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래를 보고 왔다.”
GDC 2012에서 언리얼 엔진 4 시연을 본 개발자들에게 주는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다. 처음에는 단순한 홍보용 문구 정도로 생각했다. 자사 제품에 극찬을 보내는 것은 전통적인(?) 관례였으니까.
그러나 “난 미래를 보고 왔다”는 문구는 현실이었다. 비공개 부스에서 언리얼 엔진 4 시연 영상을 본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었다. 외국 개발자들은 “Surprise!”, 한국 개발자들은 “쩐다!”며 탄성을 질렀다.
정말로 미래를 보고 온 사람들 같았다. 아직 미디어에게는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에픽게임스. 그래서 미래를 만들고 선보인, 잠시 갔다온 사람들의 총수인 에픽게임스 마이크 캡스 대표를 GDC 현장에서 만났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에픽게임스 마이클 캡스 대표.
“언리얼 엔진 3는 와 언리얼 엔진 4는 공존한다”
에픽게임스는 AAA급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언리얼 엔진 3의 성능 강화에 나섰다. 강화 외에도 범용성을 꿈꾸며 플래시와 휴대용 게임기, 심지어 태블릿 기기에서도 언리얼 엔진 3가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GDC 2012 기간 중에 열린 애플의 ‘뉴 아이패드’ 발표회에서 마이클 캡스 대표가 <인피니티 블레이드: 던전>을 처음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에픽게임스에게는 엔진의 범용성을, 애플에게는 고품질 게임을 가져다주는 발표였다.
마이클 캡스 대표를 만나서 처음 한 질문은 ‘언리얼 엔진 3를 하이엔드에서 미들엔드, 더 나아가 스몰엔드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인가?’였다. 언리얼 엔진 4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언리얼 엔진 3는 더 이상 하이엔드라고 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니다. 언리얼 엔진 3는 여전히 AAA급 게임 개발에 투입될 것이다. 플래시와 스마트폰, 태블릿 제품을 지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범용성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특히 플래시 지원의 경우 중국에서 많은 요청이 있었다. 그 요청에 대한 우리의 답인 셈이다.”
이제 플래시 게임과 페이스북 게임에서 <언리얼 토너먼트 3>급의 게임이 돌아간다.
“사마리아인 데모보다 월등한 성능의 언리얼 엔진 4”
언리얼 엔진 4와 관련된 이야기는 비밀유지조항(NDA)에 묶여 있다. 직접 보고 나온 이들도 무엇을 봤는지 자세히 말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도 궁금했다. 대체 얼마나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기에 다들 멍~ 한 표정으로 나올까? 1년 전 ‘사마리아인’ 데모에서 보여줬던 것도 놀라운데, 더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난 걸까?
마이클 캡스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그는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개발자 몇 명이 사마리아인 데모를 보고 나서 놀랍다는 평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언리얼 엔진 4를 본 직후 지금까지 본 모든 데모 중에서 비교할 것이 없을 정도로 최고였다는 말을 전해 왔다.”
인터뷰 시간을 기다리면서 언리얼 엔진 4를 접하고 나오는 개발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입을 벌리고 나올 정도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넥슨 데브캣의 이은석 디렉터도 데모를 본 직후 NDA 때문에 정확한 표현은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미래를 보고 왔다는 말에 동의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미래를 보고 나온’ 개발자들이 직접 사마리아인 데모보다 언리얼 엔진 4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언리얼 엔진 4를 이용한 레퍼런스 게임 개발 중”
그렇다면 지금 에픽게임스는 언리얼 엔진 4로 게임을 만들고 있을까? 언리얼 엔진 3가 나왔을 때 <기어스 오브 워>를 레퍼런스 게임으로 선보였던 것처럼, 언리얼 엔진 4를 이용한 레퍼런스 게임 제작도 정해진 수순처럼 보인다.
마이클 캡스도 이에 동의했다. “우리가 엔진을 만드는 입장에서 라이선스 개발사들이 성공을 확신하려면 해당 플랫폼으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언리얼 엔진 4로 게임을 개발 중이다. 다만, 기존 프랜차이즈를 이어 가는지, 새로운 프랜차이즈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
그렇다면 에픽게임스 외에 다른 개발사들도 언리얼 엔진 4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을까? “지금은 0(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 당연했다. 이번 GDC 2012에서 개발자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마이클 캡스 대표의 답변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아마도 다음 주부터는 만들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보여주었으니 곧 많은 개발사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다.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은 언리얼 엔진 4가 AAA급 차세대 콘솔 게임을 기준을 하고 있지만, 언리얼 엔진 3처럼 웹 기반의 게임도 지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에는 AAA급 게임 개발자에게만 언리얼 엔진 4를 공개했지만, 조만간 중소 규모 개발사들에게도 선보일 것이다. 대중에게는 빠른 시일 안에 미래를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E3에서 일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차세대 게임기에 맞춰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기 때문이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