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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월드 오브 리니지크래프트? 아이온, 중심을 잡아라

아이온 시즌2 베타테스트 리뷰

안정빈(한낮) 2008-05-07 20:24:07

지난 427, <아이온>의 시즌2 베타테스트가 막을 내렸다. 3주간 진행된 이번 테스트를 통해 <아이온>은 종족간의 전쟁을 유도하는 시공의 균열과 세분화된 커스터마이징, 신규지역인 모르헤임과 엘테넨 등의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각만큼 좋지 못했다. 한층 강화된 눈요기 거리를 갖고 돌아왔지만 정작 게임의 기초적인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고, 지난 테스트에서 극찬을 받았던 컨텐츠마저 부실했기 때문이다. /디스이즈게임 한낮


 

이미 첫 번째 테스트을 통해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아이온>의 그래픽은 시즌2 테스트에 들어서면서 더욱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일단 기본옵션에서 속칭 뽀샤시 효과’(Glowlight Effect)가 제거됐다. 덕분에 이전의 몽환적인느낌은 사라졌을 지 몰라도 그래픽 자체는 한층 담백하고 깔끔해졌다. 더불어 캐릭터의 어색한 동작들도 부분적으로 수정됐고 각종 인터페이스 역시 <아이온>만의 모습을 찾는데 성공했다.

 

특히 새로 추가된 지역인 엘테넨과 모르헤임에서 숲과 사막 그리고 화산과 설원이라는 서로 상반된 조건을 한 곳에 아우른 모습은 절경 중의 절경! 그래픽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조금도 아깝지 않다.

 

시즌1 때도 좋은 편이었는데 이제는 엄청나게좋아졌다.

 

다만 수준 높은 그래픽에 필연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최적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CPU 자원을 제대로 반납하지 못하는 탓에 장시간 플레이 하다 보면 그래픽이 깨지거나 게임이 다운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또한 옵션을 조금만 낮춰도 그래픽의 퀄리티가 엄청나게 떨어지는데 반해 정작 이에 따른 프레임 증가는 크게 느끼기 어려웠다. 필자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 수의 유저가 불편을 토로한 부분인 만큼 다음 테스트부터는 최적화에 있어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최적화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리고 테스트 이전부터 지적을 받았던 상하체 분리동작 역시 아직까지 제대로 구현돼 있지 않았다. 이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으니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시즌2 테스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시공의 균열 역시 첫 시도치고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공의 균열이란 상대종족의 진영에 침입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포탈로 어비스와 더불어 <아이온> RvR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시스템이다.

 

상대방의 지역에 넘어가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 유저들도 있겠지만 <아이온>은 이 단순한 포탈에 두 가지 양념을 버무려놨다. 바로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뿌려주는 네임드 몬스터 레기온 랭킹이라는 미끼.

 

이 몬스터 하나가 아트레이아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자세한 설명을 돕기 위해 우선 <아이온>의 아이템 체계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아이온>의 아이템은 크게 일반, 희귀, 전승, 유일의 등급을 가진다. 이 중 입수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유일 아이템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전승 등급이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아이템이다.

 

그런데 전승 등급 아이템은 오직 네임드 몬스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며 이 네임드 몬스터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매우 드물게 출현한다. 어떤가? 감이 오지 않는가?

 

이후의 전개는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아이템을 원하는 유저들은 시공의 균열이 열린 틈을 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대종족의 네임드 몬스터를 찾아 다니게 되고 이는 곧 소규모 전쟁으로 이어진다.

 

실시간으로 적용되는 AP(어비스 포인트)는 정말 매력적인 유혹이다.

 

게다가 전쟁의 결과에 따라 각 레기온의 점수 및 순위가 실시간으로 매겨진다. 때문에 굳이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레기온 차원에서 포인트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시즌2 테스트 기간 도중 필자가 겪은 전쟁 중 대다수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 것들이었다. 네임드 몬스터와 레기온 순위라는 미끼를 활용해서 유저 간의 전쟁을 이끌어 낸 셈이다.

 

 

 

전투시스템도 많이 개선됐다. 우선 연속기의 발동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직업별로 주로 쓰이는 연속기의 발동확률이 아예 100%로 변경되면서 유저 스스로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대부분의) 연속기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전투방식도 대폭 달라졌다. 연속기에 따른 각종 부가효과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내 연속기는 발동시키고 상대방의 연속기는 끊어주는 전략적인 전투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PvE에 있어서도 몬스터의 스킬을 얼마나 잘 끊어주고 스킬 딜레이가 얼마나 겹치지 않게 연속기를 사용하느냐가 사냥속도를 결정짓는 기준이 됐을 정도다.

 

드디어 <아이온>에도 컨트롤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추가된 것이다.

 

이제라도 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전부터 지적됐던 상하체 분리를 통한 자연스러운 이동과 공격은 아직까지 큰 문제로 남아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지난 테스트에서 필자를 비롯한 <아이온> 유저들은 상하체 분리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탓에 캐릭터가 미끄러지는 현상이 빚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2 테스트에서는 이를 수정하기는 커녕 아예 하반신 모션이 들어간 동작 중에는 이동이 불가능하도록바꿔버렸다.

 

예를 들어 살성의 연속기 1단계인 빠른 베기는 이동 중 사용할 수 있지만, 같은 연속기 2단계인 절혼 베기는 이동 중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동 중 공격을 하더라도 절혼 베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멈춰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 온 것이다.

 

이래서야 연속기를 보완하면서까지 컨트롤을 보완한 보람이 없어진다. 단지 눈요기를 위해 이동과 공격에서 오는 컨트롤을 포기한 것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점프나 변신을 하면 하반신 동작이 없어지므로 이동과 공격이 모두 가능하다. 다만 모션 하나만 고치면 될 것을 이렇게까지 한다는 점이 이해가 안 갈 뿐이다.

 

 

 

새로 추가된 신규 지역도 문제다. 우선 추가된 지역이 턱도 없이 좁았다. 마족의 예를 들면 레벨 1부터 10은 이스할겐에서 레벨 10부터 20까지는 이보다 배로 넓은 알트가르드란 지역에서 진행하게 된다. 반면 새로 추가된 모르헤임 지역은 레벨 20~40까지를 사용하는데 반해 실제 크기는 30분이면 맵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는 알트가르드 수준이었다.

 

레벨 20 이후 필요 경험치가 살인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고려한다면 유저가 체감하는 맵의 크기는 이보다 몇 배 이상 더 좁아진다.

 

실제로 모르헤임에서 레벨 20~25 구간은 단 10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오솔길로 구성돼 있다. 필자 역시 이 좁은 오솔길에서 사흘 이상을 보냈을 정도다. 참고로 필자의 접속시간은 하루 6시간 이상이었고 레벨업 속도 역시 테스터들 가운데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했다.

 

 붉은 칠을 한 부분에서 20시간쯤을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좁은 지역만큼이나 부실한 컨텐츠도 문제였다. 레벨 20 이후 필요 경험치량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데 퀘스트의 수는 레벨 당 고작 3~4개에 불과했다. 실제로 필자가 레벨 20까지 완료한 퀘스트가 100여 개 이상이었던데 반해 레벨 20부터 34까지 완료한 퀘스트는 고작 60여 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2/3 가량이 채집 스킬을 올리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는 반복 퀘스트였다.

 

결국 레벨 30부터는 천마리 단위의 몬스터를 잡아가며 레벨을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비스가 나오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전장에서 상대종족을 쓰러뜨리며 레벨을 올리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 한 지금의 컨텐츠는 부족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다. 아무리 전장이 중심인 게임이라고 해도 유저들이 만렙을 찍을 때까지 길만 따라다니는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지금의 몇 배가 되는 맵과 컨텐츠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레벨 40까지 한 지역을 쓴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안 좋은 구분법인 것은 알지만 굳이 게임의 종류를 나눠보자면 <아이온>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하 WOW) 방식의 게임이다.

 

사냥 도중 언제든지 다른 종족 유저들에게 죽을 수 있다는 점이 그렇고, 몬스터들이 다양한 스킬과 패턴을 통해 유저를 괴롭힌다는 점이 그렇다. 심지어 몇몇 파티플레이 지역에서는 몬스터 한 마리만 더 달라붙어도 도망조차 가지 못하고 순식간에 파티가 전멸하게 되는 것까지 똑같다.

 

(※ 이해를 돕기 위해 부득이하게 <WOW>의 예를 들었습니다.)

 

시스템이 닮았다는 것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온>의 속 모습은 이런 ‘WOW식 컨텐츠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아이온>의 몬스터들은 각각 다양한 스킬로 유저들을 괴롭힌다. 그 중에는 유저가 등을 보이면 천 단위의 데미지를 입히는 몬스터도 포함돼 있고 주변에 있는 동료를 모두 불러오는 몬스터도 있다.

 

물론 해당 스킬에 당하면 십중팔구는 사망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좋다. 몬스터가 의외의 스킬을 써서 유저를 놀라게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것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스킬을 맞고 죽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죽었을 경우 전체경험치의 5%가량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레벨 30 유저를 기준으로만 계산해봐도 약 30분 가량의 경험치다. 게다가 몬스터 사냥 도중 상대 종족에게 죽어도 영락없이 5%의 경험치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경험치를 올리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아이온>에서 레벨 34 유저가 올려야 하는 경험치는 1천만. 같은 레벨 몬스터를 기준했을 때 약 1,200마리를 잡아야 하는 수치다. 레벨 당 3~4개씩 주는 퀘스트를 완료해도 얻는 경험치는 4~6. 전체 경험치의 0.5% 수준이다. 퀘스트 수행 도중 한 번이라도 죽는다면 최종적으로 경험치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사냥 부분을 제외하고도 난이도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몬스터 사냥으로 버는 돈에서 스킬 등 소모성 비용을 제외하면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다. 이런 와중에 누가 느긋한 마음으로 컨텐츠를 즐기고 모험을 즐기겠는가?

 

원하는 것은 모험인가? 아니면 손쉬운 사냥인가?

 

남은 것은 <리니지> 시리즈 방식의 최대한 안전하게 무한사냥을 하는 것뿐인데 그나마 <아이온>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맵을 취하다 보니 <리니지> 시리즈처럼 사냥터가 곳곳에 널려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아이온>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리니지>의 하드코어한 반복 사냥으로 <WOW>의 컨텐츠를 즐기는 꼴이다.

 

결국 <WOW> <리니지>라는 상반된 스타일의 두 게임을 무리해서 섞다 보니 플레이 난이도는 <WOW> 수준으로 높은데 시스템은 <리니지>처럼 빡빡한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나와버린 것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아이온>에게도 희망은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 연속기 등의 굵직한 부분은 이미 충분한 퀄리티를 갖춘데다가대부분의 문제가 어렵지 않게 해결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과 공격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한 상하체 모델 분리는 이미 갖춰져 있다. 필드에 널린 몬스터를 활용하면 새로운 퀘스트 역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빡빡한 시스템 역시 데스 패널티를 줄이고 몬스터의 드랍 테이블을 손보면 상당 부분 해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이온>의 최대 컨텐츠인 어비스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장의 특성상 레벨 업 컨텐츠를 보조해주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부가적인 놀거리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여유로운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참고로 어비스는 레벨 25부터 진입할 수 있다. 반드시 고레벨만의 컨텐츠는 아니라는 이야기.

 

다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문제들을 모두 해결한다고 쳐도 <아이온>은 게임의 확실한 방향을 잡고 보다 유저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2 테스트에서 나온 불만 중 대부분이 게임의 방향성이 없고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었다. 이번에 쏟아진 평가들을 밑거름으로 삼아 시즌3에서는 보다 유저친화적이고 뚜렷한 목표가 있는 <아이온>을 선보였으면 한다.

 

이미 디스이즈게임의 칼럼을 통해서도 나갔지만 <아이온>은 이후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게임이다. 그만큼 단순한 흥행게임보다는 국내 온라인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이만 졸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