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23 현장에 온 사람들의 복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밌는 점을 하나 확인할 수 있다. 편견 같지만 반바지 또는 청바지에 후드티나 비니를 입은 자유분방한 복장은 개발자다. 나름 단정한, 적어도 재킷을 걸치고 있으면 마케팅/비지니스 관계자로 볼 수 있다.
단순한 편견이라고 하기엔 GDC 강연이 있는 장소에서도 명확히 구분된다. AI 서밋이 주를 이룬 모스코니 센터 2층에는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등 WEB3 관련 강연이 몰린 3층에는 사업담당자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이는 올해 GDC에서 여전히 블록체인 기반의 WEB3가 또 하나의 키워드임을 의미한다. 2022년 GDC에서도 블록체인은 NFT와 WEB2라는 키워드였지만 올해는 WEB3로 전환된 것이 다른 점일 뿐이다. 재미있게도, WEB3와 관련해선 한국의 넷마블(마브렉스)과 위메이드, 넥슨, 컴투스 등이 대표 주자로 나왔다.
물론, 한국 게임사들만 나온 건 아니다. 구글, 갈라, 폴리곤, 콘센시스, 프리버스, 호라이즌, 트레저,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 아즈라 게임즈 등 해외 중, 대형 업체들도 WEB3 키워드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묶여 있지만, 해외에서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 정우철 편집장
# WEB2의 문제점 '파편화', WEB3에서 고쳐질까?
기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게임들의 전형적인 방식은 토큰 발행과 이를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의 추구였다. 다시 말해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도, 이를 플레이하는 유저도 게임성이나 재미보다는 발행되는 토큰이 목적이었다.
기존 게임에 단순히 블록체인을 접목시키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은 코인을 만들어 다른 코인으로 교환시키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차익을 유저들의 이익으로 남기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기존 WEB2는 거래소를 통해 이윤을 얻는 행위가 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플레이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GDC에서 WEB3 서밋이라는 아젠다로 강연을 진행한 다수의 개발사들이 이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플레이 자체가 목적이지만, 블록체인을 접목했던 WEB2는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과 이윤이 목적이기 때문에 코인의 가치에 따라서 게임의 성패가 급격히 변했다.
GDC 2023에서 발표 중인 넥슨 황선영 그룹장(좌), 폴리곤 랩스 마이클 블랭크 COO(우)
코인의 가치 또한 플랫폼마다 발행자가 다른 토큰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서로 거래하는 절차가 복잡했다. 코인을 다루는 거래소도 다르고, 거래 수수료도 몇 번에 걸쳐 내야하는 등 파편화에 따른 진입 장벽은 블록체인 게임이 게임으로서의 가치보단 채굴을 위한 또 하나의 광산에 불과하도록 만들었다. 가치가 사라지면 유저들도 떠났다.
그래서인지 WEB3를 말하는 GDC 강연에서 상당수가 독자 생태계와 ‘온보딩’을 강조하고 있다. 마브렉스는 MBX 3.0으로, 위메이드는 위믹스 3.0, 넥슨은 폴리곤의 슈퍼넷을, 컴투스는 엑스플라를 독자적인 생태계로 가져가고자 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 생태계 안에는 또 다른 게임들을 온보딩시켜 생태계 안에서 여러 게임들의 토큰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GDC 2023에서 기조연설 중인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 단순 거래에서 나오는 이익이 아닌 유저에게 이전되는 ‘소유권’
WEB3 강연에서 나온 또 다른 공통의 목소리는 유저에게 완전히 넘어가는 ‘아이템'의 소유권이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게임에선 아이템의 NFT화, 흑철 등의 획득 후 거래를 통한 토큰 획득, 혹은 에어드랍을 통한 코인 발행 등으로 수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전히 아이템의 진정한 소유권은 개발사에게 있으며, 유저들은 이용권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은 여전했다.
이렇다 보니 거래 자체는 해당 게임 안에서만 묶여 있엇다. 외부로 연결한다는 이야기 자체는 모순적이었다. 소유권이 유저에게 없으니 게임에서 얻는 아이템의 수량도 무한에 가까워, 가치가 수직하락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WEB3를 말하는 업체들은 ‘소유권'을 유저에게 넘긴다는 정책을 내세운다. 말 그대로 유저가 게임에서 얻는 모든 것은 유저의 소유로 인정한다.
넷마블(마브렉스)의 <모두의 마블2: 메타월드>에서는 게임속 부동산이나 캐릭터 카드를 소유할 수 있고 이를 거래함에 따라서 수익성이라는 보상을 가져가는 개념을 도입했다. 넥슨의 <메이플 유니버스> 또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수량을 한정하고, 아이템의 소유권을 유저에게 넘긴다는 방침이다. 자연스럽게 가치의 인플레이션을 조정할 수 있고, 한정적 수량에 다른 이용자간 거래가 활발해지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소유권이 유저에게 넘어오면 자연스럽게 유저들을 해당 게임에 묶어두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기존에는 다른 가치로 교환해 아이템은 그대로 게임에 두고 나올 수 있지만, 소유권이 생기면 그 생태계 안에서 고유한 희귀도와 가치를 강화할 수 있기에 게임 안에서 재투자 등의 선순환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두의 마블 2: 메타월드>
# P2E에서 P2O로 바뀌는 개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래서 기존 P2E(Play to Earn)의 개념이 WEB3에서는 P2O(Play to Own)으로 바뀌게 된다, 즉, 코인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게임의 플레이가 아이템을 얻기 위한 플레이로 전환되어 게임 자체에 들이는 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서 극적인 생태계의 전환을 노리는 셈이다.
갈라의
제이슨 브링크 블록체인 총괄은 “게이머에게 소유권 보장을 통해 개발자와 이용자 사이에 보다 깊은 관계설정이 가능해진다. 더불어 이용자는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돈만큼 게이머의 것이 되기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반적인 게임의 재미는 플레이 과정에서 나오는 리워드의 경험이 크게 좌우했다. 아이템 획득의 재미가 보상으로 이어졌다. 스포츠에서 이겼을 때 승점이 보상으로 따라오는 것처럼 게임에선 아이템이 승리의 보상인 셈이었고.
컴투스 이규창 지사장은 강연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론칭한 직후에 많은 이용자가 생겼지만, 이들은 토큰만 얻고 나서 모두 사라졌다. 실제 게임에 잔존한 비율은 0%에 수렴한다. 즉, 이들은 게임 내 경제를 무너뜨리고 지속가능한 게임을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GDC2023에서 아래 강연을 직접 청취하고 정리한 기사입니다]
1. DIGITAL OWNERSHIP AND THE GAMING REVOLUTION (PRESENTED BY GALA GAMES)
2. MARBLEX: METAVERSE ECOSYSTEM FOR GAMERS (NETMARBLE - META WORLD: MY CITY) (PRESENTED BY NETMARBLE - MARBLEX)
3. HOW TO BUILD WEB3 GAMES THAT ARE ACTUALLY FUN (PRESENTED BY HORIZON)
4. MAPLESTORY UNIVERSE': PERFECTING THE CORE MMORPG EXPERIENCE WITH BLOCKCHAIN (PRESENTED BY NEXON)
5. BUILDING GREAT WEB3 GAME EXPERIENCES WITH HYPERPLAY (PRESENTED BY HYPERPLAY)
6. COM2US: HOW KR-BASED GLOBAL GAMING COMPANY TAKES LEADERSHIP ON WEB3 ERA THROUGH BLOCKCHAIN PLATFORM AND GAMES ON GOOGLE CLOUD (PRESENTED BY GOOGLE)
7. GAMING EXPERIENCES ENABLED BY BLOCKCHAIN: BUILD THE FUTURE WITH POLYGON LABS (PRESENTED BY POLYGON 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