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부터 4일까지, 총 130여 종의 게임을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매일 부스를 소개해드립니다. 이번에 찾은 부스는 ▲ ‘퍼즐바니아’ 게임 <CLeM> ▲직선적이지만 명확한 액션 <비디오크라임>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SRPG <모나드의 겨울 2> 입니다.
<CLeM>은 메트로바니아식 스테이지 구조를 가진 퍼즐 게임입니다. 주인공 인형은 어느 날 버려진 저택의 한 어두운 방에서 눈을 뜨고, 머릿속에서는 ‘아름다움을 가져다 달라’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요청에 따라 주인공은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마주치게 됩니다.
게임은 여러 번의 ‘루프’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퍼즐은 첫 루프에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루프를 반복하면 목소리는 아름다움 외에 다른 것을 요구합니다.
유저의 경우 기존에 방문한 공간을 다른 시점에서 보거나, 마법의 물품을 만들어내거나, 마법 렌즈로 사물을 새롭게 관찰하는 등의 활동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전에 해결 못 했던 퍼즐을 풀 수 있습니다. 저택의 구조 역시 점차 확장되고 새로운 공간이 열립니다. 바로 이런 메트로바니아식 진행방식 때문에 ‘퍼즐바니아’라는 복합적인 장르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한 아트 스타일은 게임의 추상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심화합니다. 개발진은 ‘귀엽고 으스스하다’고 표현하는데, 귀여운 인형이 주인공이지만 저택에서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이끌리는 다소 오싹한 스토리라인과 잘 어울립니다. 이는 같은 세계관을 가진 앞선 세 개 게임과 동일한 방향입니다.
어떻게 퍼즐과 메트로바니아라는 두 장르를 융합할 생각을 했는지 묻자 개발사 망고 프로토콜은 “원래 여러 장르를 섞는 것을 좋아한다. 이전에도 비뎀업, 슈팅, 퍼즐, 내러티브 등 여러 장르를 융합해 게임을 만들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CLeM>의 경우 원래 가지고 있던 내러티브, 미스터리 장르 제작 경험에 메트로바니아의 재귀적(recursive)인 구조와 퍼즐이 섞이면 흥미로운 작품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로직 퍼즐, 비밀번호(combination) 퍼즐 등 다양한 메카닉의 퍼즐 수십 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로그 역할을 하는 ‘노트’에 적힌 여러 단서를 통해 조사에 나서야 하는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총 플레이타임은 5~6시간 정도로 예상 중입니다.
망고 프로토콜에게 한국은 각별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 게임 <헬 스네일즈>가 한국에서 수상한 적도 있고, 한국 팬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기존 작품들과는 전혀 게임을 선보이게 됐지만, BIC 관람객들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미스터리와 스토리를 알아가는 과정을 좋아했고, 데모라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분도 많았다고 하네요.
<비디오크라임>은 주인공이 움직일 때만 시간이 흐르는 콘셉트의 액션 게임입니다.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박용민 개발자의 작품으로, 온라인에서 만난 미국인 동료가 음악 및 음향을 담당해주었고, 나머지는 홀로 만들었습니다.
탑다운 각도로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전투를 관찰하는 듯한 연출이 독특합니다. 게임플레이 자체는 다가오는 적들에 맞서 주인공의 머리와 양 주먹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머리를 움직이면 몸이 전체적으로 이동하면서 공격을 회피하거나 적에 다가갈 수 있고, 주먹을 움직이면 적을 직접 타격하거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콘셉트에서 <슈퍼 핫> 등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영감을 받아서 그에 맞춰 만든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보다는 몸과 손을 제각기 놀리는 유연하고 리얼한 전투를 구현해보겠다는 아이디어에 따라 제작했습니다. 범죄 테마의 경우 <올드보이> 같은 영화를 참고하고 네오 누아르적인 느낌을 생각해가며 연출했습니다.
게임만큼이나 독특한 것은 창작 계기입니다. 반드시 <비디오크라임>같은 게임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집념은 아니었고, 트위터상의 유명한 개발자들 사이에서 ‘좋아요’와 ‘리트윗’을 받으려고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박용민 개발자는 “사실 이런 컨트롤은 코딩하기도 귀찮고 힘들기 때문에 별로 이런 게임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원래는 ‘좋아요’만 받고 관두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공개했더니 퍼블리셔 등에서 연락이 많이 와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출시는 약 1년 후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독특한 제목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묻자 박용민 개발자는 “제목에 집착이 심한 편이라서 적어도 후보를 100개는 검토해본 것 같아요. 너무 전형적 게임제목 같지 않은, 느낌도 좋고 흔하지 않은 제목 같아서 이렇게 결정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모나드의 겨울 2>은 <파랜드 택틱스>, <랑그릿사> 등 고전 SRPG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다만 레벨업이나 장비 획득을 통해 캐릭터가 강해지고, 이것이 전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보편적 SRPG의 문법에서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성장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스테이지별로 목적과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고 활용하는 유저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해야할 일'을 정확히 파악하면 게임을 보다 잘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진행 방식이 퍼즐과도 닮아있다는 설명입니다.
스토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하스켈과 핀토스라는 두 가문이 폭군 황제로부터 숙청당한 뒤, 남은 세력을 규합해 폭군을 몰아내고 권력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플레이는 주어진 행동 수치 안에서 아군 캐릭터들의 이동과 스킬 사용을 결정하고 턴을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잘못 내린 명령은 뒤로 물리고 다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두 번째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주어지는 상황 파악이 중요하다’는 개발진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스테이지의 목적은 추격하는 적들로부터 주인공들을 탈출시키는 것입니다. 적을 직접 상대하기보단 탈출 경로 모색에 집중했을 때 쉽게 클리어된다는 점에서 게임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왼쪽) 윤난새 디렉터, 김민정 디자이너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산하 개발팀 팀 모나드는 윤난새 디렉터, 김민정 디자이너 두 멤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팀은 원래 서울대 게임개발 동아리 SNUGDC에서 출발했는데 동아리 소속 후배들도 개발에 동참했습니다.
2022년 BIC에 참가한 다른 게임들과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모나드의 겨울>의 경우 1편은 물론 2편도 시중 출시한 상태라는 점입니다. 1편은 2019년, 2편은 2022년 초에 스팀에 나왔습니다.
다른 게임들처럼 얼리엑세스나 ‘찜목록’ 단계에서 출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난 BIC 당시에는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여서 주저했습니다. 결국 출시 이후 BIC를 찾게 됐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습니다.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관람객이 바로 게임의 풀 버전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스팀에서는 1, 2편이 묶인 꾸러미 상품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