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FPS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온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이제 2차 세계대전의 추억에서 벗어나 21세기 중동과 러시아로 그 무대를 바꿨습니다. 바로 <콜 오브 듀티 4 : 모던 워페어>(이하 콜 오브 듀티4) 입니다.
<콜 오브 듀티 4>에는 더 이상 카빈 소총을 거머쥔 채, 반합과 모포, 야전삽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군인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최신 장비들로 무장한 정예 특수대원과 병사들이 나와 중동과 러시아의 테러리스트들과 한바탕 피 튀기는 혈전을 벌입니다.
<바이오쇼크>, <헤일로3>, <크라이시스>, <오렌지박스>, <언리얼 토너먼트3> 등 엄청난 대작 FPS 들이 쏟아진 가운데 또 등장한 기대작 <콜 오브 듀티 4>. 그 싱글 플레이 모드를 직접 플레이 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 플레이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스크린샷은 원본을 사용하였습니다. 클릭해주세요.
■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화면 속에 그대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진면목은 바로 실제 전장에 들어와있는 것과 같은 뛰어난 현장감입니다. <콜 오브 듀티 4>에 이르러 그 진가는 더더욱 두드러집니다.
일단 뛰어난 그래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콜 오브 듀티 4>는 <크라이시스>와 같은 초절정의 그래픽은 아닙니다. 그러나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들 만큼의 수준은 확실히 보여줍니다.
데모판에서도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시가전 미션의 경우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깊은 밤 화염이 곳곳을 휩쓸고 있는 중동의 도시를 배경으로 적외선 고글을 뒤집어쓴 병사들의 레이저 포인터가 어지럽게 허공을 훑습니다.
탄피가 여기저기서 흩날리고 수류탄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모습. 대전차 미사일이 하늘로 떠올랐다가 가장 장갑이 취약한 전차 상단부분에 내리 꽂히는 장면 등등 마치 유튜브 등을 통해 봤던 실제 전쟁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더군요.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쓰레기와 벽돌 하나하나까지 모두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을 풍겼습니다. 이런 세세한 노력들이 하나 둘씩 모여 <콜 오브 듀티>의 진면목을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됩니다.
■ 당근과 채찍을 절묘하게 짜맞춘 레벨 디자인
섬세한 레벨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형 레벨마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수부대 대원이 되어 적의 본거지로 침입해 핵심 시설을 파괴하거나 스나이퍼가 되어 요인을 암살할 수도 있습니다. 소총수가 되어 총탄이 빗발치는 시가지에서 난전을 벌이는 것은 물론입니다.
각각의 레벨은 여러 개의 작은 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이 상당히 뚜렷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만약 ‘어리버리’하게 헤맬 경우 계속해서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라고 NPC들이 말을 합니다.
제일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던 것은 특수부대 대원이 되어 적진에서 탈출하는 미션이었습니다. 빠듯한 시간내에 100여명 이상의 적병을 해치우면서 나아가기란 쉽지 않더군요. 적이 모여있는 곳에 폭격 요청을 하고, 뛰어가서 확인사살 좀 해주랴, 다시 폭격 요청하랴, 다른 대원들 도와주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수송헬기에 올라타서 지상을 내려볼 때는 무척 뿌듯했습니다.
단계적으로 주어지는 미션들을 시작하거나 완료할 때마다 스토리 진행 동영상이나 대화들이 나와서 게임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듭니다. 배경 스토리에 대한 이해는 물론입니다. 마치 <커맨드 앤 컨쿼>의 미션을 하나씩 깨고 난 뒤에 동영상을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과 영화 같은 연출
FPS가 부여하는 몰입감이 잘 짜여진 스토리, 그리고 뛰어난 연출과 만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상당히 큽니다. <바이오쇼크>나 <포탈>에 많은 게이머들이 열광한 것에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콜 오브 듀티 4> 또한 그들 게임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아니 몇몇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났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부활을 꿈꾸는 극단적 국가주의자가 일으킨 전쟁에 전세계가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이미 영화나 TV 드라마, 만화 등을 통해 너무나 자주 다루어져서 식상한 주제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상당히 잘 짜여 있습니다.
탄탄하지만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은 다름아닌 개발사인 인피니티 워드가 다년간 쌓아온 연출 기법입니다. 일단 전쟁 게임이다 보니 날아다니고 깨부수고 폭발하는 것들은 예사로 들어갑니다. 마치 액션영화처럼 플레이어의 시야에 계속해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듭니다. 게임을 끝내고 난 뒤에는 잘 만든 액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스나이퍼 위장복을 입고 지나가는 적 탱크 바로 옆에 숨어 있는 미션을 할 때는 정말 조마조마하더군요. 옆에서 캐터필러가 끼릭끼릭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데 앞에서는 적병이 두리번거리면서 다가옵니다. 완전히 ‘덜덜덜’인 상황이었습니다.
기울어져 침몰하는 화물선에서 탈출할 때와 반란군의 추적을 피해 차를 타고 도망가면서 벌였던 노상 총격전은 매우 스릴감이 넘쳤습니다.
■ 뛰어난 인공지능, 전략을 요구하는 플레이
게임에 등장하는 NPC들의 AI도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교전 중에 벽 뒤에 숨었다가 고개만 내밀고 총을 쏘기도 하고 플레이어가 벽 뒤나 건물 안에 숨어있을 때 창문을 통해 수류탄을 던지기도 합니다. 적의 인원이 플레이어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경우 인해전술처럼 우르르 밀고 들어오기도 하더군요. 웅크린 채 총만 내놓고 아무데나 마구 갈기는 적 NPC를 봤을 때는 배꼽을 잡았습니다.
아군 NPC들은 일단 플레이어의 위치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중요 NPC들은 죽지 않는데 어디선가 보충되어서 달려오는 이등병들은 너무 잘 죽더군요. 땅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 경우가 수십 번이었습니다.
아군 NPC들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람보가 되어서 모두 다 쓸어버리는 방법이 제일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만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지역에는 나름의 전략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적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의 맞은 편 건물 2층과 같은 곳이 그렇습니다.
아군 NPC들은 플레이어 주변에서 엄폐물을 찾은 뒤에 공격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달려가면 알아서 쫓아오게 됩니다. 일단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 쓰러진 아군을 보고 ‘분노 100%’가 되어 마구 총을 갈겨대다가 털썩 쓰러져 손자병법 강의 따위를 듣게 되는 일은 줄어들게 되겠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게임을 보다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기관총이나 대전차로켓포 사수들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게임 곳곳에서 얻을 수 있는 드라그노프와 같은 저격총은 이때 안성맞춤입니다.
그러나 적들이 계속 리스폰되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가만히 저격만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화력이 강한 적들을 처리한 뒤 알맞은 포인트를 찾아서 전진해야 합니다. 잔당들은 우르르 뒤따라온 아군들이 처리해줍니다.
뛰어난 AI를 토대로 플레이어와 아군 NPC들의 사이가 상당히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있기 때문에 게임 내내 아군을 보다 많이 살리는 데에 플레이의 초점을 맞추게 되더군요. 이런 점이 아마도 더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오지 않나 싶습니다.
■ 역시나 재미있는 아케이드 모드
일단 모든 미션을 깬 후에는 아케이드 모드를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미션을 하면서 플레이했던 여러 맵들 중 하나를 불러와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점수를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했던 연습 게임과 같이 신속과 정확이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일단 캐릭터가 총을 몇 대 맞는다고 바로 죽지는 않으니 ‘우와아아’ 소리지르며 달려가는 람보가 되었습니다. 달려가면서 헤드샷, 적이 모여있으면 그냥 난사……. 그렇게 하다 보니 점수는 잘 나오더군요.
점수가 걸려있다보니 이게 또 묘하게 경쟁심리를 자극합니다. “나는 몇 점 받았는데 너는 이게 뭐냐”라고 놀린다든지 “점심 내기 한판”과 같은 것도 가능하겠더군요.
■ 올 겨울 진득하게 붙들고 할만한 명작 게임
솔직히 말해서 <콜 오브 듀티 4>에서 별다른 흠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게임 플레이가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너도 나도 <콜 오브 듀티 4>에 귀를 쫑긋하고 있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정도입니다.
<콜 오브 듀티 4>의 가장 뛰어난 점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현장감 넘치는 연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마치 실제 전장에 던져진 듯한 느낌을 계속해서 받게 됩니다. 일단 먼저 정신이 없습니다. 워낙 많은 인원들이 뒤엉켜 싸우다 보니 때때로 누구부터 쏴야 할 지 모를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이 게임은 ‘모던 워페어’라는 이름처럼 요즘 사용되는 무기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관심을 붙잡기에도 충분한 게임입니다. 미군의 자문을 받아 게임 속에서 매우 충실하게 구현되었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습니다.
게임을 끝까지 해보고 난 느낌은 ‘우왕ㅋ굳ㅋ, 킹왕짱’ 이런 것이랄까요? 이 게임 정말 재미있습니다. 한번 끝내고 또 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저와 취향이 비슷하신 분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정말 잘 만든 액션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게임에서도 느껴보고 싶다면 <콜 오브 듀티 4>를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중요한 시험을 끝내고 홀가분한 학생들, 또는 ‘이번 겨울에 따뜻한 방안에서 게임 좀 해볼까’하고 생각중인 직장인이라면 <콜 오브 듀티 4>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11월 16일에 영문판이 발매되었고 12월 20일에 한글화 버전이 나올 예정입니다. 영문판구입자들은 나중에 한글판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올 겨울에는 정말 해볼 게임들이 많군요. 여기저기서 FPS 게이머들의 행복한 고민들이 들리는 듯 합니다.
데모판에서도 등장했던 시가전 미션, 매우 실감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이트 고글로 본 화면이 매우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황색 모래가 흩날리는 중동의 시가지로부터 축축하고 싸늘한 러시아 산간지방에 이르기까지 개발사인 인피니티 워드는 그동안 그들이 쌓아왔던 모든 노하우를 사용하여 게임에 최고수준의 현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백미는 바로 연막효과였습니다. 상당히 자연스럽더군요.
우르르 몰려가는 화면에서 왠지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스토리 라인을 따르는 뛰어난 연출력이 게임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액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 추격 장면
아군NPC와 플레이어 사이의 관계는 매우 유기적입니다.
게임의 중요 시점마다 아군NPC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