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게임을 보면 해당 장르나 소재 면에서 ‘혁신’을 이룩한 게임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획자들이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고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스프라이 폭스(Spry Fox)에서 <렐름 오브 더 매드갓> 등 다양한 게임의 개발에 참여한 다니엘 쿡 CCO(Chief Creative Officer)는 6일(미국시간) 열린 GDC 2012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GDC 2012 온라인게임·소셜게임 서밋에서 ‘새로운 장르 창조하기’(Create New Genres)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다니엘 쿡은 왜 기획자들이 혁신적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혁신적인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생각해야 할지에 대해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스프라이 폭스의 다니엘 쿡(Daniel Cook) CCO.
■ 클론 게임으로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웨스트우드의 <듄 2>, id소프트의 <둠>, 락스타게임즈의 <GTA>. 이들 게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해당 장르나 소재 면에서 혁신적인 기획을 선보인 게임들이다. 그리고 모두 시장에서 ‘흥행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다니엘 쿡은 “이들 게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지만, 특정 장르나 소재에서 혁신을 선보인 게임들은 그만큼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게임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이고, 하늘 아래 완전한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에 나온 요소들을 활용한다고 해도 게임의 80% 이상을 자신만의 특별한 기획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 게임은 ‘큰 혁신’을 선보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게임들은 상업적인 성공은 물론이고, 향후 수십 년 동안 발전할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점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기존에 혁신을 이룬 게임을 무작정 따라한 게임, 성공한 게임의 10% 정도만을 살짝 바꾼, 이른바 ‘클론’ 게임들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매우 힘들다.
실제로 콘솔의 역사를 보면 하나의 혁신적인 타이틀이 나오면, 이에 영향을 받은 클론 게임들이 몇 년 동안 쏟아지기 마련인데, 이들은 대부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해당 장르와 소재의 쇠퇴기만을 부추길 뿐이다.
혁신적인 기획을 선보인 게임일수록 성공의 가능성도 얼려 있다.
■ 정해진 틀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말아라
“게임 기획자는 보통 3단계를 거쳐서 성장한다고 본다. 기존에 나온 여러 요소들을 그저 반복하는 것밖에 모르는 ‘견습생’, 어느 정도 여러 요소들을 자신만의 기획으로 재조립할 줄 아는 ‘저니맨’, 그리고 자신만의 영감으로 새로운 경험을 창조할 줄 아는 ‘마스터’. 모든 기획자들은 마스터를 목표로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다니엘 쿡은 ‘마스터’가 되기 위한 방법 몇 가지를 제시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정해진 틀’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정해진 틀’의 대표적인 요소로 바로 ‘기획서’를 꼽았다.
“나는 기획서가 정말로 싫다. 기획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결국 기존에 나와 있던 이론과 요소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또 모든 개발자들이 기획서가 정해 놓은 틀에 갇히게 된다. 만약 지금 기획서를 작성하고 있다면, 그것은 시간을 버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는 기획서 대신 ‘기획일기’를 제안했다.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와 기획안을 매일 일기 형식으로 남기라는 주문이다. 기획일기에는 각 아이디어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자신의 생각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획자는 어떤 기획안에 문제가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가 반응이 좋은지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게 된다.
기획서를 만드는 것보다는, 매일매일 기획일기를 남겨보는 것이 어떨까?
■ 방향 수정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다니엘 쿡은 “기획은 어차피 게임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계속 바뀌게 된다며, 방향수정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계속 바뀌는 목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기획을 끊임없이 시도한다면 ‘혁신’을 향한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그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이 정립한 공식을 따라가기보다 제로(0)에서 기획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기획자들이 게임을 처음 기획할 때, 기존의 흥행작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더욱 발전시킬까?”를 고민한다. 차라리 “이 흥행작이 왜 재미있나?”는 고민을 통해 해당 게임의 ‘핵심’ 재미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기초부터 재구축하는 것이 더 낫다.
다니엘 쿡은 “물론 처음부터 게임을 구축하려면 결과적으로 기존에 나와 있던 흥행공식만을 따라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조심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끊임없이 방향 수정을 고민하고 시도한다면, 분명 언젠가는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 기회가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나열하고,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하고, 시도하다 보면 결국 혁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