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의 새로운 수집형 RPG <스카이랜더스: 링 오브 히어로즈>(이하 스카이랜더스 모바일)가 지난 13일,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3개국에 정식 출시됐다. 소수의 제한된 국가에서만 서비스하는 일종의 소프트론칭 개념.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전세계적인 장난감 IP '스카이랜더스'와 <서머너즈 워>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컴투스가 만나 화제가 된 타이틀이다. 실제로 중간에 개발 공개된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서머너즈 워>와 흡사한 수집형 RPG로 보여져 '스카이랜더스' 팬들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공개된 <스카리랜더스 모바일>은 어떤 모습일까? 게임을 약 1주일 간 해보고 느낀 점을 정리했다.
※ 소프트론칭 타이틀인만큼, 게임의 모든 면을 평하기 보단 구조적인 부분 위주로 다룬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세계적인 장난감·게임 IP '스카이랜더스'를 원작으로 한 수집형 RPG다. 원작은 2011년 처음 공개돼 '장난감이 게임 캐릭터도 된다'는 획기적인 콘셉트로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장난감 속에 있는 칩을 게임기와 연동해 게임 캐릭터로 사용한다는 개념은 닌텐도(아미보) 등 많은 게임사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게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스카이랜더스' 특유의 개성 강한 몬스터 디자인을 모바일로 그대로 옮긴 점이다. 게임은 캐릭터·몬스터의 이목구비를 과장되게 표현한 '스카이랜더스' 특유의 화풍을 3D로 어색함 없이 구현했다. 여기에 더해 '스텔스 엘프' 같은 원작의 인기 캐릭터도 기본 캐릭터로 편성해 원작 팬들의 눈길을 끈 것은 덤.
스토리도 '스카이랜드'에 악의 세력이 창궐하고 '포탈마스터'들이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원작의 플롯을 따랐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컷인으로 주요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부각시킨다. 이야기의 퀄리티가 대단하다고 하긴 힘들지만, 원작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기분 좋게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개성 강한 IP 특유의 화풍, 아동 취향의 단조로운 스토리는 원작을 모르는 유저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 실시간 전투의 스릴과 턴제 전투의 전략성을 조합하다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의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 전투의 스릴과 턴제 전투의 전략성을 적절히 조합한 전투다. 게임은 <서머너즈 워>와 달리, 전투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각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적을 자동으로 공격한다. 유저의 역할은 캐릭터들의 스킬을 언제, 누구에게 쓸지를 결정하는 것.
하지만 이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하고 또 박진감있다. 게임의 스킬 시스템과 구조, 그리고 '넉다운' 시스템 때문이다.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의 전투는 유저가 적의 상황을 보고 집중 공격으로 상대의 행동을 끊거나, 카운터 스킬로 스킬을 파훼하게끔 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넉다운' 시스템이다. 게임의 캐릭터들은 상대에게 '스킬'로 공격 당할 때마다 '인내' 게이지가 깎여 0이 되면 잠시 행동 불능 상태가 된다. 때문에 유저는 보스와 같은 위협적인 적을 상대할 때는 중요한 순간마다 스킬을 집중시켜 상대의 행동을 끊어야 한다.
게임의 스킬 구조도 시너지와 카운터가 물고 물리게끔 돼 있다. 예를 들어 초반에 얻을 수 있는 방어형 캐릭터 '스파이로'는 아군의 피해를 파티원들이 나눠 받을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 광역 치료 캐릭터인 '그릴라 드릴라' 등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2성 캐릭터인 '주크'는 2번째 스킬 특수 효과로 '차징 해제'를 가지고 있어 충전형 스킬을 가진 적을 넉다운 없이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컴투스의 대표작 <서머너즈 워>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재해석 한 느낌이다.
유저는 캐릭터들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전투 중 수시로 적의 행동을 보며 스킬을 파훼하거나 적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유저가 이런 판단을 '실시간 전투'에서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만약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다른 게임보다 더 큰 페널티를 안는다는 점이다.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의 스킬은 다른 게임에 비해 스킬 쿨타임이 길고 또한 '파티 공용 MP'를 소모한다. 스킬을 한 번 잘못 쓰면 해당 스킬을 짧으면 8초, 길면 30초 이상 해당 스킬을 쓸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중량급 스킬은 파티 공용 MP를 절반 이상 소모하기 해 다른 스킬까지 덩달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스킬을 잘못 쓰면 단순히 스킬을 낭비한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티의 손발까지 묶이는 것. 이는 파티와 비슷한 수준의 적과 싸울 때나 보스전 등에서 큰 위험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실시간 전투 중 실수 없이 적절한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감, 적의 상태를 보고 적절한 스킬을 고르거나 아군의 스킬 순서를 신경써 시너지를 만드는 고민, 그리고 이게 먹혀 적의 위협적인 패턴을 파훼했을 때의 성취감을 수시로 느낄 수 있다. (만약 추후 실시간 PVP 콘텐츠가 추가된다면 이 재미는 더 커지리라)
전투 파트에서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스킬의 카운터·시너지가 중요하고 인내 게이지를 깎을 수 있는 것이 '스킬' 밖에 없다 보니, 파티 구성원이 적게 남은 상태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 수 없다는 것. 다만 이 반대 급부로 접전 시, 스릴이 큰 편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호불호의 영역이라 생각된다.
# 불확실한 한 방보단, 작지만 꾸준한 수집·성장의 재미
캐릭터의 획득·성장은 '조각' 시스템을 사용해 뽑기가 있는 게임임에도 뽑기 운이 좋은 유저보단 긴 시간 꾸준히 게임 하는 유저가 득을 볼 수 있게끔 설계됐다.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뽑기, 혹은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캐릭터 조각'으로 캐릭터를 모으는 수집형 RPG다.
다만 게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뽑기가 있는 다른 수집형 RPG들과 달리, '조각 수집'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점. 일단 캐릭터 뽑기부터 이른바 '완제품'(?)을 얻을 확률이 거의 없다. 유저는 뽑기를 하면 대부분 '캐릭터 조각'을 얻을 뿐이다. 설사 고등급 좋은 캐릭터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해당 캐릭터 조각이 없어 최고 등급까지 진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스카이랜더스>에선 뽑기로 운 좋게 좋은 캐릭터를 뽑아 인생(?) 역전하는 재미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뽑기의 재미' 자체는 다른 수집형 RPG에 비해 떨어지는 편. (대신 게임에서 캐시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뽑기 기회 자체는 다른 수집형 RPG보다 많은 편)
대신 게임이 신경쓴 것은 노력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다른 수집형 RPG에 비해 캐릭터 조각을 얻을 수 있는 길이 굉장히 많다. 일단 모든 스테이지에서 낮은 확률로 정해진 몬스터 조각을 얻을 수 있으며, 각 지역 최고 난이도 스테이지는 입장 횟수가 제한되지만 중요한 캐릭터의 조각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도전 콘텐츠인 '영혼의 시공'은 깰 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몬스터'의 조각을 얻을 수 있으며, 일정 주기마다 초기화되는 도전형 콘텐츠 '신기루의 탑'은 한 층을 깰 때마다 만능 조각 같은 귀한 보상을 지급한다. 여기에 더해 일일·주간 퀘스트나 각종 업적 보상으로 할수 있는 뽑기는 덤.
때문에 유저는 뽑기로 바로 파티 전력을 높일 순 없어도, 게임을 할수록 자신의 파티가 꾸준히 성장하는 재미는 충실히 느낄 수 있다. 뽑기로 랜덤하지만 큰 재미를 주기보단, 꾸준한 플레이가 보람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물론 여기에는 초반에 얻는 기본 캐릭터도 충분히 현역으로 쓸 수 있는 게임 내 밸런스도 한 몫 했다)
개인적으로 뽑기 운이 나쁜 편이라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의 이런 방향성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다른 수집형 RPG와는 방향성이 달라 많은 유저들이 여기에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더군다나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국내에 다른 수집형 RPG에 비해 캐릭터 디자인이 많이 개성적인 편이라 더더욱.
# <서머너즈 워>를 훌륭하게 발전시킨 게임
물론 아직 소프트론칭 타이틀인만큼 마음에 드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의 직관성.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캐릭터와 스킬의 상성 관계가 중요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안내가 직관적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예를 들어 게임의 속성 시스템은 다른 수집형 RPG의 2배 수준인 '10개 속성'으로 구성돼 있지만, 일부 속성은 상성 관계가 직관적이지 않고 전투 중에도 캐릭터 간의 상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아 유저를 불편하게 한다.
이는 스킬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버프나 디버프 같은 일부 스킬의 부가 효과를 따로 안내하지 않는다. (혹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안보이는 곳에 숨겨져 있다) 예를 들어 '적에게 피해를 주고, 폭발 효과를 부여한다'라는 스킬이라면 여기서 '폭발' 효과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는 식.
때문에 유저 입장에선 캐릭터들의 스킬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파티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다. 다양한 캐릭터를 모아, 다채로운 전투 양상을 만드는 수집형 RPG에선 큰 단점.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의 속성 상성표. 상성 구조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속성이 많고 일부 상성 관계는 직관적이지 않아 유저를 불편하게 한다. 물 속성이 마법 속성에게 강한 이유가 뭘까?
일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개발사의 대표작 <서머너즈 워>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훌륭하게 발전시킨 수집형 모바일 RPG다.
<서머너즈 워>의 전략적인 스킬 구성은 실시간 요소와 파티 공용 MP라는 개념을 더해 전투의 스릴과 박진감을 더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추가된 '넉다운' 시스템은 전투 중 명확한 목표를 줘, 실시간 진행으로 인해 난잡해 질 수 있는 전투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줬다.
낮은 등급에도 고성능 캐릭터가 여럿 있는 밸런스 구조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한데다가,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조각' 중심의 캐릭터 수집·성장 시스템 덕에 전작(?)에 비해 덱을 차근차근 강화하는 재미는 더욱 커졌다. '운' 요소가 너무 강했던 룬 시스템도 이번 작품에선 폭주(일정 확률로 추가 턴)와 같은 요소는 빼는 대신 세트 옵션을 능력치 강화 중심으로 짜 랜덤 요소를 없앴다.
운영이나 후반부 콘텐츠에 대해선 아직 언급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게임의 구조는 <서머너저 워>를 한 유저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한편, <스카이랜더스 모바일>은 2019년 초, 한국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