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1일 ~ 23일, 제3회 차이나조이 개막!
이 소식을 듣고 “차이나조이가 뭐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올해 3회째를 맞고 있는 차이나조이, 간단히 말하면 중국의 게임 전시회이다. 정식 명칭은 ‘China Digital Entertainment Expo & Conference’로 홈페이지 소개문을 빌리자면 중국 관련 부처의 지지를 받아 개최되는 전시회다.
취지는 중국 국내 전자오락산업 관리 강화와 전자 온라인 출판시장(중국에서는 게임도 출판물로 관리됨)에서 발생하는 불건전한 행위 규제 및 정품 전자오락 산업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 게임 시장의 발전을 꾀하고자 한다는 다소 거창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본적인 취지는 ‘E3’나 ‘도쿄 게임쇼’와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전시회이다.
시기 상으로 보면 봄에 열리는 E3와 가을에 열리는 도쿄게임쇼 사이에 열리며 1회를 제외하면 중국 게임 운영상들이 밀집해 있는 상해에서 개최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게임 업체와 바이어를 이어주며 전시회를 통한 홍보효과를 통한 게임 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필자가 느낀 차이나조이는 업체 외에도 일반 게이머들이 즐기는 축제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럼 어떤 볼거리들이 있을까?
◆ 유저도 함께 즐기는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는 게임 관련 업체들의 비즈니스를 위한 목적뿐 아니라 일반 게이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행사는 코스튬 플레이(이하 코스프레)와 게임 대회.
코스프레는 오히려 국내보다 더 활성화 되어 있으며 참여 유저도 상당히 많다. 차이나조이가 열리기 한 달 이전부터 각 지역에서 예선을 치르며 본선에 진출한 몇 팀만이 차이나조이 때 무대에 설 수 있다.
코스프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니지2>, <진 삼국무쌍>, <나루토>, <건담시드> 등 게임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다양한 주제를 망라한다. 또 단순히 옷만 입고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다양한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이므로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다.
<씰 온라인>의 코스프레, 참가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CGT’(Console Game Tournament) 게임 대회로 상해, 북경, 성도, 광주 4개 지역에서 신청을 하고 지역 예선을 거쳐 차이나조이 때의 본선에 참가하게 된다. 올해는 3월부터 신청자를 받았으며 참가비 20원(한화 약 2,600원)을 내고 해당 접수처에서 신청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본선 진출자는 6월 한달 간 치러진 예선전을 통해 선정됐으며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대회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게임 종목은 총 6개로 닌텐도 ‘신유기’(중국에만 있는 하드웨어로 2003년 출시됐음) 게임인 <Dr. Mario>, 닌텐도 DS 게임인 <대합주, 밴드 브라더스>(Band Brothers)와 <릿지 레이서>(Ridge Racer 05), 게임보이 어드밴스 게임인 <와리오 웨어>(Wario ware), Xbox 게임 <데드 오어 얼라이브>와 PS2 게임 <위닝일레븐 8>이다.
차이나조이 2회 때의 게임 종목이 <위닝일레븐 7>, <철권4>, <니드포스피드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텐센트에서 제작한 <파오파오롱>(泡泡龙) 등 4개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외에도 미스차이나 선발대회와 연예인을 초청한 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 웹젠, 엔씨, 위메이드, NHN은 직접 출전
작년 차이나조이 때 참가한 업체는 약 140여 개, 약 7만 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그 중 업계 관계자의 참관인은 약 7,500여명이며 중국 대륙뿐 아니라 한국,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대만 등 다양한 지역의 관계자들이 참관했다. 올해도 많은 업체들이 저마다 신작을 들고 차이나조이를 찾아왔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업체들이 참가하는지 살펴보자.
현재의 중국 게임시장을 말하면 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업체도 많이 참가하는 직접 부스를 개설하고 참가한 업체는 ‘웹젠’,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NHN’이다. 이 중 주목할만한 것은 NHN인데 작년 중국의 거대 게임 포털인 옌중(联众)(아워게임)과 합작해 이번 전시회에서는 옌중의 이름으로 참가를 하고 있다.
개발사가 직접 참가하지는 않아도 한국 게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넥슨의 <마비노기>, 나코인터렉티브의 <라스트 카오스>, 게임하이의 <데카론>, 오투미디어의 <오투잼>, T3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등 현재 중국 업체가 운영하거나 또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게임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해외 업체로는 소니와 스퀘어에닉스, EA, 세가, 유비소프트가 포진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는 중국 게임계의 양대 산맥 ‘샨다’와 ‘더나인’을 비롯해 광통, 넷이즈, 텐센트, 소프트월드, 감마니아 등이 참가한다.
제 3회 차이나조이 '1전시관 부스 배치도'.
제 3회 차이나조이 '2전시관 부스 배치도'.
◆ 정부 실세가 주최하는 온라인 중심의 행사
E3, 도쿄 게임쇼, ECTS와 EGN의 후계자인 GME(게임스 마켓 유럽), 라이프치히 게임컨벤션 그리고 지스타까지.. 한 해 동안 열리는 게임 관련 전시회는 이렇게나 많다. 이제 3회를 맞은 차이나조이는 이런 전시회 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중국 정부에서 직접 주관하는 전시회라는 점이다. 차이나조이는 현재 게임의 심사를 맡고 있는 ‘신문출판총서’ 및 각 관련 부서들이 주관하고 있으며 ‘863 계획’(국가 과학 기술 계획) 등 일련의 게임 산업 육성책으로 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국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다른 게임 전시회와 다른 점은 참여 업체 대부분이 온라인게임 분야라는 점이다. 물론 중국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PC 패키지게임이나 콘솔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초강력 불법복제 시장으로 인해 패키지 게임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리의 온라인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불법복제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 즉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산업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물론 온라인게임도 불법복제, 즉 사설서버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때문에 게임 전시회도 자연히 온라인게임 위주로 편성됐다. 다른 게임 전시회에서 콘솔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것과는 자못 대조적인 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적인 측면과 게이머를 위한 축제의 중간 접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듯 보인다. 비즈니스 측면을 중시하는 E3, 유럽 행사보다는 보다 축제 분위기가 나는 도쿄 게임쇼에 가깝다고 할까. 때문에 코스플레이나 게임 대회, 콘서트 등 즐길 거리를 준비해 놓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데이’(매체 및 업계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날)에 일반 관람객을 들여 보낸다거나 하는 운영상의 미숙함도 있었다.
◆ 앞날이 창창한 차이나조이, 지스타는 어디로?
아직 역사는 얼마 안되어 미숙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차이나조이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15년의 역사를 지니고 세계 3대 게임 전시회라 불리던 ECTS가 폐지되고, 유럽의 게임쇼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것을 보면 꼭 역사가 영향력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이나조이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15억 인구가 있는 대륙의 거대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 게임 업체들에게 손짓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장해가는 차이나조이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사실 차이나조이와 국내에서 준비하는 지스타는 그 성격이 매우 비슷하다. 지스타가 차이나조이의 무서운 성장을 뚫고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면 보다 철저한 준비와 함께 지스타만의 매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