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게임을 즐겨 하는 유저라면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탄생시킨 <하프 라이프>의 속편, <하프 라이프 2>에 사용 된 ‘소스 엔진’으로 개발 된 온라인 FPS <스팅>입니다.
YNK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있는 <스팅>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시리즈의 플레이 감각을 어느 정도 차용하면서도 많은 부분에 수정을 가해 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플레이 도중 들리는 북한군 병사의 걸쭉한 북한사투리를 듣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Machine
소스엔진 특유의 플레이 감각 |
<스팅>은 <하프라이프2>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 소스>에 쓰인 밸브사의 소스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FPS용 엔진을 FPS로 만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래픽이나 총기밸런스 등의 모든 것을 차치하고 컨트롤 감각만을 놓고 보면 위의 게임들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따라서 컨트롤의 난이도는 최근에 나오는 국산 FPS 게임들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었습니다.
크로스 헤어가 벌어지는 것만 믿고 쏘다가는 한 발도 명중시키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스팅>에서는 크로스 헤어만으로 집탄율을 예측하면 안됩니다. 이동 중에는 캐릭터가 가늠자를 보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조준하는 지향사격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크로스 헤어가 좁더라도 서브머신건이 아니라면 초탄 이외에는 거의 맞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정확도를 원한다면 멈춘 채로 쏘거나 [Shift]키를 누르고 걸으면서 사격을 해야 했습니다. 앉은 채 점사로 끊어서 사격하면 비교적 높은 정확도를 얻을 수 있지만, 오히려 적들에게 헤드샷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더군요.
기존의 국내 FPS에 익숙한 유저들이 <스팅>을 플레이 할 경우 총이 무척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아바>의 경우 이와 유사한 컨트롤을 요구하고 있으며, FPS 흥행의 시초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또한 이런 스타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정통 FPS를 좋아하고 밀도 있는 컨트롤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요소겠지요. 반대로 쉽게 쏘고 맞추는 데 익숙해진 유저라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어둠 속에 숨은 적은 상당히 귀찮다. 폭탄 설치 후 그늘에서 매복하기 위해 이동중인 플레이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물리엔진
<스팅>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엔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는 점입니다. 소스엔진은 최고의 게임용 물리엔진으로 손꼽히는 '하복'(HAVOK)을 지원하지만, <스팅>은 실질적으로 물리엔진에 의한 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리엔진을 FPS 게임에 사용하는 이유는 오브젝트를 이용해 새로운 게임성을 추가하는 것과 현실감의 극대화, 두 가지입니다. 하지만 <스팅>에서는 양쪽 어느 것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리법칙을 따르는 오브젝트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긴 처음부터 깨진 유리창일 뿐. 하지만 유리창을 벽과 똑같이 취급한다는 건 조금 심하지 않은가?
물리엔진은 사용하기에 따라 게임에 여러 가지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적이 오는 순간에 통나무나 드럼통을 굴려서 데미지를 입히거나, 지형지물을 쓰러뜨려서 길을 막는 등의 사실적인 일들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팅>의 경우 유리창 조차 깰 수 없으며, 맵의 거의 모든 것들이 움직일 수 없도록 되어있었습니다. 캐릭터가 쓰러질 때의 모션도 나름대로 박진감 있게 표현했다지만, 물리엔진이 적용된 움직임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오브젝트들 중에 한두 개가 총알에 반응한다고 해서 현장감이나 재미를 높여주지는 못합니다. 현재의 단계만을 놓고 보면 <스팅>에는 하복엔진이 사용되었지만, 제대로 된 물리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캐릭터 사망 후에는 자유시점으로 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신선한 타격감, 그러나 다듬어야 할 사운드
그래도 <스팅>의 타격감은 나름대로 좋은 편이었습니다. 총소리가 실제 총소리에 가까울 정도로 잘 구현된 것이죠. 밋밋하지는 않지만 다소 과장된 사운드로 타격감을 극대화 하는 게임들에 비하자면 담백한 소리를 냈습니다.
사운드로 인해 떨어진 타격감을 보완하기 위해 <스팅>은 화면상에 보이는 총의 모습을 타 게임들보다 크게 해서 시각적인 타격감까지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최근 FPS들의 과장된 총기 사운드가 일부 유저들에 의해 ‘소총에서 대포소리가 난다’고 까지 비난 받는 상황에서 총기 사운드의 과장을 최소화 하면서 타격감을 살렸다는 점에서 <스팅>의 타격감은 신선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헤어에 많이 접근한 <스팅>의 총기위치. 다른 국산 FPS 게임들에 비해 화면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세밀한 사운드의 구현에 있어서는 안타까운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캐릭터의 국적에 맞춰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라디오 메시지는 독특한 요소임에 틀림 없지만, 총소리에 필적할만한 음량의 목소리는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또한 피탄시의 사운드나 이펙트가 없어서 적이 총에 맞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발자국 소리는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 사운드 플레이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게임하는 동안 끊임없이 들리는 ‘Fire in the hole’의 늘어지는 음성은 필자의 귀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직까지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모든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방향이 헷갈렸습니다. 서라운드의 현장감을 논하기 이전에 총성의 정확한 방향조차 파악이 어려웠던 상황이었던거죠.
사운드 플레이는 이런 매복이나 기습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다채로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스팅>은 상당히 다양한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었습니다. 모자에서부터 고글, 얼굴위장패턴, 팔꿈치·무릎 보호대, 장갑, 군화 등의 아이템들을 모두 마음에 드는 것으로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무척 넓은 것에 비해 딱히 개성적인 모습은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딱히 꽃미남들은 아니지만, 전쟁에 참전한 한 명의 군인으로서 강인함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선택의 폭은 매우 넓지만 군인의 특성상 개성적인 아이템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컨셉트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리얼 FPS’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등장한 <스팅>.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떤 면에서 특별히 ‘리얼’을 추구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테스트였습니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FPS에 ‘리얼함’을 부여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어디에서 리얼함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팅>은 비교적 어려운 컨트롤이나 다소 복잡한 맵 구조로 보아 FPS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매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사소한 부분도 완성도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게다가 소스엔진은 그래픽·물리·사운드 엔진의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 있기에 각광받는 엔진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비싼 엔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습니다.
맛깔나는 나이프 손놀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