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비어 있는 '장래 희망' 칸을 채워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업 시인이 되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다른 직업을 쓰면서도 항상 시인의 삶을 꿈꿔왔다. 어느새 그 경계는 허물어져 창작자의 삶이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선에 이르렀고, 기자 또한 그 범주 안에 해당하니, 어쩌면 지금 꿈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사가 아닌 문학 작품을 활발히 썼던 시기인 대학생 때, 여러 시인들을 만난 경험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소설가, 작가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가'짜 돌림이 붙지만, 시'인'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다운 사람을 말한다"고. 참 죄송하지만, 다시 곱씹어봐도 자의식 과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의 특징인 간결함, 운율, 비유는 시의 소유물이지, 시인의 소유물이 아니니까. 창작자는 창작자일 뿐이다.
770개가 넘는 GDC 강연 중 이런 기자의 눈을 사로잡는 강연이 있었다. "시가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준다"는 제목이다. 마음의 고향이 부르는 대로 일단 발걸음을 옮겼다. 시와 게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닌가 싶지만, 의외로 꽤 좋은 궁합이었다. 범주가 굉장히 넓은 두 장르 시와 게임, 그 교집합에 잘 만들어진 게임은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가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꼽는 좋은 게임의 조건은 무엇일까? 몰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제시하는 작품, 플레이 자체에서 재미를 주는 게임 등 다양할 것이다.
반면, 시는 어떤가? 보편적인 감정보다 개인적인 상황이나 동기를 설득하는 경우가 많고, 모호한 영역에 머무를 때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자신의 기억으로의 초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자체로만 적용한다면, 게임이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먼저 첫 번째 특징 중 하나인 간결함을 살펴보자. '조던'은 게임을 해체하는 작업을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론리니스>(외로움)이라는 게임에선 다른 요소는 모두 배제하고 오직 몇 개의 점으로만 화면 내 대상과 동세를 담아내기도 했다.
단어를 고르고 골라 한 줄을 완성하는 시는 '선택과 집중'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완다와 거상>, <메트로이드>, <저니>, <림보>, <인사이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등의 예시를 들어, 이들이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을 설득해내기 위해 어떤 선택과 집중을 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문시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해도, 시가 다른 문학 장르보다 더 집중력을 보이는 요소는 리듬과 템포다. 그렇다면, (노골적인 리듬게임이 아닌) 게임에서 리듬과 템포는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
'조던'은 '반복과 변주'를 강조했다. 일정한 패턴 속의 불규칙함이 효과적인 감정 전달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 탁 트인 공간을 내려다볼 때의 풍경, <그리스>에서 색상을 통해 변주를 주는 방식 등이 언급됐다.
시의 특징 중 하나는 (좋은 의미의) '모호함'이다. 시의 형태를 빌려 말하는 순간, 직설적인 표현에서 한 걸음 우회하게 된다. 여기까지 따라 오고 나면 그가 왜 점 단위로 해체된 실험적인 게임에 도전했는지 이해가 된다.
'조던'은 GamePoemsBook.com이라는 도메인에 무료로 <Game Poems>라는 책을 올려뒀다. 시의 특징을 따르는 게임이 모두 좋은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흔하지 않은 시선으로 좋은 게임을 찾는 방법 중 하나를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또는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시, 그리고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 여러분이 감동을 받거나 인상 깊게 플레이한 게임은 '시'와 닮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