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주에서 누군가 압도적인 차이로 1등을 한다면 뒤에 오던 레이서들은 자신감을 잃고 난조를 보이게 된다. 레이싱 게임의 경쟁구도 역시 비슷하다. 빅히트를 기록한 <카트라이더> 이후 등장한 레이싱 게임들은 대부분 ‘카트와 비슷하지 않나?’라는 선입관에 먼저 부딪히게 된다. 나름 완성도가 있음에도 선두 게임이 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2007 지스타에서 ‘어? 겉은 비슷한데 속은 색다른데?’라는 반응을 얻어낸 신작 레이싱게임이 있다. 엔빌소프트와 게임하이가 공동으로 제작한 <고고씽>이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대세인 <카트라이더>와 <고고씽>이 어떤 면에서 같고, 어떤 것이 다른지 알아보자. /디스이즈게임 필진 스프릿스
▲ 캐주얼이지만 캐주얼 같지 않은 모습?
흔히 캐주얼이라고 하면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가 등장하여 진행하는 걸 상상한다. <고고씽> 역시 여느 캐주얼 게임과 마찬가지로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서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카트라이더>에선 캐릭터의 머리 크기와 카트 바디의 길이와 거의 흡사할 만큼 가분수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고고씽>은 더욱 현실과 비슷한 비율로 구사되어 있다.
그래도 대두는 대두다.
하지만 겉과 속은 다른 법. 흔히 겉으론 ‘<카트라이더>의 느낌과 비슷하겠지’하고 느끼겠지만 실제 게임을 즐겨보면 여느 비디오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연상하게 한다. 즉 드리프트(Drift)의 느낌이 캐주얼 적 느낌보단 일반 레이싱 게임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위에도 설명 했듯이 캐릭터의 크기와 차량의 크기를 실제와 더욱 흡사하게 만들며 게임 플레이 시 안정감을 준 게 첫 번째 이유라 생각된다.
▲ 선택의 폭이 넓은 차량
<레이시티>나 <스키드러쉬>등의 경우는 캐릭터가 없지만 엔진이나 데칼 등 차량을 꾸밀 수 있는 개체가 많았다. 하지만 <카트라이더>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은 카트의 비중에 비해 엔진을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물론 존재하긴 하지만 특정 카트에만 가능할 뿐 실제론 매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카트를 구입해야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고고씽>의 경우는 차량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추가로 가속, 속도, 코너링 등의 엔진을 장착할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하나하나 선택해야하는 <카트라이더> 보다 더욱 효율적인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다양한 캐릭터 아이템과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 근성을 요구하는 튜토리얼 모드
요즘 게임은 대부분 접속하면 튜토리얼 모드부터 진행하게 된다. <카트라이더>에서는 라이선스를 통해 조작법과 이론을 설명했는데,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재미도 쏠쏠했기에 귀찮더라도 즐겁게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고고씽>에 들어와 처음 튜토리얼을 접한 유저는 난감함을 감출 수 없다. 부스터 사용법, 아이템 사용법은 없고 처음부터 드리프트 시험에 들어간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드리프트의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하라면 과연 제대로 하는 유저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들어오자마자 이런 걸 시키다니…
물론 레이싱 게임을 한두 번 접해본 유저라면 첫 번째 튜토리얼인 드리프트는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두 번째 튜토리얼이다.
이름도 어려운 ‘슬립드리프트’를 단번에 진행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물론 10번의 시도 중 3번만 성공하면 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그걸 못하겠어?’하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카트라이더>에서 어느 정도 수준급 드리프트를 했던 유저라도 울고 갈 만큼 고난이도의 튜토리얼이다.
슬립드리프트의 튜토리얼은 그저 실패의 연속.
아직 오픈 전단계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크게 지적할만한 부분은 아니지만, 오픈을 할 때는 <카트라이더>처럼 레벨이 올라갈 때 마다 정기적인 튜토리얼을 진행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게 한다면 훨씬 접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 SF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맵
로딩 화면에서 나오는 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대중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하기 위하여 배경을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만든 <카트라이더>, 넓디넓은 도시를 배경으로 달리면 금세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 같은 <레이시티>는 상반되는 느낌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또 하나의 세계를 나타내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게임에 더욱 즐거움을 준다.
전반적으로 <고고씽>의 배경은 3차원의 느낌을 준다. 360도로 회전을 한다거나, 순간 가속도로 맵을 넘어가는 등의 시도로 유저들에게 한층 색다른 재미를 준다.
차량의 느낌과 배경이 절묘하게 일치한다.
▲ 특이한 발상이지만 난감한 조작감
레이싱 게임에서 드리프트란 군인의 총과 같다. 즉, 드리프트가 없다면 레이싱 게임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레이싱의 기본 요소가 된다. <카트라이더>도 초기엔 기본적인 드리프트에 충실한 플레이에서 점차 연타드리프트, 커팅드리프트 등 다양한 기술로 현재까지 진화해 왔다.
물론 캐주얼 레이싱의 시초라고 불리고 있는 만큼 추후 나온 레이싱 게임에선 대부분 <카트라이더>를 즐기던 유저들이 넘어갔기에 비슷한 느낌으로 드리프트를 접목시킬 수 있었다.
빨강(순간부스터X)
파랑(1단계 순간부스터)
보라(2단계 순간부스터)
<고고씽>도 전반적인 드리프트 기술은 여느 레이싱 게임과 흡사하다. 다만 드리프트 → 순간부스터로 넘어가는 기술에선 조금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순간부스터라면 일정한 가속과 길이를 유지하게 설정 된다. 하지만 <고고씽>은 드리프트의 끌림 정도에 따라 순간부스터의 가속도와 길이가 달라진다.
2단계의 순간부스터를 쓰기 위해선 보라색 스키드가 나올 때 까지 끌어줘야 한다. 위의 스크린샷에서도 볼 수 있듯이 U자 코너를 극단적인 아웃 코너링으로 돌았을 때 겨우 보라색 순간부스터가 뜨기 때문에 사실상 U자 코너 외엔 사용할 이유가 없다.
좌우로 왔다 갔다 부스터를 모은다.
직선구간에선 조금 꼼수로 드리프트를 모으는 게 가능하다. <카트라이더>의 경우도 직선구간에서 부스터를 더 잘 모으는 쪽이 승패를 좌우할 만큼 레이싱에서의 직선은 단순히 부스터를 쓰는 구간이 아닌 부스터를 모으는 구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고씽> 역시 직선구간에서 드리프트를 모으는 유저가 승리할 만큼 스피드전을 즐기는 유저라면 직선 공략을 위해 많은 연습을 한다. 단순히 <카트라이더>는 차량을 꺾어서 반동을 주지만 <고고씽>은 살짝 흔들어 자리를 잡는, <뿌까레이싱>에서 봤던 슬립 형식의 드리프트이다. 아래의 동영상에서 <고고씽> 드리프트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movie news/gogoxingspris.wmv#]]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작됩니다.
쉬프트(Shift) 키를 이용하면 드리프트가 가능하며, 키보드 Z 키를 누르면 부스터가 나간다. <고고씽>의 경우는 <카트라이더>처럼 10이 되었을 때 하나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0.7만 되어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한 최대 5.9개의 부스터까지 모을 수 있기에 <카트라이더>처럼 쓰고 모으고 하는 방식의 플레이 보다 저축하고 한꺼번에 지르는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최대 5.9까지 부스터 게이지를 모을 수 있다.
부스터를 사용할 때는 하나를 사용하지 않고 연달아 사용 가능한 ‘터보부스터’가 존재한다. 즉 한 칸의 부스터를 10이라고 할 때 7의 부스터를 사용하면 다음 부스터 게이지부터 노란색의 터보부스터가 발동된다. 이에 따라 지름길의 공략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역전하기에 좋은 기술이다.
터보 부스터를 사용하면 속도는 더욱 향상!
▲ 개성을 살린 게임모드가 아쉽다
<고고씽>에는 여느 캐주얼 레이싱 게임과 마찬가지로 아이템전과 스피드전 두 가지 게임 방식이 존재한다. 그런데 스피드전은 그렇다 쳐도 아이템전을 한번 즐기고 나면 ‘이게 스피드전인가, 아이템전인가?’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이가 없다.
<카트라이더>의 아이템전은 순수 아이템으로, 스피드는 순수 드리프트의 실력으로 승부를 겨뤘지만, <고고씽>의 경우는 스피드전의 부스터 게이지가 아이템전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템전이라는 의미는 상황에 따른 적절한 아이템 사용이라는 점에서 실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순위에 따라서 다르게 나오는 아이템 운에 의한 승부의 비중이 커진다는 점에서 초보자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스피드전을 잘 못해도 아이템전에서 입상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고고씽>에선 초보들이 다가설 기회를 주지 않는다. 즉, 스피드전을 잘하는 유저가 아이템전도 잘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터보전용 트랙과 아이템전용 트랙의 차이가 없는 것도 문제다. 두 가지 모드를 차별화시키기 위한 개발에 비중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건 아이템전에서 부스터 잘 모으면 이기니…
▲ 더욱 현실과 동일하게
<고고씽>은 SF 배경과 설정에 현실감까지 강조하고 있다. 이런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게임의 잔재미. <카트라이더>는 360도로 회전하는 구간에선 물리적 법칙이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360도의 꼭대기를 올라가도 떨어지는 일이 없었지만, <고고씽>은 물리적 법칙이 작용하여 속도가 줄어들면 거꾸로 차가 뒤집혀서 떨어진다.
뒤집혀서 떨어졌다. ;;;
지금까지 나온 온라인 레이싱 게임에선 이렇게 현실적인 시스템을 적용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캐주얼 게임은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현실적인 요소는 배제했던 것도 컸다. 그러나 <고고씽>은 대중적인 느낌과 함께 현실감도 추구하고 있다. 플레이를 하다보면 곳곳에서 예상과 다른, 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맞았다! 물구나무!
하지만 물리적인 법칙이 지나치게 적용되면 부작용이 있다. 즉 부스터를 조금이라도 쓰고 충돌했을 때 너무나 가혹하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카트라이더>는 아무리 세게 들이받아도 네트워크의 끊김현상이 있지 않는 한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고고씽>은 다르다. 네트워크 사정과 관계 없이 충돌하면 날아가기 때문에 어설프게 몸싸움을 걸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아래의 동영상을 보자.
[[#movie news/gogoxingcrash.wmv#]]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작됩니다.
▲ 흥미로운 게임 속 요소들
게임 속 감정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요즘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늘 있는 일이다. ‘ㅎㅎ’ ‘ㄹㄷ’ 등의 초성체를 사용했을 때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 캐릭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호탕하게 웃고 있는 캐릭터.
<고고씽>은 캐릭터의 감정표현이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고, 대기실뿐만 아니라 경주 도중에도, 게임이 끝난 후에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캐릭터가 순수한 어린아이를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천진난만한 모습 속에서 많은 재미를 엿볼 수 있다.
여기요~ 저 좀 봐줘요!
아이템에 맞거나 몸싸움을 할 때도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유저를 재미있게 해준다. 아이템에 맞아 하늘로 날아가는 차 안에서 빠지기 싫어하는 모습, 몸싸움을 하면서 중심을 잡기위해 안달하는 모습,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안정적으로 착지하기 위해 자세 잡는 모습 등은 친근하고 귀엽다.
<카트라이더>는 몸싸움을 할 때도, 아이템을 맞았을 때도 표정만 바뀌었을 뿐 캐릭터 동작의 변화는 없었다. 이런 면에서 <고고씽>의 물리법칙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 완성도는 높다. 하지만?
기존의 레이싱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눈길을 끈 <고고씽>. 정식 오픈을 하지도 않았지만 탄탄한 기반이 잡혀보였다. 앞으로 완성될 기능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고, 지금 상태로도 레이싱을 좋아하는 마니아 유저층을 끌어들일 매력은 충분하다.
울라~ 울라~ ~_~;;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가장 먼저 외치는 1순위인 밸런스의 조정이 여기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길 때 한 쪽이 너무 높으면 그쪽으로 모두 몰리게 되고, 안 좋으면 아무도 선택을 안하는 게 당연하다.
최근 10일 동안의 긴 프리오픈을 거치면서 많은 유저들이 공감한 것이 차량의 특성은 잘 나타냈지만 그 점 때문에 밸런스 차이가 심하다는 점이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차량과 맵, 엔진 등이 나와서 게임을 한층 재밌게 해주겠지만, 이번 프리오픈을 성공적으로 거친 만큼 테스트에서 나온 버그와 문제들은 무엇이며 유저들의 요구사항 등을 유심히 듣고 더욱 발전했으면 한다.
향후 밸런스가 충분히 잡힌 스피드전에 톡톡 튀는 게임방식까지 추가된다면 <고고씽>은 한결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컨셉과 물리엔진 외에 게임모드나 밸런스가 부족하다. 강점인 물리엔진을 이용한 사실적인 변수들이 더 많아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