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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스토브리그의 기적" 꿈만 같은 야구 경영 게임

김재석(우티) 2023-05-30 10:37:04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4월은 야구의 계절. 비록 국제대회 WBC에서의 성적은 초라했지만, '그깟 공놀이'에 매일 밤 팬들은 열광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야구를 시청해온 기자 또한, 일단 야구가 개막했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타임아웃 없는 일희일비의 재미를 언제나 끊을 수 있을까?

 

더구나 올해는 한국인 투수 최초의 160km/h 기록이나, 김하성이나 배지환 같은 메이저리거들의 활약도 시즌 초반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느 팀이든, 어떤 선수든 (제발 스캔들 없이) 멋진 시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응원 팀이 1등하면 좋겠지만...

 

축구나 야구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만들어 즐기려는 시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축구에 <풋볼 매니저>(FM)가 있다면, 야구에는 <OOTP>가 있다. <OOTP> 시리즈도 여타 스포츠 게임과 유사하게 연 단위의 신작을 출시하고 있는데, 1999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근본'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다.

 

<OOTP>는 최근 수년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 예측에서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등 야구 분야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시뮬레이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OOTP>는 북미를 중심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현직 메이저리거들도 SNS 등을 통해 <OOTP>의 높은 구현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의외로 미국이 아닌 독일 소재의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가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회사는 2020년부터 한국의 컴투스에 인수되어 자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서 <OOTP 22>부터는 공식 한국어를 제공 중이며, KBO 리그와 구단, 로스터까지 전부 구현되어있다. 컴투스의 도움으로 KBO의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게 됐다. <OOTP 24>는 지난 3월 24일 스팀에 출시되어 플레이어들로부터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엥,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처음 <OOTP 24>를 해보는 사람이라면, 무엇이 무엇인지 대단히 헷갈릴 것이다. 당연하다. 이 게임은 대단히 고도화된 게임으로 초심자에게는 쉽게 접근되지 않는다. 'K-야구팬 아재'라면 추억이 있을 만한 매니지먼트 게 <프로야구 매니저>보다 훨씬 복잡하다.

 

선수를 뽑고, 키우고, 로테이션을 짜는 팀 빌딩 요소가 전부가 아니다. 리그에서 구단주의 요구에 응답하고, 팬들을 신경쓰고, 구단의 사기를 신경써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가 없다. 대신에 '드래프트'가 있다. 갑자기 선수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영양제 같은 건 없다. 인게임 에디터를 쓴다면, 가능하다.

 

그러니 여러분이 <OOTP 24>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차근차근 튜토리얼을 따를 것을 추천한다. 야구 세계의 규칙을 전연 모른다면... <OOTP> 시리즈는 나중에 즐기는 게 좋겠다. 앞서 알아봤듯 <OOTP 24>에서는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버전보다는 훨씬 덜 헷갈린다.

 

배정대 선수가 Bae정대라고 번역되는 등 사소한 번역 오류는 남아있지만, 한국인 게이머 입장에는 과거에 비해서 진입 장벽이 대단히 낮아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소한 번역 오류 등은 스팀 창작마당 등지에서 유저들이 공유하고 있는 패치를 이용할 수 있다. 

 

<FM>과 비슷하게 <OOTP> 시리즈는 유저 제작자들과 함께 가는 경향이 있는데, 게임을 제대로 즐겨볼 작정이라면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유저 제작 '퀵스타트'를 찾아서 적용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시 게임의 첫 인상으로 돌아오자. <OOTP> 시리즈는 <MLB 더 쇼>나 <프로야구 스피릿츠>처럼 선수를 직접 컨트롤할 수 없다. 대신 감독과 단장의 입장에서 경기장 안팎에서의 구단을 관리하게 된다. <FM>의 이름이 자꾸 소환되는 까닭이다.

 

<OOTP 24>는 일본 NPB와 대만 CPBL의 공식 라이선스가 빠졌기 때문에 별도의 퀵스타트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KBO 3개의 리그만 만날 수 있다. 원래의 <OOTP>에는 아시아 각지의 야구 유망주를 찾아서 중요하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 재미가 크게 줄어들었다. 쉽게 말해서 오타니 쇼헤이는 뛰고 있지만, 일본 야구를 호령 중인 사사키 로키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없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는 다양한 콘셉트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선수 영입이나 전술을 설정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물론, 티켓 가격을 조정해 재정을 관리하고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 구단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티켓 가격을 조정해 재정을 관리하거나,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어'를 낚을 수도 있다.

 

야구의 '포스팅' 시스템을 노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도, 양키스나 다저스를 골라서 MLB판 '우주방위대'를 구성할 수도 있다. KBO 감독으로 시작해 메이저리그의 지휘봉을 잡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 '야덕'인 당신이 <OOTP>를 해야 하는 이유 

 

<OOTP>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현대 프로야구의 첨예한 문제인 감독과 단장의 역할에 대해서 여러 선택지를 준다는 것이다. 또 데이터 야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게임에서는 라인업과 경기 운영에만 집중하면 되는 감독과 팀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결정할 단장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혹은 (실제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도 있다.

 

SBS <스토브리그>로 비유한다면, 백승수 단장과 윤성복 감독의 일을 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감독이 됐는데, 단장이 필요한 선수를 트레이드 해버린다면? 감독에게 엄청난 팀을 선물해줬는데, 연일 패전한다면? <OOTP 24>에서는 어떤 역할을 고르냐에 따라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은 어느 쪽을 고르든  대단히 사실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방어율과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부터 승리기여도(WAR)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등 세부적인 지표도 만날 수 있다. 좌-우완 별 데이터와 번트 성공 데이터까지 정리되어있어 감독이라면 작전 야구의 재미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시즌이 거듭될수록 수석코치에게 대부분의 플레이를 위임하게 되는데 포스트시즌에서 경기를 멈추고 바삐 계산하는 재미는 야구 팬이라면 꼭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사 만루의 전진수비 승부수라든지, 불펜의 어깨가 뜨겁게 올라올 때까지(실전 피칭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도 있다.

 

게임이 완벽하게 야구 그 자체를 구현한 것은 아니다. 야구를 표현하는 해상도가 높은 것이지, <OOTP 24>가 야구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동의할 수 없다.

 

가상 리그라면 마이너리그 단장들이 로스터 인원을 맞추기 위해서 비교적 수준이 낮은 KBO 선수를 큰 돈을 주고 사간다던지, 팀의 상징과 같은 선수가 트레이드되는 경우가 있다. KBO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외국인 용병을 한국인과 트레이드하는 일도 일어난다. (유저 콘텐츠의 적용 없는) 바닐라모드에서 게임을 했는데도 종종 게임이 튕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OOTP 24>는 이런 문제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잘 만들었다. 일본, 대만 리그 정식 라이선스를 빨리 확보하면 좋겠다. 가뜩이나 프로 리그가 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 보니 일본, 대만 리그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 추천 포인트

 

1. 유일무이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이 주는 독창적 재미

2. 스토브리그의 머리싸움과 트레이드의 쪼는 맛

3. 영어 말고 지원하는 언어는 오직 한국어!

 

▶ 비추 포인트

 

1. 야구라는 종목이 가진 한계

2. 41,000원이면 NPB랑 CPBL 라이선스 좀...

3. 그런데 번역이 별로!

 

▶ 정보

 

장르: 스포츠 시뮬레이션

가격: 41,0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Steam)

 

▶ 한 줄 평 

 

공은 둥글고, 야구에 타임아웃은 없고, 나는 백승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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