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쳐폰 시절에는 키패드 부서져라 누르며 홈런을 바랐고, 스마트폰 시절에는 며칠 밤을 새우며 유니버스 컵에 도전… 야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이와 같은 추억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로 <게임빌 프로야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게임빌은 지난 26일,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 신작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를 출시했습니다. <게임빌 프로야구 2013> 출시 후 약 6년만의 시리즈죠. 게임은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마선수가 등장하고 '나만의 선수' 모드를 통해 선수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풀 3D 그래픽 구현과 RPG 요소를 강조한 새로운 성장 시스템 등 이전 시리즈에는 없던 요소도 대거 추가됐죠. 과연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어떤 모습일까요?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다른 첫인상'을 보여줍니다. 그래픽만 하더라도 그간 발매했던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가 2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메이플 스토리 2>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풀 3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있죠. 그래서인지 유저 리뷰 중에는 "과거 시리즈를 생각하고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비주얼부터 내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네요"라는 의견이 종종 보입니다.
다만, 이번 작품은 마선수에 성우 더빙 추가, '나만의 선수' 모드 스토리 다양화, 캐릭터 성장 요소 강화 등 주목할만한 신규 요소가 확실합니다. 특히,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이름에서처럼 '슈퍼스타즈', 즉 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역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팀 구성'과 개인-팀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여태까지 시리즈가 그랬듯 이번 작품 역시 메인 콘텐츠는 선수 육성입니다. 유저는 '나만의 선수' 모드를 통해 타자-투수를 성장, 시즌을 마친 캐릭터는 '내 구단' 소속원으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팀은 향후 PvE(플래닛 리그)나 시즌 리그(슈퍼스타 리그)에 활용합니다. 게임은 이처럼 내가 만들고 성장시킨 캐릭터가 팀에 합류하고 팀 전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를 강조합니다.
선수 육성 기간(시즌)은 6주, 조 1위 달성 시 7주로 늘어나며, 각 주차별 경기는 1번씩입니다. 시즌이 끝나면 나만의 선수 성장 역시 종료되죠. 즉, 이번 작품 속 나만의 선수 모드는 총 6~7경기 플레이 후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이전 시리즈 속 나만의 선수 모드가 시즌 당 40여 경기를 플레이해야 하고 선수 데뷔부터 은퇴까지 긴 여정을 그리고 있어 플레이 타임이 길었던 반면, 이번 작품은 시즌이 끝나면 선수 성장 역시 끝나기에 성장이 압축된 형태로 전달되면서도 플레이 타임 역시 짧습니다.
대신 모든 포지션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하기에 짧은 시즌 모드를 반복하게 되죠. 캐릭터 한 명 성장을 마치는데 30분~1시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 나만의 선수 모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야구생활'이라는 주제의 시간 루프물을 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모드를 시작하기 전 총 3개 팀 중 하나를 골라 다른 스토리나 성장 방식을 경험할 수는 있으나, 이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선수 10명 육성, 20명 육성 등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에 반복 플레이를 경험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팀 전체를 성장시키는 게 최종 목표이기 때문인지 나만의 선수 모드 육성은 '포지션'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존 시리즈 나만의 선수 모드는 선수 체형이나 능력치에 따라 포지션을 부여받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 유저가 원하는 포지션을 선택, 이에 맞는 성장 방식을 구상하며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포지션 캐릭터를 만들고 성장시키면 추가 난이도가 해금, 강한 상대와 싸우며 한층 더 성장한 '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죠.
이처럼 게임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팀 성장'을 한층 더 강조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게임은 나만의 선수 모드로 캐릭터 개인을 성장시킬 수 있지만, 시즌을 마친 캐릭터가 팀에 배치되기에 취약한 포지션에 부임할 캐릭터를 만들고 팀 전체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죠. 그간 시리즈들이 선수 개인 성장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 작품은 '팀 성장'에 집중한 느낌이 강합니다.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본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나만의 선수 육성 기간이 6~7주로 줄었기에 성장은 이전 시리즈들과 비교해 다소 압축된 형태로 진행됩니다. 육성은 한 주에 4턴씩 6주간 총 24턴이 주어지며, 턴마다 ▲ 근력 훈련 ▲ 지능 훈련 ▲ 정신 훈련 ▲ 민첩 훈련 ▲ 구단 홍보(G 포인트 획득) ▲ 스킬 훈련 ▲ 휴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면 '리그 경기'에 출전, 조 1위를 달성하면 '챔피언 매치'에 진출하고 추가 2턴을 받게 됩니다. 즉, 한 선수당 성장 기회는 최대 26번인 셈이죠.
나만의 선수가 한층 더 RPG 요소를 강조한 성장 시스템을 차용하면서, 유저는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지, 콘셉트는 무엇일지, 어떤 트레이너에 집중해 성장할지 등 '성장 방향'을 미리 정하거나 고민하며 플레이하게 됩니다.
캐릭터 성장이 중요한만큼 어떤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을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게임에는 마선수를 포함해 트레이너 200명이 등장합니다. '트레이너 영입'(뽑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트레이너들은 선수 훈련에 참가해 능력치 강화를 돕거나, 애정도 상승 후 '스킬'을 선물하죠.
트레이너는 저마다의 '육성 타입'을 가지고 있어 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다르며, 노멀부터 레전드까지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어 육성 능력 역시 다릅니다. 또한, 트레이너 육성 시스템도 있어 트레이너 레벨에 따라 훈련 보상이나 시작 호감도 등이 달라지며, 육성 타입에 따라 훈련 시너지가 발생해 추가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200여 명의 트레이너가 등장하고 이들을 성장시킬 수도 있으며, 이들이 캐릭터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수집형 RPG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들은 훈련 외에도 추가 능력치를 주는 랜덤 이벤트나 막강한 스킬을 주는 연애 시스템에도 영향을 줍니다. 때문에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능력치 좋은 상위 등급 트레이너' 위주로 트레이너 덱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죠. 다만, 트레이너를 과금(뽑기)로만 만날 수 있기에 과금-무과금 유저 간 캐릭터 성장 차이는 극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유저가 선수 성장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건 물론, 트레이너를 통해 이를 한층 더 뚜렷하게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크고 있다'는 성장 재미는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성장 방식이 바뀌면서 생긴 아쉬운 부분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모든 이벤트가 '랜덤'으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전 시리즈 속 나만의 선수 모드는 '활동 게이지'가 있고 유저가 이벤트나 훈련 등 '행동'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남은 활동 게이지에 기반해 훈련 횟수를 계산하거나 이벤트 동선을 설정하며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모든 이벤트가 훈련이나 휴식 후 '랜덤'으로 등장해 원하는 트레이너와의 만남이나 이벤트를 경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캐릭터를 아무리 열심히 성장시켜도 운이 나빴다면 인연 이벤트를 모두 보지 못해 '마선수 스킬'을 획득할 수 없죠.
이번 작품은 투구 타격 시 자동저장되기에 과거 시리즈에서 가능했던 세이브-로드 신공(과거 시리즈는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저장되어 타격 실패 시 게임 재실행 후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으로 타율을 기하급수로 올리는 플레이도 할 수 없죠. 때문에 안 그래도 타율이 시원치 않아 "이번 캐릭터는 망한 건가?"하고 있는데, 이벤트까지 원하는 데로 나오지 않아 스킬 장착도 못하면 상실감은 꽤 큰 편입니다.
이전 시리즈가 '선수 개인'의 성장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팀 성장'에 방점을 둔듯한 모습입니다. 때문에 9할 이상 타자를 만들거나 무실점 투수를 만드는 등 '최고의 선수'를 만들 수 있는 과거 시리즈가 준 경험을 기대했던 유저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나만의 캐릭터를 짧은 기간에 성장시키고 팀에 데려와 '나만의 팀'을 만드는 재미는 확실한 편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만든 팀을 활용해 PvE(플래닛 리그)나 시즌 리그(슈퍼스타 리그) 등 경쟁 요소에 참여할 수 있어 팀을 성장시켜야겠다는 동기도 있죠.
또한, 마선수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개성을 살린 애니메이션이 등장, 유저 캐릭터가 만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등 '비라이선스 야구 게임'으로 재미를 살린 부분도 확실합니다.
팀 성장 재미가 확실한 것과 별개로, 어렵게 만든 팀을 활용해 '야구 게임'을 장시간 플레이할 수 없는 부분은 아쉬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PvE나 시즌 리그 경기는 9이닝 한 경기를 통으로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점수를 만들 수 있는 '특정 상황'으로 한정되며 플레이 횟수도 타자 3번, 투수 3번으로 제한됩니다.
유저가 경기에 개입하는 시간이 줄어 한 시즌을 빠르게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야구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은 부족해진 듯해 아쉬웠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나만의 선수 육성 중 '투수'는 대부분 경기를 자동으로 진행하기에 '유저가 아닌 자동 플레이 중 나오는 실점'이 상당한 편이죠. 이로 인한 상실감도 외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와 같은 부분들을 개선했으면 하며, 장시간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스토리나 전체 경기 플레이 등이 추가되어 '개인 성장 재미'를 원하는 과거 시리즈 팬들도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