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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체험기] 얼굴 없는 RPG 아이온

아이온 클로즈 베타테스트 첫 인상 체험기

안정빈(한낮) 2007-10-29 21:12:33

지난 27, 28일 이틀간 공식홈페이지의 데바(우수활동유저)들을 상대로 <아이온>의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진행됐다. 비록 계정당 10시간 제한에 레벨 10까지만 키울 수 있었던 한정된 테스트였지만, <아이온>의 기본적인 면면을 살펴보기에 충분했다는 느낌이다. 관심의 정중앙에 서 있는 <아이온>. 첫 느낌을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한낮


 

■ 일단 눈요기는 합격! 하지만 동작이 아쉽다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부터 섬세한 배경, 깔끔한 전투 이펙트까지. <아이온>의 그래픽은 어디에 내놔도 흠잡을 곳 없는 ‘수준급 퀄리티를 자랑했다. 특히 마을 주변의 돌과 하늘 위를 나는 새까지 신경을 쓴 세밀한 배경은 <리니지II>허허벌판식 필드를 걱정하던 유저들의 고민이 단순한 기우였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손짓발짓으로 이야기를 돕거나 비를 막기 위해 나뭇잎을 펼치고, 체력이 없으면 지친 기색을 보이는 등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하는 캐릭터 역시 <아이온>만의 볼거리. 여기에 양방언 씨의 환상적인 배경음악까지 곁들여지면 보고 듣는눈요기로서의 기능은 차고 넘친다.

 

캐릭터를 세워놓고 날씨가 변하는 것만 몇 번 찍어도 영상제작이 가능했을 정도.

 

하지만, 일상적인 동작들과 달리 전투 시의 캐릭터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단점. 게다가 상·하체의 모션이 분리돼 있지 않아서 공격과 이동을 동시에 할 경우 캐릭터가 얼음판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같이 움직이는 일도 잦았다.

 

단순한 공격이나 이동 등의 단일 행동 이외에도 공격 중 이동이나 비행 중 스킬 사용처럼 복합적인 동작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런 것을 다 감안해도 퀄리티 자체는 수준급. 이미 클베의 영역은 아니다!

 

 

■ 미션과 퀘스트를 통한 매끄러운 진행

 

<아이온>은 요즘 MMORPG의 정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퀘스트 중심의 플레이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퀘스트를 전혀 하지 않더라도 큰 무리 없이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각 퀘스트의 보상 아이템과 경험치가 쏠쏠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테스터는 자연스럽게 퀘스트 위주의 사냥을 하게 된다.

 

퀘스트의 양도 상당해서 시작지점인 포에타의 퀘스트만으로도 제한 레벨인 10을 훌쩍 넘겨버렸을 정도. 필자가 레벨 10까지 클리어 한 퀘스트의 숫자가 30개 이상, 플레이 시간이 5시간 정도였으니, 적어도 시간당 5~6개 정도의 퀘스트를 꾸준히 클리어 한 셈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WoW>보다 조금 적은 정도. 스크린샷은 포에타 지역의 미션을 모두 클리어한 후 나오는 NPC들의 축하장면 컷신.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중요도 높은 메인 퀘스트들을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구분시켜 놓음으로써 유저들이 <아이온>의 배경과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들을 보지 못한 채 지나쳐 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션은 다른 레벨 지역으로 이동시켜주는 게임 가이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때문에 미션만 진행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아이온>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근차근 다음 장소로 나아가는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퀘스트와 미션 부분은 기존 게임들의 장점을 이어받아 거기에 <아이온>만의 장점을 꼼꼼하게 보탠 느낌이다. 미션의 컷신 연출이나 일반 퀘스트의 밀도 등을 다듬어가면 먹음직한 '메인 요리'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해외게임들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패러디와 관련된 퀘스트들이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 확실한 즐길 거리의 보장

 

레벨 업 이외의 즐길 거리도 다양했다. 기본적인 채집과 생산도 이미 갖춰져 있었으며, (, 레벨 10까지 모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 보니 생산부분을 배운 유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캐릭터의 염색이나 타이틀 수집, 같은 종족 간의 결투처럼 부가적인 즐거움도 많았다.

 

앞으로 적용될 스티그마나 어비스를 제외하고도 이 정도니 일단 컨텐츠의 부족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 듯하다.

 

제작과 길드부터 타이틀, 염색까지. 정말 온갖 시스템이 총망라 되어 있다.

 

실제로 벌써부터 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도안, 도면 등이 풀려 있는 상태로, 이를 위해 채집·생산직(이라고 쓰고 '노가다'라고 읽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유저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클로즈 베타테스트 버전 게임이 기본적인 전투 및 스킬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고 테스트를 시작하는 것에 견주어 볼 때 <아이온>의 컨텐츠는 해외 게임의 클로즈 베타를 연상시킬 정도로 충실하다.

 

 

■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 특징

 

그러나 단순히 좋은 재료들을 모아놨다고 해서 맛있는 요리가 나오지는 않는 법.

 

<아이온>의 첫 모습은 여러 시스템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반면, 아직까지 이렇다 할 특징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고작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마쳤을 뿐인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유저들도 많겠지만, 실제로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게임은 레벨과 상관 없이 느낄 수 있는 그 게임만의 독특한 컨셉과 분위기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아이온>의 경우 모든 시스템이 친숙하기만 할 뿐 이것이 아이온이다라고 인식표를 달아줄만한 특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인지도를 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비행도 지속시간도 짧고 맵의 곳곳에 비행불가 지역이 산재해있기 때문에 특정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이동용으로 쓰일 뿐이다.

 

모든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개성을 뽑으라면….

 

물론 시스템 자체는 매우 잘 다듬어져 있는데다가 아직 스티그마 시스템과 어비스를 통한 전쟁도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5개의 특수한 아이템을 장착한다고 해서 게임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는 기대하기는 어렵고, 어비스의 경우 이미 초반 컨텐츠라고 할 수 없는 RvR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당분간 <아이온>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느낄 감정은 ? 이 게임 익숙하다이지, ‘와~ 이거 뭔가 새롭다가 아닐 것이란 말이다.

 

 

■ 지나치게 무난한 전투

 

전쟁게임을 표방하면서 컨트롤이 간섭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도 첫 클로즈 베타에서 아쉬웠던 점이다. 실제로 마도성과 정령성을 이용해 다른 유저와 결투(PvP)를 펼쳤을 때 시점을 한 번도 돌리지 않고 싸운 적도 있었을 정도다.

 

시점과 상관없이 공격을 가하는데다가 앞으로 달리면서 뒤를 쏘는 것도 가능하다.

 

연속기 역시 발동기의 수도 적고 특별한 분기 없이 매번 같은 연속기가 발동되는 시스템은 오히려 더욱 단조로운 전투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연속기는 랜덤 발동인지라 의도해서 사용하는 것도, 의도하고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령성의 경우 연속기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발동기의 종류가 레벨 40까지 10개를 넘지 않는다)

 

쉽고 편한 컨트롤도 중요하겠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는 법. 현재 <아이온>의 전투는 스킬 버튼 연타아주 약간의 컨트롤이 가미된 형태일 뿐이다. <아이온>이 지향하는 전투가 단순한 버튼 연타를 통해 서로의 레벨과 장비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면 좀 더 가다듬고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이제 시작, 게임은 사람이 만드는 것

 

<아이온>의 첫 인상을 이리저리 풀어내봤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둘 것은 어지간한 상용 게임 이상의 퀄리티를 갖춘 베타테스트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그래픽은 뛰어났고, 음악부터 컨텐츠까지 이미 공개된 부분에 한해서는 딱히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클로즈 베타 게임에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 같지만…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

 

<아이온>의 머나먼 클로즈 베타 여정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주말에 테스트하고 주중에 치열하게 고치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다. 주말을 반납한 채, 가부좌를 틀고 득도를 할 때까지 '입산수도'를 하겠다는 개발팀, 사업팀의 기백도 대단하다.

 

한 가지 <아이온> 개발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게임은 기술이 만들기도 하지만, 역시 사람이 만드는 '제품'이고, 빚어가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시간>이란 영화를 보면, 연인이 자신에게 싫증났다고 느낀 여성이 성형중독에 빠지고, 결국 남자도 다른 사람으로 보이도록 성형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좋다는 시스템들을 다 끌어모으고, 계속 붙여나가는 것도 좋다. 그러나 나중에 "이제 처음 봤던 아이온의 얼굴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몇 달의 고행 끝에 나올 <아이온>은 아마 '웰메이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좋다는 시스템 재료는 다 끌어모았으니, 이제 작품을 빚어나가는 일이 남아 있다. 과도하게 집중되는 관심과 기대, 높은 평가 잣대는 잠시 옆으로 미뤄둔 채 작업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