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세계관, 시나리오는 유저들을 게임에 애정을 가지게 하고,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퀘스트, 대화, NPC, 시스템, 배경, 아이템 등 여러 요소를 활용해 시나리오를 진행합니다.
마찬가지로 <드래곤네스트>도 NPC, 퀘스트, 마을, 대사 등 기존에 있던 평범한 요소들을 사용해 시나리오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드래곤네스트>는 다른 게임에 비해 ‘시나리오’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가 좋을까요?
NDC 2016에서 <드래곤네스트> 강지영 콘텐츠 팀장이 그 노하우를 전합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 <드래곤네스트> 강지영 콘텐츠 팀장
■ <드래곤네스트>의 시나리오텔링
게임에서 시나리오는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됩니다. 퀘스트나 텍스트로 보여주기도 하고 영상이나, 이벤트 씬(Scene)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파이널판타지14>는 게임 환경을 통해 한 차례 멸망했던 세계를 보여주고, <디아블로3>는 카나이의 함을 통해서 유저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합니다.
<드래곤네스트>도 기존의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텍스트, 씬,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배경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죠. 그런데, <드래곤네스트>는 유독 시나리오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가 높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일반적인 게임에서 시나리오는 여러 캐릭터가 있더라도 하나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고르더라도 단 가지의 시나리오가 진행되죠.
그런데 <드래곤네스트>는 직업별, 캐릭터별로 시나리오 라인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캐릭터를 다 키운 후, 다른 캐릭터의 시나리오를 보기 위해 새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가 있을 정도죠.
또 <드래곤네스트>는 반전과 떡밥을 많이 사용합니다. 여기서 ‘떡밥’은 아직 해결되지 의문점이나 숨겨진 요소가 있다는 것을 유저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 해결되지 않은 떡밥을 통해 유저들은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며 파헤치는 재미를 느낍니다.
■ 게임의 시나리오는 흐름을 잃기 쉽다.
오랜 기간동안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큰 흐름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드래곤네스트>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는데요. 게임 개발사에서 ‘흐름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서비스 시간이 길어질수록 매우 어려워집니다.
보통, 게임 개발사의 퀘스트팀은 게임을 만들 때 시나리오 담당을 한 두명 뽑습니다. 그리고 그 퀘스트팀이 최초 세계관을 작성하고, 시나리오를 풀어나가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퀘스트팀 중 누군가는 퇴사하고, 다른 누군가가 새로 채용됩니다. 그럼 처음 기획했던 사람과 일면식조차 없는 사람이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짜야 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최초 세계관을 작성할 때 결정했던 설정이 추가되는 시나리오에서 바뀌는 경우가 생깁니다. 인물이나 지역, 또는 세계관 자체가 바뀌어버리기도 하죠. 결국, 최초 퀘스트팀의 설정과 다른 지역, 다른 인물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사라지고, 세계관이 뒤바뀌는 등 설정에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또는 문체가 바뀌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체가 게임에 반영되면 유저들은 어색함을 느끼게 되죠. 사업적인 이유나 경영진, 그리고 외부의 요청에 따라 시나리오가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게임의 시나리오는 산으로 가게 됩니다.
■ 일반적인 퀘스트팀의 시나리오 제작 프로세스는 이렇다.
시나리오 제작의 기본 프로세스는 크게 설정과 제작으로 구분돼있습니다. 설정은 세계관에 맞춘 콘텐츠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업무고, 제작은 설정된 내용을 데이터로 만들고 실제 게임에 적용하는 업무입니다.
일반적인 시나리오 제작 프로세스는 먼저 콘셉트 문서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개요 문서를 만듭니다. 그 이후 대본을 제작하고, 녹음 대본을 만들죠. 대본 작업은 테이블 작업, 스크립트 짜기, 연출 짜기부터 QA를 받는 과정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콘셉트 문서 작업은 이야기의 흐름, 세계관, 주인공, 캐릭터 성격 등을 설정하는 작업입니다.
개요 문서 작업은 큰 시나리오의 흐름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것들이 잘 이어지는 확인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이 작업에서 자기가 정했던 시나리오의 흐름이 잘 이어지는지, 또 리소스가 얼마나 드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본 작업은 대사 진행형 게임의 캐릭터 또는 NPC 등이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구체적인 대사를 짜는 작업입니다.
위 작업들을 마친 후 QA를 통해 설정, 텍스트 오류 등을 검토하고, 시나리오 진행에 음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녹음 대본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짜는 사람이 처음 세계관을 기획했던 사람과 다르고 햇수도 꽤 지났다면 QA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심각한 설정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콘셉트 문서부터 작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 그냥 가거나 설정 오류를 조금씩 수정해 억지로 끼워맞추는 작업을 하게 되죠. 어짜피 유저들이 시나리오, 텍스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 선택을 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완성된 시나리오 전체를 차후에 수정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무리하게라도 설정을 끼워 맞추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습니다.
■ <드래곤네스트> 시나리오 작업에 ‘협업 프로세스’를 추가하다.
여러 회사에서 보통 QA 단계를 제외하면 피드백에 대한 시간을 따로 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본 작업까지 완료한 이후 QA를 통해 시나리오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가끔은 발견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내놓아 유저에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번 QA 단계에서 오류를 찾고 수정하며 시간을 지연시킬 수는 없었고, <드래곤네스트>는 이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업무 과정 전체에 협업 프로세스를 추가했습니다.
콘셉트 문서를 작성하기 전 단계에 논리적 오류나 설정 등 자연스러움을 검토하게 하는 초안 구상 단계를 추가했습니다. 문서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한 단계였기에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설정 오류는 줄어들고, 시나리오는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타 부서를 대상으로 작업하던 콘셉트 문서 단계에 퀘스트팀 내에서 오류를 검토하도록 하는 협업 프로세스를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 작가 스스로 콘셉트를 더 꼼꼼히 검토할 수 있었고, 시나리오에 살을 더하거나 군더더기를 빼는 등 더 풍성한 이야기가 진행됐습니다.
시나리오 작가 혼자서 작업하는 개요 문서 작업에도 협업 프로세스를 추가했습니다. 그러자 동료끼리 문서를 보기 쉽게 하기위한 개요 서식이 생겼고 게임 내 등장 인물의 자세한 성격이나 세계관 설정 등의 세부적인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줄어들었습니다. 대본 단계에서는 연출 및 진행해 대한 주석들이 생겨났습니다.
■ 협업 프로세스를 도입한 뒤...
협업 프로세스에 좋은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피드백을 거쳐야 하기에 작가들의 의견 차이는 반드시 생겼고, 일정이 늘어지는 문제가 예상됐거든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시나리오 작가들의 의견 차이였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들어가기에 반드시 생기는 문제였죠. 시나리오에서 히로인 캐릭터를 죽이거나 주인공보다 더 강력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싶어 하기도 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사이가 좋다면 큰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지속되며 인원이 바뀌는 과정에서 모든 작업자끼리 항상 사이가 좋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기에 최대한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을 번갈아가며 하도록 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한쪽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강제적으로 강요하는 일은 없었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 안에서 창의적인 제안과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다른 걱정으로는 모든 과정에 협업을 추가하다 보니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료의 작업물까지 신경 써가며 문서 작업을 해야 했고, 무조건 피드백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작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협업 과정의 피드백, 문서 공유, 검토 등의 작업을 모두 일정에 포함시켜 문서 작업의 완료 후 피드백 받기까지의 공백을 줄였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완성도가 높았기에 마무리 작업이 크게 줄었고 결과적으로 전체 일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 더욱 완성도 높은 게임을 위해
어쩌면 저희 <드래곤네스트>는 방망이 깎는 노인일지도 모릅니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장인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개발사죠. 요즘은 모바일게임이 주류가 됐고, 적은 인원으로 빠르게 게임을 만들어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기에 NDC에 나와 규모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도 방대한 스토리 또는 PC에서는 즐길 수 없던 새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등 다양한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해 이 강연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드래곤네스트>가 얻은 노하우가 모바일 시장에서 활용돼 더욱 완성도 높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강연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