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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2024] '손맛'보다는 '보는 맛'…‘팬텀 블레이드 제로’

화려함과 긴박함으로 승부하는 무술 액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4-08-24 17:07:45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인상적인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를 통해 동서양 게이머의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액션 RPG다. 한눈에 확인되는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무협 영화를 그대로 화면에 옮긴 듯 유려하게 펼쳐지는 전투다.

몇 초 안에 십수 번의 공방이 오가기도 하는 중국 무술 장르의 유독 경쾌한 액션 스타일은, 그간 비디오 게임에서는 잘 차용되지 않아 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통상적 액션게임 조작법에 맞춰 이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몫했을 확률이 높다.

게임스컴 2024에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출품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체없이 시연을 신청했던 것은 그 구체적 전투 메커니즘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접 체험한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독자적 룰로 빚어낸 긴장감 위에 독보적 전투 애니메이션을 입힌, 눈이 즐거운 액션 게임이었다. / 독일 쾰른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 ‘소울 라이크’와 ‘프리플로우’

패링과 회피 메커니즘을 가진 고난도 ARPG를 분별없이 ‘소울 라이크’로 뭉뚱그리는 경향을 요즘 종종 접한다. 같은 이유로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소울 라이크’로 구분한다면 지나친 유형화다.

두 가지 메카닉을 모두 갖추고도 소울류와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닌 전투 시스템은 많다. <아캄> 시리즈에서 고안된 ‘프리플로우’ 시스템도 하나의 예시다. 프리플로우 전투는 유저가 입력하는 여러 커맨드를 ‘맥락’에 맞춰 다양하고 부드럽게 풀어내 시각적 쾌감을 자극한다.

가령 똑같은 패링 버튼을 누르더라도 적의 위치, 직전에 취했던 동작 등 세부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모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식이다.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다수의 적을 쉽게 장악하는 영웅 장르의 흔한 낭만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장치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프리플로우 시스템의 연출적 측면을 벤치마킹했다. 전투에서 유저가 내리는 선택은 크게 공격, 방어(패링), 회피의 세 가지 정도로 비교적 단순하게 나뉘지만, 화면에 펼쳐지는 동작은 (커맨드에 비해) 복잡하고 아름다우며 가변적이다. 이를 통해 유저는 절세의 검객이 되는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이때 ‘아름답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체험을 도와준 관계자에 따르면 개발진은 중국 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동작 하나하나를 완성했는데, 실제로 게임의 전투 애니메이션은 중국 무술 특유의 기예적 미학을 잔뜩 뽐낸다.



# 게이지 관리가 필요한 전투

앞서 설명했듯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패링과 회피가 액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따라서 공격 일변도로 몰아치는 핵 앤 슬래시와도 분명한 거리가 있다.

패링은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거나 적 공격에 맞춰 한 번씩 누르는 방식으로 발동시킬 수 있다. 특히 적이 조금 더 강력한 공격을 가할 때는 적이 파란 빛을 뿜는데 이때 정확한 패링에 성공하면 자동으로 그림자밟기를 사용해 적의 후방을 파고들게 된다.

한편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기만 해도 화려한 동작과 함께 적 공격이 방어된다. 하지만 여기에 계속 의지할 수 없다. 패링에는 ‘살기’(杀气·sha-chi)라고 불리는 자원이 사용되기 때문.

살기는 체력바 아래 게이지 형태로 표현된다. 적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면 소모되며, 적에게 공격을 적중시키거나 일정 시간 기를 소모하지 않은 채 버티면 빠르게 차오른다. 상대의 연격을 버튼 홀드로 버텨내다 보면 살기 게이지는 금방 바닥을 치기 때문에 반드시 거리를 잠시 벌리거나 공격을 가해 게이지를 재충전할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적에게도 살기 게이지가 있으며, 게이지가 충분하면 적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공격을 화려하게 계속 방어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방어를 할 수 없는 순간(공격 동작을 시작하는 시점, 그로기 상태에 빠진 시점 등)을 노려 공격하거나, 게이지를 소모시켜 방어를 할 수 없게 만들어야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정확한 방어는 살기 격차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정확한 방어 성공 시 유저의 살기는 소모되지 않고, 적의 살기는 크게 줄어든다.

살기 시스템의 존재로 인해 서로 게이지를 관리하며 화려한 검격을 비교적 오래 주고받는 그림이 자주 연출된다. 할리우드 히어로물처럼 다수의 적을 한 번에 상대하기보다는 한 명의 적과 비교적 오래 무기를 겨루는 상황이 많은 무협물의 연출 특성에 잘 부합한다.

한편 방어가 불가능해 회피해야만 하는 공격도 있는데, 이때 적의 눈은 붉게 빛나며, 이때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하면 적의 빈틈을 만들 수 있다.



# 너그럽지만 긴박한 전투

많은 소울라이크에서는 까다로운 패링 타이밍을 알아내는 것이 게임 공략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패링 타이밍은 꽤 너그러운 편이다. 특히 패링을 너무 빠르게 눌렀을 때의 패널티가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소울라이크를 선호하는 유저에게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패링은 다소 가볍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것은 의도된 시스템으로 보인다. 상호 한 방 한 방의 공격이 육중하고 치명적인 소울라이크와 달리, 무협물인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공격은 신속하고 파괴력이 덜하다. 따라서 방어를 시도해야 하는 전체 횟수가 월등히 많은데, 이때 판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면 게임플레이가 피곤해지기 쉽다. 적의 공격 패턴이 대부분 ‘정박’에 맞춰져 있는 것 또한 같은 이유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 난도가 전체적으로 낮지만도 않다. 여러 번 몰아치는 공격을 계속해서 박자에 맞춰 방어해야 하기 때문. 또한 일부 공격은 잠깐의 사전 동작 이후에 갑자기 발동되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재빨리 방어에 돌입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전투 디자인은, 프리플로우 시스템과 다시 한번 맥이 가까이 닿아 있다. 적들의 다양한 행동에 끊임없이 즉각적이고 연속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프리플로우 시스템은 종종 ‘리듬게임’에 비유되고는 한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도 이 지점에서 재미의 큰 틀을 함께 한다.



# 소울라이크 마니아보다는 무협 액션 팬에게

치명타 중심의 실용적 검술이 발달한 일본에서 ‘소울라이크’가 태동하고, 무술의 심미적, 수양적 측면이 중시되는 중국에서는 경쾌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 게임들(‘검은 신화: 오공’, ‘팬텀 블레이드 제로’)이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 흥미롭다. (FPS가 미국에서 처음 정립됐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려 볼 만하다)

본편에서는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새로운 근거리/원거리 무기와 스킬 레벨업 시스템이 점차 더해지면서 플레이가 점점 더 다양해질 예정이다. 소울라이크 마니아보다는 경쾌하면서도 타이트한 액션 메카닉에 관심이 있는 ARPG 마니아들에게 더 어필할 타이틀로 보인다.

한편 게임의 내러티브 측면은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어 다소 우려가 느껴진다. 멋진 애니메이션에 비해, 적 디자인이나 각종 소품, 맵 디자인 등에서는 독창성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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