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권에서 가장 유명한 두뇌 스포츠인 ‘바둑’을 소재로 하는 보드 게임 <바투>(Batoo)가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보급 바둑 프로기사들을 게임대회로 이끌어 내면서 많은 관심을 사기도 했던 <바투>는 기본적으로 바둑의 규칙을 따르면서, 바둑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재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격화
바투의 게임 진행
<바투>는 바둑을 기반으로 하지만, 바둑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판이 11ⅹ11로 작기 때문에 진행이 보다 빠르고, 유저 캐릭터(아바타)에 따른 특수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히든과 스캔으로 인한 돌발 변수와 심리전 등 현대 ‘PC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특징이 있죠.
다만 아무리 바둑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해도, 초보자들이 누구나 처음부터 쉽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재미있게 하려면 바둑을 조금이라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초보자들은 전혀 못 즐기는 ‘언터쳐블’이라는 뜻은 아니고요,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게임의 기본적인 룰은 금방 익힐 수 있습니다.
■ 바투의 진행단계 (1단계) 베이스 빌드: 두 명의 플레이어는 게임이 시작하면 각자 3개의 돌을 기본 베이스로 배치한다. 배치 중에는 상대방의 배치는 보이지 않고, 배치가 끝나야 비로소 상대방의 베이스가 모두 드러난다. 만약 베이스 돌이 일치한다면 일치한 베이스 돌은 사라지며, 그 위치는 마이너스(-) 포인트가 된다. 베이스 3점을 놓으면 베이스 빌드 완료. (2단계) 턴 배팅: 플레이어는 각자 턴 배팅 값을 입력한다. 입력한 숫자를 비교해서 높은 점수를 제시한 쪽이 먼저 공격을 하게 되며, 대신 상대에게 제시한 만큼의 점수를 주게 된다. 제시 가능한 점수는 0 ~ 50점이며 동일한 점수를 배팅할 경우 다시 배팅하고, 그래도 동일할 경우 룰렛으로 공격 순서를 결정한다. 턴 배팅 단계에서야 상대방의 베이스 빌드를 볼 수 있다. (3단계) 본 경기 시작: 이제 유저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한 수를 두고 치열한(?) 집 짓기를 시작한다. 기본적인 플레이는 바둑과 유사하지만 보이지 않는 한 수인 ‘히든’과 그 히든을 찾아내는 ‘스캔’을 경기당 딱 한 번만 쓸 수 있다. 게임 설정 여부에 따라 캐릭터 아이템을 쓸 수도 있다. 대전 상대방이 히든을 사용한 경우. (4단계) 카운팅: 서로 돌을 놓을 곳이 없다는 동의로 이루어지며, 사석(집이 되지 못한 돌)을 지정하게 된다. 이후 임시 결과가 표시되며 양 선수가 모두 동의한 경우에 최종 결과가 출력되며 경기가 끝난다. 사석지정 최종 결과. 플레이어의 승리or패배를 선언하게 된다.
바투는 점수전이다!
<바투>는 기본적으로 상대방보다 많은 점수를 획득하면 승리하는 게임으로, 점수 계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종 점수 계산 베이스의 개수ⅹ5 + 상대가 제시한 턴 배팅값 (후공의 경우) + 플러스점의 개수ⅹ5 - 마이너스점의 개수ⅹ5 + 맵위에 있는 돌의 개수 + 최종 확보한 자신의 집수
여기서 베이스와 턴 배팅 값, 플러스점/마이너스점 획득 수는 게임 도중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나머지 점수는 최종 카운팅 단계에서 정산) 덕분에 현재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점수를 계산하니 집안의 빈 숫자를 중시하는 바둑과 달리, 얼마나 큰 집을 만들 수 있을 지가 중요하게 됩니다. 판 위에 있는 돌의 수가 곧 포인트로 가산되니까요. 또한 사석의 수가 점수에 계산되지 않으니 상대의 집을 부수거나 줄이려고 서슴없이 공격하게 됩니다. 돌을 몇 개 희생하더라도 상대의 점수를 줄일 수 있다면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사석 및 집 확보로 얻은 점 수 외에는 즉시 위에 표시가 된다.
운, 그리고 상대방을 읽는 턴 배팅
점수 계산에서 일반 돌은 1점이지만, 베이스 돌은 무려 5점입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죠. 거기에 처음 배치한 베이스는 공격과 방어에서 시작점이 되기에 그 중요도는 더욱 올라갑니다.
그런데 베이스를 배치할 때 상대방의 베이스 배치를 모른 채 결정하기에, 쌍방의 베이스 형세에 따라 유불리가 생기게 됩니다. 논리만으로 구성된 바둑과는 달리 '운'이 개입되는 것입니다.
같은 위치에 베이스 돌을 둔 경우도 자주 일어나는 해프닝.
그리고 베이스 형세가 불리하다고 느끼는 플레이어는 그만큼 많은 값을 턴 배팅 때 제시하게 됩니다. 여기서 플레이어의 실력과 자신감, 형세를 읽는 눈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령 베이스 형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사람은 턴 배팅에서 0점과 같은 낮은 점을 배팅해 후공을 자처하려고 할 것입니다. 또는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배팅해 상대방을 혼란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턴 배팅을 통해 상대방의 플레이 스타일을 읽을 수 있고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데요, 레벨(급수)로는 알 수 없는 정보가 턴 배팅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0점을 신청한 상대방의 자신만만함.
결과를 통해 자신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히든/스캔의 심리전과 연막작전
각 플레이어는 경기에서 딱 한 번, 자신의 턴에 보이지 않는 돌인 '히든'을 놓을 수 있습니다. 이 돌은 드러나기 전까지 상대에게 보이지 않지만 돌의 기능은 하기 때문에 정말 강력한 기능이죠. 하지만 ‘상대가 히든 위에 착수 하려고 할 경우’, ‘히든이 잡힌 경우’, ‘히든을 이용해 상대의 돌을 잡은 경우’에는 히든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히든을 잡으려고 엉뚱한 곳에 소중한 돌을 소비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있는 것이 '스캔'입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경기당 1번 사용할 수 있는 스캔은 2점의 점수가 소모되지만, 히든이라 의심되는 곳을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만일 히든을 발견해도 발견되었는지 여부는 상대방이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발견한 히든을 이용해 상대방을 다시 속이는 심리전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자리를 제외한 다른 곳에 히든을 두었다는 것이므로 생기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서 플레이해야 됩니다. '운'이 <바투>의 승부를 좌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가 히든을 두기 전까지 균형을 이루던 국면이었으나,
스캔 실패 후 히든 돌로 오른쪽 아래쪽이 먹히면서 결국 패배했다.
이 밖에도 <바투>에는 판(맵) 위에 보너스 점수를 얻거나 잃을 수 있는 ‘플러스점’과 ‘마이너스점’이 있기에 유저 실력과 관계 없이 자리 선점에 있어서도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지고, 저마다의 특수 능력(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아바타라는 존재도 있기 때문에 100% 바둑 실력에 의해서만 승패가 엇갈리지 않습니다.
오른쪽 백의 돌에 붉은 표시는 루이의 아이템 ‘단수경고’의 효과.
바둑과 다른 매력을 가진 바투
<바투>는 분명히 바둑의 규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렇기에 바둑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허나, <바투>는 바둑에는 없는 운의 요소가 있고 맵의 차이가 있으며 플레이어를 도와줄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가로 세로 11줄의 바투판은 의외의 한 수의 가능성을 보다 줄입니다. 광고에 나오는 그대로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주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바투>는 바둑의 재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두는 수를 통해 상대를 읽고 나에게 유리하도록 조종하는 심리전을, 최고의 두뇌게임이라 평가 받는 바둑의 묘미를 빠르고 간편하게 맛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바투>는 바둑을 아는 사람들에겐 바둑과는 다른 의외성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겐 바둑의 재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하지만 <바투>는 카운팅 단계에서 사석 처리가 플레이어의 동의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분란이 일어난다는 식의 게임 자체의 문제가 몇 군데 눈에 띕니다. 그리고 게임 내부가 아닌 외부인 홈페이지에서나 게임 가이드나 강좌 등 <바투>의 정보를 찾을 수 있고, 게임 자체적인 연습모드가 없다는 등 신규 유저가 <바투>를 익히는 데는 어쩔 수 없이 곤란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어려울지라도 한 번만 진입장벽을 넘어본다면, 수천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온 두뇌 게임의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