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 누구든 맛을 보면 이렇게~"
과거 유행했던 CM송을 흥얼거리며 일상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집에 도착하기 전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치킨을 주문할법한 저녁 시간이지만, 필자는 청소는 물론 요리도 취미 생활로 즐기기 때문에 근처 마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 들어온 신선한 고기와 생선, 야채 상태를 확인하고, 뭘 해 먹을지 고민-결정해 만들고 먹다 보면 일과 중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차츰 날아가는 느낌이다.
지난해 트레일러가 공개된 후 많은 유저에게 화제가 됐던 <쿠킹 시뮬레이터>(Cooking Simulator)가 6월 7일 정식 발매했다. 게임은 출시 후에도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게임에서 유저는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건 물론, 음식을 팔아 번 돈으로 가게를 꾸밀 수도 있고, 식칼로 다트를 하거나 소화기를 오븐에 넣고 돌려 폭파하는 등 각종 기행도 펼칠 수 있다.
요리가 취미인 필자가 느낀 <쿠킹 시뮬레이터>의 매력과 느낌은 무엇일까? 정말 요리의 즐거움과 각종 기행이 주는 황당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게임일까?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쿠킹 시뮬레이터>에서 유저는 이름 없는 식당 셰프가 되어 각종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운영 과정에서 70여 가지 레시피를 해금해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거나 완벽한 조리법으로 손님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수도 있다.
<쿠킹 시뮬레이터>는 제목처럼 각종 요리를 만드는 일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 다양한 식자재와 조리법이 등장하는 건 물론, 각종 오브젝트에는 물리 엔진이 구현되어 있어 보다 실감 나는 주방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더불어 유저가 어떤 조리 방법을 택하냐에 따라 같은 재료라도 전혀 다른 요리가 탄생하는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달걀을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본다고 하자. 유저는 이를 프라이팬에 구워 달걀 프라이로 만들 수 있는 건 물론, 통째로 물에 넣고 삶아 삶은 달걀을 만들거나, 수란, 달걀 튀김, 달걀 주스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게임은 이렇게 식자재 하나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으며, 조리 방법이나 마무리 시즈닝에 따라 완성 결과 역시 달라진다.
<쿠킹 시뮬레이터>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모드는 식당을 운영하는 '스토리 모드'와 자유롭게 요리를 만들거나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샌드박스 모드'가 있다.
먼저, 스토리 모드에서 유저는 레스토랑 셰프가 되어 그날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각종 요리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요리를 어떻게 만들었느냐와 고객 요구를 반영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음식이 나왔는가 등 여부에 따라 그에 맞는 요금과 경험치를 받게 된다. 여기서 얻는 돈은 레스토랑 식자재나 주방 도구 등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으며, 레스토랑 리모델링을 하는 데 쓸 수도 있다.
레스토랑 운영 중 손님이 주문하는 메뉴는 유저가 배울 수 있는 '레시피'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쿠킹 시뮬레이터>에 구현된 레시피는 현재 70여 종이며, 이는 출시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레시피에는 식자재 무게부터 들어가야 하는 양념, 조리 방법, 시간 등 세세한 부분이 나와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손님은 만족하지 않고 평점과 음식 가격을 깎는다. 때문에 완벽한 요리를 내놓지 않는다면 수익이 줄어드는 건 물론 명성까지 떨어지는 서러움을 연속으로 경험하게 된다.
<쿠킹 시뮬레이터>는 테이블이나 오븐 등 거대 오브젝트를 제외한 대부분 요소에 물리 엔진이 구현되어 있다. 때문에 식자재를 칼로 썰 때 써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으로 썰리는 건 물론, 둥근 모양 식자재는 도마에 올려놓으면 힘을 준 방향으로 굴러다니기도 한다. 특히, 레몬이나 토마토, 사과 등 둥근 모양 식자재는 칼로 썰 때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기 때문에 식자재를 잡는 스킬을 배우지 않았다면 원하는 모양대로 썰기 힘들다.
식자재뿐 아니라 접시나 와인병, 냄비 등 주방 기구에도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있다. 이중 접시나 병 등 유리로 이뤄진 기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아주 작은 충격에도 산산조각이 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상황이다.
① 시즈닝을 마친 스테이크 고기가 올라간 접시를 들고 오븐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미처 닫지 못한 냉장고 문에 접시가 걸린다. 접시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고기는 바닥에 나뒹군다. 목격자는 나뿐이니 괜찮을 거다.
② 구이 요리를 위해 프라이팬에 해바라기유를 붓던 중 "아차! 너무 많이 넣었어!"라고 말하며 병을 들어 올리다 찬장에 병이 살짝 닿는다. 병은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나고 기름은 그대로 프라이팬으로 떨어진다. 오늘은 구이가 아니라 튀김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쿠킹 시뮬레이터>에서 유저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다양한 실수를 경험하게 된다. 게임에는 이런 실수를 보완하는 요소가 스킬로 구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둥근 식자재가 도마에서 나뒹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재료를 잡아주는 '안정된 손'부터, 오븐 속 재료가 제대로 익었는지 알기 위해 굳이 오븐을 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온도를 보는 눈', 그리고 접시나 병이 깨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스킬도 준비 되어 있다.
실제로 스킬을 터득하면 보다 손 쉽게 완성도 높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맨손으로도 뜨거운 요리를 들어 올리거나 오븐을 열지 않아도 익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은 가히 치트키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쿠킹 시뮬레이터>에는 스토리 모드와 함께 자유롭게 요리를 만들 수 있고 주방 기구를 활용한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는 '샌드박스 모드'도 있다. 해당 모드에서 유저는 모든 종류 식자재와 주방 기구를 금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스토리 모드에 나오는 레시피를 연습하거나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스토리 모드와 달리 샌드박스 모드에서는 일정 시간 내 음식을 만들어야 하거나 조리 방법과 완성도를 신경 써야 한다는 압박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요소로부터 벗어난다'는 이점 덕분에 나만의 조리법으로 요리를 만들어보는 건 물론, 각종 기행을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다. 즉, 식칼을 다트판에 던져 다트 게임을 하거나, 스테이크 고기를 물에 삶고 기름에 튀겨 다시 냉장고에 넣고, 소스나 기름을 주방 곳곳에 뿌리는 등 '일부러 주방을 망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기행은 사실 <쿠킹 시뮬레이터>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트레일러나 개발자 노트 등을 통해 강조됐던 부분 중 하나로, 주방을 망치는 것은, <심시티>에서의 재난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의 또 다른 핵심 콘텐츠로 느껴진다.
사실 <쿠킹 시뮬레이터>가 출시한 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이 게임 정말 재밌어! 너도 한 번 해봐"라고 선뜻 추천하지는 않았다. 게임은 출시 직후 몇 차례 업데이트가 있기 전까지는 아쉬운 부분이 있어 전반적으로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쿠킹 시뮬레이터>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조작감'과 '기행 콘텐츠 부족'이다. 우선, 조작감이다. 게임에서 유저는 재료를 선택하고 손질하며, 구이 요리 중에는 재료를 뒤집어주고 국물 요리는 그릇에 따라담아야 하는 등 요리 제작 속 세세한 부분들을 직접하게 된다.
이런 부분은 버튼을 누른다고 자동으로 행해지는 게 아니라 '마우스 움직임=요리사 손'인 형태로 조종하게 된다. 다만, 이 조작이 매끄럽다기 보다는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뻑뻑하다. 게임 속 손으로 하는 모든 행동은 방향과 각도, 위치 등을 지정해 움직일 수 있는데, 모든 작업이 이렇다보니 특히 국물 요리나 튀김 등 한 번에 접시에 내용물을 쏟아야 하는 요리들의 경우 조작 체감 난이도가 기하급수로 상승하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것이 <쿠킹 시뮬레이터>에는 국자 등 국물 요리를 정량으로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주방 기구가 없으며, 튀김이나 구이 요리를 집을 수 있는 집게도 방향에 따라 잡을 수 있는 여부가 달라지기에 마음대로 활용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물 요리를 그릇에 담기 위해서는 냄비를 기울여 접시에 알맞게 부어야 하며, 튀김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냄비와 접시 위치가 딱 맞지 않으면 음식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너무 가까우면 접시에 부딪쳐 접시가 깨져버린다.
<쿠킹 시뮬레이터>는 소화기를 오븐에 넣고 터트리거나, 폭죽을 튀겨 폭발을 일으키는 등 각종 기행으로 주방을 망칠 수 있다. 다만, 이런 부분은 게임 속 구현된 하나의 요소일뿐 '메인 콘텐츠'로 즐길만한 볼륨은 아니다. 게임은 주방을 망치기보다는 제목처럼 '요리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 있으며, 주방을 망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 수가 적고 공간이 주방으로 한정되어 있어 다채롭게 즐기기는 부족하다.
이런 기행 요소가 부족하기 떄문에 이를 메인 콘텐츠라고 생각했던 유저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가스통에 불을 붙여 주방을 불바다로 만들고 그 불 위에 스테이르를 굽는 기행을 몇가지 펼치고 나면 "이제 할 게 없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게임은 레시피와 식자재 업데이트 뿐 아니라 주방을 망칠 수 있는 요소 역시 업데이트 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기행을 펼칠 수 있다.
다만,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요리하는 게임 그 자체로 <쿠킹 시뮬레이터>는 분명 매력적이고 여태 발매한 요리 게임들과 비교해도 요리를 만드는 재미나 내용에 있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속 등장하는 레시피만 하더라도 70여 개로, 이는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건 물론 제작 과정이 세세하게 적혀 있어 이를 기억해둔다면 실생활에서 요리할 때도 응용할 수 있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낱낱이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뮬레이터'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게임은 발매 후 약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 업데이트 마다 레시피나 식자재, 주방 기구 등이 추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게임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거라고 본다. <쿠킹 시뮬레이터>가 출시 후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 게임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