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블리즈컨 2018 현장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이 공개됐습니다. 블리자드와 중국 개발사 넷이즈가 공동 개발한 액션 RPG로 '디아블로' 시리즈 최초의 모바일 게임입니다. 팬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돌던 것이 실체화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죠.
게임은 공개된 직후부터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관련 영상마다 부정적인 댓글이 줄줄이 작성되는 것은 물론, 출시하지 말아 달라는 유저 서명 운동도 있었죠. 블리즈컨 현장에서 공개된 '시연 버전'을 플레이해 본 결과 <디아블로 이모탈>은 우려했던 것보다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새로운 디아블로'로서의 특징은? 아직까진 크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지스타 일정으로 조금은 늦어졌지만, 블리즈컨 2018 현장에서 제공된 <디아블로 이모탈> 시연 버전 체험 소감을 늦게나마 간단히 남겨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 해당 기사는 '블리즈컨 2018' 현장에서 제공된 시연 버전을 체험한 후 작성됐습니다. 정식 출시 후 일부 콘텐츠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시연 버전 이미지 캡처 및 촬영이 금지돼 공식 영상, 이미지로 대체했습니다.
성장 방식은 '디아블로' 시리즈와 유사합니다. 필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상자를 열어 골드와 장비를 획득할 수 있죠. 장비는 획득한 즉시 착용 가능하며, 상승하는 전투력 수치를 바로 보여줘 성장을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체력 회복 샘물 같은 전투에 도움이 되는 오브젝트도 확인할 수 있죠.
퀘스트는 목표를 완수하면 해당 NPC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 곧바로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멀티 플레이 형식인 만큼, 타 유저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작 <디아블로 3>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멀티 플레이 모드로만 구성된 느낌이겠네요. 멀티 플레이 환경에서도 퀘스트 플레이가 가능했던 만큼 싱글 콘텐츠(스토리 모드)는 생락될 것 같기도 합니다.
시연 버전 마지막에는 인스턴트 던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파티는 던전 입구에서 매칭되는데요. 입장 시 혼자 입장할지 혹은 파티를 맺어 입장할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파티 입장을 선택할 시, 매칭을 선택한 유저를 대상으로 랜덤하게 파티가 구성되죠. 던전을 돌던 중 만난 몬스터와 보스의 이름이 파란색, 보라색인 점을 봤을 때 '디아블로' 시리즈의 몬스터 등급 시스템 역시 모바일에 구현되리라 추측할 수 있겠네요.
보스 몬스터는 광역 스킬과 상태 이상 효과를 시전합니다. 모션이 크고, 바닥에 공격 범위가 직관적으로 표시돼 회피기를 활용하면 쉽게 피할 수 있죠. '디아블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보스 처치 후에는 골드와 장비, 아이템을 파밍 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 아이템이 떨어지고, 이를 직접 획득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디아블로'의 느낌을 살렸다고 봅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전투 콘텐츠는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필드와 던전 모두 전투가 빠르고 직관적이며, 시리즈 특유의 시원시원한 손맛 역시 녹아있었죠.
다만, 전투 외의 부분은 전혀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인벤토리, 캐릭터, 스킬 등 대부분의 기능을 확인할 수 없었죠. 공개된 부분이 적은만큼, 유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BM 역시 추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챠나 기타 여러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BM이 나올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네요.
<디아블로 이모탈>만의 새로운 요소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됐던, 일부 지역에서 밧줄에 매달려 떨어지는 적을 상대하거나 땟목 위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등 기존에 없던 방식의 전투는 시연 버전에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디아블로>의 느낌을 얼마나 담았는지, 그리고 새로운 <디아블로>의 모습은 무엇인지 파악할만한 정보가 너무 적었습니다. '모바일로 나오는 디아블로'에 대한 유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줄지, 혹은 우려로 남을지는 이 부분이 공개되고 나서 판가름 나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디아블로 이모탈>이 마주할 고비는 많습니다. 현재 모바일 시장에는 강력한 IP가 많을뿐더러, 단순히 IP 싸움으로 밀어붙인다고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만만한 시장이 아닙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핵앤슬래시 RPG의 시초이지만, 현재 모바일 액션 게임들의 평균 수준은 <디아블로>와 동등하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디아블로>의 영향을 받은 게임도 꽤 되고요.
또한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팬층이 가지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 역시 걷어내야 합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유저 대부분은 PC 혹은 콘솔 버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커뮤니티 반응과 블리즈컨 현장 유저 QA만 봐도 모바일 플랫폼 출시에 대해 분노하는 유저가 눈에 띌 정도로 상당히 많았죠.
시가 총액이 하루 아침에 급락할 정도로 전반적인 분위기는 부정에 가깝지만, 그래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버전은 완성될 게임의 일부분이거든요. <디아블로 이모탈> 수석 디자이너 와이엇 청은 개발 원칙으로 '3분의 1의 법칙'을 언급했습니다. 1/3은 기존 팬들이 좋아하는 것을, 1/3은 기존에 좋아했지만 더욱 개선한 것, 1/3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가져온다는 뜻이죠.
이번에 공개된 버전은 기존 '디아블로' 팬들이 좋아했던 '핵앤슬래쉬 다움(1/3)'을 보여주기 위한 버전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블리즈컨 현장에서 유저들이 꼽은 <디아블로 이모탈>의 긍정적인 부분 중 하나가 '핵앤슬래쉬의 재미를 온전히 담아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블리즈컨 2018 디아블로 세션에서 <디아블로> IP가 <디아블로 이모탈>외 다양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라고 밝힌 만큼 PC, 콘솔로 등장하는 <디아블로>의 모습도 여전히 기대해볼 만 할 것 같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만큼 앞으로 공개될 정보에 따라 <디아블로 이모탈>의 객관적인 평가가 논의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