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만들었지?”
닌텐도에서 포켓몬 시리즈(이하 본가)를 즐긴 유저가 <포켓몬 마스터즈>에서 포켓몬 배틀을 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드는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부 유저는 뽑기를 통해 얻는 트레이너를 비판하며 "이럴 거면 본가처럼 포켓몬 배틀을 만들고, 차라리 포켓몬 뽑기를 하지"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포켓몬을 뽑는다'는 아이디어만으로도 두렵지만, 그만큼 많은 유저에게는 <포켓몬 마스터즈>의 배틀이 낯설었습니다. 특히 본가 출신 유저들이 그랬죠.
이런 반응은 <포켓몬 마스터즈>가 처음이 아닙니다.
<포켓몬 GO>가 모바일 포켓몬 배틀을 먼저 선보였고,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게임은 위치 기반 AR을 통해 포켓몬스터를 현실 속으로 끌고 오며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GO>의 포켓몬 배틀은 아니었죠. 본가의 배틀처럼 턴제 1 대 1 배틀 느낌을 살리긴 했지만, 전투보다는 간단한 버튼 누르기 게임에 가까웠거든요.
그래서 포켓몬 팬들은 <포켓몬 마스터즈>에 더 큰 기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마스터즈>는 본가의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어정쩡하게 따라하기보다는 플랫폼에 맞는 개발사만의 '포켓몬 배틀' 해석이 들어간 독특한 전투를 유저에게 제공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호불호도 크게 갈렸지만, <포켓몬 마스터즈>가 선보인 실시간 3 대 3 배틀은 종래에 없던 방식이었죠.
실시간 3 대 3 배틀이 나온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본가와 <포켓몬 마스터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둘 다 포켓몬 배틀이 주요 콘텐츠이며, 유저는 포켓몬 배틀에서 승리하고 최후에는 체육관 배지를 모아 최강의 자리에 도전한다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마스터즈>는 크게 두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게임이 서비스되는 '플랫폼'입니다. 본가는 휴대용 콘솔 기기에서 서비스되지만, <포켓몬 마스터즈>는 모바일 환경에서 서비스됩니다. 콘솔과는 다르게 모바일 환경은 터치를 통한 조작이 자유롭고, 게임에 대한 접근도 쉬워 콘솔과는 다른 게임 설계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트레이너' 입니다. 단순한 유저의 아바타나 등장인물에 가까웠던 트레이너를 <포켓몬 마스터즈>는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함께 움직이는 세상에서 본가는 포켓몬에 무게 중심이 있었다면, <포켓몬 마스터즈>는 트레이너에 있는 거죠. 덕분에 포켓몬 유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포켓몬 대신 좋아하는 트레이너로 팀을 꾸리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포켓몬 마스터즈>의 포켓몬 배틀에는 개발사가 플랫폼과 트레이너를 바탕으로 본가의 포켓몬 배틀을 존중하며 자신들만의 배틀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럿 보입니다.
<포켓몬 마스터즈>는 게임 설정상 트레이너와 포켓몬이 버디즈를 이뤄 함께 움직입니다. 게임 설정을 바꾸지 않는 한, 트레이너와 함께 다니는 포켓몬을 바꿀 수 없습니다. 물론 같은 트레이너라도 코스튬이 달라 다른 포켓몬과 버디즈를 이루기도 하지만, 해당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배틀 중 포켓몬 교환도 안 되는 거죠.
포켓몬 교환을 할 수 없다면 배틀 결과는 시작하는 순간 결정됩니다.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고, 유저가 능동적으로 변화를 만들기도 힘듭니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3 대 3 배틀을 도입했습니다. 0명의 트레이너가 있다고 해도 3명을 조합하는 방법은 단순 계산으로는, 1200가지나 됩니까요. 본가는 포켓몬 조합과 교체를 통해 의외성을 만든다면, <포켓몬 마스터즈>는 트레이너 조합을 통해 의외성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지점에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3 대 3 '포켓몬' 배틀을 본가와 같은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최근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가 매 턴 받는 일정 수의 카드로 기술을 사용하는 독특한 3 대 3 턴제 배틀을 유저들에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본가의 포켓몬 배틀과는 크게 다르겠지만, 만약 시스템을 차용한다면 <포켓몬 마스터즈>도 턴제 배틀은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발사는 본가의 턴제 대신 스킬 4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스킬 선택 창을 살렸습니다. 턴제를 살렸지만, 스킬 선택 창은 포기했던 <포켓몬 GO>와는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포켓몬 마스터즈>는 여기에 트레이너 설정을 강조했습니다. 포켓몬의 전유물에 가까웠던 배틀에 트레이너도 트레이너 기술을 통해 전투에 참여합니다. 대신 트레이너 기술은 포켓몬에게 직접적인 데미지 등을 주지 않으며 선을 넘지 않습니다.
일부 유저는 포켓몬 기술이 단 2개인 점을 <포켓몬 마스터즈>의 큰 단점으로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3 대 3 포켓몬 배틀에서 포켓몬 기술은 버디즈기술을 포함해 9개이며, 모든 기술의 수는 최대 15개에 이릅니다.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숫자죠?
하지만 단순히 15개가 모두 평범한 기술이라면 유저들은 피곤할 뿐입니다. 이런 점은 '스킬 게이지'를 통해 해결했습니다.또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힘을 합친다(?)는 설정을 가진 필살기 '버디즈 기술'을 통해 전략성을 추구했습니다.
버디즈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은 특정 횟수만큼 사용해야 합니다. 일정 시간마다 채워지는 기술 게이지라면 제한 때문에 유저는 선택해야 합니다. 강력한 기술로 상대방 포켓몬 하나를 먼저 제거하며 수적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일반 기술이지만 기술 게이지를 적게 사용하는 기술을 여러 번 사용해 상대보다 빠르게 버디즈 기술을 사용하며 배틀 후반을 우위로 가져갈 수도 있죠.
<포켓몬 마스터즈>는 스킬 게이지라는 영리한 제한을 통해 단순히 빠르게 버튼 누르기 게임이 될 뻔한 3 대 3 실시간 포켓몬 배틀을 흥미롭게 만들었죠.
포켓몬 배틀에 대한 <포켓몬 마스터즈>의 독특한 해석과 도전은 단 하나의 실수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됐습니다. 튜토리얼이 없다시피 합니다. 모든 콘텐츠가 직관적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아쉬운 선택입니다.
또 트레이너가 만드는 이야기에는 집중하지만, 포켓몬 배틀에 대한 게임 난이도 조절 역시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시나리오 초반은 너무 쉽고, 후반은 너무 어렵거든요. 유저 입장에서는 <포켓몬 마스터즈>만의 전투에 대한 큰 이해도 없이도 클리어를 하다가, 갑자기 막히는 순간이 오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심지어 과금 요소로 오해할 소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마스터즈>는 단순한 뽑기 게임이나 IP게임이 아니라, 전략 배틀 게임입니다. 포켓몬 배틀의 승리를 위해서는 유저가 15개의 기술 선택지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전략에 맞춰 실시간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포켓몬 속성과 트레이너 특징도 고려하면서요. 또 포켓몬 배틀 사이에는 배틀 결과에 따라 다양한 성장 요소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배틀의 깊이가 있는 포켓몬 게임이죠.
숨겨진 맛집 같은 게임, <포켓몬 마스터즈>. 맛을 보지 않기에는 <포켓몬 마스터즈>만의 독특한 포켓몬 배틀은 확실한 개성과 재미가 있습니다. 늦기 전에 실시간 3 대 3 포켓몬 배틀의 매운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치 앞을 모르는 실시간 포켓몬 전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