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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아울보이',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과 재밌는 퍼즐 요소 뒤에 숨은 '이야기'

10년 걸려 만든 도트게임 '아울보이' 체험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수민(그루잠) 2018-06-27 18:42:02

‘10년 걸려 만든 게임이라 불리며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은 게임이 있다. 디패드 스튜디오가 제작한 도트 어드벤처 게임 <아울보이>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은 정교하고 화려한 도트 그래픽과 아기자기한 캐릭터들로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샀다출시 이후 <아울보이>는 다양한 매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타임지의 ‘2016년 탑 15게임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매체가 <아울보이>의 그래픽과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호평했다.

 

기자는 <아울보이>를 말 그대로 우연히마주쳤다. 어느 유튜버가 소개한 <아울보이>의 그래픽에 매료됐고, 직접 플레이 해 보자는 생각이 드는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게임을 직접 해 보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아울보이>의 그래픽을 호평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그래픽 안에 우리의 마음을 울릴 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 우리의 실제 삶과 비슷한 <아울보이> 속 '오투스'의 삶

 

<아울보이>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쉽고 재밌는 퍼즐 요소로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주인공이 모멸과 핍박을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 또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울보이>의 세계관에서는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아울’ 일족이 등장한다. 이 아울들은 공중에 떠 있는 섬(부유섬) 사이를 날아다니며 영웅처럼 활약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아울 일족은 공동체를 수호하는 일종의 ‘슈퍼히어로’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따라 아울들은 ‘존경’ ‘명예’ ‘지혜’를 기본 소양으로 인식하고, 아울로 인정받기 위해 이 같은 소양을 요구 받게 된다.

 

<아울보이>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아울'의 기본 소양

유저가 플레이하게 되는 <아울보이>의 주인공 ‘오투스’ 또한 아울 일족의 일원이다. 그는 아직 진정한 아울로 인정받지 못한 ‘청년 아울’이며 일종의 견습생과 같은 신분에 위치다. 그러나 오투스는 하늘을 나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실수투성이에 소극적이며 말 못하는 벙어리 아울이다. 

 

유저는 오투스를 플레이하며 공동체를 위협하는 해적에 대항해 싸워야만 한다. 그리고 오투스는 대부분의 맡은 임무에서 ‘실패’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항상 훌쩍이고, 작은 소리에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오투스의 모습은 긍지 높은 아울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오투스가 임무에 실패할 때 마다 주변의 아울들은 그를 심하게 질책한다. 스승인 아시오는 튜토리얼 단계에서부터 오투스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치며 이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도 계속해서 그를 힐책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투스와 동년배로 추측되는 두 젊은 아울 또한 시종일관 오투스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오투스는 심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게 되는데, 그러한 오투스의 심리 상태는 튜토리얼 마지막에서 볼 수 있는 오투스의 ‘악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투스의 심리는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상태다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투스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그는 급박하게 흘러가는 <아울보이>의 스토리 내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에 대해 주변인들은 더더욱 그를 힐난하기에 이른다.  

 

이런 오투스를 진심으로 믿고 돕는 친구은 ‘영웅의 동료’라기엔 어딘가 부족한 인물들이다. 심지가 곧지만 속좁고 겁많은 ‘게디’, 긍지 높지만 ‘전 해적’이자 배신자인 ‘알폰스’, 자신이 자벌레 인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거미가 되고자 하는 ‘트위그’까지. 

 

게디는 초반부터 오투스를 믿어주는 좋은 친구이지만…

 

이런 ‘모자란 녀석들’과 함께 ‘모자란 주인공’으로 기울어 가는 세계관을 구해야 하는 <아울보이> 스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결국 오투스와 동료들이 행동한 결과가 ‘실패’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멸시를 받고, 그렇지만 노력하고, 노력의 과정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실패한다. 

 

실패는 <아울보이> 스토리의 전체 맥락을 쥐고 있다. 오투스와 일행은 언제나 자신들의 부족함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듯 하지만, 그것은 항상 더 큰 실패를 불러온다. 작게는 튜토리얼에서 오투스가 물통을 깨뜨려 마을의 불을 빨리 진화하지 못하는 사태부터, 크게는 해적의 습격을 막지 못해 한 마을이 파괴되는 사건까지. 

 

이러한 실패는 더 큰 실망과 야유를 불러오며 오투스와 동료들을 코너로 모는데, 그렇게 심리적으로 내몰리는 와중에 세계관은 더더욱 급박해지고 결국 오투스는 사회의 요구에 따라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된다.

 

오투스 일행의 임무는 항상 잘 풀리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보이>의 스토리가 제시하는 실패와 멸시, 사회의 요구와 보잘것 없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유저로 하여금 연민의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다. 오투스가 겪고 있는 사회의 모습은 능력을 요구 받고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비슷한 모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존경, 명예, 지혜를 요구하는 것은 '능력 있는 사람' 혹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사회의 모습과 대치되며, 열심히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오투스의 모습은 자신의 맡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인정도 받기 힘든 현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울보이>는 캐릭터 개인이 아닌, 캐릭터를 둘러싼 사회를 통해 유저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공감대는 유저와 오투스를 강하게 동화시키게 한다. 이에 따라 유저는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더 큰 것을 바라는 것’에 대해 분노와 슬픔을 느끼며, 이런 감정은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게 만든다. 자신이 실제 느낀 사회의 부조리를 바탕으로 한 공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은, 오투스의 희생에 대해 보상을 받는 듯한 <아울보이>의 엔딩은 그 동안 유저와 오투스가 겪었던 수모와 멸시를 모두 보상한다. 비록 그 결말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일 지라도, 실제로 위안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따듯한 말 한마디는 오투스 뿐 아니라 유저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 어둡고 아픈 이야기를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으로 감싸다

 

<아울보이>의 매력은 앞서 언급한 스토리에도 있지만,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에도 있다. 많은 유저들과 매체들이 <아울보이>의 매력을 꼽을 때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을 반드시 포함시킬 만큼 화려하다. 10년에 달하는 개발 기간이 도트 그래픽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도트 그래픽은 캐릭터나 오브젝트, 배경을 사각형의 작은 점(픽셀)을 찍어 표현한 방식을 일컫는다. 이런 도트 그래픽은 특히 고전 게임 그래픽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비단 고전 게임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많은 게임들이 도트 그래픽을 선택했다. <아울보이>도 그러한 게임 중 하나다. 

이러한 도트 그래픽을 선택하는 게임들은 캐릭터나 몬스터오브젝트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유저가 가장 집중해서 보게 되고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요소의 디자인을 가장 섬세하고 세밀하게 찍어내는 것이다.

 

도트 그래픽을 사용한 모바일 게임 <크루세이더 퀘스트>

반면 <아울보이>의 도트 그래픽은 광활한 배경이 특히 두드러진다. 넓은 하늘을 광활하게 날아다니는 아울 일족이 주인공이니만큼 게임 속 주 무대는 넓은 하늘일 수 밖에 없는데, <아울보이>는 이 넓고도 화려한 하늘을 도트 그래픽으로 섬세하게 구현해 냈다.

 

특히 화면 너머로 느리게 떠다니는 뭉게구름이나 오투스의 내면을 표현한 악몽에서의 일렁거리는 눈빛들은 한 폭의 정교한 점묘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모든 배경의 그래픽에서는 정교한 음영 묘사가 돋보이며, 시간에 따른 색감의 변화 또한 잘 잡아낸 모습이다.

 

탁 트인 하늘에 흐르는 뭉게구름은 이 그래픽이 도트 그래픽이라는 것을 잊게 할 정도
석양이 지는 시간 특유의 색감도 놓치지 않고 표현했다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이런 배경 도트 그래픽을 또다시 돋보이게 하는 것은 줌 아웃 연출이다. 유저가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 마을의 모습을 확인할 때나, 오랜 시간 지하에 갇혀 있다가 지상으로 탈출할 때 등 일부 구간에 줌 아웃 연출이 적용된다. 평소 시점보다 더 먼 거리에서 게임을 보여주는 줌 아웃 연출은 <아울보이>의 탁 트인 배경을 유감없이 뽐내면서 해당 상황에 맞는 감정을 유저에게 전달한다.

 
몇몇 장면에서 활용되는 줌 아웃은 <아울보이>의 배경 그래픽을 유감없이 뽐낸다

 

컷신에서도 섬세한 도트 그래픽이 돋보인다

 

# 딱 지루하지 않을 정도! 쉽고 재밌는 게임 기믹들

 

<아울보이>의 게임 플레이 방식은 전형적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중간중간 몬스터를 잡거나 보스를 타격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는 맵을 헤쳐나가기 위해 퍼즐을 풀고 함정을 돌파하는 데 집중돼 있다.

어드벤처 게임에 속하는 만큼 다양한 방식의 플레이 패턴이 존재하며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패턴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맵을 지나오면서 단서를 놓치지 않으면 쉽게 돌파할 수 있으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까다로운 퍼즐 또한 신중을 기하면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다. 

플레이 중 자주 마주치게 되는 '비구름' 패턴

그렇지만 <아울보이>가 너무 쉽다거나 단조롭다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의 패턴에는 어떠한 직접적인 힌트나 방향이 제시되지 않는다. 또한 미니맵 등 자신의 위치나 목적지를 알 수 있는 단서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나 다음 미션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게임 플레이가 꽤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같은 플레이 패턴을 반복하는 구간이 거의 없고, 후반부에도 새로운 패턴과 퍼즐풀이가 등장하기 때문에 단조로움을 느낄 틈도 없다. 

초반의 플레이 패턴만 조금 소개하더라도 꽤 많은 패턴을 꼽을 수 있다. 오투스의 기본 공격이 ‘회전’인 데서 기인한 나사 조이기·풀기 패턴, ‘알폰스’의 무기에서 나오는 '불'을 이용해야 하는 시야 플레이 패턴, 폭포나 몬스터에 의한 비행 금지 패턴, 동료를 순간이동 시킬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한 플레이 패턴 등이 있다. 

오투스의 기본 공격으로 나사를 풀거나 조여야 하는 패턴

다양한 매력과 패턴을 가진 보스급 몬스터와의 전투도 <아울보이>의 재미 중 하나다. 공격을 통해 보스의 체력을 줄여 격파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매 보스마다 다른 격파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새로운 보스를 공략하는 맛이 쏠쏠하다. 단순 공격 보다는 패턴 공략으로 쉽게 잡아낼 수 있는 '고릴라 왕'이나 적이 쏜 투사체를 이용해 적을 공격해야 하는 '헬리콥터' 공략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아울보이>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게임을 클리어한 이후의 콘텐츠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스토리 진행을 마치고 나서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벅캐너리 코인 수집’ 정도 뿐이다. 

이외의 다른 수집 요소나 달성 요소는 없으며(스팀 도전과제를 제외한 게임 내 달성 요소), 벅캐너리 코인조차도 게임을 조금 꼼꼼히 플레이한다면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다. 따라서 엔딩을 보고 나서도 꾸준히 게임을 플레이 하고자 하는 유저의 경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