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우여곡절 롤러코스터. <소울워커>의 여정을 요약하면 이런 단어들이 되지 않을까요? 한국 서비스 2주년을 맞이한 <소울워커>가 대형 업데이트를 실시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소울워커>에겐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론칭 전에 국내 퍼블리셔가 게임사업을 철수했고, 게임성을 바꿔 일본에 먼저 출시하니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다시 절차부심 게임성을 바꿔 한국에 왔지만 성적은 과장하더라도 좋다고 하기 힘들었죠. 다행히 지난해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 뒤 정돈되지 않은 콘텐츠나 운영 상의 실수로 다시 비판 받기도 했죠.
이런 여정 때문인지 업데이트를 앞둔 김홍규 PD의 얼굴엔 기대, 불안, 걱정, 감사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감사'였습니다. 신 캐릭터인 '치이 아루엘', 아니 이번 대형 업데이트 자체가 작년에 유저들이 극적으로 <소울워커>를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업데이트 될 수 없었던 콘텐츠였거든요.
라이언게임즈 김홍규 PD
# 신 캐릭터 '치이 아루엘', 유저 분들 덕에 구현할 수 있었다
디스이즈게임: 2주년 축하드립니다. 대형 업데이트도 업데이트지만, 2년 만에 추가되는 신 캐릭터가 눈에 띄네요.
김홍규: 감사합니다. (웃음) 특히 치이(치이 아루엘)은 재작년 하반기부터 기획했던 캐릭터인데 이렇게 2주년을 맞이하고 업데이트 해 감개무량하네요. 아무래도 <소울워커>는 처음에 캐릭터 6명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 캐릭터 디자인과 기획, 실제 구현까지 고생을 좀 많이 했거든요.
솔직히 <소울워커>가 한국 출시 이후 성적이 썩 좋지 않았잖아요. 또 당시 <소울워커>는 업데이트할 것도 많았고요. 그런데 그런 시기에 용케 업데이트를 생각하셨네요.
솔직히 말하면 그 때도 서비스 존속을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죠. 회사 사정이 계속 나빠져 폐기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전 개발자잖아요? 그런 사업적인 이슈 걱정하며 준비 안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정 나빠지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거와 별개로 준비는 꾸준히 했죠. 그 때 저는 <소울워커>가 한국에서 잘 안되더라도 해외 어딘가에선 IP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행히 작년에 유저 분들이 <소울워커>에 다시 관심을 가져 주셔서 이번에 치이를 선보일 수 있게 됐죠. 그래서 저는 저희 유저 분들이 정말 고마워요. 나오지 못할 수 있었던 캐릭터를 유저 분들 덕에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개발자들은 다 이렇게 생각할거에요.
<소울워커>의 반등은 유저 분들의 관심도 관심이지만, 초기에 비해 달라지거나 다듬어진 게임성도 한 몫 하지 않았나요? 반등 초기 유저들이 말한 '다크소울워커'라는 단어가 이런 걸 잘 보여준다 생각하는데….
저는 저희 힘보단 그냥 '운'이 좋아 그랬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꾸준히 게임을 다듬긴 했죠. 그것 덕에 돌아오신 분들이 좋게 평가한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 저희가 바꿨던 것만으로는 그 때와 같은 반등은 불가능했을거에요. 솔직히 말하면 버그도 많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콘텐츠도 많았어요. 실제로 그것 때문에 작년에 유저 분들을 많이 힘들게 하기도 했고요.
작년 반등은 저희 힘으로 만들었다기 보단, 운이었고 또 유저 분들의 관심 덕이었죠. 그래서 저는 '내가 PD니 꼭 이렇게 해야지!' 같은 생각은 안들더라고요. 저희 힘으로 뜬 것이 아니다 보니. (웃음)
# 치이,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갈망하는 경계 위의 캐릭터
그럼 치이는 약 2년 간 기획한 캐릭터인가요?
조금 달라요. 게임이 계속 바뀌었으니까요. 작년 여름에 기존 콘셉트를 대대적으로 갈아 엎었어요.
초창기 치이는 '니어 소울워커'(생체실험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울워커) 쪽으로 논의됐어요. 생각해보니 그 땐 치이라는 이름도 없었네요. 그런데 신규 캐릭터인데 기존 캐릭터(니어 소울워커들)을 넣는 건 적절치 않다 생각해 방향을 바꿨죠.
치이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아직 이명(異名)도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 인터뷰는 13일 진행됐습니다)
치이의 이명은 '열망의 데스퍼로어'에요. 치이는 조금 복잡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에요. 인간이 아니라, 소울정크라는 몬스터죠. 본래 인간성 없는 괴물인데, 치이의 모태가 되는 소울정크는 '고양이'를 먹어 고양이 성격을 가진 괴물이었어요. 이 소울정크가 아루엘이란 소녀에게서 '치이'라는 이름을 받고, 아루엘과 교류하며 인간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아루엘은 다른 소울정크에게 공격당해 죽고, 치이는 소녀를 살리기를 열망하며 '치이 아루엘'이라는 모습으로 거듭나죠. <소울워커> 유저 분들께 간단히 설명하면 캐서린과 아마릴리스가 합쳐진 느낌입니다.
고양이가 모태라, 자신을 고양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성격도 고양이 같습니다. 무심한듯 시크하지만,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 없어 보이면 금세 태도가 친근하게 바뀌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금 변덕스러워 보일 거에요. 목소리를 녹음할 때도 성우 분에게 조금 톡톡 쏘지만 새침한 아기 고양이 느낌을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어떤 면에선 스텔라와 반대네요. 스텔라가 왠지 백치미 있고 보호 본능을 유발하는 캐릭터라면, 치이는 반대로 츤데레나 헛똑똑이 같은 느낌이에요.
열망이 이명이라니, 생각보다 밝은 테마네요? 플레이어블 캐릭터 대다수는 광기, 복수, 분노 등 어두운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아뇨. 그렇지 않아요. 물론 열망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느낌을 담고 있죠. 하지만 열망이라는 단어의 망(望)은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란다는 의미에요. 치이는 그 무엇보다도 인간이 되고 싶지만, 반대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도 잘 인식하고 있는 캐릭터에요. 바라는 것과 현실의 괴리가 치이의 핵심이죠.
치이의 액션은 도(刀)와 괴물(소울정크) 손 2개 스타일로 디자인됐어요. 도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치이를, 괴물 손은 소울정크로서의 치이를 상징하죠. 치이는 싸울 때마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자신과 괴물인 자신을 끊임 없이 마주합니다. 이 때문에 치이는 (설정 상) 괴물 손을 쓰는 것을 싫어해요. 자신이 소울정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니까요.
치이의 이명 중 '데스퍼로어'라는 단어는 절망(despair)과 함성(roar)이라는 영어 단어를 합친 조어에요. 열망이라는 단어보다, 데스퍼로어라는 단어가 치이의 캐릭터성을 더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기존 캐릭터들과 스토리도 조금 다르겠네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큰 줄기는 비슷해요. 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나 과정, NPC들과의 관계는 다르겠죠. 아, 초반 스토리와 동선은 기존 캐릭터들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거에요.
설정 상, 기존의 소울워커들은 어떤 절대자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공백 밖으로 끄집어 낸 이들이에요. 치이도 이 부분은 비슷한데,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태생이 다르다 보니까 절대자의 예상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줘요. 때론 절대자와 대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요. 치이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예정 외의 존재'인데, 이런 설정 때문에 이 문구를 넣었어요.
이건 치이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다른 신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앞으로 만들 캐릭터들은 치이와 비슷한 기원을 가질 예정이거든요.
<소울워커>는 액션 MORPG니, 치이의 전투 스타일을 궁금해하는 사람들 많을 것 같아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랄까요? 열망이라는 키워드처럼 아슬아슬 칼날 위를 걷는 감각을 주고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사정거리가 짧은 편이라 운영 난이도가 다소 높습니다. 여기에 체력 깍으면서 공격력을 높이는 스킬도 있어 생각 없이 전투하면 쉽게 죽을 수 있죠. 부스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잘 제어해야 합니다. 아니면 컨트롤을 잘 하거나. (웃음) 대신 스킬들이 조합하기 좋아 컨트롤이 되거나 <소울워커>를 많이 하신 분들은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겁니다.
아, 조작 난이도 관련해선 조금 더 낮춰도 되지 않을까 고민 중이긴 해요. <소울워커>는 컨트롤 좋은 분들이 많아 이 부분을 조절하기 쉽지 않네요.
전투 콘셉트 들어보니 액션도 공격적일 것 같네요.
아뇨. 콘셉트는 이렇지만, 액션 자체는 전반적으로 동양적이고 절제된 동작으로 만들었어요. 일단 도를 쓰는 액션은 무술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게임적 과장인 있지만) 절도있는 동작으로 만들었고, 괴물 손을 쓰는 액션도 때려 부순다는 느낌보다는 날아서 할퀴는 느낌이에요. 이 부분은 치이 덩치도 작다 보니 재빠른 고양이 같은 액션이에요.
# 불가능한게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게 아닐까요? 김홍규 PD의 꿈
이 글을 현재 <소울워커> 유저보단 신규·복귀 유저들이 더 많이 볼 것 같은데, 이들에게 그동안 바뀐 점을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초창기에 하셨던 분들이 느끼기엔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아, 이건 너무 당연한 얘긴가요? 작년에 주목 받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그 때보다 콘텐츠가 여럿 늘었어요. 반등 이후 10개월 동안 그동안 업데이트했던 것의 70~80% 가량을 추가한 것 같으니…. 솔직히 반등 당시 <소울워커>는 레이드도 별로 없었고, 그것 외에 최고 레벨 유저들이 즐길 것도 많지 않았죠.
물론 아직 '이제 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할 정돈 아니네요. 기존 <소울워커>는 콘텐츠의 볼륨도 문제였지만, 그것보다 콘텐츠를 추가하기 힘든 구조가 더 문제였거든요. 작년엔 이 부분을 바꾸는데 집중했어요. 때문에 콘텐츠 볼륨도 생각만큼 많이 늘진 않았고요.
하지만 이제 콘텐츠 제작 기반이 많이 안정됐습니다. 올해는 기존처럼 업데이트가 느리지 않을거에요. 계획도 많이 세워놨고요.
올해는 많은 것을 계획 중이신가 봐요?
올해 안에 또 다른 신규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또 신규 지역과 최고 레벨 확장은 최소 반년에 1번 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어요. 새로운 경쟁 콘텐츠, 캐릭터 밸런스 개선 등도 준비 중이고, 아직 논의 중이긴 하지만 기존 캐릭터들을 위한 신규 콘텐츠도 구상 중입니다.
이것 외에도 당연한 것들. 예를 들어 신규 캐릭터의 승급이나 각종 편의성 개선 작업 등은 꾸준히 진행될 예정입니다. 말하고 나니 아직은 두리뭉실한 것이 좀 많네요. (웃음)
그래도 개인적으론 신규 캐릭터와 신 지역은 그동안 준비할 틈도 없었는데, 이제 개발 기반이 안정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합니다. 일단 올해 업데이트에 대한 큼직한 방향성, 그리고 올해는 작년과 업데이트 속도가 다를 것이라는 것 정도만 기억해 주세요.
캐릭터 밸런스 개선은 2월 업데이트에도 포함돼 있죠.
예. 본격적인 밸런스 개선은 3~4월 있겠지만, 그 전에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패치입니다. 이번 패치는 하루, 진, 스텔라 3명이 대상이죠. 그렇다보니 근본적인 해결보단, 그동안 받은 피드백 중 당장 바꿀 수 있는 것 위주로 개선점을 정리했어요.
참, 이번 패치로 스텔라 모델링이 개선됩니다. 밸런스 이슈는 아니지만, 원하는 분들이 많았던 건이라 얘기합니다. (웃음)
일부 유저들은 운영적인 면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쌓인 크고 작은 사건들도 이슈지만, 무엇보다 연초에 유료 모델 관련해 큰 소동도 있었고요.
한정 아카식레코드 관련해선 저희 측 잘못이 100%라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게 없네요. 예전 사례만 참고하다 보니 '한정판'이라는 단어 안에 담긴 무게감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죄송스럽고, 또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것 밖에 할 말이 없네요.
<소울워커> 유저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 한정판을 내지 않겠다고 공지한 바 있죠. 앞으론 가급적 유료 유저들도 만족할 수 있고, 무료 유저들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유료 모델을 설계하겠습니다.
이 이슈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한탕 하고 떠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했죠.
그만큼 저희 실수가 컸고, 유저 분들을 아프게 했죠. 이 부분에 대해선 거듭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만 이거 하나는 꼭 말하고 싶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동안 온갖 일을 겪으며 <소울워커>를 개발한 사람 중 이 게임을, 이 IP를 아무렇지도 않게 소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언젠가 외부의 사업적인 이슈에 밀려 게임을 놓아야만 할 때가 올지도 모르죠. 하지만 라이언게임즈 사람들은 <소울워커>의 성과가 크던 작던 간에, <소울워커>를 최대한 오래 가져가고 싶습니다.
이 말을 무작정 믿어달라고 할 만큼 저희가 좋은 모습만 보여드린 것은 아니지만, 이 마음을 품고 3주년, 4주년, 5주년 이벤트로 다가가겠습니다. 저도 월급쟁이긴 하지만(웃음), 오래 남아 믿을 수 있는 개발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뜻은 좋습니다만, 지금 상황에선 굉장히 멀고 힘든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네요. 상업 개발사라면 더더욱. 이거야 말로 열망 아닌가요?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죠. 불가능에 가까워 보일 순 있어도. 물론 그만큼 바쁘고 힘들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근데 지금까지 이 게임 만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거에요.
또 저에겐 장점(?)이 하나 있죠. 개발자로서의 '이건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불필요한 자존심이 없다는 것. (웃음) 정확히 말하면 없진 않지만, 제 힘으로 지금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보니 염치 때문에라도 자존심 못 부리죠. 저희만큼 유저의 고마움과 무서움을 잘 아는 개발사도 없을겁니다. 전 <소울워커> PD가 되며 인생관도 바뀌었다고 느낄 정도에요.
자존심을 접어두고, 대신 저희를 여기로 이끈 유저 분들의 니즈를 구현하려고요. 이것만 잘 하면 언젠가 제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계속 고생하고 다듬다 보면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