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첫날 행사가 한창인 벡스코 제1전시장 건물 3층에선 한 가족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이하 카러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카러플>을 열심히 즐기는 여기는 넥슨 부스일까요? 아닙니다. '장애인 e스포츠 발전 가능성과 정책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제2회 장애인 게임접근성 진흥 토론회' 현장입니다.
과거 인간극장 '그렇게 부모가 된다'에 뇌병변을 앓으면서도 3형제를 열심히 키우고 있다는 내용으로 출연했던 강제길 씨 가족입니다. 강제길 씨(아버지)와 강성윤 군(막내)이 한 팀, 박미정 씨(어머니)와 강성현 군(차남)이 한 팀을 이뤄 토론회 시작 전 미리 몸풀기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3경기 시작 전 갑자기 돌발 상황이 발생합니다. 에이스인 차남의 핸드폰이 튕겨버렸습니다. 예정에 없던 쉬어가는 연습 경기가 펼쳐졌고, 차남은 어머니가 사용하던 패드를 이어받아 사용하는 명장면을 보여줍니다.
막내와 어머니도 순위 경쟁에선 뒤에 있었지만, 아이템전의 특성을 잘 살려 물폭탄과 물파리, 미사일 등으로 승부처에서 중요한 견제를 해냈습니다. 혈맹의 붉은 피가 흐르는 아버지 팀이 3전 3패를 하긴 했지만, 뜨거운 환호성 속에서 펼쳐진 명경기였습니다.
이 승부를 더 빛내준 것은 고인규, 이동훈 캐스터였습니다. 토론회에서 좋은 취지의 <카러플>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듣고 먼저 연락을 취하고 먼 길을 와 해설을 해준 두 분이었습니다. '리니지의 아버지, 초등학생의 패기'의 구도를 활용해 정말 재치 있는 경기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하태경 의원실(부산해운대갑, 국민의힘)이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재미와 깊이를 모두 잡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재활원, NEXON의 후원도 뜨거웠던 <카러플> 경기처럼 토론회 안에서도 존재감을 빛냈습니다.
작년에 지스타에서 치러진 1회 토론회에서는 가이드라인 연구 및 개발 등을 위한 정책 논의가 주요 내용이었다면, 올해는 '어떻게' 장애인 e스포츠를 활성화 시킬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많이 거론됐습니다.
내용을 세 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장애인 e스포츠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2) 장애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플레이 환경과 e스포츠 운영·중계 방식이 필요하다.
3) 해외 사례들처럼 민·관의 적극적 관심과 제도 방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태경 의원(국민의힘),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예지 의원(국민의힘),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정문섭 진흥원장은 다른 행사와 겹치는 일정으로 인해 영상으로 의견과 축사를 남겼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현래 원장, 한국 e스포츠 협회 김철학 사무총장, 한신대학교 e스포츠 융합전공 대학원 주임 최은경 교수, 한국체육학회 e스포츠산업위원회 송석록 위원장, 대한장애인체육회 미래전략실장 전선주, 국립재활원 연구원 이평호 씨 등은 현장에서 강연, 토론의 형태로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보조기기 등을 활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게임을 즐긴 좋은 사례로, 캐스터들의 입담으로 관중들도 모두 즐긴 e스포츠 사례로 강제길 씨 가족의 <카러플> 경기가 토론 내내 계속 언급됐습니다. 강제길 씨 가족을 초정해 이 토론회와 지스타를 모두가 함께 즐기는 현장으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은 하태경 의원실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양쪽에서 함께 나온 의견이었다고 취재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2회 장애인 게임접근성 진흥 토론회'는 지스타 행사에 어울리는 진짜 게임 토론회라는 인상을 주는 것에 성공하며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아냈습니다. 토론회 내용처럼 게임이라는 매개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정착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