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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있을 건 다 있는 한국형 MMORPG, SP1

SP1 오픈 베타테스트 체험기

Machine 2008-04-24 22:45:14

‘스릴러 영화 같은 MMOG’를 표방하며 공개됐던 <SP1>이 ‘포스트 한국형 MMORPG’로 슬로건을 바꾸고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SP1>은 핵무기로 인해 생화학적 오염이 심각해진 유럽이라는 특이한 세계관을 훌륭한 그래픽 퀄리티로 표현하여 기존 MMORPG의 느낌을 탈피한 게임이다. 실버포션이 개발하고 넥슨에서 제공하는 <SP1>.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 컨셉트를 바꾸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Machine


 

◆ 있을 건 다 있는 한국형 MMORPG


<SP1>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흥행했던 MMORPG들의 시스템들을 거의 전부 만나 볼 수 있다. 지역점령전, PvP전장, 경매장, 생산시스템, 인스턴스 던전, 길드, 인챈트, 이동수단 등 다른 게임에서 익숙하게 경험했던 시스템들이 비교적 높은 완성도로 구현되어 있다. 덕분에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생소해도 실질적으로 플레이하는 감각은 그리 낯설지 않다.

 


분위기는 무척 음산하지만 자세히 보면 내용은 익숙한 것들이다.

 

전투는 [W] [A] [S] [D] 키로 이동하고 마우스로 카메라 이동과 타겟팅을 하는 서양식 컨트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래픽적인 분위기 외에는 새로운 것이 없어서 다소 식상한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PvP 관련 시스템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보아온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모두 고려해서 만들어진듯, 깔끔하게 구현되어 있다.

 


솔로잉과 파티 플레이 양쪽의 밸런싱을 자연스럽게 양립시킨 것도 주목할 부분.

 

 

◆ 훌륭한 그래픽, 비교적 낮은 요구사양


오픈베타 시점에서 <SP1>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그래픽이라 할 수 있다. 스릴러에 걸맞는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이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만들어져 있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몬스터, 배경에 이르기 까지 어느 것 하나 뒤쳐지는 것 없이 일관된 수준으로 그래픽을 구현하면서 사양까지 비교적 낮은 것은 MMORPG에 있어서 커다란 장점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연출이나 물리적 움직임의 문제인데, 뒤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그래픽 퀄리티 하나만큼은 최상급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게임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그래픽의 역할도 크지만, 사운드도 무시할 수 없다. <SP1>은 배경음악 뿐만 아니라 빗소리나 바람소리, 공장의 기계소리 등의 환경음을 이용해서 분위기를 한껏 조성하고 있다. 전투의 효과음도 전체적으로 날카롭게 구성되어 있어서 캐릭터들에게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는 금속성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게임 옵션에서 3D사운드를 켜면 5.1채널 스피커를 지원하는데, 누군가 오토바이를 타고 곁을 지나가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괜찮게' 구현되어 있다. 환경음이 잘 구성되어 있고 소리의 방향성도 확실하지만 사운드 오브젝트가 거의 없고 척 듣기에도 스테레오에 최적화된 사운드라서 서라운드의 현장감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몇 년 전이라면 그냥 이 스크린샷으로도 포스터 하나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 자유도는 낮지만, 잘 짜여진 캐릭터 능력


<SP1>을 맨 처음 시작할 때 고를 수 있는 직업은 블레이더(근접공격), 히트맨(날렵한 원거리 공격), 블래스터(우직한 원거리 공격), 프리스트(회복 및 버프)의 4종류이다. 이들이 15레벨에 1차 전직을 하면서 각각 둘 중 하나의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데 현재 본 게임의 실질적인 직업은 8종류이다. (30레벨에 2차 전직을 하지만 따로 선택이 없이 엘리베이터 형식이다)

 


파티원들이 합심해서 타란튤라 퀸을 녹여주고 있다.

 

<SP1>에서는 레벨업을 하더라도 스탯을 찍거나 스킬포인트를 배분하는 등의 선택권은 없다. 단지 레벨에 맞는 스킬들을 트레이너에게 구입하여 쓰는 것 뿐이다. 확실히 최근의 MMORPG들에 비해 자유도가 떨어지는 육성 시스템이다.

 

하지만 자유도가 떨어지는 만큼 캐릭터들의 스킬과 밸런스가 잘 짜여져 있다. 모든 캐릭터들이 솔로잉과 파티 플레이 양쪽에서 나름대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있고 스탯이나 스킬을 잘못찍어서 낭패를 보는 일도 없다.

 


파티 플레이에선 힐만하는 프리스트도 퀘스트용 보스는 혼자서 썰어준다.

 

특이한 스킬트리나 스탯으로 엽기적인 캐릭터를 키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시스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유도 높은 육성시스템을 지닌 게임에는 보통 ‘육성의 정석’이 존재하여 결국 대부분 비슷한 캐릭터를 키우는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시스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그런데 ‘스릴러’는 대체 어디로?


<SP1>은 완성도 높은 게임이긴 하지만 본 게임만의 특징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스릴러에 가까운 독특한 세계관 외에는 꼽을만한 것이 없다. 비록 2차 테스트 이후 노선을 갈아타긴 했지만 스릴러의 느낌을 위해 프롤로그와 각종 연출을 추가하고 스토리를 일부 수정한 흔적이 보인다.

 


NPC들이 모여있긴 한데 아무리 봐도 현장감은 없고 그냥 인형을 세운듯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해서 연출은 현재로선 쓸데없이 추가했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스토리는 분명히 긴박하고 무서운 장면일텐데, 연출 수준이 너무 낮아서 스토리에 몰입된다기 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온다. 성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캐릭터들은 입을 꾹 닫고만 있는 것부터가 아이러니다. 아예 만들지를 말거나 최소한의 퀄리티를 확보한 상황에서 공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확실히 그럴듯한 정지화면이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인형놀이 수준이다.

 

또한 스토리 구조도 안타깝다. 2차 테스트까지는 그 실체가 안개에 휩싸인듯해서 진상을 추측해가며 진행해야 했던 스토리가 오픈베타에서는 프롤로그에서부터 대부분의 원인과 목적이 밝혀진 채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남편 눈앞에서 처참히 죽었던 아내가 살아 돌아다니게 되어 남편과 아이가 오히려 고통받게 되는 에피소드는 원인을 모르면 꽤나 반전이 있는 스토리지만, 불로불사의 이모탈이 천지에 널려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시점에서는 별 흥미가 없어지지 않겠는가?

 

 

◆ 아직은 미비한 유저 대립 구도


현재 <SP1>은 여러모로 PvP에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사실 캐릭터들간의 밸런스는 크게 문제시되고 있지 않다. 유저와 유저가 싸우게 되는 상황이나 규칙을 설정하는 면에서 부실함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PvP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하나는 새로 생긴 전쟁 서버의 필드에서 싸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레벨 20근처에 가게되는 전쟁맵인 ‘아카디아’에서 싸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점령전인 스크램블이 있다.

 


스크램블 전장의 입구. 일주일에 한 번 전투를 치뤄서 스크램블의 주인을 결정한다.

 

스크램블의 경우 공성전과 비슷한 것으로, 길드포인트로 입찰를 하여 경매에 1위를 한 길드가 스크램블을 차지하고 있는 길드와 전투를 하여 승리한 측이 앞으로 일주일간 스크램블을 차지하는 것이다. 스크램블 내에서는 여러가지 귀한 제작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스크램블 전투는 일반 유저들이 참여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PvP가능 사냥터인 아카디아의 경우 이곳에서 아콘포인트를 얻으면서 경험치와 돈도 짭잘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람들은 PvP보다는 사냥을 하길 원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PvP가 일어나는 일 보다는 고렙이 저렙들을 장난삼아 학살하거나 입구에서 친선적인 전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카디아는 돈과 경험치의 보고다. 레벨 20대에겐 최고의 렙업장소!

 

새로 오픈한 전쟁서버는 현재 정당방위 시스템의 부재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 서버에서는 일반 캐릭터가 선한 캐릭터를 쓰러뜨리면 악의 세력 헬리온이 되고, 헬리온을 쓰러뜨리면 선한 세력인 체이서가 된다. 헬리온은 다른 캐릭터들을 쓰러뜨리면 많은 전리품을 챙길 수 있는 대신 자신이 쓰러지면 그만큼 많은 전리품을 떨어뜨린다.

 

문제는 정당방위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낚여서 헬리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치길래 반격했더니 한 방에 쓰러졌다. 이런 경우에도 헬리온이 되어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다.

 

또한 체이서는 중립 캐릭터를 쓰러뜨려도 곧바로 헬리온이 되지 않아서 사실상 중립 캐릭터 한두 명 정도는 쓰러뜨려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립 캐릭터는 체이서를 잘못 건드리면 곧장 헬리온이 된다. 오죽하면 전쟁 서버에서는 헬리온보다 체이서를 조심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쟁지역 입구에서 헬리온을 사냥중인 체이서들.

 

아직은 오픈베타 중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되겠지만, PvP는 사람들과의 전투이기 때문에 그만큼 유저들에게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금 더 발빠른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시스템적 완성도는 높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SP1>은 ‘포스트 한국형 MMORPG’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의 여러 가지 시스템들을 완성도 있게 잘 갖추었다.

 

PvP구도를 제외하면 시스템적으로 딱히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구색이 잘 갖춰져 있으며 특히 솔로잉과 파티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양립시킨 밸런싱에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게다가 그래픽의 퀄리티는 높이면서 필요사양을 낮춘 그래픽 엔진은 <SP1>의 장점을 잘 끌어내고 있다.

 


이 정도 사양에서 이 이상의 그래픽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시스템과 수치상 밸런스가 아무리 잘 잡혀 있어도 게임을 하는 사람의 감정을 붙들어놓을 수 없다면 결국 좋은 게임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스토리의 연출이나 PvP시스템도 게임을 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감성적으로 한번 더 생각을 해 보고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단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것은 상용화된 게임으로서는 치명적인 문제이지만 테스트 중인 게임으로서는 오히려 좋은일일 수 있다. 확연하게 드러난 그 단점을 고치면 확실히 더 좋은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SP1>이 단점들을 극복하고 더욱 좋은 게임으로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건 무척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