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첫 서비스를 시작으로 올해 15년째 서비스 중인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 게임은 지난해 하반기 PC방 점유율 순위 10위권 내 재진입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서비스 10년 이상 된 '오래된 게임'이 단숨에 역주행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NDC 2019 2일차인 오늘(25일), 넥슨코리아 김동현 PM 파트장은 강연장을 찾아 "많은 유저들이 <카트라이더> 순위 급상승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개발진 역시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적이 없었다. 오늘 강연을 통해 <카트라이더> 순위 상승 이유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카트라이더> 역주행 비결은 뭘까요? 금일 강연을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카트라이더>는 오픈 초기만 하더라도 PC방 인기 순위 1위를 찍는 등 이른바 '황금기'를 달렸던 게임이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타기 시작했고, 2014년 잠시 반짝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유지하진 못했다.
이렇게 하향세를 그린 이유에 대해 개발진은 ▲ 경쟁작이 속출하는 등 급격한 게임 시장의 변화 ▲ <카트라이더> 대형 업데이트 실패와 이로 인한 유저 이탈 ▲ '국민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박탈되고 유저 기억 속에서 잊혀졌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발진은 게임 순위를 올리는 일은 물론, 어떻게 하면 유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우리는 게임을 다시 성장시킬 수 있는 일종의 '레시피'를 찾았고 이를 게임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1. 우리 게임에 대한 정확한 파악
가장 먼저 '우리 게임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먼저 필요했다. "<카트라이더> 성장 얘기한다면서 갑자기 뭐야?"라고 실망할 수 있지만 이는 분명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서비스하는 게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서비스도 패치도 효과를 볼 수 없다. <카트라이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나는 게임을 먼저 파악하기로 했다.
우선,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Strength-Weakness-Opportunity-Threat) 분석을 통해 <카트라이더>의 강점과 약점 등을 파악하고 이를 분석하기로 했다. 우선, <카트라이더> 강점은 모르는 유저가 없을 정도의 인지도와 그 어떤 PC에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더불어, 15년간 서비스하면서 유저 데이터도 많이 쌓였고 빠른 대응 가능한 내부 프로세스도 있었다.
다만 약점도 분명했다. 첫째로 유저들의 인식이 좋지 못했는데, 예를 들어 "PC방에서 <카트라이더>하면 창피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나 <카트라이더> 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게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 콘텐츠를 개발할 시간도 부족해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지표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적인 문제 외 내적 문제도 분명했다. 15년 동안 쌓인 <카트라이더> 데이터에 따르면 게임은 ▲ 유저 수는 많으나 매일 접속하는 유저는 10% 미만 ▲ 코어 유저를 제외하면 평균 플레이 타임 30분대 ▲ 주력 게임으로 삼지 않고 다른 게임들과 교차 이용하는 유저 수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내린 <카트라이더>가 가야 할 길은 '세컨드 게임이 되자'였다. 유저들에게 <카트라이더>는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긴 시간 플레이하는 '메인 게임'이기보다, 메인 게임이 서버 점검 등 이유로 플레이할 수 없을 때 잠깐씩 즐기는 세컨드 게임이었다. 게임 방향성을 결정한 뒤 우리는 플레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패치와 이슈화, 그리고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집중해보기로 했다.
2. 패치
패치는 유저 소통에도 효과 있지만 동시에 성장 지표에도 영향을 주는 수단이다. 때문에 개발진은 어떻게 하면 유저들에게 호응받는 '재밌는 패치'를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이는 내가 직접 유저가 돼야만 알 수 있다고 판단해 게임 플레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6시간씩 <카트라이더>를 하다 보니 게임 내 아이템 획득이 불필요하게 어려워 유저 진입 장벽이 높았고, 이벤트가 불필요하게 꼬여있어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개발진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늘리고 이벤트도 간결하게 구성하는 등 게임을 대폭 개선했다. 유저가 원하는 부분을 해결하자 반응은 당연히 좋았다.
그다음 매 주 진행되는 패치에 있어 한 가지 이슈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 한 주에 한 가지 이슈만 신경 쓰는 '패치 간소화' ▲ 매 주 새로운 이슈를 신경 쓰기에 유저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재접속 유도' ▲ 아이템 보상 수치를 최소 5배 이상 올려 게임을 처음 하는 유저도 안착할 수 있게 하는 '아이템 제공'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추가 개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을 재활용하기로 했고, 매출 콘텐츠를 무료 이벤트 용도로 이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카트라이더>에서 이벤트가 열리면 유저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데 비해, 매출 콘텐츠는 참여율이 10% 미만이다. 때문에 매출 콘텐츠 개선은 물론 유저 참여를 위해 이를 무료 이벤트로 바꿨고, 그 결과 유저 참여율은 물론 유저풀이 많아지면서 매출 역시 상승하게 됐다. 이렇게 패치를 바꾸니 유저들은 이른바 '혜자 패치, 혜자 관리'라고 불러주기도 했다.
3. 이슈화
다음으로 개발진은 '이슈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카트라이더>를 알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실행한 건 공식 홈페이지 접속 유도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올리는 일. 우리는 공식 홈페이지 내 각종 이벤트를 열어 유저들이 반복적으로 페이지를 검색해 들어오도록 했고, 그 결과 네이버 게임 순위 15위~20위에 있던 게임이 5등까지 오르곤 했다.
두 번째로 PM 일을 배울 때 항상 들었던 '눈에 보이지 않는 PC방 효과가 있다'는 부분을 살리고자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PC방 효과는 '유저 한 명이 <카트라이더>를 하고 있으면 이를 본 유저들이 이어서 <카트라이더>를 플레이할 확률이 높다'는 일종의 가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유저들이 PC방으로 갈 수 있도록 PC방 보상을 최대 5배까지 상향했다. PC방 보상을 상향한 이유는 앞서 이유 외에도 유저가 사비를 투입해 게임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 보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PC방에서 플레이하는 유저가 많아지고 포털사이트 검색어 탑 10에 오르내리다 보니 유저 사이에 '이슈화'는 필연적으로 진행됐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좋은 이미지도 생겼다.
4. 커뮤니케이션
유저들과 엇박자 나는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결법은 개발팀이 유저들에게 흔히 쓰는 단방향 소통의 문제점을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만 하는 단방향 소통은 이해를 잘못해 상호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듣는 입장에서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있었기에 우리는 유저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있어 '양방향' 접근을 택했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우리는 밤새 유저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문제를 확인하고 수정하기도 했고, 유저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유저 참여형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30분 이내에 빠르게 대응하기도 했다. 이때, 문제가 생기면 '유저 전체 보상'을 지급해 문제 해결은 물론 유저들이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레시피를 적용한 뒤 개발진은 "나아갈 수 있는 배도 만들었으니 이제 노를 저어볼까?" 정도로 생각했는데, 배는 예상치 못하게 모터를 달고 쾌속 질주하게 된다. <카트라이더>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리자 유저들은 "<카트라이더>가 아직도 잘되고 있구나!"라고 인식했고, 이후 유저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여기에 프로게이머 문호준 선수, 유튜버 김택환 등 인플루언서들이 <카트라이더>에서 활약해주면서 플레이하는 재미 외 '보는 재미가 있는 게임'으로도 흥행하게 된다. 더구나 게임이 흥행하면서 문호준 선수 유튜브 채널 역시 구독자와 조회수가 갑자기 오르는 일도 있었다. 특별히 홍보비를 들여 게임을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게임도 인플루언서도 윈-윈하는 선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트라이더>는 앞서 '세컨드 게임'으로 노선을 정했고 이에 대한 장점을 살린 작품이었다. 때문에 유저가 특정 이슈로 메인 게임 플레이가 어려워졌을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세컨드 게임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 대표 사례가 <로스트 아크> 서버 이슈였다.
유저들은 PC방에서 <로스트 아크>에 접속한 뒤 대기열에 오르자 PC에 무리를 주지 않는 라이트한 게임을 플레이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카트라이더>로 이동했다. 실제로 <로스트 아크> 출시 후 <카트라이더> 유저 수는 마치 연료라도 주입한 듯 오르게 됐다. 이렇게 될 수 있던 이유는 앞서 '세컨드 게임'으로 노선을 정하는 등 전략이 맞기도 했지만, 천운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카트라이더> 인기 상승을 옆 회사에서 해줘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웃음)
<카트라이더>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하고 패치, 이슈화, 커뮤니케이션 등을 관리한 결과 DAU(일간 활동 유저 수, Daily Active Users)가 작년 대비 일간 6배, 주간 4배 상승했다. 여기에 네이버 검색어 순위와 PC방 순위는 5위를 유지 중이며, 10년 만에 <카트라이더> 리그 외부 결승이 진행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카트라이더>가 게임 시장에서 '세컨드 게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 더불어, 개발진은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한 신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니 혹여나 <카트라이더>에 새로운 콘텐츠나 변화를 원하는 유저가 있다면 언제든 우리와 소통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통해 '모든 라이브 게임은 살아날 수 있다'를 강조하며, 모두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