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국산 3D MMORPG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리스톤테일>의 후속작이 대망의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6년 E3 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클로즈 베타테스트만 햇수로 2년 동안 진행한 속편의 제목은 바로 <프리스톤테일2: 세컨드 이그니마>.
예당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프리스톤테일2>(이하 프테2)는 개발 기간 4년에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다고 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대작’을 표방하는 국산 MMORPG입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내일은 홈런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플레이 방식 |
<프테2>는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 기존의 국산 MMORPG와 크게 차별화되는 점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조작 인터페이스만 봐도 <WoW> 이래로 대중화된 MMORPG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즉, 조작 대부분을 마우스를 통해 할 수 있으면서도 키보드를 같이 사용하면 보다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식입니다.
미니맵이나 전체맵, 인벤토리나 클랜창 등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역시 다른 MMORPG와 크게 다른 것은 없습니다. 덕분에 요즘 MMORPG를 즐겨본 유저라면 정말 빠르게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으며, 초반에 큰 어려움을 겪을 필요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접근성은 높습니다.
굉장히 친숙한 형태의 인터페이스.
실제 게임의 진행에 들어가봐도 ‘퀘스트를 중심으로 사냥을 하면서 레벨업을 한다’는, 역시나 너무나도 익숙한 플레이 방식을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단순하게 사냥만 하는 것보다 퀘스트를 진행하는 쪽이 더욱 더 빠른 속도로 경험치를 쌓을 수 있죠. 퀘스트 대부분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서 유저들은 지도만 잘 보고 따라가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퀘스트는 NPC의 설명만 잘 봐도 어렵지 않게 완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퀘스트들은 대부분이 ‘누구를 만나라’, ‘재료를 모아와라’, ‘몬스터를 몇 마리 잡아라’ 등 아주 기본적인 형태들만 준비되어 있어 단조롭습니다. <프테2> 만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느낄 수 있는 퀘스트 등은 거의 없고, 내용이나 구성도 많이 부실하다는 뜻이죠.
더군다나 1편이 있는 시리즈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세계관이나 특유의 스타일이 전혀 녹아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특히 클로즈 베타테스트만 1년 이상 진행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리니지2>급 그래픽, 너무나도 밋밋한 전투 |
<프테2>는 ‘언리얼 엔진 2.5’를 사용한 그래픽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웁니다. 여기서 언리얼 엔진 2.5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리니지2>에서 사용된 언리얼 엔진 2의 개량 버전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엔진 때문인지 <프테2>는 <리니지2>와 거의 유사한, 때로는 조금 더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물론 <리니지2> 급의 그래픽은 2008년에 보더라도 나쁜 편이 아닙니다. 자연스레 <프테2>의 그래픽도 유사한 MMORPG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죠.
하지만 오랜 개발기간과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치를 생각해보면 이는 분명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저사양 PC에서도 원활하게 잘 돌아갈 정도로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겠죠.
몬스터들은 '나름' 귀엽습니다. 응?
<프테2>의 전투는 무척이나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몬스터들의 패턴도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공격 버튼만 열심히 눌러주고, 틈틈이 스킬을 섞어주기만 하면 대부분의 난관을 손쉽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한 손으로 과자를 먹으면서, 다른 손으로 마우스만 클릭해도 전투를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결국 <프테2>의 전투는 무척 지겹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들과 몹들의 체력이 무척이나 높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반면 공격력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몬스터 하나 하나와의 전투가 굉장히 오래 걸리죠.
전투를 지루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타격감입니다. <프테2>의 타격감은 빈약한 편으로 이펙트만 화려하게 날 뿐, 손맛은 '그다지'입니다. 향후 업데이트에서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오픈베타 중인 게임으로 볼 때 너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스크린샷으로는 호쾌하게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다지….
왼쪽은 평타모션, 오른쪽은 스킬모션입니다. 두 공격의 그래픽이 똑같습니다. (-_-;)
대체 왜 있는 것인가? 공격 각도 시스템 |
<프테2>의 전투에서 독특한 시스템을 꼽자면 ‘공격각도’가 있습니다. 캐릭터가 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만 공격이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대체 이 시스템은 왜 넣은 것인가?”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컨트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넣은 시스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프테2>에서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대상 지정’ 키와 ‘공격’ 키만 조합하면 컨트롤에 상관 없이 전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냥 약간 불편한 정도라고 할까요?
헌데,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뜬금 없이 힐러 계열 캐릭터들입니다. 힐을 주고자 하는 상대와 각도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스킬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죠. 파티원의 피가 쭉쭉 빠지고 있는, 정신 없는 상황에서 일일이 각도 맞추고 힐을 넣는 게 과연 쉬울까요? 개발진의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각도 시스템은 더 세밀한 조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공격 각도, 대체 왜 있는 시스템일까요…
여전히 고레벨 중심의 컨텐츠 |
<프테2>는 기본적으로 ‘초보자용 컨텐츠’가 굉장히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굳이 기준을 잡자면 레벨 20을 기점으로 할 수 있겠네요. 레벨 20 이전에는 ‘퀘스트와 사냥’ 외에 별다른 특별한 컨텐츠가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유저들은 초반에는 필연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사냥만 반복해야 합니다.
‘캐릭터의 육성’ 부분을 놓고 봐도 레벨업을 하면 스탯이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게이머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장비 아이템 역시 그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거의 모든 게이머가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장비를 맞추게 됩니다.
대신 게임은 레벨 20을 달성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아이템 조합’이나 ‘스탯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시소 시스템) 같은 주요 컨텐츠를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는 초보자 시절에는 게임에 익숙해지는데 주력하고, 더 복잡한 시스템은 어느 정도 고레벨이 되면 즐겨보라는 의도라고 생각됩니다.
게임 초반에는 캐릭터의 성장에 있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스탯은 자동성장이고, 스킬은 필요 없는 스킬까지 다 배워도 돈이 남아돌 정도입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초보자 시절에는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을 겪어야 한다’는 뼈아픈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레벨 20이후부터 겪을 수 있는 컨텐츠들이 <WoW>에서 아장아장 뛰어다니다가 말을 타게 되는 것만큼 혁신적이어서 레벨업의 의지를 불태우게 하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레벨이 높아져도 사냥터에서 단순하게 몬스터를 학살해야 한다는 기본패턴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게임의 순환구조는 보다 쉽고 단순한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매혹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조금이라도 지루해서는 안돼, 의미 없는 반복은 싫어’라는 주의를 가진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실망으로 다가옵니다.
아이템 강화 시스템은 고레벨 유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다 저레벨 유저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나쁜 게임은 아니다. 그런데 좀 늦었다. |
<프테2>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프리스톤테일>의 후속작이자 개발 기간 4년에 100억 원을 은근히 강조하면서 ‘대작’ 마케팅을 하고 있는 MMORPG입니다.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면 그렇게 못 만든 게임은 아닙니다. 퀘스트 중심의 플레이부터 손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게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MMORPG의 기본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대작’ 이라고 하기에는 한 2년쯤은 늦은 게임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는 ‘비디오 게임 같은 뛰어난 액션성’만 봐도 그렇습니다. 점프를 통해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인다고 했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점프에서 기대되던 액션. 점프 샷 이라던가 높은 곳을 점프로 올라가는 액션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캐릭터는 도착 포인트로 찍은 곳과 출발 시점 사이에 아주 작은 장애물이 있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멈춰버립니다. 여기에 절벽에서는 벽과 벽 사이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연출되었습니다.
끼었습니다. 끼었고요, 끼었습니다.
<프테2>는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임입니다. 유저들의 의견을 열심히 듣겠다고 했고, 기대도 많이 받았던 게임인 만큼 정식 서비스 전에 더욱 나아진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