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헤일로 현상 (Halo Riot)
2007년 Xbox360 최고의 화제작 <헤일로3>! 북미에서는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이미 발매가 되었지요. 사상 최고의 판매액을 경신하고 있으며, 각종 매체들의 평가도 매우 좋습니다. 단 3편 만으로 번지(그리고 MS)는 게임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만큼 <헤일로> 시리즈가 Xbox와 Xbox360이라는 콘솔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것을 넘어 전체 게임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게임들도 자주 보여주었던 경향을 아주 강하게 드러낸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대 자본을 이용한 블럭버스터가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더해서 단 하나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하드웨어의 판매량을 신장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헤일로3>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8일, 내일 발매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러한 영향력이 국내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헤일로3> LIVE를 통한 멀티플레이로 난리입니다.
#2. 한글화 (Story about translation) |
게임에 대해 평가하기 전에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보고 넘어갈까 합니다. 대부분의 패키지 게임이 해외에서 제작되는 입장에서 언어의 장벽은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영어나 일본어나 아무리 능숙하다고 해도 자국어만 하겠습니까.
출시 전부터 2억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들였다고 홍보한 <헤일로3>의 한글화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완벽] 그 자체입니다.
좋은 한글화를 이야기 할 때 흔히 두 가지를 꼽는데요, 하나는 텍스트 자체를 얼마나 충실하게 번역했는가 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그 결과물을 접할 사람들의 문화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헤일로3>의 한글화는 두 부분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일단 성우의 연기가 매우 좋아서 한글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원래 한국 게임인 것처럼)입니다. 굉장히 재치있는 표현들도 군데 군데 있고요.
다만 설정을 하지 않은 탓인지 간혹 한글 자막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약간 아쉬웠는데, 이 부분만 제외한다면 언어 문제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그래픽 (Graphics)
Xbox에서 Xbox360으로 교체되면서 콘솔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헤일로3>는 이러한 성능을 너무나도 잘 살린 그래픽을 보여 줍니다. 이미 출시된 <기어즈 오브 워>와 같은 게임들에 비교하면서 좋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두 게임을 비교하기엔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헤일로3>의 전장은 매우 넓습니다. 1편과 2편에 비해서도 확실히 더 커졌습니다.
게다가 예전이라면 적당히 언덕 같은 것으로 가려두었을 거리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넓은 전장임에도 전체적인 디테일 상승은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가장 먼저 게임을 시작하면 맞이하는 숲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나뭇가지들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광경을 볼 수 있죠.
탁 트인 지역으로 나서게 되면 또 나름대로의 광경을 구경할 수 있게 되는데요, 물론 예전에 광고했던 것 보다는 약간 떨어지기는 하지만 최상급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훨씬 더 멋있게 변신한 마스터 치프나 다른 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기의 그래픽이 보이시나요? 전편보다 훨씬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게임플레이 (Gameplay)
이번에도 콘솔 FPS를 플레이하는 방식으로는 거의 혁명에 가까웠던 1편의 플레이방식을 완전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1편이나 2편을 한 번이라도 플레이해 봤다면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을 겁니다. 저도 게임을 시작하고 첫 번째 전투가 끝날 때쯤에는 완전히 익숙해졌으니까요.
바뀐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HUD의 디자인이 조금 바뀌었고, 3인칭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한 무기들이 좀 생겼습니다. 그리고 예전의 광고에서 보여주었던 방어막과 같은 보조 무기들이 새로 생겼죠. 그렇지만 전체적인 플레이를 완전히 뒤집을 만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2편을 해 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엘리트가 코버넌트의 중심에서 축출되었지요. 그래서 전투는 처음부터 브루트와 시작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난이도 조절이 이루어져서 2편의 후반부와 같은 난이도가 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난이도는 많이 쉬워졌네요.
저는 물론 [쉬움]으로 시작했습니다만, 이 정도 난이도라면 어지간한 상황에는 엄호 없이 그냥 뛰어들어 전투를 해도 죽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도무지 어려워서 FPS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희소식이겠군요. 탈 것들은 건재합니다. 익숙하게 보던 탈 것들에 더해서 새로운 것들도 생겼습니다만, 조작법이야 고만고만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1편과 2편에서 호평받았던 요소들을 잘 계승하여 만들었습니다.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지만 안정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멀티플레이시 자신의 커스터마이징도 발전된 요소들 중에 하나입니다.
#5. 감동의 서사시 (The Great Epic)
<헤일로> 시리즈가 가진 장점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겠지만, 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것이 거대한 서사시로서의 훌륭한 스토리일 겁니다.
1편에서 보여준 3각 관계(… 연애 말고요)의 본격적인 시작과, 2편에서는 그에 더해서 커지는 갈등 구조까지 번지가 그려낸 스토리는 확실히 장대하면서도 그 세계 안에서 행동하는 마스터 치프라는 영웅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냈습니다.
2편 마지막에서 치프가 말했던 것처럼 이제 긴 싸움을 끝내기 위해 3편은 초반부터 쉴 새 없이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2편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것들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새로운 전투가 시작되죠. 스포일러가 될 까봐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스토리 때문에 <헤일로>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최종장입니다.
#6. 끝으로 (End)
<헤일로3>는 충분히 잘 만든 후속작입니다. 충분히, 라는 수사보다는 [매우]가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작품이니까요.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이 없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게임의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해서.
Xbox360 가지신 분들은 얼른 사세요. 없으시면 Xbox까지 같이 사시면 됩니다.
북미판 패키지입니다. 사실 디자인은 한글판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