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를 비롯한 총싸움 게임은 모바일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장르 중 하나다. PC에 비해 나쁜 조작감, 그리고 이 때문에 더더욱 격하게 드러나는 PVP 실력 격차 때문이다. 실제로 <서든어택M>같은 쟁쟁한 국산 IP가, <백발백중 for Kakao>같은 해외에서 잘나간 게임이 안방을 노렸지만, 모두 롱런엔 실패했다. 그나마 넥슨 레드(구 웰게임즈)에서 만든 <스페셜솔져>만이 매출 순위 TOP 50 안에 얼굴을 비치고 있는 정도다.
이런 험난한 시장에 한 모바일 FPS 게임이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28일 CBT를 시작한 <탄: 끝없는 전장>이 그 주인공이다. 과연 게임은 어떤 무기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것일까? 모바일 FPS 초보자의 입장에서 CBT를 해보고 느낀 점을 간략히 정리했다.
<탄: 끝없는 전장>은 텐센트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한국에 서비스하는 모바일 FPS다. 게임은 냉정히 말해 끌리는 모습을 가지진 않았다. 일단 그래픽부터 <리니지2: 레볼루션>같은 그래픽 좋은 게임이 즐비한 요즘 시장에서 보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퀄리티다.
조작법은 기존에 나왔던 코어한 모바일 FPS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저는 왼쪽의 가상 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쪽 화면 상단을 스와이프해 시야를, 그리고 오른쪽 화면 하단의 가상 스틱으로 조준과 사격을 조종한다. 겉모습만 보면 수많은 초보자들이 부딪히고 떨어져 나갔을 옛날(?) 모바일 FPS처럼 보인다.
단, 이런 겉모습과 달리, 게임은 의외로(?) 캐주얼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초심자를 위한 자동사격(≠ 자동전투) 모드, 그리고 (쓸어버린다는 의미에선) '핵앤슬래시'같은 각종 PVE 모드 덕이다.
# 일단 갈겨! '난사' 위주의 시원시원한 PVE
<탄: 끝없는 전장>은 PVP 랭킹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모드에서 '자동사격' 옵션 지원해 조작 피로도를 낮췄다. 자동사격 옵션은 조준점에 적이 들어오면, 사격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능이다.
게임은 여기에 추가로 좀비 웨이브, 디펜스, 스토리 등 다수의 PVE 모드를 제공한다. 콘텐츠마다 진행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유저는 수십,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돌파하거나 쓸어 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좀비 웨이브 모드는 수백 마리의 좀비 떼를 뚫고 전진해 보스를 쓰러트리는 것이 목적이고, 크레이터 모드는 좁은 공간에서 사방에 몰려드는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모드에서 자동사격 모드로 기관총 같은 무기를 쏜다고 생각해보자. 손가락만 움직여도 기관총이 불을 뿜고,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우수수 쓰러진다. 더군다나 이런 PVE 모드에선 총알도 천 단위로 제공되고, 바주카 같은 대량 살상 병기(?)도 따로 제공된다. 조작이나 총알 같은 쩨쩨한(?) 고민 없이, FPS 초보자도 시원시원하게 몬스터를 쓸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고 허수아비들을 쓸어 담는 방식도 아니다. 예를 들어 스토리 모드에선 벽을 타고 기어오는 곤충형 몬스터나 땅바닥에서 깜짝 등장하는 좀비 등 다양한 패턴의 몬스터를 떼로 등장한다. 좀비 웨이브 모드 마지막 구간에선 팀원들과 함께 필드를 꽉 채우는 장판 공격을 피하며 거대 보스를 공략해야 한다.
<탄: 끝없는 전장>은 이런 식으로 난사 중심의 PVE 모드에 다양한 패턴을 넣어 긴박감을 살렸다. 어떤 의미에선 FPS라기보단 아케이드 슈팅 게임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덕분에 별 고민이나 어려움 없이, 마음 편히 즐기기엔 좋았다.
# PVP? 숨바꼭질은 물론, 팀 데스매치도 캐주얼!
이러한 '놀이'의 느낌은 PVP 콘텐츠에서도 강하게 남았다. <탄: 끝없는 전장>의 PVP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모드와 전통적인 FPS 문법을 따른 클래식 모드로 나뉜다. 어느 쪽이건 간에 초보자 입장에선 기존 모바일 FPS보단 즐기기 쉽다는 느낌이었다.
캐주얼 모드는 '좀비 모드'처럼 유저 하나가 몬스터가 돼 다른 유저를 습격하는 모드나, '사물'로 변한 다른 유저들을 잡아야 하는 술래잡기 모드 등 온라인 FPS의 놀이 요소를 상당수 옮겨왔다. 콘텐츠 특성 상 샷빨(?)을 탓할 요소가 적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숨바꼭질 모드는 샷빨보다는 '센스'가 중요한 모드다. 직접 싸워야 하는 나노 모드(≒ 좀비 모드)와 난투(무기가 임의로 바뀌는 모드)는 비대칭적인 구조 덕에 상대가 몬스터라서, 혹은 내게 주어진 무기가 나빠서 졌다는 '핑계'가 주어진다. 이 장치 덕에 설사 게임에서 져도 시원스레 상대를 탓하며, 이기면 내 실력(?)을 뽐내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클래식 모드처럼 전통적인 PVP가 아니라, '놀이'처럼 구성된 콘텐츠 덕이었다.
팀 데스매치나 폭파 같은 전통적인 모드도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랭킹전 아닌) 일반전 모드에서 '자동사격' 옵션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클래식 모드를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안고를 떠나, 특정 콘텐츠를 즐기지 못해 그 게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는 느낌은 약했다. 적어도 일반전 모드에서는 자동사격 옵션을 통해 비교적 쉽게 PVP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FPS 고수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같은 초보자 입장에선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탄: 끝없는 전장>이 단순히 쉬운 PVP를 추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랭킹전 모드에서는 다른 모바일 FPS처럼 자동사격 기능 없이, 유저가 이동과 조준, 사격을 모두 조작해야 한다. 또한 일반전에서도 자동사격 기능이 사용되지 않는 PVP 모드를 따로 제공해 유저들이 부담 없이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배려했다.
종합하면, CBT 기간 중 체험한 <탄: 끝없는 전장>은 FPS보다는 아케이드 슈팅게임이 연상될 정도로 가볍고 경쾌한 작품이었다. 특히 PVE 모드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며 몬스터를 쓸어 잡는 플레이는 모바일 FPS와 담을 쌓았던 나도 계속 플레이할 정도로 쉽고 재미 있었다. PVP 콘텐츠 또한 자동사격 모드, 그리고 숨바꼭질이나 나노 모드와 같은 다양한 캐주얼 모드 덕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과거 좀비 모드로 전성기를 열었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다만 모바일 FPS를 즐겼던 유저들에게 이 게임이 어떻게 다가갈진 모르겠다. 조작이 중요한 FPS 게임에서 UI 위치가 다른 게임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것 자체가 패널티인데다가, 게임이 내세우는 다양한 모드 또한 비록 일부분일지언정 다른 게임에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 끝없는 전장>이 론칭 때 어떤 콘텐츠, 혹은 어떤 게임 모드를 추가할 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