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로드컴플릿의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6개월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700만을 기록했다. 회사 설립 6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게임은 크게 성공했지만 로드컴플릿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게임 앞에는 늘 대형 퍼블리셔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함 속에서 후속작 <데드 아이즈>는 '직접 만들어 직접 서비스해보자'라는 실험을 위해 탄생한 게임이었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사람들은 위험한 도박이라며 걱정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애플 140개국, 구글 200개국에서 '피처드'를 받았고, 한국에서는 유료게임 1위도 차지할 수 있었다. 수익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였지만 가능성을 봤다. 회사 내 개발 스튜디오 '마카롱'의 시작이었다.
마케팅 비용은 0원. 그럼에도 마카롱 스튜디오는 누적 다운로드 490만, 매출 3억 5,000만 원을 달성했다. 12명이 7개월 동안 5개 게임을 만들며 달성한 기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유저들이 로드컴플릿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됐어요" 배수정 총괄의 지난 성과가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이 작은 스튜디오는 어떻게 글로벌에서 인정받아가고 있을까? 로드컴플릿 마카롱 스튜디오 배수정 총괄과 최혜인 PM이 그 노하우를 NDC 16에서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마카롱 스튜디오에게 내려진 특명 "이름을 알려라"
"수익 걱정하지 말고 너희는 회사 이름만 알리면 돼" 로드컴플릿 배정현 대표는 마카롱 스튜디오(이하 마카롱)에게 특명을 내렸다. 바로 회사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었다.
개발사가 이름을 알리는 가장 쉽지만 어려운 방법은 '히트작'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마카롱이 미드코어 대작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들은 <길건너 친구들>과 같은 캐주얼게임에 주목했다. 독특하고 참신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마카롱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광고 수익에 집중한다면 무리한 BM을 넣지 않고도 무료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원히트 원더'가 아닌 다작을 목표로 했다. 재미있는 첫 타이틀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또 재미있는 게임으로 호감도를 높이면 그 다음 작품이 출시했을 때는 팬들이 알아서 찾아줄 거라는 믿음이었다.
다만 라이브 경험이 부족했을 때는 사람, 플랫폼, BM, 트렌드, 기술 라이브 등 사소한 실수가 큰 댓가를 치러야 하는 위험이 있다. 마카롱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경험이 쌓일 때까지는 프로젝트의 규모를 작게 만들기로 했다. 실패해도 안전한 규모에서 여러 번 깨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퀄리티와 규모의 목표를 점진적으로 상향조정 하기로 했다.
"재미 외에 성공, 실패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학습하며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어요. 무엇보다 한 번의 큰 출시보다 여러 번의 작은 출시에서 얻는 경험이 팀에는 훨씬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했죠."
■ 단기간 다작의 비밀은 '유닛'
마카롱의 총 인원 12명. 아트 3명, 개발 3명, 기획 3명 마지막으로 내외 관리자 2명으로 구성됐다. 다작을 목표로 한 만큼 프로젝트는 동시 다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각 팀원은 항상 2개 이상의 유닛을 동시에 참가하게 된다.
유닛은 공정돼 있지 않다. 아트/개발/기획 각1명씩 3명으로 묶이는데, 성향을 고려해 임의로 팀을 편성하기도 하고 아이디어 회의 단계에서 관심을 가진 사람끼리 팀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일하는 스타일이 맞는 사람끼리 자발적으로 유닛을 만들 때도 있다.
유닛의 장점은 단순히 프로제트를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는 것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귀여운 캐릭터만 그리던 아티스트가 RPG 기획자를 만나 코어 게임을 만드는 경험을 쌓게 된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유사한 단계적인 발전을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팀원들이 다양한 조합의 유닛을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개인이 발전하면 자연스레 스튜디오도 성장할 수 있어요" 최혜인 PM의 설명이다.
■ "오더는 없다" 직접 결정하고 만드는 문화가 마카롱의 핵심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이디어 회의-프토타입개발-완성-피드백'이라는 일반적인 회사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된다. 다만 게임선정부터 개발까지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마카롱은 로드컴플릿 다른 직원들과 별도로 매주 1회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각자 정해진 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분석하고 시장성을 검토하게 된다. 모두가 개발자이자 사업자도 되는 것이다. 해당 아이디어가 게임으로 진행될지 말지도 리더가 정하지 않는다. 발표를 들은 팀원이 함께 정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마카롱 다운 게임일 것'. 마카롱은 70%의 친숙함과 30%의 참신함을 추구한다. 배 총괄은 "배움의 장벽은 낮으면서 익숙하고 친숙한 소재와 시스템을 선호하면서 여기에 뻔하지 않은 재료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통과되고 프로토타입이 나오면 그 때서야 로드컴플릿 다른 사원들에게 공유를 한다. 피드백을 받기 위함이다. 사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게임을 완성해 나가는데 이 때 빼놓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방향성 회의다. 피드백이 모였을 때 다른 길로 빠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3주에 한 번은 방향성을 다잡는 회의를 진행한다.
■ "프로젝트 규모는 단계적으로 늘려리는 것이 중요"
이런 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던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리소스와 인력 투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과정 덕분이었다.
스튜디오가 결성된 초반에는 출시 한 달 라이브 한 달을 목표로 게임을 만들었다. 당연히 게임은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방식이었다. <도너캣>, <쉽 인 드림>, <킥 히어로>가 이 당시 만들어진 게임들이다. 한 달 만에 만든 게임이지만 3개 중 2개가 구글 글로벌 피처드에 올랐고 총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1,000만 원의 광고 수익도 올렸다.
두 번째는 단계에서는 깊이와 리텐션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개발기간을 3개월로 늘렸다. 다채로운 필드에서 홀인원을 하는 골프게임 <론리원>은 애플 앱스토어 글로벌 피처들을 받아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액션 건 슈팅 게임 <데빌이터>는 양대 스토어 피처드에 성공했고, 180만 다운로드로 이어졌다. 총 매출은 2억 5,000만 원. 투입 맨먼스를 4배 올렸더니 다운로드 수는 2.5배, 수익은 24배가 성장하는 성과를 얻었다.
다음 단계에서는 확장을 고민했다.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카롱의 선택은 '플랫폼' 확장이었다.
먼저 기존에 출시된 <킥 히어로>를 애플 TV에 출시했다. 그곳에서 수익은 크지 않았지만 부가적인 혜택이 따랐다. 기존 iOS 버전은 출시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앱스토어 80개국에서 에디터 초이스에 오른 것. 누적 다운로드는 150만 건이 상승했고, 5,000만 원의 추가수익도 발생했다.
<론리원>은 삼성 스마트 TV에 입점했다. 타이젠 OS 대응이 쉽지 않았지만, 콘텐츠가 필요했던 삼성이 유니티가 주최하는 유나이트 16 부스에서 시연 게임으로 채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좋은 반응을 얻은 이후 전세계 각종 행사에서 고정 시연 콘텐츠로 선정됐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노출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 성공 키워드는 '피처드' 그 노하우는?
마카롱 급성장의 키워드, 다름 아닌 '피처드'다.
"대다수 게임의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가입자 1명 당 지불한 평균 금액)는 10원~300원 수준이다. 당연히 마케팅 예산은 0원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피처드는 최고의 노출 수단이었어요. 비 피처드 기간 대비 피처드 기간 모든 지표는 100배가 상승했더라고요"
5개 론칭 게임 중 4개 게임을 피처드에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배 총괄은 "게임 개발 이후 피처드를 고민하면 늦어요. 개발 단계에서 피처드를 고려하며 개발해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구글 플레이의 경우 개발자가 꼭 지켜야 할 항목을 공개하고 있다. Back Key에 대응을 해야 한다든지, 게임센터 아이콘의 모양, 앱 아이콘, 푸시 아이콘 등 꼭 그 내용이 매우 상세하다. 가이드라인을 지킨다고 무조건 피처드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키지 않으면 대기열에 들어갈 수 조차 없다. 가이드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애플 앱스토어는 경험으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마카롱의 전략이 빛을 발휘하는 대목이다.
<론리원>에서 8번이나 리젝을 당했다고 고백한 최 PM은 "스크린샷에 있는 캐릭터가 상점에 없다, 광고 나오는 조건을 모르겠다 등 예상치 못한 리젝 사유가 많아요. 애플이 선호하는 것을 유추하면서 플랫폼이 좋아할 것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스토어 차원의 QA라고 생각하면 될 거에요"라고 말했다.
마카롱은 경험을 바탕으로 피처드를 위해 개발에서 꼭 지켜야 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지키고 있다. 리스트는 모든 팀원들에게 공유돼 피드백 단계에서 매일 체크한다. "이렇게 해도 피처드 된다는 보장은 절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혹시 있을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죠"
■ 남은 과제는 '조직의 안정성', 마카롱이 그리는 미래는?
“일단 글로벌 유저에게 눈도장은 찍은 것 같아요”
마카롱 행보에 대한 배 총괄의 평가다. 7개월 간 5개 타이틀, 누적 다운로드 490만, 매출 3억 5,000만 원. 지표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성과지만, 무엇보다 490만 다운로드 중 75%에 달하는 350만 건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로드컴플릿 그리고 마카롱의 이름을 알아보는 유저들도 늘었다.
개발사를 브랜드화하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만들고 서비스하는 노하우도 조금씩 쌓이고 있다. 스튜디오를 만든 근본적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과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배 총괄은 조금만 더 성장하면 자생도 가능한 팀이라고 자신했다.
향후 마카롱은 보다 확장된,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6개월이라는 넉넉한(?) 개발기간을 두고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IP를 활용한 스핀 오프 게임이라든지, 더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할 법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번이라도 출시를 해봤느냐 아니냐는 다음 게임을 출시할 때 하늘과 땅 차이에요. 그래서 다음 게임에서 더 잘 할 수 있을거라 믿어요. 매번 최선을 다하면서도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열정까지 잘 배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노하우를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