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최지원 PD가 19일 지스타 컨터런스에서 <P의 거짓> 개발기를 공개했다. 업력 15년의 최 PD는 <다크블러드 온라인>, <에스커 온라인>을 거쳐 최근까지 <로스트아크>의 전투 총괄을 맡았던 액션 게임 전문 기획자다.
네오위즈의 신작 콘솔 로그라이크 <P의 거짓>은 공개와 함께 열렬한 반응을 얻었는데, 최 PD는 "첫 공개 이후 기사 250건, 3천 건의 SNS 공유, 영상 조회 수 88만 이상, 좋아요 2만 개 이상"을 기록했다며 사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와중에도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한국 게임은 없다는 아쉬움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요컨대 기생충과 BTS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리 게임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다크소울> 라이크 (소울라이크)는 능력 있는 개발사가 많았고, 선뜻 도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콘솔게임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 최 PD는 "소설, 영화처럼 개인이 혼자 몰입하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불모지에서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항상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힘든 경험은 없었다. 다양한 생각을 차곡차곡 쌓다 보니 개발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최 PD는 신작의 방향을 ▲ 발매 전부터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 ▲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기억되는 게임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소울라이크 팬이라면 익숙한 개념을 도입하되 그 표현을 달리해 주목을 받기로 결정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잘 알려진 시대, 유명한 장소"가 뒤따라왔다. 여기에 중세 유럽 다크 판타지에 관한 개인적 선호가 반영됐지만, 2차원적 권선징악은 피하려 했다. 네오위즈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재탄생시키기로 결정한다.
최 PD는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피노키오> 원작을 읽어보면 블랙 코미디, 잔인함, 매력적인 캐릭터가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피노키오>를 원작으로 삼는 데 큰 고민은 없었으며, 원작을 확장하는 기조로 게임 설정을 확장시켰다. 예를 들어 <피노키오>를 관통하는 주제는 '거짓말'인데, 이를 게임의 핵심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적을 제거한 뒤 NPC와 대화에서 '적을 죽인 적 없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 성장에 쓰이는 '인간성 포인트'를 얻게 되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작에서 거짓말을 하면 코가 늘어나는, 하면 안 되는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최 PD는 거짓말이야말로 인간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봤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복합적인 계산과 목적을 가지고 거짓말을 일삼기에, 최 PD는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해야만 인간이 되는 길에 다다른다고 해석한 것이다. 최 PD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추구함과 동시에 거짓말에 관한 철학적인 고민을 던져줄 계획이다.
이어서 최지원 PD는 <P의 거짓>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해 말했다. 시대적으로는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짧은 번성기를 뜻하는 '벨 에포크'를 지목했다. 만국박람회가 개최되고 에펠탑이 세워지던 짧은 융성기에서 프랑스는 화려한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한편, 기술적으로도 혁신하며 발전을 이룬다. 최 PD는 이 시대가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게임들이 많이 선점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눈여겨봤다.
벨 에포크의 시대적 특징으로는 다양한 요소의 융합이 있다. 이에 따라서 <P의 거짓>의 무기 시스템도 '융합'으로 드러나는데, 이를테면 한 무기와 다른 무기를 조합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새로운 무기를 '융합'하면 능력치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모션과 패턴도 변화한다. 인조인형이라는 설정에서 사용해 팔을 개조해서 공격할 수 있는 '슬레이브 암' 요소도 도입된다.
<피노키오> 원작은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지만, 벨 에포크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은 프랑스, 파리였으므로 최 PD는 이야기의 공간을 그곳으로 이동시켰다. "이탈리아는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로 유명한 국가지만, 19세기 벨 에포크는 근대와 르네상스 문화가 두드러진 프랑스"라고 최 PD는 부연했다.
최지원 PD는 낭만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파리를 '고담'으로 변모시켰다. 아름다운 그 공간을 어두운 공포와 광기로 표현하겠다는 의도다. 벨 에포크의 고담 파리를 연출하기 위해서 네오위즈 내 <디제이맥스> 팀이 <P의 거짓>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
최 PD는 "<피노키오>를 잔혹 동화로, 벨 에포크 시대를 융합으로, 낭만적인 프랑스를 어둠과 광기로 재해석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바로 이것이 '독창적 소울라이크'를 만들기 위한 네오위즈의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