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범죄 시뮬레이션 게임 <GTA>시리즈의 최신작 <GTA4>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경악으로 몰아넣었던 <GTA3> 이후 <GTA:VICE CITY>, <GTA:San Andreas> 같은 준 후속작들 끝에 드디어 나온 4번째 정식 시리즈네요. (GTA3를 첫 3D GTA시리즈로 세봐도 이 작품이 4번째긴 합니다.) 현재 XBOX360과 PS3 두 기종으로 발매되었습니다.
■ Welcome to Liberty City
여러분과 함께할 이 게임의 주인공은 니코 벨릭입니다. 몇달간 배를타고 사촌인 로만을 만나러 리버티 시티에 왔습니다만, 커다란 맨션에서 여자들과 잘 살고 있다던 부자 사촌은 허름한 아파트에서 바퀴벌레들과 지내며, 빚쟁이에게 애인마저 뺏길 처지입니다. 니코는 처음 밟는 미국땅에서 살아갈 길을 모색합니다.
리버티 시티에서는 생각하는 모든 걸 할 수 있습니다. 모든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데이트를 할 수 도 있고, 택시운전을 하며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스트립쇼를 볼 수도 있고, 햄버거나 옷을 사며 쇼핑을 할 수도 있고, 지하철을 타고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이 도시에서 눈에 보이는,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스트립바 내부로 따라들어가면......?
■ 그래픽과 물리엔진의 강화
GTA 시리즈에 익숙한 분들을 반기는 것은 멋진 그래픽의 도시 풍경입니다. 전보다 훨씬 멀리, 아름답고 리얼하게 표현된 도시는 그저 돌아다니며 구경하는것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나 특정 시간대에선 느와르 영화톤의 색감과 풍경이 멋드러지죠. 다리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예술입니다. 요즘 게임들이 다 그렇듯 그래픽 뿐만 아니라 물리엔진도 강화되었는데, 다른 게임에서 구현된 물리엔진과는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근 몇년간 물리엔진이 잘 구현된 많은 게임들을 즐겨봤습니다. 유리가 깨지고, 물이 튀어 오르고, 쌓아놓은 박스가 그럴싸하게 무너지죠. ......라지만 이건 그저 게임의 미원같은 요소일뿐, 이런 물리엔진을 잘 활용한 게임은 잘 찾아보기 힘들지요. (오직 이런 요소에만 집중한 게임들이 있거나요.) <GTA4>에서도 이 정도의 물리엔진이 적용되었지만, 이 게임 특유의 게임 디자인과 결합하면서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입을 벌리고 바라보게 만드는 야경.
■ 좋은 게임 디자인
GTA시리즈가 많은 지탄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 게임이 너무나 리얼하기 때문입니다. 오락실에 가면 영화에서 처럼 긴 총으로 저격하는 게임이 있죠? 건물 옥상위치에서 시작하여 줌인을 하고 약간의 호흡조절을 한 뒤 사람을 맞추면 클리어되죠. 이정도 게임을 보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반대로 <GTA4>에서는 동료와 차를 타고, 근처 건물 옥상에 올라가고, 범죄 장면을 한동안 바라봅니다. 어느 장면부터 총격이 시작되면 저격을 하고, 경찰들이 나타나고 도망을 치는 부분까지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오락실 저격 게임처럼 심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문 스나이핑 게임이라고 불릴만큼 (=총 한번 쏘려고 한참 기다려야 되는) 심하게 디테일 하지 않은 수준 - 딱 우리가 영화에서 보고 리얼하다고 느끼는 부분까지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재미와 디테일의 밸런스가 훌륭! 여기서 문제는 이 완벽한 디자인이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거죠.
다른 미션 이야길 해보지요. 불법 의사에게 시체를 팔아치우러 (...) 가는 미션이 있습니다.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이동하죠. GTA 시리즈는 운전하다 보면 다른차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미션에서는 다른 차에 부딪히면 트렁크가 열리면서 시체가 드러납니다. 이 상태에서 주변에 경찰이 지나가면 난리가 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 게임 디자인에 물리엔진이 더해졌다는 것인데, 단순히 부딪혔다/안부딪혔다가 아닌 자동차가 어느 정도 세기로 충돌하는지에 따라 트렁크 열림 여부가 달라집니다. 이게 정말 진짜 그럴싸하게 붙어있어서 유저 스스로 살살 운전하게 되고 이때의 몰입감은 굉장합니다.
이런 디테일한 게임 디자인과 물리엔진으로 인해 정말 살아 숨쉬는듯한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운전자들은 정말 진짜 사람같이 운전합니다. 과속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운전해보세요, 사람같이 핸들을 꺾는 자동차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고를 내면 진짜 사고가 난 현장이 만들어집니다. 좀 잔인할정도인데 잘빠진 물리엔진 덕에 사람이 앞유리에서 튕겨나오거나, 죽은 상태에서 클랙션이나 엑셀을 누르고 있는 모습등도 연출됩니다. AI들도 훌륭합니다. 피하고, 도망치고, 덤비기도 합니다. 지형인식도 굉장해서 자동차로 건물 출구를 막고 덤비면 입구로 몰려 나오거나 하는 행동양식도 보여줍니다.
■ 아이같은 상상력이 가득한 성인용 게임
다른건 또 뭐가 있을까요? 현재 알려진 돈벌기 방법중 하나는 ATM 사용자 털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게임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죽이면 돈이나 무기가 나오지만 얼마 되지 않지요. 도시를 돌아다녀보면 ATM기들이 있고 이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ATM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ATM 사용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죽이면 돈이 훨씬 더 많이 나옵니다. (...) 경찰차를 훔치고 싶은데 경찰차가 없으면 게임 내 휴대폰으로 경찰을 부르면 됩니다. 휴대폰에서 911을 누르고 SEND 버튼을 누르는 것 까지 모두 구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바꿔보아요. 최신폰~
휴대폰은 업그레이드 되어 폰카 기능이 추가되기도 하고, 바탕화면이나 벨소리를 바꿀 수 도 있습니다. 이런일들이 질리면 집에 있는 TV도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게 많이 나와요. 동네 극장에서 마술이나 연극도 볼 수 있고요. 전작에서 자동차에 여자를 태운 채 으슥한데 대면 나오던 !@#%@%한 연출은 아예 대놓고 나옵니다. 인터넷 카페도 등장하는데 여기서 PC를 이용하면 진짜 PC와 같은 화면이 나오고, 메일함에는 스팸 메일도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도 만나게 되는 스팸메일. -_-;
저는 여지껏 즐겨온 게임들에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있었음을 압니다. 우리는 이런 게임적 언어에 익숙하고, 이해하고 있죠. 어린 아이나 여성유저들, 난생 처음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은 이런 언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저사양 FPS 게임에서 천장의 전구 같은걸 쏘면서 "왜 저건 안깨져?" 라거나 액션 게임을 하면서 "왜 저긴 못 올라가?" 라고 궁금해 하지 않죠. 그냥 그렇다는걸 아니까요. 이런데 익숙해지면 마을에 있는 집들에 일일이 들어가 A버튼 연타하는 바보짓을 하게 되는거고요.
<GTA4>에서는 이런 질문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늘에 헬기가 지나가나요? 여러분은 저걸 탈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오락기가 보이나요? 여러분은 그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환희는 여기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디자인으로 '설마'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걸 진짜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게 재미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이같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게임의 전부를 만끽 할 수 있을겁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이 게임이 성인용 게임이라는 거고, 저희의 상상력은 이미 끝장났다는거죠.
■ 그 외 많은 것들
게임 디자인이 참으로 직관적이라서, 굉장히 자유로운 구성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일관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어나운스 되는 미션 내용도 여전하고, GPS의 기능의 추가로 방대한 크기의 맵임에도 원하는 위치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합니다. 중학생 수준의 영어실력이라면 무난하게 플레이 가능. 다양한 조작 (레이싱, 슈팅, 액션 등등) 들이 필요하지만 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만든것도 대단하고요. 게임내 UI인 휴대폰은 게임내 등장인물과 유대를 맺을 수 있게 해주는것도 특징. 심즈의 구성과도 비슷해서 재밌습니다. 친해지는 사람이 있으면 특정한 보상도 추가됩니다.
북미에서도 바닥에 저런거 그리고 노는지?
잔인하고 우울한 풍경의 시나리오는 시네마틱 컷씬과 멋진 성우, 캐릭터들의 표정연기와 함께 쉽게 패드를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라디오 스테이션의 음악과 방송들도 즐겁습니다. 많은 GTA유저들의 염원이었던 멀티플레이도 이번작에서 정식 지원. 게임모드도 다양하고 16명이란 인원이 동시에 이 거대한 도시를 누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이 운전하는 차에 타서 즐기는 총격전은 이 게임 시리즈 팬들의 오랜 로망이기도 했죠.
시나리오 클리어만에도 최소 30시간, 서브미션이나 멀티플레이 + 엑박 도전과제등을 포함하면 이 게임의 재미는 끝이 없습니다. <GTA4>를 하면서 느낀 두가지는 이 도시에서 휴가를 즐기는듯 하다는 것과, 엔터테이먼트에 우열이 있다면 다른 것 보다 게임이 최고라는거죠.
패키지를 열어보면 메뉴얼이 두개 있습니다. 하나에는 기본적인 게임설명과 게임 내 음식점 및 술집 소개가 적혀있고, 다른 하나는 커다란 리버티 시티 지도더군요. 이 게임에 필요한 지식이나 설명은 지도 한장 뿐이라는듯한 락스타의 자신감에 박수를. 더욱 더 재밌게 즐기시려면 방안에 이 지도를 붙여놓고 플레이 하시길 바랍니다.
구입 후 메뉴얼이 웃겨서 밥먹다 말고 펼쳐보는 장면.
환락과 범죄의 도시, 리버티 시티에 꼭 방문해보시길!
+) NDS 판이 나온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 고속도로 통행료 지불할때마다 '얘네는 하이패스 없나?'란 생각을 자꾸......
+) 구수한 억양의 니코벨릭의 성우는 전혀 동유럽 출신이 아니더군요.
- 스크린샷 날려서 우울한 원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