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G에서 개발하고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캐주얼 던전 액션 게임’ <엘소드>가 최근 오픈 베타 테스트(OBT)를 시작했습니다.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 7개월 만에 OBT가 시작된 만큼, 그동안 많은 문제점과 단점들이 보완되었습니다. ‘만화책을 넘기듯 누구나 쉽게 즐기는 액션’을 표방하는 <엘소드>의 OBT를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간편한 조작방식, 세심한 튜토리얼 |
<엘소드>는 횡스크롤 시점으로 진행되는 3D 그래픽의 액션 RPG입니다. RPG 모드와 PvP 모드의 두 가지 플레이 방식부터 시작해 게임을 살펴보면 KOG의 전작인 <그랜드체이스>와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제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엘소드>를 즐긴다면 “혹시 <그랜드체이스2>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현재 <그랜드체이스2>는 별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게임은 다른 무엇보다 ‘심플한 액션’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습니다.
일단 화살표 키 외에 2~4가지 키만 사용하는 쉽고 간단한 조작 체계를 갖고 있죠. [Z]와 [X]. 단 2가지의 키로 모든 공격을 할 수 있고, [A]와 [S] 키로 특수기술을 발동시키는 것이 전부인데요, 대부분의 콤보는 단순한 연타로 쓸 수 있고, 공격 키를 일정 시간 눌렀다 떼면 필살기도 나갑니다.
간단하고 쉽게 게임을 즐기자! 이것이 <엘소드>의 좌우명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엘소드>는 짜임새 있는 튜토리얼을 제공합니다. 유저들이 한 번 즐기기만 해도 기본적인 플레이는 모두 완벽하게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매우 효과적입니다.
일례로 ‘캐릭터 이동’을 알려주는 튜토리얼만 봐도 차이가 납니다. 다른 게임들은 단순하게 버튼을 눌러보는 것만으로 이동에 대한 튜토리얼이 끝나지만, <엘소드>는 위에서 떨어지는 상자를 피하는 이벤트를 추가해서 실제로 이동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마치 다른 게임의 튜토리얼이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 같다는 느낌이라면, <엘소드>는 개인 교습 같다고 할까요? 이렇게 친절한 튜토리얼은 액션 게임 초보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좋아보였습니다.
게임의 튜토리얼은 콤보의 방법, 사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한 권의 ‘만화책’을 읽는 느낌 |
3D 그래픽을 2D 만화 같이 보여주는 ‘카툰렌더링’ 기법.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에서 카툰렌더링은 여러 번 시도가 되었지만, 실제 게임의 구성까지 만화처럼 짜여진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게임이라는 컨텐츠 자체가 만화와 같은 느낌을 살리기 쉽지 않고, 잘못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전체적인 분위기마저 흐려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엘소드>는 카툰렌더링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게임 구성을 한 권의 완벽한 만화책처럼 구성했습니다. 필살기를 사용할 때 캐릭터가 줌인 되면서 컷신이 등장하는 것부터 시작해, 로딩화면까지 만화책처럼 꾸며져 있죠.
이런 구성은 유저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엘소드>의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유저들이 “다음 로딩화면에는 어떤 그림이 등장할까?”라는 상상과 기대감을 품도록 만든다고 할까요?
다만, 아직은 만화와 같은 구성이 사용되는 부분은 다양하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장면에서 사용이 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만화적 기법을 사용한 깔끔한 그래픽은 폭넓은 유저층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2D 동작과 3D 배경의 조화 |
이밖의 주요 특징으로는 2D 동작과 3D 배경의 조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이야?” 라고 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엘소드>의 캐릭터들은 오직 평면 이동만 가능합니다. 2D 그래픽의 <슈퍼 마리오> 처럼 상하좌우 이동, 점프 정도만 한다는 뜻이죠.
반면에 배경은 3D로 되어 있어서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화면이 90도 꺾이거나 숨겨진 길이 등장하는 식의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런 구성은 캐주얼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2D’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3D’의 재미를 조금씩이지만 선사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기존에 <그랜드체이스>나 <던전앤파이터> 같은 게임을 즐겨봤다면 익숙함 속에서도 색다른 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짝 꺾여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공격해도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버그들 |
<엘소드>는 장시간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거치면서 컨텐츠의 추가와 인터페이스의 수정이 여러 차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전부터 지적된 버그들의 일부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깁니다.
현재 가장 심각한 버그는 대부분 그래픽 관련 문제입니다. 플레이 도중에 화면이 깨지거나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 등의 버그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죠. 심지어 이런 버그들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PC 자체가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필드의 그래픽이 이렇게 깨집니다. 심지어 텍스처가 형광색으로 변하기도 하더군요.
이 밖에도 무한대로 로딩이 늘어지는 버그나, 특정 맵에서 튕기는 버그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OBT인 만큼 수정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중에는 플레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버그도 있습니다. 빠른 수정과 안정화가 이뤄져야 할 부분입니다.
유저들도 게시판에서 버그에 대해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RPG 모드에서 외면받는 파티플레이 |
<엘소드>에는 개인이나 파티 단위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RPG 모드’와 게이머들끼리 PvP를 즐기는 ‘PvP 모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유저들은 PvP 보다 주로 RPG 모드를 많이 즐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RPG 모드는 혼자서 즐기는 ‘솔로 플레이’ 보다 여러 클래스의 게이머들이 힘을 합쳐 진행하는 ‘파티 플레이’가 더 왁자지껄하고 재미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엘소드>는 RPG 모드를 몇 번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파티 플레이보다 솔로 플레이를 지향하게 됩니다. 솔로 플레이 쪽이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경험치를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왼쪽이 솔로 플레이의 결과, 오른쪽이 파티 플레이의 결과입니다.
이것은 게임 진행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엘소드>는 엄연히 온라인 게임인 만큼 다른 유저들과 같이 플레이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의 즐거움에도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참고로 <엘소드>는 <던전앤파이터>에서도 도입한 ‘피로도 시스템’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던전을 한 번 돌면 피로도라는 수치가 깎이게 되고, 이것이 모두 떨어지면 더 이상 던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문제는 솔로 플레이와 파티 플레이에서 깎이는 피로도의 양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성장을 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파티 플레이를 피하고 솔로 플레이를 즐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저들이 시간 대비 효과를 따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파티 플레이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당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암호를 걸어서 혼자 하거나, 만들자마자 시작해서 혼자 플레이 하는 방이 많습니다.
또 하나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복장을 통한 ‘캐릭터 꾸미기’ 부분이 약했다는 점입니다.
보통 캐주얼 게임의 경우, 캐릭터가 레벨업을 했을 때 가장 많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새로운 복장의 습득’ 인데, <엘소드>는 겉으로 보이는 의상들의 차이점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재미가 반감되고 있습니다.
고레벨 복장이라고 해도 다른 점은 줄 하나와 색깔뿐.
남겨진 숙제, 밸런스와 깊이 있는 컨텐츠 |
<엘소드>는 굉장히 쉽고 단순한 조작체계를 자랑하는 게임입니다. 이런 점은 누구나 손쉽게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분명 장점이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깊이 있고 다양한 플레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처음에는 ‘이야 쉽다~’라고 생각해 금새 빠져들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플레이가 단조로워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RPG 모드는 상위 던전으로 들어가 봐야 게임 플레이 면에서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점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엘소드>는 분명 ‘쉬운 게임’입니다. 하지만 적응 단계를 거친 후에 게임이 어려워지는 부분은 단순히 적들이 강해지거나, 그 수가 많아지고 체력이 높아지는 것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게임을 하면 할 수록 쉽게 질리게 되고, 나중에 가면 ‘단순히 버튼만 누르는 게임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물론 클로즈 베타 때와 비교하면 던전의 수가 많아졌고, 컨텐츠도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던전이 많이 추가되었어도 “적을 무찌르면서 최종적으로 보스를 물리친다”는 기본 틀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장시간 RPG 모드만 즐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죠.
현재 PvP는 특정 클래스의 득세와 같은 밸런스 문제가 제기 되고 있습니다. 특히 광역공격이 가능한 마법사는 모든 클래스가 상대하기 꺼려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엘소드>는 액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와,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 모두를 끌어 모으기에 충분한 매력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을 오랫동안 머물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지 않은 것은 분명 한계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던전만 추가되는 업데이트가 아닌, 색다른 재미 요소와 시스템도 한층 보강되는 업데이트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OBT 기간 동안 <엘소드>가 한층 발전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