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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물씬 나는 무협 느낌, 알찬 콘텐츠! 그런데 현지화는? 천애명월도 파이널 CBT 체험기

사양 대비 우수한 그래픽 등 장점 많지만 로컬라이징은 다소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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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슬(토망) 2017-09-27 12:18:09


 

출생의 비밀, 믿었던 사람의 배신, 숨겨진 비급과 복수. 듣기만 해도 어떤 풍경인지 상상이 간다면 <천애명월도>는 당신에게 꽤나 어울리는 게임이 될 것이다. 텐센트 오로라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넥슨이 한국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인 <천애명월도>는 무협을 테마로 한 MMORPG로, 지난 9월 14일부터 20일까지 파이널 CBT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CBT는 새 문파와 신분이 추가돼 정식 서비스에 앞서 새로운 콘텐츠와 안정성을 시험하는데 주력했다. 천애명월도는 어떤 게임인지 디스이즈게임이 직접 체험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재야은자인가, 만인지상인가? 내가 무협인이 된다면

 

<천애명월도>는 중국의 무협 소설가 고룡의 작품 ‘천애명월도’를 원작으로 스토리와 배경 등을 채용한 무협 MMORPG다. 중국 텐센트 산하의 오로라 스튜디오가 개발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으로, 한국에서는 2016년 지스타에서 넥슨이 서비스할 것을 발표한 이래 현재까지 총 세 번에 걸친 CBT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무협은 초월적인 힘을 가진 사람 간의 관계와 균형의 어그러짐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천애명월도>에서도 유저의 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청룡회’를 비롯한 인간 NPC이며, 다른 유저와 대립하는 상황도 꽤 자주 마주치게 된다. 고룡의 작품이 배신과 복수 등 어두운 관계를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이를 원작으로 하는 천애명월도 역시 무엇을 지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도 <천애명월도>는 ‘강호에서의 삶’ 또한 폭넓게 다룬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강호를 유람하거나 다른 사람을 처단하는 살수로 살아갈 수도 있다. 혹은 총타나 연맹 등 거대한 무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정쟁의 틈바구니에 끼어드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플레이 스타일을 선택하든 소설의 주인공 같은 모습이 된다. 천애명월도는 유저의 흐름과 원작의 분위기, 게임의 테마가 일관성 있게 흘러가는 MMORPG다.

 



 


# 화려하지만 아쉬운 커스터마이즈와 그래픽

 

<천애명월도>는 무협을 다루는 중국 MMORPG와 유사한 흐름을 따라간다. 스토리를 따라 레벨을 올리며 여러 콘텐츠를 배운다. 장비를 교체하거나 내공을 연마해 강해지며, 던전이나 행단 임무 등으로 다른 유저와 교류하다가 맹회에 가입, 세력전을 시작하는 순으로 유저를 이끈다. 강호와 무림, 협객이 나오는 무협이 소재다 보니 관련 콘텐츠를 접해본 유저라면 크게 낯선 느낌은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파는 타 게임의 클래스, 직업과 같은 개념이다. <천애명월도>는 8개의 문파를 고를 수 있고, 각각 콘셉트에 맞게 여러 전투 스타일과 고유의 스킬을 갖는다. 검을 사용하는 근거리 딜러 ‘개방’, ‘신도’ 등 어느 정도 스타일을 공유하는 클래스도 있지만 꼭두각시를 동시에 조종하는 ‘당문’처럼 완전히 다른 조작 체계를 갖는 클래스가 있고, ‘천향’이나 ‘태백’, ‘신위’처럼 특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클래스도 있다. 또 모든 문파가 나름의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솔로 플레잉이 불가능하거나 파티 플레이에서 불이익을 받는 클래스는 없다. 적은 숫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파간 균형은 잘 잡혀 있는 상태다.

 

 개성 강한 8개의 문파가 모두 나름의 쓸모를 가지고 있다.


첫 CBT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간단한 조작으로 미형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어진 세팅 내에서 약간 다듬는 정도로, 어떻게 조작을 해도 프리셋에서 크게 벗어나는 강렬한 인상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코스튬은 향후 캐시 아이템이나 최상급 콘텐츠의 보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 꾸미기를 좋아한다면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천애명월도>는 최근 대형 MMORPG가 요구하는 사양에 비교하면, 비교적 낮은 사양으로도 훌륭한 그래픽과 표현력으로 강호를 그린다. 캐릭터의 표현이나 액션에 대해서는 문파별로 호불호가 크게 가리나, 적어도 유저들이 살게 될 강호의 광활함과 더불어 특색 있게 구현한 건물과 자연만큼은 대부분 호평이다. 

 

파이널 CBT에서는 먼 거리를 훌훌 날아갈 수 있는 ‘대경공’을 적정 레벨보다 훨씬 일찍 제공했기 때문에 유람을 다니는 기분으로 여러 지역을 돌아보는 재미도 충분했다. 하지만 NPC나 동물, 사람이 모이는 곳은 너무 좁은 곳에 한정되어 있어, 꼼꼼하게 세상을 돌아보면 휑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패키지 게임의 오픈 월드에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숨겨진 업적이나 퀘스트, 희귀한 수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좀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

 


 


 

 

# 산에 오르니 일거리가 쏟아진다

 

게임을 처음 시작해 강호에 떨어진 유저에게는 ‘시절이 하수상해 스승님이 강호를 살펴보라고 내려보낸 막내 무림인’이라는 배경이 주어진다. 유저는 강호를 둘러보다 거대한 음모의 파편을 접하고, 그 내막을 파고들어가며 무협 세계에 익숙해지게 된다. 28레벨이 되면 한 차례 숨을 돌릴 시간이 주어지고, 문파로 돌아가 좌선 수행을 시작하면 일일 임무가 해금되면서 본격적으로 할 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먼저 대량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일일 임무, 유용한 장비를 얻을 수 있는 던전 플레이가 유저를 기다린다. 또 이 시점부터 수렵, 아이템 제작, 다른 유저를 체포하거나 암살하는 등 특수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신분(서브클래스)이 개방되며, 수집 아이템을 모아 능력을 올리는 일도 슬슬 필요해진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시간 잡아먹는 낚시도 당연히 있고, CBT에서는 존재만 확인된 개인 주택 건설도 무시하기 힘들다. 시간마다 열리는 퀴즈 이벤트나 경마도 소소한 재밋거리다. 날씨와 시간이 맞으면 미뤄뒀던 견문 퀘스트를 하러 다닐 수도 있다. 퀘스트상에서 동료로 등장했던 NPC를 찾아가 대련을 신청하고 받는 보상도 좋은 편. 콘텐츠의 깊이는 얕으나, 자신의 스타일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골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진열이라 할 수 있다.

 

 애완동물 육성과 교배도 가능할 줄은 몰랐다. 난 천애몬 브리더가 될거야!

 

 

# 잊지 마라, 여기는 무림이다

 

<천애명월도>는 사냥 외애도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일일 임무를 통해 적은 수고로 막대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전날 획득하지 않은 경험치 일부도 플레이를 통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어, 일일 임무를 해금하면 레벨 상승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상황이 이러니 레벨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캐릭터의 육성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활동으로 조금씩 쌓이는 ‘수행’을 소모해 해금하는 경맥과 심법이다. 

 

경맥은 ‘폄석’을 사용해 일부 능력치를 추가하는 ‘룬’과 같은 개념이고, 심법은 경맥과 같은 방식으로 능력치를 올리거나 특별한 ‘심법 스킬’을 추가해 전투 스타일을 다양화한다. PvE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지만, PvP는 경맥과 심법을 통한 캐릭터의 개성 강화가 승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천애명월도>의 콘텐츠는 PvP에 보다 중심이 쏠려 있다.

 

 특정 속성의 폄석을 이용해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하는 심맥, 추가 스킬과 효과를 얻는 심법

 

먼저 PvP 안전 지대가 굉장히 좁다. 필드에서 사망한 유저가 리스폰되는 일부 지점을 제외하면 모든 필드는 일방향의 PvP가 가능하며, 31레벨 이후 메인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려면 4개의 세력 중 한 곳의 편을 들어 세력전에 몸을 담아야 한다. 신분 중에는 의뢰를 받아 다른 유저를 공격하는 ‘살수’가 있고, 특정 의상을 입으면 상단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유저 파티를 덮쳐 물건을 빼앗는 강도질도 가능하다.

 

물론 ‘막피’ 행위에 따른 패널티는 크다. 레벨 차이가 너무 나는 유저는 공격 대상이 될 수 없고, 무차별적으로 필드에서 PvP를 자행하면 살육 수치가 쌓여 수감된다. 감옥에 갇히면 실제 접속 시간을 소모해 살육 수치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패널티가 아니다. 

 

끓어오르는 승부욕은 게임에서 공식적으로 깔아준 멍석 위에서 발산해보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유저에게 결투를 신청해 즉석으로 벌이는 ‘비무’, 랭킹전인 ‘논검’이 있고 방파와 연맹, 맹회 등 다양한 규모의 세력전도 준비되어 있다. PvE 콘텐츠인 던전, 레이드 등의 보상이 PvP 전용 장비라는 점에서 <천애명월도>의 최종 콘텐츠는 PvP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천애명월도>의 PvP 정책은 매우 영리하다. 필드상의 자유 PvP를 제약하는 대신 다양한 룰로 겨룰 수 있는 안전한 PvP를 제공함으로써 PvE를 선호하는 유저들과 PvP를 선호하는 유저를 분리하고, 세력 커뮤니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PvP를 받아들이도록 한다.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를 준비했으나 근본적으로는 하드코어한, 어찌 보면 고전적인 PvP 위주의 MMORPG라 할 수 있다.

 

 1:1부터 맹회를 축으로 한 거대 세력전까지, <천애명월도>의 중심 콘텐츠 PvP


 

# 한글로 써 있으나 꼭 알고 싶은 정보는 없다

 

누군가가 <천애명월도>를 보고 설치한 다음 플레이를 하다 매력을 느껴 유저가 되기까지, <천애명월도>는 참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무협이라는 소재도 그렇지만, 조금만 손을 보태면 접근성이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인터페이스가 그러한 문제 중 하나다. 콘텐츠가 워낙 많으니,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작은 공간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정보를 밀어넣는다. 그 많은 도움말 속에서 정작 이 기능은 무엇인지, 앞으로 캐릭터 육성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없다. 

 

예를 들어 ‘태백’ 문파의 중요한 기술인 ‘무흔검의’ 설명은 ‘상대의 초식을 끊을 수 있다’라고 써 있을 뿐, 무엇을 초식이라고 하는지, 장판이 그려질 때마다 이 스킬을 쓰면 되는 것인지, PvP에서도 쓸 수 있는지, 끊을 수 있는 기술에는 제한이 없는지 일언의 설명이 없다. 어떤 스킬은 '나선베기'와 연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나선베기'라는 이름의 기술은 없기 때문에 마감이 꼼꼼치 못하다는 인상도 준다.

 

무협을 접해본 적이 없는 유저라면 인터페이스의 낮은 가독성에 용어의 복잡성이 더해져 정보를 습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오죽하면 CBT 중반부터 개인의 컨트롤이나 게임 숙련도가 아니라, 정보 격차 때문에 유저 간 차이가 벌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을까. 

 

또 남성 NPC가 여성 목소리를 내거나 직역투의 스토리 번역, 음성과 맞지 않는 대사 등, 크게 보면 분명 흥미로운 스토리인데 매력을 살리지 못하는 로컬라이징이 불친절함을 더욱 가중한다. 더빙 음질 역시 좋지 않고 중복 캐스팅이 많아, 정작 손이 필요한 부분은 놓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 무협인이라는 롤 플레잉을 해보고 싶다면

 

종합하자면 <천애명월도>는 강호라는 공간에서 유저가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고, 하드코어 유저를 위한 PvP와 세력전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게임이다. 

 

모바일과 웹 브라우저로 눈을 돌려봤을 때 정통 무협을 다루는 MMORPG는 적지 않다. 그러나 준수한 그래픽으로 강호를 그려내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했으며 원작의 노선에 맞게 비장감 있는 PvP에 비중을 둔 작품은 없다는 점에서 <천애명월도>는 독보적이다. 

 

본격적인 무협 MMORPG를 원했고 좋아했다면, 또 보다 좋은 그래픽과 환경에서 플레이하고 싶다면 대체재가 없을 게임이다. 이번 테스트 피드백을 기반으로 보다 생생하고 깔끔한 <천애명월도>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