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가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 중인 그래픽 MMORPG’ <바람의 나라>가 모바일로 돌아왔습니다. 슈퍼캣이 개발하고 넥슨이 올해 안에 정식 오픈할 예정인 모바일 MMORPG <바람의 나라: 연>이 26일 오전 11시까지 CBT를 진행했습니다.
수도(국내성 or 부여성)에 도달할 때면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습니다. 두꺼운 모니터를 앞에 두고 펼쳐진 도트 세상에서 목도를 휘두르며 채팅만 해도 즐거웠던 그 시절 생각이 납니다.
<바람의 나라: 연> 월드에 들어서니 괜히 추억에 이곳저곳 둘러보게 됩니다. 주막부터 왕궁, 예식장, 내친 김에 12지신의 유적까지 들어가 봅니다. CBT 빌드에서는 저렙 유저들도 고렙 던전을 들어갈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모바일에서 새롭게 태어난 <바람의 나라> 지역들을 제한 없이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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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사냥터는 연두색 갑주를 입은 유저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다람쥐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개중에는 "(주)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라는 추억 속 문구를 꺼내든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레벨 1부터 사용할 수 있는 사자후(월드 전체에 전달되는 채팅)로 친구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신버전 (2000년대 중반) 빌드지만 5번째 직업인 궁사 추가 전의 <바람의 나라>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2005년 서비스 9년 차에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당시 느낌을 복각한 것입니다. 당시 전면 무료화 선언과 함께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는 최대 13만 명을 기록했죠. UI 자체는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적합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플레이어가 가로 모드와 세로 모드를 고를 수 있게 한 것도 좋았습니다. 플레이어 조작 성향에 따라 편한 쪽을 골라서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세로 모드로는 들고 다니면서 간편한 조작을 하고, 가로 모드로는 충전기를 꽂아놓고 오토 사냥을 지켜보는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람의 나라: 연>에는 화면 배율 조정 기능도 있어 가로, 세로 두 가지 모드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기자가 플레이한 <바람의 나라: 연>은 정식 출시 버전이 아닌 CBT 버전이었기 떄문에 조심스럽습니다만, 강력한 추억의 느낌표가 지나고 난 뒤 물음표도 남았습니다.
기자는 <바람의 나라>를 꽤 하드코어한 게임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벨 구간에 맞는 '굴'(던전)에 들어가 각종 단축키를 연타하며 정신없이 사냥을 했죠. 룹사(그룹사냥, 파티플레이)를 하면 그룹원의 체력이나 방어력도 관리해야 했고요.
'1, 2, 1, 2(투명, 비영승보, 투명, 비영승보)', 'u 연타(소비 + 동동주)', '기원 연타 이후 마비, 저주, 중독, 때때로 보호, 무장'…… <바람의 나라>를 추억하는 분이라면 키보드가 빠지도록 이런 컨트롤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성장을 거쳐 높은 자리에 가면 승급하지 못한 유저들은 못 쓰는 기술을 선보이면서 우월감을 느낀 경우도 많았을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바람의 나라: 연>에는 그런 재미가 없습니다. 자동사냥을 돌려놓고 굴을 돌아다니는 정도입니다. 물론 모바일이라는 그릇에 담긴 게임이기에 원작의 피지컬, 컨트롤 요소까지 완벽히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지만, 그룹 사냥에서는 원작과의 괴리가 느껴집니다.
자동 그룹 사냥을 했을 때 격수와 비격수가 따로 몹을 잡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내 캐릭터는 이 캐릭터를, 그룹원은 저 캐릭터를 치고 있었던 것이죠. 격수가 앞에서 치고 있으면 비격수가 보조마법을 써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자동 사냥을 꺼놓고 수동으로 그룹 사냥을 한다 하더라도 사냥 속도가 빨라지거나 원작처럼 다이나믹한 버프/디버프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의 그룹사냥은 "각자도생으로 빨리 던전을 정리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힐러 역할을 하는 도사는 자동 사냥 모드를 켜도 힐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편이지만, 주술사의 경우 핵심 스킬인 공력증강의 쿨타임이 30초기 때문에 직업의 핵심 사냥 루틴인 '공력증강 → 기원 연타 → 마비,저주,중독 (+보호, 무장)→ 공격마법'의 매커니즘이 성립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퀵슬롯이 너무 좁아 각종 스킬의 터치가 쉽지 않았습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게임의 엔드 콘텐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레이드나 요일동굴에서 이런 아쉬움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스 몹의 체력이 높을 뿐 아니라 장판, 탄막 피하기 요소도 있고 그에 따른 보상이나 경험치도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레이드나 요일동굴에서는 자동 사냥을 아예 지원하지 않고 실력으로만 승부를 볼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장비 성장 시스템과 변신형 환수로 게임의 엔드 콘텐츠가 그 가치를 잃지 않을까 우려도 듭니다.
게임에는 <던전 앤 파이터>와 유사하게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의 기본 능력치를 올리는 강화, 특정 버프 효과를 바를 수 있는 각인, 장비의 등급 자체를 올릴 수 있는 돌파의 3가지 장비 강화 옵션이 있습니다. 각종 버프 작업의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는 비서가 존재하죠.
'본좌'급 무기가 있으면 거기에 투자를 해서 그 무기의 효과로 레벨과 직업의 차이를 극복한다면 엔드 콘텐츠의 위력도 줄어들 것입니다. CBT 버전에서는 장창과 백화검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기자는 15 레벨에 대장간에서 구매한 장창에 몇 가지 효과를 붙여 40 레벨 가까이 사용했습니다. 장비에 기본적인 직업 제한은 있지만, 착용 레벨 제한은 없었습니다.
<바람의 나라>에는 자신이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동물인 환수가 있죠. 게임 내 몹으로 변신하는 스킬인 '야수'나 각종 '변신시약'도 있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에는 이 둘을 발전시킨 혼합종 '변신형 환수'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변신형 환수를 사용하면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직접 환수로 변신해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원작의 각종 변신이 캐릭터의 외형만 바꾸는 것이었다면 후자의 변신은 능력치 향상 효과까지 있습니다. CBT 버전의 전설 등급 변신형 환수 능력치를 보면 강력한 기본 효과는 물론, '용무기 격'급 추가 효과가 붙어있습니다. 환수는 기본적으로 뽑기 시스템을 통해 얻습니다.
전투력을 기준으로 캐릭터의 힘을 측정하기 때문에 CBT에서는 정식 오픈하지 않은 체력 / 마력 변환 시스템의 방향성에도 의문이 듭니다. <바람의 나라>의 체/마는 승급 필수 조건일 뿐 아니라 체력을 순간 소진해 그에 비례하는 만큼 딜량을 내게 되어있습니다.
각종 장비와 버프 효과를 통해 자신의 전투력이 18,531이라고 규정된 상황에서 경험치를 팔아 체력과 마력을 더 구매하는 것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게임의 체/마 → 스킬빨이 줄어들게 될까요?
<바람의 나라: 연> CBT 버전에는 '도트 감성'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많이 담겨있었을 뿐 아니라 가로/세로 모드를 동시 지원해 게임을 즐기는 편의성까지 높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룹원끼리 따로 노는 그룹사냥은 전통적인 '룹사'의 맛이 덜했고, 강화 장비와 변신형 환수가 엔드 콘텐츠의 공략 재미를 무력화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으며, 전투력과 체/마 변환이 같이 있어 물음표가 남았습니다.
개발진은 CBT 종료 인사를 통해 "CBT 기간 중 확인한 데이터와 수행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게임을 개선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이 게이머들의 추억을 자극하면서도 자기 색깔이 확실한 모바일 MMORPG로 태어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