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클은 2021년 말 출시되어 깜짝 스타덤에 오른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개발사다. 이탈리아 출신 1인 개발자 ‘루테 갈란테’가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홀로 세운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빠르게 성장해 지금은 14명으로 구성된 작은 개발팀이 됐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회사인 만큼, 소셜 마케팅 부문에서도 좌충우돌했다. 3월 20일(현지시간) 강단에 오른 폰클의 소셜 매니져 베스 몰로이는 게임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뒤 인기 게임의 소셜 계정을 관리하며 경험한 몇몇 사실을 공유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방승언 기자
폰클이 밟아온 1년여의 세월은 퍽 분주했다.
2021년 12월 17일 얼리엑세스 론칭을 기점으로 다음 해 1월부터 전 세계 스트리머들 사이에 <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 게임이 됐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만큼 팬덤이 커지자 친구들이 달라붙어 개발, 버그수정, 커뮤니티 관리를 도왔다. 2022년 4월 22일엔 결국 회사를 공식 설립했고, 10월 20일 정식 론칭, 12월 8일 모바일 버전 론칭, 12월 15일 첫 DLC 발매 등 쉼 없는 일정을 달려왔다.
폰클 설립 전인 2022년 2월 팀에 합류한 몰로이는 급격한 커뮤니티 성장을 초창기부터 경험했다. 이에 대응하여 각종 SNS에서 계정명을 선점하는 것부터 시작, 게임의 주요 청중을 파악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기본적인 단계를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따라잡는 데 있어 몰로이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상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 즐거움을 주겠다는 자세로 운영에 임한다. 디스코드 등 유저들이 모여드는 공간에서는 규울을 세우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모든 신규 유저를 포용하고 부정적/긍정적 피드백을 수용하는 열린 자세도 필수적이다.
한편 폰클은 많은 판매량을 올리면서도 소셜미디어상에서 ‘유료광고’에는 나서지 않았다. 대신 게임 자체 입소문에 의지하는 한편, 소셜미디어 상에서 인게임 요소와 관련 있는 설문, 댓글 유도 등 고객 참여를 통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청중을 찾기 위한 기존 유저 통계 분석에도 돌입했다. 폰클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수요층 대부분은 25세~40세 미국 남성이DJt다. 이들 기존 고객의 성향을 고려해 마케팅을 집행하는 한편, 해당 고객층과 겹치지 않는 새 청중을 찾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를 발휘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 디스코드 멤버는 몰로이가 입사하던 당시 1만 1천 명이었지만 현재 5만 8천 명에 달한다. 스팀 리뷰는 1만 4,500개에서 17만 8,000개로 늘어, 스팀 플랫폼상 두 번째로 리뷰가 많은 게임이 됐다.
소셜 운영에서 몰로이가 집중한 것은 각 플랫폼에 맞는 기업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셜 플랫폼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다양화했으며 참여도가 높은 게시물과 낮은 게시물을 병행 포스팅했다. 특정 트렌드가 생기면 빠르게 뒤따르고, 해시태그를 통해 게시물의 시인성도 높였다.
몰로이는 이를 ‘민첩한’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특히 유저들에게 ‘먹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빠르게 찾아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뱀파이어 서바이버> 커뮤니티 안에서는 마늘 아이템이나, <뱀파이어 서바이버> 캐릭터 포 라초 등 인 게임 요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동시에 몰로이는 팬덤의 성향과 폰클의 유저친화적 이미지에 어울리는 톤을 찾아나갔다. 처음엔 진지한 어조로 시작한 포스팅이었지만 점차 편안하고 친근해졌으며, 동시에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였고, 그 결과 유저들의 목소리에 더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
한편 SNS 담당자가 이렇듯 ‘맞는 톤’을 찾아 팬들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담당자를 신뢰해줄 필요가 있다. 이때 담당자는 비로소 실험적 포스팅을 통해 기업과 유저, SNS 트렌드에 맞는 포스팅 스타일을 정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몰로이가 소셜미디어 담당자로서 ‘가장 잘했다’고 자평하는 지점은 바로 모든 팬의 목소리를 수용했다는 점이다. 긍정적 피드백, 부정적 피드백 수용은 물론 버그 제보를 받아 개발자에게 곧장 전달해 1시간 미만에 고쳐진 사례도 있다.
한편, 모든 소셜 미디어를 동일한 노력으로 혼자 다 감당할 수는 없다고 몰로이는 말한다. 특성에 따라 운영 스타일을 나누고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디스코드의 경우 가장 헌신적인 VIP 유저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게임 업데이트나 베타 접근 권한 등을 배포하는 통로가 되는 동시에, 유저들이 버그 제보, 건의 등에 나서는 창구이기도 하다. 이렇듯 유저 적극성이 높기 때문에 유저 중에 관리자를 뽑아 상당 부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한편 트위터는 게임 개발자와 언론이 많이 포진한 SNS로 나눔 행사나 투표를 진행하기 걸맞다.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고려, 폰클은 매일 포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비교적 신흥 SNS인 틱톡은 젊은 층 공략에 알맞다. 이 안에서 먹히는 것은 ‘나사 빠진’ 농담, 그리고 BTS 등이다. 밈이나 구체적 영상/음성 포맷이 유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폰클은 틱톡에서 2일에 1회 가량 포스팅을 한다.
한편,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얼리엑세스 상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그런 만큼 얼리엑세스 게임에 어울리는 난관도 몇 가지 만나야 했다. 우선 게임에 변화가 자주 찾아온다. 그런 만큼 관련 내용을 급하게 콘텐츠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이 경우 당연한 얘기지만 업무 계획을 짜기 힘들다.
더 나아가 ‘깜짝 성공’을 거둔 게임사답게 조직도 빠르게 변한다. 이에 맞춰 SNS 마케팅 부서 역시 계속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끝으로 몰로이는 게임 업계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두루 참고할 만한 개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먼저 다양한 동영상과 수업을 통해 직무적 기술을 익혔다. 이번 GDC와 같은 업계 행사에서 강연을 듣는 것 또한 능력 향상에 좋은 방법이다.
또한 게임 업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몰로이는 게임 쇼케이스와 시상식을 시청하고 트위터와 링크드인에서 업계 소식을 접했으며 스트리머들의 영상도 확인했다.
유튜브와 뉴스레터 등으로 최신 소식을 확인해둘 필요도 있다. 온·오프라인 상의 게이머들과 대화도 나누는 한편,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경험을 쌓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