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겨울 지스타를 통해 공개되며 액션게임광 유저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던 <워로드>가 지난 12월27일 본격적인 오픈베타에 돌입했다. 코에이의 명작 액션게임 <진·삼국무쌍>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호쾌한 액션으로 이미 세 번의 클로즈 베타를 통해 게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기대 속에 진행된 오픈베타.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워로드>는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워로드>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와 게임성을 짚어봤다. /디스이즈게임 한낮
▲ 캐릭터 그래픽은 만점, 하지만 배경과 동작은?
지스타 버전부터 몇 번이나 반복해 온 말이지만 <워로드> 최고의 장점은 바로 ‘그래픽’이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캐릭터와 관련된 그래픽’이 되겠다.
스타일리시한 동작부터 화려한 스킬과 타격 이펙트에 이르기까지, <워로드>는 과장 하나 더하지 않고 어지간한 콘솔게임에 맞먹는 퀄리티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일 대 다수의 전투’에서 오는 호쾌한 타격감 또한 일품이다.
특히 해당 전장의 시대와 지역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갖춘 NPC들과 장식의 펄럭임 하나까지 표현한 디자인은 <워로드>가 ‘캐릭터 그래픽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확실히 ‘손맛’과 ‘섬세한 아이템 디자인’만큼은 예술이다.
그러나 화려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배경과 각종 구조물의 섬세함은 떨어져 보인다. 게다가 캐릭터의 움직임 역시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커서 공격 시에는 바닥을 미끄러지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위 아래로 심하게 흔들리는 일종의 ‘위화감’까지 느껴진다.
또한, 건널 수 있는 곳과 건너지 못하는 곳의 구분이 전혀 안 되어있는 배경 맵과, 외곽선이 그대로 보이는 각종 버프 이미지들은 배경과 캐릭터 사이의 위화감을 가중시킨다. 심지어 현실이라면 20cm도 안 되는 갈라진 바닥을 이동할 수 없어서 5분을 돌아가는 경우도 생길 정도다.
발목보다 낮은 계단을 점프가 아니면 오를 수 없고, 무릎 깊이도 안 되는 개천은 ‘점프로조차’ 건널 수 없다. 배경 그래픽의 완성도를 떠나서 이것은 ‘성의’의 문제다!
배경에 대한 문제점은 분명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부터 지적되어 온 것인데, 어째서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배경 그래픽의 퀄리티를 바꾸기 어렵다면 최소한 이동 가능/불가능 지역의 구분과 계단이동에서 발생하는 화면 흔들림 만이라도 손 볼 필요가 있다.
▲ 복잡하지 않고 호쾌한 게임성
‘단순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워로드> 특유의 호쾌한 게임성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마을에는 플레이에 꼭 필요한 NPC들만 존재했으며, 퀘스트의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다음 전장이나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게다가 전장에서도 주어진 서브 미션만을 달성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션이 완료되는 신기한(?) 경험도 자주하게 된다.
결국 <워로드>는 일직선적인 진행을 통해 ‘복잡한 생각 없이 적들만 썰고 다니면 되는’ 완벽한 스트레스 해소용 액션게임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아니, 생각하면 오히려 더 꼬인다. 본능에 의지하자!
그렇다고 무작정 단순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워로드>에는 포인트를 투자해서 습득 → 강화 → 마스터로 이어지는 스킬 시스템과, 자신이 원하는 콤보를 직접 선택해서 올릴 수 있는 일종의 콤보 트리가 존재한다.
이 스킬과 콤보에 사용되는 포인트는 똑같은데다가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두 가지 스킬에만 전념하거나, 반대로 다양한 콤보를 육성하는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워로드>가 ‘액션게임의 틀’을 갖고 있는 만큼 보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콤보와 스킬을 조합하는 일종의 ‘나만의 공격패턴’까지 연구하게 된다. 게임진행의 단순함을 캐릭터의 다양한 성장방식으로 막아낸 셈이다.
게시판에는 ‘콤보와 스킬의 조합을 묻거나 자신만의 연속기를 가르치는 글들이 넘쳐난다. 캐릭터의 성장에 그만큼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소리다.
▲ 컨텐츠 논란? PvP와 피로도
프리 오픈베타부터 추가된 신규지역과 PvP, 피로도 시스템은 <워로드>를 끊임없는 컨텐츠의 압박에서도 어느정도 벗어나게 해주었다. 카멜롯 지역의 추가로 인해 초반의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2장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고, 비슷비슷한 미션에 지겨움을 느낀다면 쿠산대륙으로 넘어가 PvP를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나 단순한’ 적의 인공지능 역시 2장 이후에는 몰라볼 정도로 영리해지는 만큼, 이미1장에서 클리어한 미션이라도 새로운 기분으로 도전할 수 있다. 말이 좋아 2장이지 1장의 적을 고스란히 능력치만 올려놓고 재등장 시켰던 지난 테스트와는 확실히 비교되는 발전이다.
이미 <던전앤파이터> 등의 게임에서 사용됐던 피로도 시스템 역시 유저들의 지나치게 빠른 컨텐츠 소모를 막는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해주고 있다. 더 이상 ‘초반부터 컨텐츠가 부족하거나 바보같은 적을 데리고 매번 똑같은 짓만 하느라 잠이 오는 경우’는 겪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물론 초반만의 이야기다. 여전히 후반으로 갈수록 컨텐츠가 부족하다.
다만, 개발사의 편의를 위해 피로도라는 시스템을 도입, 유저들의 플레이시간을 강제로 조절한 것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전장을 구석구석까지 돈다면 피로도의 소모에만 6시간 이상이 걸릴 만큼 넉넉한 양이긴 하지만, 플레이를 ‘강제로’ 막는 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구속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무리 인공지능을 향상시키고 전장의 수를 늘렸더라도 전체적인 전장의 수량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컨텐츠 부족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전장마다 적의 등장위치 및 공격패턴, 주어지는 서브미션까지 똑같기 때문에 아무리 난이도가 높은 전장이라도 두 세 번 해보고 나면 그 이후에는 단순한 ‘반복 플레이’로 여겨질 뿐이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 PvP 지역을 추가시켰지만 PvP를 열심히 해야 할 목적성이 없는 탓에 단순한 미니게임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컨텐츠를 업데이트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알지만, 지금처럼 그것을 강제로 막기보다는 차라리 생산이나 대규모 PvP 필드처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를 도입해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레벨 업이 빠르면 전장의 수가 부족해지고 그렇다고 레벨 업을 늦추면 ‘풀 포기 하나까지 똑같은 전장’을 수십 번씩 뛰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컨텐츠 문제가 나오기는 매한가지.
▲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최악의 서버점검
보다 발전된 컨텐츠와 달리 인터페이스만큼은 오히려 이전 테스트 보다 못한 느낌이다. 우선 지스타 버전부터 지적이 되었던 불편한 시점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벽을 등지고 섰을 경우 카메라의 시점이 캐릭터와 겹치는 것은 기본이고, 시점의 자동조정이 안 되는 탓에 높낮이의 차이가 심한 곳에서는 일일이 시점을 상하로 움직여줘야 한다.
게다가 아직까지 창고와 길드 등의 기능도 지원되지 않고 있으며, 채팅창의 구분도 없기 때문에 쏟아져 나오는 전투 메시지와 장사 글에 밀려서 정상적인 대화도 어려운 상태다. 얼마 전부터 친구목록을 열면 튕기는 버그까지 생기면서 <워로드>의 커뮤니티는 사실상 ‘휴업’ 상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1인칭 시점을 만들어 달라!
그리고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지 2주가 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은 갖가지 버그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서버다운은 역시 골칫거리. 특히 지포스 GT 계열의 그래픽카드 대부분에서 전체화면으로 플레이 할 경우 강제로 접속이 끊어지는 버그는 이미 버그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잦은 서버다운과 점검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테스트 내내 하루에 적게는 한 번에서부터 많게는 네 번 이상까지 임시점검이 있었으며, 잦은 점검에 대한 사과글을 올리자마자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또 다시 서버다운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기껏 점검이 끝났나 했더니 아이템 드랍이 안되고 전장에서 5분만에 무조건 패하는 버그가 생겨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경험했을 정도다.
아직 오픈베타 중인 게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와 운영을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워로드>는 단순히 ‘테스트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넘어가기에는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다행히 1월6일과 7일을 지나면서 서버점검과 다운 문제는 잦아들고 있지만, 여전히 끊김현상과 튕김현상을 호소하는 유저들은 남아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버그들이 나오고 있다.
▲ 최상의 클베와 기대에 못 미친 오베
이전의 클로즈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필자가 <워로드>를 보면서 느낀 첫 감정은 ‘기대감’이었다. 첫 테스트부터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으며,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이전 테스트에서 지적된 단점을 대부분 수정하는 부지런한 모습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이전 체험기에서 <워로드>의 퀄리티와 완성도를 칭찬하면서 ‘지금 당장 오픈베타를 해도 될 수준’이라는 말까지 사용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프리 오픈베타를 거치면서도 시점은 여전히 불편했고, 위화감 있는 그래픽도 달라지지 않았다. 채팅창이 분리되지 않아서 대화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으며, 고레벨 유저를 위한 컨텐츠는 여전히 부족했다. 필자의 말처럼 정말 ‘클로즈 베타 상태 그대로’ 게임을 열어버린 것이다.
오히려 클베 때는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버그와 불안정한 서버상황까지 추가됐다.
결국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워로드>가 보여준 것은 플레이 시간을 약간 늘려줄 수 있는 카멜롯 지역과 PvP가 추가된 것이 거의 전부다. 오픈베타 이후에도 개발팀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는 부분도 많다. 그렇지만 지금의 문제점은 단순히 컨텐츠만 늘린다고 해결될 것들이 아니다.
물론 컨텐츠의 소비가 빠른 액션게임의 특성상 새로운 컨텐츠의 업데이트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워로드>에게 필요한 것은 인터페이스와 숱한 버그들을 개선함으로써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지 ‘신규 지역의 추가’가 아니다.
전장의 컨텐츠 역시 조금만 패턴을 바꿔주면 얼마든지 질리지 않게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똑같은 방식의 전투만을 고집하고 있어 안타깝다.
신규지역의 추가 자체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전에 선행됐어야 하는 당연한 수정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을 많이 적었지만, <워로드>라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약간의 위화감을 제외한다면 평균 이상의 그래픽을 가졌고, 일 대 다수의 전투에서 오는 타격감도 좋다. 다채로운 세계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장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다. 적어도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외적인 매력’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여든 유저들에게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때다. 현재 테스트 중인 유저들이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지난 테스트에서 나온 문제들은 무엇인지, 유저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짧은 전투만으로 유저들을 매료시키고, 지적받은 단점을 바로바로 보완해왔던 클로즈 베타테스트 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