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전투에도 타격감이 필요할까? 넷게임즈 유형석 시스템 기획 팀장은 타격감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제시했다. 타격감이란 바로 ‘유저 개개인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감성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개발 경력 7년차의 유형석 팀장이 최근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게임 <HIT>의 사례를 들어 모바일 RPG의 타격감과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넷게임즈 유형석 시스템 기획 팀장
유형석 팀장은 강연에 앞서 “업계에 들어온 지 6년이 넘었지만 전투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사람의 수는 여전히 적다. 이번 <HIT>를 기획할 때도 느꼈지만 쌓이는 노하우를 스스로 기록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이 강연은 <HIT>의 전투를 만들며 나름대로 세운 전투 기획 기준을 정리한 것이다. 전투 기획 중에서도 타격감에 대한 내용을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라고 진행될 강연 내용을 언급했다.
“이 게임 타격감 죽이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타격감이란 과연 뭘까?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타격감’이라는 용어는 게임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IT>를 출시한 후 유저들의 반응이 궁금해 ‘HIT 타격감’이라고 검색해 봤더니 “이대호 멀티 히트 타격감 회복”이라는 야구 기사가 뜨더라. 스포츠 뿐만 아니라 흡연 용어로도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RPG에서의 타격감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본인이 즐기는 게임의 타격감을 평가하곤 한다. 그래서 나도 지인들에게 ‘타격감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지인A: 타격감이란 캐릭터가 칼을 휘두를 때 적절한 타이밍에 맞는 것
지인B: 게임의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좋은 것
지인C: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이펙트
지인D: 동물 퍼즐이 연속적으로 터지는 것
RPG 사례가 아닌 것(지인D)도 있지만 나는 네 명의 지인들이 정의한 타격감에 대해 모두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 타격감이란 생각보다 정의하기 어렵다. 개개인의 게임 경험이 모두 다르고, 타격감이란 그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성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발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타격감에 대해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RPG의 타격감이란 유저의 캐릭터가 타격을 행하는 순간부터 피격 액션이 끝나는 순간까지 유저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의 자극을 뜻한다. <HIT>가 오픈하던 시기, 함께 오픈한 경쟁작이 있었다. 게임의 많은 부분이 비교 선상에 올랐고 그 중에는 타격감도 당연히 있었다.
<HIT>보다 경쟁작의 타격감이 더 낫다고 말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획자 입장에서 유저들이 느끼는 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IT>는 웰메이드 게임을 표방하며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최대한 많은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게임의 타격감을 좌우하는 네 가지 과정, 캐릭터와 피격체의 상호 작용
나는 <HIT>를 만들며 유저들이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의 단계를 네 가지로 분류했다.
1. 유저의 입력 - 2. 캐릭터의 액션 - 3. 개체의 피격 - 4. 피격체의 리액션
1. 유저의 입력
- 조작 반응성이 좋아야 한다.
- 조작 체계에 직관성을 갖춰야 한다.
자동 전투가 들어가 있는 게임도 타격감이 중요할까? 나는 자동 전투에도 적절한 수준의 유저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유저가 개입했을 때 뛰어난 타격감을 주기 위해서는 ‘조작 반응성’이 좋아야 한다. 게임은 콘텐츠의 특성상 유저와 캐릭터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조작이 쉽고 편리하더라도 캐릭터가 유저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의미가 없다.
<HIT>에서는 유저가 원하지 않는 타겟을 잡지 않도록 명확한 타겟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일부 액션의 경우 후모션 딜레이를 무시할 수 있는 모션 캔슬도 들어가 있다. 기절이나 다운 등 상태이상에 대해 확실히 인지시키는 것도 이런 부분에 해당한다.
조작 반응성이 좋다는 것은 유저가 액션했을 때 게임이 정확히 반응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리소스적인 측면을 활용해 표현할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뮤탈에게 이동 명령을 내렸을 때 뮤탈이 즉각 이동하지는 않지만 뮤탈의 보이스를 재생해 즉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요소들은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는데 생각보다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2. 캐릭터의 액션
- 액션의 트렌드를 잡아라.
- 입체적 액션은 신선하고 호쾌한 느낌을 준다.
요즘은 액션의 템포가 다들 빠르다. 10년 전 RPG와 최근 RPG를 비교하면 최근 RPG의 액션이 많이 빨라졌다. 심지어 양손 도끼로 공격하는 거대한 액션도 빠른 템포로 만든다. 이것은 액션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 기술적 이슈는 아니다. 게임 뿐만 아니라 액션 영화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좀 더 자극적인 감성을 유저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 유저들은 느린 액션을 지루하다고 느낄 것이다. 앞으로도 RPG 전투에 있어 빠른 템포는 기본이 될 것 같다.
또한, 콘솔에 나오는 잡기, 에어본(Airborne), <HIT>에서 카메라 시점을 바꿔 보여주는 것 등의 입체적 액션을 꾸준히 연구하고 도입해야 한다. 2D의 <리니지>부터 3D의 <리니지2>, 그리고 <아이온>에서는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처럼 전투 액션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게임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3. 개체의 피격
- 휘두르거나 찌르는 애니메이션은 피격 타이밍의 싱크가 맞아야 한다. (단, 일부 예외는 있다).
- 지루하지 않은 타격 템포를 구성해야 한다.
유저가 피격체를 타격했을 때 피격체가 적절한 타이밍에 피격 액션을 해야 타격감이 좋다고 느낀다. 타격이 1회만 이뤄지는 단타 공격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다단 히트는 조금 예외적으로 처리할 때도 있다. <HIT>의 캐릭터 ‘루카스’의 다단 히트를 보면 실제로는 9회 때리지만 애니메이션은 5회 재생된다. 너무 빨리 다(多)회의 타격을 하면 유저 입장에서는 제대로 타격했다고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타격의 템포를 지루하지 않게 구성해야 한다. ‘딴- 딴- 딴-’ 때리는 것 보다는 ‘따단- 딴- 딴’ 하고 때리는게 좀 더 리드미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실제 애니메이터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도 ‘따단- 딴- 딴’의 느낌으로 표현해 달라고 말한다. 지루하지 않은 타격 템포를 구성하는 것도 <HIT> 타격감에 고려된 요소 중 하나다.
4. 피격체의 리액션
- 리액션의 핵심은 과장하는 것이다.
피격체의 리액션은 크게 세 가지다. 피격, 상태이상, 사망이다. 리액션은 과장이 처음이자 끝이다. <HIT>의 경우 개체의 피격 액션을 캐릭터의 뼈를 세 개의 다른 방향으로 돌려주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 밖에도 피격시 개체가 뒤로 밀려나는 스태거 시스템, 타격을 할 때 적이 흰색으로 반짝이는 흰색 피격 쉐이더 처리 등을 이용해 리액션을 과장되게 표현했다.
상태이상의 경우 리액션적인 측면도 있지만 상태를 인지하기 좀 더 쉽도록 더욱 강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에어본(Airborne), 기절, 다운, 어태치(잡기) 등이다. 사망 리액션의 경우 개체가 사망했을 때 동전을 떨어뜨린다든가 하는 것도 리액션을 과장되게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5. 심화 연출
전투를 할 때 심화 연출을 이용하면 타격감을 좀 더 강조할 수 있다. 카메라 연출, 슬로우 연출, 치명타 연출, 경직/역경직, 잔상 효과, 지형/오브젝트 파괴 등이 심화 연출에 속한다.
6. 기타
- 클래스마다 다른 고유의 연출
- 피격 후 다음 공격에 대한 감성까지 보정하라
-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초반 전투의 설계도 중요하다.
- 전투 템포는 점점 빨라지는 추세
클래스마다 다른 연출을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HIT>의 ‘키키’라는 클래스에는 공격 속도 버프 스킬에 고유 효과가 삽입돼 있다. 또한 ‘휴고’라는 클래스는 특유의 묵직한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피격시 프레임이 잠시 멈추는 역경직 효과를 넣었다.
피격된 몬스터들이 날아가는 모양새도 타격감을 높이기 위해 고려된 부분이다. <HIT>에서는 다운 공격으로 여러 마리의 적들을 날려 보낼 때 몬스터들이 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날아갈 수도 있으나 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되면 다음 공격에 대한 타격감까지 보정한다.
초반 전투의 설계도 중요하다. 보통 게임 후반 전투에 대한 설계는 많이들 하지만 초반 전투 설계는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RPG의 초반 전투는 유저들이 재밌게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스킬이 적을 때는 어떤 스킬부터 배우게 해야 할까, 적은 스킬을 가지고 어떻게 싸워야 전투를 재밌게 느낄까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타격 템포가 아닌 전투 템포도 고려해야 한다. 한 전투 안에서의 타격 간 템포가 아닌, 몬스터 사냥 간의 간격이다. 몬스터를 잡은 뒤 적당한 템포로 다음 몬스터가 등장해야 몰입해서 사냥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전투 템포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전투/타격감 기획에 접근하는 법
RPG 개발의 첫 걸음은 전투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다. 초반에는 서비스 개발에 대한 목표 정도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투 기획은 기획자 본인의 게임 경험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는 기획한 전투가 재밌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꾸준한 R&D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비스 국가에 대해 사전에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은 RPG 타격감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타격감을 영어권 국가에서는 뭐라고 부를까? 잘 모르겠다. 타격감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핵앤슬래시가 게임산업 초반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일까? 핵앤슬래시는 평타가 중요한 게임이고, 평타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눈도 높아졌을 것이고.
장르/플랫폼에 대한 고려
PC MMORPG의 경우 플레이 호흡이 길다. 따라서 전투 시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이 짧은 MO가 MMO보다 타격감이 좋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모바일은 아직 역사가 짧아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타겟 유저층 고려
나이와 성별에 따라 조작 난이도 이슈가 존재한다. 본인의 기준에 따라 타격감과 조작 난이도를 기획하면 안 된다. 심지어 일부 요소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격감 요소를 덕지덕지 바르는 것은 답이 아니다.
부작용을 동반하는 타격감 요소
- 카메라가 흔들리면 시각적 피로도 증가
- 이동을 동반하는 스킬, 스태거 시스템은 동기식 전투의 서버 부담 증가
- 역경직은 잘 사용하지 않으면 답답함을 유발할 수도 있음
유형석 강연자는 강연을 마치며 “좋은 타격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격감 요소와 고려해야 될 사항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논리적인 수용, 혹은 배제가 필요하다. 보통 지망생들은 본인의 전투 기획에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게임을 한 것 만으로는 좋은 타격감을 만들기 어렵다. 본인과 회사가 바라보는 시선을 기준으로 요소들을 잘 연구해 다들 좋은 타격감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