더군요. 클로즈 베타 기간 동안에는 한 게임당 최대 참여 인원을 조정해서 렉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버그가 있었지만 게임의 안정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몇 번의 테스트를 과정을 통해 쉽게 고쳐질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스팅>에 바라는 점: '방향타를 고정하라'
이번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스팅>의 가능성과 함께 문제점들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투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져도 왠지 재미있더군요. 이번에 드러난 버그들은 점차 고쳐나가면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는데요, 바로 게임의 방향성입니다.
<스팅>의 장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 ‘소스엔진’과 ‘남북협력’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가지를 뺀다면 <스팅>은 지금 동접자 수백 명~수천 명 사이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수많은 FPS게임들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 뻔해 보입니다. 그들의 컨텐츠와 비교할 때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게임 백서의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와 그래픽을 상당히 관심 있게 살펴본다고 합니다. 스토리는 전체 응답자중 39.0%에 달했으며 그래픽은 그 뒤를 이어 22.8%를 차지했습니다.
FPS 게이머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 두 가지 요소는 앞서 말한 <스팅>이 내세우는 특장점에 부합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는 명쾌히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스팅>은 지금 소스엔진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옵션의 차이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HDR 효과 밖에 없더군요. 최고 옵션에서는 그에 걸 맞는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줘야 하며, 낮은 옵션에서는 그래픽의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시스템 부하는 막을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 스토리를 어떻게 게임에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남북협력’ 이 게임의 킬러 컨텐츠입니다. 이 컨텐츠를 그저 몇 장의 그림 파일로 날려버릴 것이 아니라면 게임 시스템에 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스팅>은 갈 길이 멉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길을 그려가면서 걸어가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길에 끝에 날이 잘 선 대검을 가지고 갈 것인지 아니면, 뭉툭한 단검을 갖고 갈 것인지 FPS 게이머로서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