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도타2> 이후 오랜만에 새로운 PC 온라인 AOS 게임을 선보인다. 데브켓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 <어센던트 원>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 AOS 게임 시장은 사실상 <리그오브레전드>가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많은 PC 온라인 AOS 게임이 나왔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아성을 위협했던 케이스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리그오브레전드>에 밀려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넥슨은 왜 새로운 PC 온라인 AOS 게임을 선보인 것일까? 신작 <어센던트 원>은 무엇을 무기로 시장에 자리 잡으려는 것일까? <어센던트 원>을 개발 중인 한재호 디렉터, 김준회 밸런스담당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한재호 디렉터, 김준회 밸런스담당기획자
넥슨으로선 처음 ‘개발’한 PC 온라인 AOS다. 그것도 <리그오브레전드>가 꽉 잡고 있는 시장에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한재호: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어센던트 원> 개발을 처음 시작한 2014년엔 더더욱. 그 땐 정말 <리그오브레전드>의 전성기였으니까.
간단하게 생각했다. 트렌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개발자가 트렌드에 맞춰 개발할 필욘 없다. PC MMORPG의 전성기가 지났는데도 <로스트아크>가 나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처럼, 시장에는 여러 도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우리가 PC 온라인 AOS를 만드는 것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 특정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게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배틀로얄 장르 초기엔 <배틀그라운드>가 폭풍 같은 기세를 보여줬지만, 이후 <포트나이트>가, 최근엔 <에이펙스 레전드>가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있지 않은가? 이처럼 AOS 시장 또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그 캐릭터만의 확실한 강점, 역동적인 플레이가 가장 큰 특징
구형맵이나 수준급의 그래픽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많이 다르긴 한데, 본질적으론 캐릭터를 육성해 상대 진영을 밀어야 하는 전통적인 AOS다. 보이는 것 외에, ‘플레이’ 하는 입장에서 다른 AOS와 뭐가 다를까?
한재호: 다이내믹함이랄까? <어센던트 원>은 전투도 3차원적으로 진행되고, 전황도 다른 AOS에 비해 더 역동적으로 바뀐다. 이 때문에 전술의 폭이나 변화 속도도 빠르고.
김준회: ‘전투’의 경우, <어센던트 원>은 캐릭터들의 스킬이 특히 더 강력하고, 리스크와 리턴도 크다. 예를 들어 ‘페가소스’ 같은 캐릭터는 고공비행이 가능해 비행 중 다른 공격을 받지 않고, 크로노스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10배 느리게 할 수 있다. 캐릭터들의 이런 강력한 스킬 외에도, 어떤 강화모듈(아이템)을 구매했느냐에 따라 각종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기도 한다.
대신 이런 강력한 기술은 그만큼 카운터도 명확하다. 예를 들어 페가소스의 고공비행 능력은 상대에게 EMP 추적 드론이라는 강화모듈이 있다면 쉽게 무력화된다. 크로노스의 시간 둔화 능력은 생존기 시간까지 늘려버리기 때문에 타이밍 맞춰 생존기를 쓰면 크로노스의 공격에 살아남을 수 있는 식이다.
강력하지만 카운터도 명확해, 성공했을 때의 스릴이 더 큰 편이다. 다른 AOS 게임과 비교하자면 <리그오브레전드>보단 <도타2>에 가까운 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둘의 중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지만. 사실 처음 방향성은 <도타2>에 조금 더 가까웠는데, 테스트 중 국내 유저들 취향에 맞추다 보니 지금처럼 바뀌었다.
전략 면에선 어떨까? 자전하는 구형 맵이라는 것이 게임성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
김준회: 크다. 맵이 자전하고 밤이 된 곳에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변화를 만든다. AOS의 핵심은 내가 더 많은 땅을 확보하는 거다. 적의 타워를 밀어 영향력을 줄이고, 맵 곳곳에 시야를 밝혀 아군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 AOS의 기초다.
맵이 자전하고 밤이 된 영역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은 누군가 맵을 장악하더라도 그게 금방 없어진다는 말과 같다. 예를 들어 유저가 게임 초반 갈 수 있는 1번 레인은 약 3분만에 밤이 된다. 자연히 1번 레인 유저는 2번 레인으로 자리를 옮겨 적을 공격하거나, 아니면 새로 나타난 4번 레인에 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이렇게 레인의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다 보니, 유저 간 인터렉션도 더 활발해지고 전황도 더 역동적으로 바뀐다.
그러고보니 <어센던트 원>은 기지로 귀환하지 않아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도적으로 전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린 것 같은데, 이것 또한 유저 간 인터렉션을 늘리기 위함인가?
한재호: 맞다. <어센던트 원>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역동적으로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물론 이런 플레이는 다른 AOS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황이 역동적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유저가 다양한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이런 것이 게임의 깊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AOS, 아니 근래 대부분의 게임 장르는 게임의 호흡을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우리 게임도 다른 AOS에 비해 템포가 빠른 편이긴 한데, 테스트를 하며 유저들의 니즈를 들어주니 평균 게임 시간이 5분이나 더 줄었고. 다이내믹한 전황은 우리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요즘 트렌드와도 맞다고 생각한다.
전장이 계속 바뀐다면 탑/미드/정글 같은 역할 구분도 다르겠다.
한재호: 캐릭터마다 서포터, 딜러 등의 성향으로 구분되긴 하지만, 위치 기반 구분은 레이너와 필더(다른 게임의 정글러 개념) 이 2개뿐이다.
참고로 <어센던트 원>은 일반적으로 3개의 공격로와 2개의 필드(정글)로 (낮의) 전장이 구성된다. 때문에 서포터 성격의 캐릭터를 플레이해도, 다른 게임처럼 돈도 먹지 않고 굶주리며 플레이할 필요 없다. 오히려 <어센던트 원>의 서포터는 충분히 자원을 모아 다양한 강화 모듈을 갖추는 것이 좋다.
다른 게임처럼 서포터라고 해서 희생하며 플레이할 필욘 없을 것이다.
# 시인성 개편부터 밸런스 조정까지. 얼리액세스 기간 중 바뀐 것들
<어센던트 원>은 넥슨에서 얼리액세스를 처음 시도한 게임이기도 하다.
한재호: AOS 특성 상 테스트를 하려면 오랜 시간동안 많은 유저들에게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기존에는 이걸 CBT를 여러 번 하는 식으로 해결했는데, 이게 <어센던트 원>에겐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에 관심 있는 유저들이, 오랜 시간 동안 테스트를 하는 얼리액세스 모델을 도입했다.
보통 얼리액세스라고 하면 사전에 싼 가격에 개발 중인 게임을 사 즐기고 피드백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센던터 원> 모델과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일부 유저들은 OBT라 생각하며 플레이하기도 했고.
한재호: 인정한다. 사실 <어센던트 원>의 테스트 모델을 굳이 표현하면 ‘오픈형 CBT’인데, 이게 사실 말이 안되는 단어다. 그렇다고 OBT라고 하면 이걸 받아들이는 느낌이 또 달라진다. 한국 게임계에서 OBT는 론칭 전, 사실상 게임을 다 완성한 후 마케팅적인 의미까지 담아 테스트하는 것을 뜻하니까.
그런데 <어센던트 원>의 테스트는 그런 목적도 아니었고, 또 OBT라 불릴 정도로 콘텐츠를 갖추지도 못했다. 초기엔 말 그대로 대전 하나만 가능했으니까. AI전도 없었고 튜토리얼도 없었고 캐릭터 보이스도 없는 진짜 뼈대였다. 그래서 가장 느낌이 비슷한 얼리액세스라는 단어를 썼는데, 반대로 이 단어 때문에 다른 오해를 만든 것 같다.
반대로 OBT로 받아들였던 유저들은 얼리액세스 기간 동안 조용한 행보 때문에 정식 서비스 시에도 큰 변화 없이 조용히 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재호: 1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만큼 얼리액세스 때와는 다른 기조로 서비스할 것이다. 일단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해 유저 풀을 늘릴 것이고, 콘텐츠 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당장 얼리액세스 초기 버전과 마지막 버전 볼륨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크다. 캐릭터는 2배 가까이 늘었고, 튜토리얼이나 AI전, 캐릭터 보이스, 꾸미기 등 다른 요소도 많이 추가됐다.
여기에 더해 정식 버전에는 얼리액세스 때 피드백을 바탕으로 각종 개선이 있을 예정이다. 만약 얼리액세스 초기 버전을 플레이했던 유저라도 정식 버전을 즐기면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얼리액세스를 한 유저들이 스킬, 지형 시인성이나 캐릭터 밸런스 등등 많은 의견을 얘기했다.
한재호: 시인성 관련해선 우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일단 얼리액세스 기간 중에도 꾸준히 개선했고, 얼리액세스 땐 적용 못했지만 정식 버전에서 개선되는 요소도 존재한다. 이런 그래픽 자체적인 변화 외에도, 캐릭터 외곽선을 표시하는 옵션 등도 생각 중이고.
김준회: 밸런스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이 구체적인 설명은 좀 힘든데, 얼리액세스 유저가 정식 버전을 하려면 패치 노트 읽느라 시간 좀 써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날카로운 창 하나는 있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카운터 개념이 더 명확해졌다. 또 캐릭터 간 일방적인 상/하위 호환이 없도록 신경 썼고.
# '이 게임만의 재미가 있다'는 평을 목표로 개발하겠다
시스템 개선 외에, 혹시 정식 서비스에선 콘텐츠가 추가되는 것이 있을까?
한재호: 일단 신규 캐릭터 2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얼리액세스 캐릭터가 24명이었으니, 정식 오픈 시에는 총 26명의 캐릭터가 제공된다. 캐릭터는 이후 3~4주마다 지속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또 AOS의 핵심은 ‘정식 랭킹전’도 추가된다. 이건 정식 서비스를 2주정도 한 뒤 시작될 예정이다.
‘관전’ 모드도 추가된다. 단순히 친구 게임을 관전하는 기능이 아니라, <클래시 로얄>의 로얄 TV처럼 최상위 유저의 플레이가 지속적으로 게임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또 얼리액세스 말기에 추가된 캐릭터 꾸미기 요소가 더욱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얼리액세스엔 캐릭터 20부위에 색을 지정하는 정도였다면, 정식 오픈 시에는 여기에 추가로 의상의 ‘질감’까지 바꿀 수 있을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들의 배경 스토리가 인상적이더라. 그리스 비극을 각색해서 그런지 실패한 이들, 타란한 이들의 이야기가 많아 인상적이었다. 혹시 게임 내에서도 이런 스토리적인 요소를 체험할 수 있을까?
한재호: 공들여 만든 만큼 꼭 하고 싶긴 한데,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스토리 모드 같은 것은 나중에 생각하려 한다.
다만 성우 녹음, 일반 대사 같은 것 말고 캐릭터 간의 상호 작용 대사는 현재 작업 중이다. 또 캐릭터 일반 대사라고 해도 다른 게임보다 양이 많고 백스토리가 드러나는 대사도 많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성격이나 배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친구 덕에 깨닮음을 얻었지만 타락한 친구와 맞서게 된 포세이돈, 한 때 누구보다 곧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을 얻고 독선적으로 변한 제우스 등 <어센던트 원>의 캐릭터 대부분은 비극 속을 살아가고 있다.
<어센던트 원>이 노리는 유저층이 있다면 어디일까? 역시 AOS?
한재호: 코어한 AOS 유저라면 이미 자신만의 게임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보다 우리가 노리는 층은 AOS도 하고 FPS도 하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장 1위 게임과 새 게임을 쫓는 PC 온라인 유저층이다.
과거 <리그오브레전드>가 PC방 점유율 40%를 차지했지만, 이후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가 나오면서 점유율 상당부분이 이동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동했던 유저 일부가 복귀해 점유율을 꽤 복구했다. 우리가 우선 노리는 유저는 이쪽이다. 이들은 새로운 게임에 대한 니즈를 가지고 있으니까.
대전 게임인 만큼 유저 풀이 중요하다. 다만 <어센던트 원>은 다른 AOS 게임에 비해 생소한 면이 많은데다가, 게임 외적으로 이슈도 많은 편이다. 이 부분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한재호: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을 잘 만들어서 유저 분들에게 인정받는 것일 것이다. 언제나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 외에도 마케팅 팀에서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마케팅은 내 권한이 아니라 얘기하기 조금 조심스러운데, 인터넷 방송이나 PC방 등을 이용한 것들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료 모델은 역시 캐릭터와 스킨인가?
한재호: 맞다. 다만 캐릭터는 매주 12명 단위로 로테이션 되고, 인게임 재화로 구매할 수 있다. PC방에선 모든 캐릭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주요 모델은 스킨이 될 것이다.
앞서 잠깐 얘기했지만, <어센던트 원>은 캐릭터 꾸미기 시스템이 엄청 잘 돼 있다. 유저가 의상의 20부위에 직접 색, 재질을 설정할 수 있는 식이다. 또 우리는 다른 AOS와 달리 캐릭터 그래픽에 엄청 공들였기 때문에 꾸미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캐릭터, 스킨 해금 모델은 결국 많은 유저풀을 가지고 있어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지금까지 많은 AOS가 이 모델을 사용했다가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어센던트 원>은 가능할까?
한재호: 그건 나보다 사업팀에서 잘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웃음)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나는 수익 모델보다 게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유저가 많으면 어떤 수익모델이든 언젠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 재미 없으면 유저도 없고 수익도 없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게임의 디렉터로서 지금 내가 가장 많이 신경써야할 것은 ‘게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사실 위에 말한 스킨 시스템도 유료 모델의 의미보단, 그 자체가 재미있는 콘텐츠라 만든 것이다. 실제로 얼리액세스 때 염색 시스템을 처음 추가했을 때, 어떤 유저 분들은 “드디어 매칭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추가됐다”고 기뻐해 주시기도 했다. 아, 참고로 염색이나 꾸미기는 내가 굳이 스킨을 사지 않아도 혼자서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어센던트 원>을 개발, 서비스하며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김준회: 100번째 ‘어센던트’(캐릭터)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서비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재호: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었구나, <어센던트 원> 만의 재미가 있구나’라는 평만 들을 수 있다면 만족이다. 아무래도 대세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다 보니, 차별성과 기본기 면에서 많이 고민했다. 이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