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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2024] 더 생생해진 중세,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이미 정교했던 1편의 개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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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4-08-25 11:41:09
<킹덤 컴 딜리버런스>는 한국에서 흥행하기 힘든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다. 우선 게임은 15세기 초 유럽 보헤미아를 무대 삼는다. 대부분의 한국 유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시기와 지역이다.

둘째로 <킹덤 컴 딜리버런스>에는 ‘판타지’가 없다. 이것은 중의적 표현인데, 첫째로 마법이나 용과 같은 비현실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단 이야기다. 더 나아가 주인공 역시 천부적 재능이나 고귀한 혈통 따위를 타고나지 못한 말 그대로의 범부다. 약간의 신분 상승과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겪지만, 절대자로 군림하는 ‘판타지’는 연출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킹덤 컴 딜리버런스>는 정통 서양식 RPG 타이틀이다. 퀘스트 하나에 많게는 십수 가지 공략법이 있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이 장르를 의외로 많은 한국 게이머가 부담스러워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로 한국어 패치가 만들어진 바 있는데, 이는 게임이 가진 시대극과 RPG로서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첫 출시 당시에는 마감 미흡으로 비판받았지만, 제작진의 꾸준한 보수공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RPG가 될 수 있었다.

7년 간극을 두고 나오는 <킹덤 컴 딜리버런스> 후속작을 게임스컴 2024에서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아직 소규모였던 1편 당시 여러 여건상의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모두 집약한 일종의 개량판이다. 실제로 게임은 이전보다 더 실감 나게 중세의 삶을 구현한 인상이다. / 독일 쾰른=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 살아 숨 쉬는 이야기

체코에 위치한 개발사 워호스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게임에 담기 위해 많은 취재를 거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연 이번 체험판에서의 퀘스트 역시 다른 게임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든, 현장감 넘치는 시대극적 일상사(?)로 구성된 점이 흥미롭다.

1편에 이어 다시 주인공이 된 헨리는 게임의 주무대 중 하나인 쿠텐베르크(Kuttenberg, 오늘날의 쿠트나호라)를 거닐다가 검술 사범 ‘맨하드’를 만난다. 맨하드는 본래 왕의 초빙으로 검술을 가르치기 위해 쿠텐베르크에 왔으나, 왕의 신병이 적국에 구속되면서 일이 꼬인다.

맨하드는 왕의 초청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쿠텐베르크에서 기존 검술 학교를 운영 중인 검술 길드 일당이 그의 도시 내 검술 교육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면서 맨하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우연히 만난 헨리에게 한 가지 어려운 부탁을 하게 된다.

그것은 검술 길드의 상징인 검을 몰래 훔쳐 대로변에 걸어두자는 것. 이는 외부인의 공식 검술 대결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의 제스처인데, 이 경우 맨하드가 검술 길드의 마스터와 대결을 펼쳐 그를 꺾고 새로운 검술 사범이 될 수 있다. 이전까지 길드는 이 가능성을 염려해 맨하드와의 대결을 철저히 피해 왔다.

억울한 사정의 검술 사범 맨하드


# 현장감

실제 사료 연구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킹덤 컴 딜리버런스 2>의 퀘스트는 이렇듯, 다른 게임 퀘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세세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당대에 정말로 벌어진 복잡한 사건을 직접 겪는 듯한 현장감이 전작의 핵심적 매력 중 하나였는데, 2편 또한 같은 길을 똑같이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반갑다.

한편 이렇게 구체성 넘치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전반적 상황 설명에 대사와 컷씬이 많이 소모되는 편이다. 이때 몰입감이 이전보다 훨씬 강화돼 지루하지 않은데, 이는 전반적으로 발전한 성우 연기, 새롭게 도입된 표정 애니메이션 캡처, 연출적 미감 향상 등의 결과로 보인다.

해당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킹덤 컴 딜리버런스 2>의 정교한 대화 시스템도 만나볼 수 있었다. 대화 선택지의 유형은 달변, 협박, 권위, 매력 등 9가지 정도로 많다. 각각은 주인공의 현재 외양, 즉 옷가지, 갑옷 등의 착용 상태 및 신체 흉터 등을 종합하여 값이 결정된다.

그런데 대화 선택지의 성공 확률이 관련 수치의 높고 낮음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으며, 상황과 맥락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령 여러 명의 산적을 상대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주인공의 협박 능력치가 높아도 실제 협박에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게임 UI는 설명하고 있다.

이전보다 표정이 살아있다


# 난이도 조절? 다소 미흡한 잠입 시스템

이어지는 실제 절도 미션에서는 게임의 잠입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절도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션을 거절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맨하드가 도시에서 추방당하게 내버려둘 수도 있는 등 선택지는 다양하지만, 시연 목적을 위해 절도 계획에 응하도록 권장받았다.

어둠과 은신으로 상대의 눈을 피해 움직이는 시스템은 여느 ARPG의 잠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발각당할 만한 거리와 조명상태에도 주인공을 발견하지 못하는 NPC들의 모습은 다소의 실망을 안긴다. 심지어 풀숲을 거칠게 돌파하는 소리를 내는데도 주인공 방향을 주시하지 않는 모습까지 보이는데, 원활한 체험 진행을 위해 관련 난이도를 조정해 뒀을 가능성은 있다.

추적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어 역동적 재미를 더해준다(이 또한 여느 잠입 게임과 큰 차이는 없다). 적들의 경계 상태는 화면 상단의 토끼 아이콘으로 표시되는데, 주인공의 존재를 알지만 위치를 몰라 탐색하는 상태, 발견하여 추적하는 상태, 교전을 시작한 상태 등으로 나뉜다.

일반 주민 NPC들 역시 여기에 동참할 수 있다. 아직 탐색이 한창일 때 일반 NPC에게 발각되면 해당 NPC는 “이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도둑이 당신이로군!” 따위의 대사와 함께 주인공 위치를 적들에게 알려준다.

NPC들의 혐의 제기는 기계적이지 않다. 가령 검을 훔친 뒤 사유지 내에서 NPC를 만났더라도, 절도행각 자체를 들키지 않았다면 침입 사실에 문제를 제기할 뿐 주인공을 (아직은) 도둑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토끼 아이콘이 추적 상태를 알려준다. 이미지 속 아이콘은 경고를 의미한다.


# 더 생생한 ‘중세 살이’ 원한다면

향상된 그래픽과 표정 및 동작 애니메이션, 더욱 디테일해진 환경 묘사 등은 현실적 ‘중세 살이’에 포커스를 맞춘 전편의 기획 의도를 한층 강화해 주고 있다. 특히 이전보다 두터워진 대화 시스템과 풍성한 대화량은 RPG 마니아들의 마음을 다시금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같은 대사를 자주 반복하는 주민 NPC들은 몰입감을 다소 해친다. 너무 어려워서 악명 높았던 1편의 검술 시스템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어려운 검 대신 다루기가 훨씬 쉬운 무기들이 대거 추가되면서 전투 전반의 난이도는 줄였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검술 자체를 전편과 다르게 구현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퀘스트 해결, 그리고 각 해결 루트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스토리 전개는 이번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코어 메카닉이 될 예정이다. 가령 체험 버전 퀘스트에서도 주인공이 절도 중 NPC를 죽였을 때, 죽이지 않고 검을 훔쳤을 때, 검 훔치기에 성공했으나 신분을 들켰을 때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 모두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1편이 제시했던 게임플레이를 사랑하는 유저라면 이를 업그레이드한 2편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하다. 1편을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스토리상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고, 80~100시간에 달하는 플레이타임과 다양한 볼거리 및 경험을 제공하는 만큼, IP를 모르는 유저 역시 도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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