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10일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3’에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리그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 2014의 목표를 발표했다. 역대 대회의 문제를 보완해 다양한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WCS 2014의 주요 목표는 세계에서 최고인 선수들을 행사에 참여시키되, 되도록 다양한 지역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발표가 끝난 후 진행된 데이비드 킴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블리자드 데이비드 킴 밸런스 디자이너.
WCS 2013이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대회에 대한 총평과 성과는 어땠는가?
데이비드 킴: 일단 가장 큰 목표는 WCS 결승에서 이긴 사람이 세계 1위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대회에 모두 최고의 선수가 올라왔다. 과거 2012년에는 국가나 지역별 유명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멕시코에도 챔피언이 있었고, 다른 국가에도 많은 플레이어가 있는데 지금은 최상위가 아니면 실력을 선보일 수 없는 구조라 상의 중이다.
그리고 한국 선수가 너무 많다. 실력이 중심이 되는 게 맞긴 하다. 그런데 최상위권을 제외하고 그 밑에도 기회를 주거나 해서 다른 해외 선수들이 활동할 기회를 주는 게 낫지 않나 싶다. 확실히 결정된 건 아직 없다. 1~2주 내로 결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초 <군단의 심장>이 나온 후 경기가 재미있어졌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잦은 패치가 불만인 사람도 많다. 너무 게임을 흔들어서 스스로 망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은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반대로 미국에서는 패치를 너무 안 한다는 피드백을 준다. 예를 들어 요한 루세시 선수가 16위 결정전을 하는데 2시간 동안 플레이한 경기가 있었다. 그런 게임을 봤으면 고쳐야지 왜 안 고치냐고 하더라.
우리 입장에서는 양쪽 의견이 다 중요한 것 같다. 어디 하나 치우치지 않고 중간을 잡는 게 중요하다. 패치는 많았지만 하나하나를 보면 큰 건 아니었다. 감시군주 속도가 올랐지만 저그가 갑자기 강해져서 못 이기던 것을 이기는 건 아니다. 그렇게 하나씩 바꿔 나갈 생각이다.
예외가 이번 패치다. 오프시즌이라서 그런 면도 있다. 대회를 하면서 1년 동안 봐 온 게 있으니 이를 수정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의 양상을 보면, <군단의 심장> 출시 초반에 비해 모든 유저들의 플레이가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패치는 조금 세게 나가고 있다. 내년 초가 되면 게임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으니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패치를 좀 덜하지 않을까 싶다.
버그나 문제점 등은 빠르게 고치는 게 맞지 않나?
버그도 무조건 고치면 다른 종족이 유리해지는 부분도 있다.
패치를 기간을 지정해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최대한 대회 시즌을 피하려 하고 있다. 문제가 심하면 빨리 고쳐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메이저 대회를 최대한 피해서 패치하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 2> 스타터 에디션에서 모든 종족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렇게 바뀐 이유는?
그동안 스타터 에디션은 테란으로 무료 멀티플레이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모든 종족을 다 할 수 있다. 다만 매치메이킹이나 래더 등은 여전히 안 된다. 지금까지는 일부 맵을 돌아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었던 아케이드도 모든 맵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개방한 이유는 아케이드는 개발자도 들어가서 게임을 개발하고, <스타크래프트 2>를 안 좋아하는 유저들도 아케이드 모드를 플레이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케이드 맵 제작도 패키지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맞다. 2.1 패치부터 그렇게 됐을 거다.
<군단의 심장>이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군단의 심장>에 나온 유닛 중 구성이 아쉬운 유닛과 잘 나온 유닛을 꼽는다면?
사람들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데 거머리 지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 패치에서 고칠 부분이기도 한데 테란 대 저그를 보면 테란 전략이 1개밖에 없다. 다행히 그 1개의 전략이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마음에 안 든 유닛은 폭풍함이다. 만든 이유가 무리군주 등의 카운터 용이었는데 용도가 좀 달랐던 듯하다. 한국에서는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군단숙주가 너무 지루하다는 의견이 있다. 더 잘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스타크래프트> 때는 메카닉을 잘 쓰는 선수와 바이오닉을 잘 쓰는 선수가 많았는데 요즘은 테란 보면 공성전차 소리조차 듣기 어렵다. 밸런싱이 무너졌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비슷하게 생각한다. 테테전이 아니면 거의 바이오닉에 치우쳐 있다. 그런데 먼저 말했듯이 메이저 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패치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패치에 공성전차가 상향된다. 공중과 지상 유닛 업그레이드를 합쳐주는 군수공장 유닛과 우주공항 유닛을 같이 사용하면서 올라운드하는 게 메카닉인 만큼 그러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충분하지 않으면 내년 시즌 전까지 최대한 빨리 패치를 한다거나 다른 방식을 모색할 예정이다.
WCS 포인트 상위 16명 중 15명이 한국 선수였다.
한국 선수들이 전 세계 지역에서 잘나간다. 현지 반응이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고치려는 부분 중 하나다. <스타크래프트 2>는 세계적인 게임인데 선수는 한국에 몰려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의 선수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국적에 따라 선수 쿼터제를 둬도 될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결승을 하거나 큰 대회를 열 때 실력 위주로 최고의 선수들이 오는 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게 지금처럼 한국인이 15명이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이게 목표이긴 하더라도 실력이 부족한 선수가 다른 나라에서 왔으니까 끼워주자보다는 실력을 키워서 어떻게 하면 한국 선수들 사이에 다른 나라 유저들이 끼워넣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다.
한국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북미 팬들 반응은 어떤가?
선수마다 다르다. 이제동 선수나 장민철 선수 등은 개성이 강하고 팬서비스도 좋아서 인기가 엄청나게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어제 이제동 선수와 백동준 선수 경기를 봤는데 이제동이 이기면 엄청난 환호가 이어진다. 경기 끝나고도 30분 넘게 이어지더라.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인기는 선수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e스포츠에서는 이제동 선수가 싸이만큼 인기 있다고 보면 되나?
이제동은 최고의 인기 선수다. 외국 팬들이 이름이 어려우니 ‘동’(dong)이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카봇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템포(TEMP0)라는 팬이 노래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제동 선수의 팬인 Temp0가 제작한 노래 ‘The Dong Song’.
GSL 등 외부 <스타크래프트 2> 대회가 WCS 하부리그가 되면서 대형선수는 밖으로 나가고, 리그의인기가 떨어졌다.
우리는 하부리그라고 생각은 안 한다.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종현이나 이제동 등은 스타리그에서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국내처럼 잘되고 있는 리그를 억지로 붙이면서 망가진 부분이 있을 듯하다.
지역 파이널을 해서 글로벌 파이널을 한 번 하는 게 맞지, 글로벌 파이널을 세 번이나 하는 게 맞냐는 의견이 있다.
우리도 알고 있고 많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추후 발표에서 더 많은 내용이 나올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2>는 최근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 밀리고, 전작 <스타크래프트>만큼 인기가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용자 확보가 잘 안 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른 게임과의 경쟁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스타크래프트 2>를 최고의 게임으로 만들까 생각 중이다. 유저를 늘리는 부분은 게임이 잘되거나 안 되거나 우리가 언제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단 아케이드나 스타터 패키지를 바꾸고 있고, 이후에도 다른 방향으로 많이 고민 중이다.
이제 <스타크래프트 2>를 구입하지 않아도 ‘아케이드’에 접속해 모든 유즈맵을 즐길 수 있다.
블리즈컨 포스터에 프로토스가 있었다.
알테니스다. 프로토스 하면 유명한 영웅은 제라툴밖에 없는데, 그는 다크템플러고, 알테니스는 하이템플러다. 밸런스를 맞추는 입장에서 그린 듯하다. <공허의 유산>에 나오는지는 지금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스타크래프트 2>의 두 번째 확장팩 <공허의 유산>은 개발 진행상황이 어떤가?
개발은 시작했다. 다만, 싱글과 멀티, 알파테스트도 예정에 없는 단계다. 보여줄 게 없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건 아니다.
<공허의 유산>에서 모티브로 삼는 게 있다면?
<자유의 날개>는 레이너의 입장에서 그려졌다. 레이너가 영웅이라고 해도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에 용병을 모아서 전투를 펼치는 정도였다. 반대로 <군단의 심장>의 주인공 케리건은 신에 가까웠기 때문에 우주를 지배하는 방향으로 펼쳐졌다. 프로토스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웃음)
<스타크래프트 2> 개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액션이 끊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무리군주와 감염충 조합을 보면 액션이 너무 없으니까 10게임을 봐도 양상이 똑같다. 모아서 반격하고. 근데 액션이 많은 걸 보면 한 게임, 한 게임이 다르게 나온다. 거머리 지뢰 전략이 대표적이다. 초반 게임의 빌드오더가 다양해진다거나 견제 유닛들이 어떻게 하는지가 다양해지고, 선수들의 옵션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
프로 레벨에서 생각하는 게 저그를 보면 군단숙주를 사용하는 선수와 아예 안 쓰는 선수가 나뉘어 있다. 이처럼 같은 종족을 하더라도 다르게 나뉠 수 있도록 생각 중이다.
리플레이 공개가 논란이 많다.
한국에서 항상 듣는 이야기다. 그 부분은 완벽한 해답이 없는 것 같다. 선수는 싫어하지만 팬들은 리플레이를 너무 좋아한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큰 질문은 선수를 위해야 하나, 팬을 위해야 하나인 것 같다. 그 질문이 되면 팬을 위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을 보니 케리건과 레이너가 있었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가 들어갔으면 좋겠는가?
이번에 선보인 것들은 가장 완성도 높은 영웅들이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영웅 중에는 야만용사, 제라툴 등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케리건이나 디아블로처럼 이름이 뛰어난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팅커처럼 이런 영웅이나 캐릭터도 있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좋다고 본다. 팀 내에서 리스트를 만들어서 어떤 영웅은 어디에 속하고, 이런 걸 만들며 정해 나가고 있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에 건설로봇(SCV)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예상을 깨고 <하스스톤>처럼 리로이 젠킨스 등의 플레이어가 나올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가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디자인팀에 자료들을 보내기도 했다. 근데 아직 리스트에는 안 올라가 있었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춰 나가고 있나?
밸런스는 아직 크게 상관하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전장과 영웅을 만들어 놓고 출시가 가까워지면 그때 밸런스를 맞추는 게 맞을 듯하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밸런스도 담당하는가?
그건 어렵다. <스타크래프트 2> 경기를 보는 것만도 시간에 벅찰 정도다. 게임 디자인에만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